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191 - Chapter 200

390 Chapters

제191화

유한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감정을 보이지 않으면서,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눈길로 멀어져가는 성빈과 리은의 등을 묵묵히 향하고 있었다.“아주머니.”장영옥이 재빨리 강덕순 곁으로 다가가서 부축했다.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간 시간대, 주은미는 끝내 체념하지 못한 얼굴로 유한 쪽을 흘끗 바라봤다.“유한아, 아까 그 말... 진심이니? 고모가 네 마음 아니까 하는 말인데, 너 그 진리은하고 결혼한 거 원래부터 달갑지 않았잖아.”“지금 할머니가 나이가 드셔서 판단력이 흐려지셨어. 주씨 가문 재산을 전부 그 외부 여자한테 주겠다니.”“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넌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유한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어조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고모는 제가 뭘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눈빛이 날카롭게 흔들리던 주은미가 유한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한층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고모가 인영이하고의 관계를 아예 모를 것 같아? 너희 사이가 깊다는 것도 다 알아. 네 할머니가 제일 따지는 게 체면이잖아.”“그때 네가 진리은 뱃속의 아이 때문에 밀려서 결혼한 거, 그거 다들 알잖아. 그러니까, 네가 인영이하고 아이만 하나 만들면 돼. 아들로 말이야.”“네 할머니 성격에 분명히 흔들릴 거야. 그러면 네 할머니가 굳이 진리은이랑 살라고 강요할 이유도 없어지지.”“아?”“인영이하고 아들 하나만 생겨봐. 네 할머니가 주씨 가문 재산을 진리은한테 넘길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아니지! 가문은 남자가 이어가야 하는 거니까!”유한의 눈썹이 아주 살짝 올라갔다.“그래서... 고모는 고모부가 당했던 수법을 제게 고스란히 쓰겠단 겁니까?”주은미의 표정이 즉각 굳어졌다.“너, 너... 그 얘기를 어떻게...?”유한의 음성에는 미묘한 경고와 냉기만이 깔려 있었다.“왜 돌아왔는지 압니다. 제가 모를 거라 생각하진 않았겠죠. 전 돌아오는 거 자체는 뭐라 안 해요. 하지만, 방해할 생각이라면... 제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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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유한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듯이 조여든 리은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현관 기둥 옆에 유한이 느긋하게 기대서 있었다.손가락 사이에는 반쯤 타 들어간 담배 한 개비.연기가 얇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깊고 어두운 눈빛이 두 사람에게 박혀 있었다.바닥까지 가라앉은 시선.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얼굴.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어둡게 잠겨 있어서,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한 공기가 감돌았다.리은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지...?’불안의 근원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도, 내면 깊숙이 어딘가 조여드는 느낌이었다.“너...”리은이 말을 잇기 전에, 성빈이 먼저 나섰다.“주 대표님.”낮고 단단한 목소리였다.“정말로 제 동생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부디 놓아주십시오.”리은의 눈이 커졌다.“오빠...”억지로 미소를 지은 성빈이, 여동생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시선을 맞췄다.“강덕순 어르님께서 말씀하신 재산 문제도... 리은은 본인 것이 아닌 건 절대 탐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 동생을 더 괴롭히지 마십시오.”리은의 시선이 다시 유한에게 향했다.그러나 유한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기만 했다.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면서, 어두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천천히 스캔했다.그 안에 어떤 결론이 들어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아까 말한 거.”유한이 담담한 목소리로 되물었다.“너희가 ‘가족’이라고?”그는 단지 방금 들은 문장을 그대로 반복했을 뿐이었다.성빈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우리는 가족입니다. 아니... 주 대표님 눈에는 결혼하면 가족이 아닌 겁니까?”리은이 성빈을 쳐다봤다. 내용 자체는 잘못된 말이 아니었다.그럼에도 어딘가 께름칙한 감정이 마음을 긁고 지나갔다.비록 결혼을 했어도 리은의 성은 여전히 ‘진’ 씨였고, 성빈은 언제까지나 리은의 오빠였다.어릴 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약속처럼, 리은은 평생 성빈을 지킬 생각이었다.그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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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말을 못 한 거겠지, 응?”“아니야. 제발 먼저 놔. 오늘은 할머니 생신이야. 도대체 뭐 하려는 건데?”유한의 다른 손이 리은 옆의 기둥에 세게 박혔다. 어둡게 가라않은 시선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고 리은만 꿰뚫어보고 있었다.깊숙이 가라앉은 유한의 검은 눈은, 마치 끝없이 빨아들이는 구멍 같았다.“내가 뭘 하냐고? 그건 내가 묻고 싶지. 네가 뭘 하려고 하는지 말해봐. 응? 뭘 하고 싶어?”“내가 뭘 했는데?”“할머니께서 네 주씨 가문의 작은 안주인 자리를 지키려고 어떻게 하셨는지, 네가 어떻게 설득했는지 그 얘기 좀 해보라고.”리은의 가슴이 꽉 조여들었다.예상했던 질문이었다.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나는 그냥... 할머니가 루이와 내게 주식 몇 퍼센트쯤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뿐인데...’‘설마 주씨 가문 재산 전체를 넘기는 건... 나도 몰랐어.’“난 정말 몰랐어. 할머니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나도 이해가 안 돼. 하지만 단 한 번도 주씨 가문 재산을 탐낸 적 없어.”유한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비틀렸다.“그 말... 내가 믿는다고 생각해?”“나...”리은은 숨이 턱 막혔다.아마 유한뿐 아니라 오늘 자리에서 본 모든 사람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어떻게 해서 할머니가 그런 결정을 했다고 여길까...?’사실 리은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믿기 어렵겠지만 정말이야. 그래도 약속할게. 할머니가 어떻게 정하든 나는 동의 안 해. 받지도 않아. 설령 강제로 넘기셔도 다 돌려 드릴 거야. 그럼 됐지?”“내가 그걸 왜 믿어?”리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필요하면 각서라도 쓸게. 할머니한테서 내가 어떤 걸 받든, 다 너한테 돌려준다고.”“그래서? 그러고 너희 셋이서 멀리 도망갈 거지?”리은의 미간이 팍 좁혀졌다.“뭐? 누가 도망간다 그래?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데?”유한의 턱선은 굳어 있었고, 어깨를 들썩이며 분노를 억누르는 모습이 드러났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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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리은의 표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혼란으로 뒤섞여 있었다.‘나 때문에? 도대체 뭘?’유한 온몸은 차갑게 얼어붙은 기류를 뿜어내고 있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사람의 심장을 쥐어짜듯 싸늘했다.“다른 남자랑 도망칠 생각이라도 하면...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리은의 얼굴이 확 굳어지면서 붉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너 지금 제정신이야?”“제정신이 아닌 게 난지, 이 남자 저 남자 사이에서 갈피도 못 잡는 네 속인지... 대체 누가 더 웃긴데?”그 말에 리은은 눈앞이 핑 도는 듯했다.‘이 사람... 정말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그런 말은 너한테나 해. 놔!”유한은 눈끝 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 리은의 얼굴을 움켜쥐었다.그리고 다시 거침없이 입술을 덮쳤다.리은의 다리는 유한의 긴 다리에 가로막힌 채 움직일 수도 없었고, 잡힌 두 팔은 벽에 붙은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거리에, 숨이 막힐 만큼 강한 힘.“읍... 주, 으... 놔!”출입구 쪽에서 나오던 하객 몇 명이 그 장면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저거... 주 대표님 아니야?”“맞아, 사모님이랑...”“말도 안 돼... 둘이 사이 최악이라며? 근데 저건...”“...”멀찍이 서 있어도 들릴 정도였다.입술이 부딪치면서 혀가 엉키는 축축한 소리가 고스란히 새어 나왔다.얼마나 강하게 붙어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몇몇은 핸드폰을 꺼내 몰래 촬영까지 했다.“빨리 가자, 빨리!”“야, 이거 난리 난다.”“...”유한이 충분히 원하는 만큼 짓누르듯 입을 탐하고 난 뒤에야 리은을 풀어줬다.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며, 리은이 손을 번쩍 들어 그를 때리려 했다.그러나 유한이 먼저 비웃으며 말했다.“세게 때려. 사람들이 보는 데서 내 아내 위세 좀 보여줘. 그래야 앞으로 누가 우리 사이에 헛소문을 못 내지.”리은의 손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얼굴이 붉어졌는데, 그게 키스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자신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유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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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허 회장 부부는 방 한가운데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인영을 바라보며 깊은 근심을 숨기지 못했다.“인영아, 진정 좀 해라.”인영이 고개를 홱 돌렸다. 충혈된 눈에 분노와 질투가 고스란히 박혀 있었다.“진정하라고요? 제가 어떻게 진정해요? 제가 몇 년을 기다렸는데, 주씨 가문 작은 안주인 자리는 원래부터 제 것이었어요. 주씨 가문의 건 전부 우리 집안이 가져와야 하는 거였어요. 진리은 같은 부모도 없는 년이 뭔데!”말이 거칠게 튀어나오자 허 회장 부부는 얼굴을 굳혔다.그러나 인영은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 늙은 할망구, 그 늙은이가 진리은을 얼마나 감싸는지 보셨어요? 유한 오빠가 이혼 못 하게 하려고 주씨 가문 전부를 그년한테 넘긴다고요!”인영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왜요? 왜 그렇게까지 해주는 건데!”말을 쏟아낸 뒤 인영은 그대로 부모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빠, 엄마... 전 정말 못 받아들이겠어요. 두 분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년이 뭘 했는지 잊지 마세요. 우리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죄인인 주제에 왜 멀쩡히 웃고 다녀요? 왜요?!”“인영아...”허 회장은 난감하게 눈썹을 찌푸렸다.“엄마 아빠도 당연히 그 여자가 잘되는 꼴 보기 싫지.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왜 없어요?”인영이 벌떡 일어났다. 핏발 선 눈동자가 광기 어린 기세로 흔들렸다.“유한 오빠는 제게 빚을 졌어요. 허명그룹 도와준 것도 다 당연한 거고요. 저한테 진 빚, 그건 아직 안 갚았어요!”“인영아...”인영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손을 꽉 쥐며 입술이 떨렸다.“아빠 엄마, 하나같이 다 저한테 맞서기만 하고... 왜 진리은만 잘 돼요? 당초에 그 둘 관계는 깨졌어야 했어요...”‘하지만 결국 결혼까지 했지.’그 사실이 인영의 속을 끝까지 뒤틀리게 만들었다.유한과 리은이 결혼 신고까지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인영은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그토록 오래 준비한 건, 유한과 리은이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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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유한아, 말 좀 해봐. 할머니... 진짜 나이가 드셔서 누가 옆에서 뭘 부추긴 거 아냐? 난 거의 귀신이라도 씌인 줄 알았다니까.”수혁이 황당한 얼굴로 툭 내뱉었다.태현이 잔을 내려놓으며 유한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너 지금 어떻게 할 거냐고?”연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그러니까, 유한아. 네 할머니가 재산을 전부 진리은한테 준다는데 넌 어떻게 할 계획이야?”조용히 술을 따른 유한이 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이미 공표한 일인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냐.”수혁이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비꼬듯 말했다.“아직 끝난 것도 아니지. 할머니가 아까 뭐라고 그러셨어? 살아 있는 동안 둘이 절대 이혼 못 한다고 그랬잖아. 할머니가 계시는 동안엔 네가 진리은이랑 이혼만 안 하면, 상속권은 너한테 있는 거야. 근데 만약에...”말끝을 흐렸지만 누구나 알았다.만약 강덕순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이야기는 전부 달라지게 된다.연준이 헛웃음을 터트렸다.“와, 진짜 할머니는 하루를 더 사셔도 진리은 편에서 버티겠다는 거네.”연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아니 진리은이 도대체 할머니한테 뭘 먹인 거냐? 주씨 가문 통째로 넘겨줄 정도면 이건 뭐...”말을 하다 연준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손뼉을 쳤다.“아, 잠깐! 나 알 것 같아!”모두의 시선이 연준에게 꽂혔다.갑자기 흥분한 연준의 분위기 때문에 진짜 뭔가 있나 해서였다.유한 역시 눈길을 돌려서 연준을 바라봤다.“뭐 아는 거라도 있어?”연준은 의기양양하게 턱을 올렸다.“유한아, 너 할머니랑 DNA 검사를 해 본 적 있어?”수혁이 바로 욕하듯 말했다.“미쳤어?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야?”“왜 상관이 없어? 상관이 많지!”연준이 고집스럽게 말했다.수혁은 한숨을 쉬었다.“좋아, 그럼 네 말대로 상관 있다고 치자.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데?”연준은 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할머니가 저렇게 대놓고 진리은 편을 드는 이유... 혹시 이런 가능성은 없을까?”그런 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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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지금 할머니 생신을 핑계로 재산 전부 진리은한테 넘기고, 너까지 꽉 묶어두려는 거 아냐? 진리은을 못 떠나게 하고, 주씨 가문 못 떠나게 해서 죽을 때까지 주씨 가문을 위해서 일하게 만들려는 거지?”공기가 뚝 끊어진 듯 정적이 가라앉았다.적어도 2분 정도는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천천히 안경을 밀어 올린 수혁이 테이블 위 포도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연준 얼굴을 향해 던졌다.“야, 너 숏폼 드라마 너무 본 거 아냐? 네 입에서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긴 해?”태현이 피식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면서 술을 한 모금 마셨다.“아니, 내 말이 그렇게까지 비합리적이야? 연결이 안 돼?”수혁이 콧방귀를 뀌었다.“연결은 되지, 근데 어디가 합리적인데? 네 상상력이 하늘까지 뚫는다고, 이걸 진짜라고 치면 안 돼지.”“왜! 뭐가 문제인데!”태현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유한이랑 삼촌이 얼굴부터 성향까지 복사 붙여넣기인데, 네가 유한이 주씨 가문 피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너 머리 진짜 괜찮냐?”멍하니 있던 연준이 뒤늦게 손바닥을 탁 쳤다.“아 맞다! 내가 그걸 까먹었네!”수혁이 찐한 비웃음을 흘렸다.“이제야 정신이 드냐?”하지만 연준은 멈추지 않았다.“근데 있잖아, 삼촌이 집 나가서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도 할머니가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거... 혹시 삼촌도 할머니 친자식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 수도...”수혁은 술을 한 모금 마시다가 그대로 뿜었다. 기침을 하며 입을 닦은 수혁이 연준을 노려봤다.“와, 너 진짜 정신병원에 가야겠다. 말문이 막히네... 제발 입 좀 닫아라. 독 나오겠다.”연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유한아, 너 진짜로 의심 안 해봤어? 아니면 왜 할머니가 저렇게까지 진리은 편만 드는 건데? 진리은이 외부인이 아니라는 뜻밖에 뭐가 있겠어?”유한은 연준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술 적당히 마셔. 뇌가 다 녹은 모양이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술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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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리은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고모님께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이유가 궁금하시면 할머니께 직접 여쭤보세요.”“그래? 이제는 우리 엄마를 들먹이며 날 협박하겠다 이거지? 어디서...”“여보, 그만하고 들어가야 해.”뒤쪽에서 유한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울렸다.주은미의 표정이 즉각 굳어지면서, 노려보던 시선이 리은에게 박혔다.하지만 더이상 말하지는 못했다.유한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삼킨 듯했다.리은은 더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고모에게 등을 돌리고 그대로 걸어갔다.“...”그 깔끔하고 단정한 움직임이 오히려 주은미의 심장을 더 긁어 놓았다.주은미는 머리가 폭발할 정도로 화가 치밀었지만, 유한의 존재를 의식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의 뒷모습이 멀어지자마자, 이를 갈던 주은미 입에서 혼잣말이 튀어나왔다.“쳇... 약 먹이고 올라탄 것밖에 더 돼? 어디서 잘난 척이야.”가사도우미가 들었는지 조심스레 말했다.“아가씨... 그 말씀은 앞으로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큰 사모님 들으시면 마음 상하십니다.”“넌 또 뭐야? 고용인이 어디서 훈계야?”“죄송하지만, 작은 사모님은 큰 사모님께서 많이 아끼십니다.”“비켜. 고용인이 뭘 안다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가사도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다른 일로 돌아갔다.주은미는 거의 발을 구르다시피 화를 쏟아냈다.“영옥 아줌마!”장영옥이 복도를 지나가다 멈춰 섰다.“아가씨, 무슨 일이세요?”주은미는 화를 억누르지 못한 채 오히려 따지듯 말했다.“내가 외국에 있는 동안 도대체 우리 엄마 어떻게 모신 거야? 어떻게 엄마가 정신이 이렇게까지 흐려질 수가 있어? 주씨 가문 재산을 싹 다 외부인한테 준다고 하시게 만든 게 아줌마 아니야? 왜 안 말렸어?”장영옥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아가씨, 큰 사모님께서 하신 일은 모두 유한 도련님과 주씨 가문을 위한 결정입니다.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내가 왜 이해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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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루이의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 넘긴 리은은 한 번 더 다정하게 이불을 정돈해 주었다.잠든 아이가 조금이라도 찬바람을 맞지 않게 확인하고서야, 조심스레 발걸음을 돌렸다.안방로 돌아오니, 유한이 셔츠 단추를 푸는 중이었다.리은은 숨을 고르면서 말을 꺼냈다.“우리 얘기 좀 하자.”반쯤 돌아본 유한은 눈길만 던지더니 그대로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정도의 태도였다.리은은 소파에 앉아 오래도록 기다렸다.‘이 상황에서 도망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끌려다닐 수도 없고.’‘바뀌지 않는다면... 최소한 나에게 필요한 공간은 확보해야 해.’욕실 안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그 소리조차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듯했다.얼마 후 문이 열리며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닦은 유한이 모습을 드러냈다.이윽고 리은 앞으로 다가온 유한이 내려다보며 말했다.“뭘 얘기해.”리은은 고개를 들고 유한을 잠시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서재에서 얘기하자.”“그렇게까지 정식으로?”그 말에 따로 답하지 않고 그대로 서재 쪽으로 걸어갔다.유한은 머리를 닦으면서 천천히 뒤를 따랐다.그러다 강덕순이 조금 전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네 마음속에서 리은이를 한 번도 비운 적이 없다는 거... 내가 안다. 인정하기 싫어도,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면 내가 죽어라 등을 떠민다고 해서 결혼했겠어? 네 마음속에 이미 결정이 있었으니까 가능했던 거야.”“넌 네 욕심 채우겠다고 애까지 가진 아내한테 죄를 뒤집어씌웠고, 리은이는 그 죄를 몇 년씩 뒤집어쓰고 살았다. 그게 어떤 꼴이었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겠지.”“지금 보니 리은이는 너를 포기했더라. 진심으로 정리했어. 그래서 묻겠다. 너, 이 결혼... 진짜로 끝내고 싶은 거냐?”“이혼하고 싶어? 그럼 내가 방금 한 말 전부 철회하마. 가문은 원래대로 네 거야. 대신 내가 가진 사재 일부는 리은이랑 루이 앞으로 넘겨서 평생 아무 문제없게 챙겨줄 거야.”“루이는 널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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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리은은 무언가 설명하고 싶어 입을 떼려다 멈췄다.말을 해봤자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이제 와서 뭘 말해도 소용없지...’손바닥이 책상 모서리를 짚고 있었고, 고개는 천천히 떨어졌다.눈을 감으며 담담하게 내뱉었다.“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난 할 말이 없어.”유한의 표정이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래. 너 같은 애가 말할 게 없겠지.”리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작지만 또렷한 목소리였다.“할머니가 말한 그 일... 우리가 이혼하면 네 상속권을 없던 걸로 만든다는 그 얘기.”말을 잠시 끊었다가, 리은은 다시 고개를 들고 유한을 바라봤다.“네 주변 사람들만 정리해. 더 이상 나한테 찾아오고 휘젓지 않게 만들면... 기다릴게.”뭘 기다리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둘 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건 있어.”리은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우린 겉으로만 부부야. 보여주기용이지. 필요하면 네가 원하는 자리에 나갈게. 대신 서로 간섭 없이 살자. 난 조용히 지낼게.”유한이 낮게 비웃었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숨을 걸쳤다.“나랑... 상부상조하자고?”리은은 미세하게 떨리는 눈을 내리깔았다.‘우리가 어떻게 상부상조야... 겨우 서로 갈 길 가는 거지.’“원래대로만 하면 돼.”유한은 더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원래대로가 뭔데? 말해봐.”리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유한이 모를 리 없지만, 굳이 묻는 건 상처를 더 파고들기 위한 것처럼 느껴졌다.그러나 유한이 직접 묻고 나선 이상, 리은은 돌려 말할 이유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했다.“예전처럼 각자 삶을 살면 돼.”유한은 밖에서 인영과 어울리며 눈빛을 섞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삶을 계속 살면 된다.리은은 루이를 지키고, 자신 몫의 일상을 조용히 이어가면 그뿐이었다.달라질 건 거의 없었다.“예전처럼이라니? 구체적으로 말해봐.”이 말을 한 후, 유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응시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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