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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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첫 경험이었을 때도 그랬다.아파서 굳어진 리은이 유한을 발로 차며 버둥거리자, 결국 억지로 하지는 않았다. 유한은 리은의 반응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그래서 지난번의 일은 리은에게 분명 적지 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그때 그녀는 처음 알게 됐다.남자와 여자는 그런 관계에서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가 있다는 걸.남자는 마음만 먹으면, 침대 위에서 여자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걸.“주유한!”리은이 참지 못하고 이름을 불렀다. 헐떡이면서 떨리는 리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유한의 움직임이 잠깐 멈췄다. 손에 들어가 있던 힘이 약간 느슨해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물러서지는 않았다.유한은 말없이 리은의 굳은 등선을 바라봤다.여자의 몸에 딱 맞게 만든 원피스는 지나치게 밀착돼 있었다.가늘게 들어간 허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몸매 라인이 시선에 들어오자, 유한은 숨을 삼켰다.목 아래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느껴지면서 유한의 시선이욱 더 깊어졌다.한 손으로 리은의 뒷목을 잡자, 리은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유한은 천천히 손을 내려서 허리를 붙잡았다.“왜 그래?”유한이 나지막히 말했다.“아까는 내가 다른 걸 원해도 다 맞춰준다며. 지금은 이게 필요해. 그러니까... 너도 좀 협조해.”“안 돼!”리은이 급하게 말했다.“이건 안 된다고 했잖아. 앞으로는 겉으로만 부부라고. 그러니까 놔.”“겉으로만?”유한이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되물었다.“그건 네 말이지. 내가 동의했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한이 손을 움직였다.“주유한, 하지 마. 손 떼.”리은의 몸이 눈에 띄게 떨렸다.말도, 호흡도 흐트러졌다.유한은 다시 동작을 멈췄다.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지난번처럼 안 해.”“나도 이제는... 다시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면서 리은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싫어. 난 원하지 않아...”말이 끝나기 전에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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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쿠션을 가볍게 받아 든 유한이, 느긋한 시선으로 리은을 바라봤다.“부끄러워서 화난 거야?”남자들은 다 새로움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특히 권력과 돈을 쥔 남자들일수록 여자 바꾸는 속도가 빠르다. 자극을 원하고, 늘 다른 감각을 찾기 때문이다.유한의 눈이 서늘해지더니 코웃음을 쳤다.“누가 내가 밖에 다른 여자가 있다고 했어?”“내가 다른 여자랑 자는 거, 네가 직접 본 적 있어?”리은은 그 뻔뻔함에 말문이 막혔다.화가 난다기보다 어이가 없었다.유한과 인영의 일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이 상황에서 모르는 척하는 이유가 뭐지? 대체 뭘 더 숨기겠다는 건지...’“내가 질렸는지, 아직 부족한지는.”“그건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아?”고개를 살짝 돌린 유한은 책상 위의 티슈 몇 장을 뽑아서 몸을 천천히 닦았다.“아니면...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리은은 그 말에 숨이 턱 막혔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손가락으로 유한을 가리켰다.책상에 비스듬히 기댄 태도까지 더 얄미웠다.“진짜 뻔뻔해.”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서재를 나섰다.유한은 닦아낸 티슈를 버리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귀엽네.”...리은은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원피스를 벗고 거울을 보자, 목 주변에 남아 있는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완전 미친 사람 같아.”나지막히 중얼거린 리은은 눈을 감고 샤워기를 틀었다.피곤했다.몸도, 머리도 전부.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까 서재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급히 침대 옆으로 간 리은은 서랍을 열고 안에 있던 약을 꺼냈다.뚜껑을 돌려 열었지만, 약은 비어 있었다.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왜 없어?”그때 등 뒤에서 유한의 목소리가 들렸다.“뭐 찾고 있어?”리은은 스스로도 놀랐다.괜히 찔린 기분이 들어 심장이 한번 쿵 내려앉았다.약병을 다시 넣고 서둘러 서랍을 닫았다.“아무것도 아냐.”말을 마친 리은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아직 덜 마른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이불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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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유한은 리은을 잠시 가만히 바라보다가 약병을 쓰레기통에 던졌다.“이렇게 향기가 진한데, 이게 진짜 먹는 비타민이라고?”“요즘 나오는 비타민들 거의 다 그래.”유한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말을 바꿨다.“머리부터 말리고 자.”리은이 손을 들어 머리를 만져보니 아직도 축축했다.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리은은 화장대 앞으로 가서 드라이어를 집어 들었다.유한은 침대 옆에 서서 리은의 등을 바라봤다.정리하는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가던 그의 시선이 다시 약병이 있던 쪽으로 옮겨갔다.입술은 꾹 다문 채 턱선은 단단해졌다.‘사람을 뭘로 보고.’저렇게 쉽게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자기도 모를 거라고 여기는 건지.모른 척하는 것뿐이었다.굳이 들추지 않았을 뿐.그런데도 유한은 마음이 거슬렸다.‘리은이 저렇게까지 아이 갖는 걸 꺼리는 태도인데... 그렇게 싫다면... 더더욱...’‘원하지 않으면 더 갖게 만들고 싶어졌네.’그리고 갑자기 이혼을 입에 올렸던 리은의 얼굴이 스쳤다.‘뱃속에 아이가 생겨도, 그때도 그렇게 도망치고 싶을까?’계속 유한의 시선이 느껴지자, 리은은 거울을 통해서 뒤를 봤다.유한은 이미 침대에 올라가 상체를 기대고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잠시 바라보다가 리은은 시선을 돌렸다.드라이어를 끄고 침대로 돌아와서 리은은 불을 끄고 몸을 눕혔다.몇 분쯤 지난 후, 어둠 속에서 유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오늘 밤 지나고 나면, 뭐가 달라질지 알아?”리은은 눈을 떴지만,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네 부속품처럼 보이게 됐는데, 이 바닥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오늘 있었던 일은 분명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리은과 유한의 이름도 나란히.“이렇게 주목받은 게 오랜만이야. 5년 전 이후로는 처음이지. 덕분에 잘 됐어.”리은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5년 전에도, 지금도.정작 리은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말을 해도 믿어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뒤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도 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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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리은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화면을 켜 두었다.조심스럽게 골목 모퉁이까지 다가가 고개를 내밀자, 등을 보인 채 서 있는 몇 명의 모습이 보였다.그 사람들 앞에 남자 하나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제대로 서지도 못할 만큼 맞은 상태였고,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피로 범벅이 된 채, 계속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그 장면을 본 순간, 리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이게 뭐야...’처음에는 학교 폭력 같은 건 줄 알았다.곧바로 신고 버튼을 누르려던 리은의 손길이 멈췄다.지금 신고해도 경찰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그 사이 저 남자가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무릎조차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상태였다.잠시 고민하다가, 리은은 핸드폰에서 사이렌 소리를 틀었다.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외쳤다.“경찰이다!”일부러 굵은 목소리를 냈다.그 순간, 남자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돌렸다.당황한 기색은 없었고, 표정에는 오히려 의아함만 담겨 있었다.“경찰이 이딴 데를 왜 와? 차가 들어올 수나 있어?”그 말이 떨어지자,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파악했다.벽에 기대 있던 유한도 고개를 돌렸다.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유한은 몸을 일으켰다.“재미있네. 너희는 사람부터 데리고 가.”“넌? 어디 가려고?”유한은 입꼬리를 올렸다.“쓸데없이 나선 고양이 잡으러.”리은이 일부러 굵은 목소리로 외쳤지만, 여자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리은은 소리를 지른 뒤 서둘러 돌아왔다.정말로 도망칠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대로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걸음을 옮기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걸 확인한 뒤에야 핸드폰을 들었다.“여보세요, 경찰서 맞죠? 방금 제가...”“후...”귓가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스치듯 흔들렸다.리은은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핸드폰 화면에는 여전히 통화 중 표시가 떠 있었다.상대는 여자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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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어떻게 속일지 생각은 했어?”그 말을 듣자마자 리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직... 못 했어요...”말이 끝나자마자 리은의 눈이 커졌다.곧바로 자기 입을 두 손으로 막고, 유한을 똑바로 바라봤다.유한은 그런 반응이 꽤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에 더 겁이 난 리은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황급히 말했다.“죄, 죄송해요 선배. 아까 거기 계신 줄 몰랐어요.”“선배가 있는 줄 알았으면 절대, 절대 안 그랬을 거예요.”“뭘 안 했을 건데?”리은은 고개를 더 숙이며 작게 말했다.“신고요...”‘당연히 나와서 해야지, 거기서 바로 신고할 사람이 어딨어.’지금 생각하니 너무 경솔했다.후회가 밀려왔다.리은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그대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정말 죄송해요 선배.”“다음부터는 절대, 진짜로, 남 일에 안 끼어들게요.”“야, 그만.”“너희 지도교수가 들으면 곤란해.”“길을 가다 도와주는 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 미담이지.”리은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더 숙였다.조금 전보다 좀 진정된 걸 느낀 유한이 다시 물었다.“이름이 뭐야?”겁이 났지만 거짓말은 더 위험해 보였다.“진리은이에요.”“진리은.”유한은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본 뒤 말했다.“고개 들어.”리은은 숨을 죽인 채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학교에서 유한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같은 학교였고, 학번은 달랐지만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는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유한이 학교에 오기만 하면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리은도 나이가 어렸을 땐 괜히 따라가 보기도 했다.그래서 멀리서 본 얼굴은 익숙했다.하지만 보는 사람이 워낙 많았으니, 유한이 리은을 알 리는 없었다.같은 학년에서는 리은도 꽤 알려진 편이었지만.“너... 신입생들 사이에서 얘기 많이 하는 그 애지?”리은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아니에요!”“그냥 애들이 장난으로 그러는 거예요!”유한이 자신을 안다는 사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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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리은도 그때는 잠깐 멍해졌다.손이 그렇게 빨리 나갈 줄도 몰랐고, 하필이면 정확히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차에 붙은 엠블럼을 보는 순간, 리은은 가슴이 철렁했다.‘어... 이거...’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먼저 물을 튄 건 저쪽이야.’‘그리고 던진 것도 커피지, 돌이나 벽돌이 아니잖아. 닦으면 끝나는 건데.’그렇게 생각하자 괜히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허리를 곧게 편 리은은 자세를 바로잡고 괜히 더 당당하게 보이려고 했다.예상대로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남자가 내려왔다.뒤쪽 창문을 한 번 보고, 이어서 리은을 바라봤다.“아가씨.”“왜 우리 차에 커피를 던진 거죠?”그 말에 리은은 기가 막혀서 눈을 부라렸다.‘이게 무슨 적반하장이야.’리은은 자기 몸을 가리켰다.옷 여기저기에 묻은 흙탕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왜 던졌는지 모르겠어요?”“이거 안 보여요?”남자는 리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그게 내 차 때문에 생긴 거라는 증거가 있나요?”“확실해요?”그 말에 리은은 말문이 막혔다가 곧바로 반박했다.“당연히 당신 차 때문이죠.”“지금 책임을 회피하는 거예요?”남자는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턱을 살짝 들었다.“그럼요.”“증거 있냐고요.”“아...”리은도 주변을 둘러봤다.마침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리은은 교차로 쪽을 힐끗 봤다.‘저 거리면... CCTV에 찍혔을까?’확신이 없었다.그렇다고 증거를 어디서 구하겠는가?“당신 차에서 튄 거 맞잖아요!”리은은 얼굴을 찌푸린 채 따졌다.“증거가 없다는 거네요.”“근데 아가씨가 커피 던진 거는 내가 봤거든요?”“이건 어떻게 할 거죠?”“...”리은은 자기 가슴을 한 번 짚었다가 뻔뻔하게 서 있는 남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오늘 내가 재수가 없네요.”이런 사람 상대해 봤자 피곤할 뿐이니 피해 가는 게 상책이었다.그런데 뒤에서 바로 말이 날아왔다.“어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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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그래요.”“신고하죠.”“경찰이 와서 공정하게 판단해 주겠죠.”그 말에 남자는 말끝을 흐렸다.“그건 좀...”두 사람이 팽팽히 맞서 있는 사이, 차 안에서 손 하나가 밖으로 나왔다.검은 셔츠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이었다.마디가 또렷한 손가락이 차체를 가볍게 두드렸다.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곧바로 몸을 돌려 차 쪽으로 갔다.그리고 허리를 굽히고 안쪽을 향해서 말했다.“주 대표님.”그 말은 리은에게도 또렷하게 들렸다.‘주 대표님?’머릿속에서 뭔가 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아...’그래서 번호판이 익숙했던 거였다.이 차는 바로 유한의 차였다.직접 본 적은 없지만, 학교에서 워낙 많이 들었기에 귀에 익을 수밖에 없었다.리은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뒤죽박죽이 됐다.‘도망가야 해.’‘지금 당장...’리은이 몸을 돌리려던 그때.“차에 태워.”차 안에서 짧은 말이 나왔다.남자는 잠깐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고개를 돌린 남자는 리은이 움직이려는 모습을 봐 버렸다.“아가씨, 잠깐만요.”“대표님이 차에 타서 이야기하자고 하시네요.”‘이야기?’‘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건데... 절대 타고 싶지 않아.’리은은 걸음을 멈추고, 어깨를 움츠린 채 손을 내저었다.“아, 아니에요. 저도 이제 괜찮고요. 서로 그냥 없던 일로 하면 될 것 같아요. 엄마가 찾고 있어서요. 먼저 갈게요.”말을 마치고 다시 돌아서려는 순간.“후배.”그 한마디에 리은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후... 후배?’‘설마... 설마 나를 기억하는 거야?’‘거의 2년이 지났는데...’‘주유한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세상에서 사는 사람이...’‘나 같은 평범한 학생을 기억한다고?’“직접 모셔야겠어?”그 말에 리은의 몸이 작게 떨렸다.‘아니요, 그럴 리가요.’리은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숨을 한 번 고르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그리고 돌아서서 차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너무 긴장한 탓인지, 걸음걸이마저 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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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리은이 지나치게 불안해 보였는지, 유한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네 잘못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사과해?”리은의 입가가 미묘하게 일그러졌다.곁눈질로 유한을 슬쩍 봤다.‘잘못해서 사과하는 줄 아나.’‘지가 권력이 있으니까 내가 사과하는 거지.’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유한은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속으로 욕하고 있지?”‘말도 안 돼!’리은은 깜짝 놀라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절대 아니에요!”‘조금 투덜댄 거지, 욕은 절대 아니야.’“진짜?”리은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혹시나 의심할까 봐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맹세할게요. 진짜 욕 안 했어요.”유한은 그 손짓을 보고 눈썹을 올렸다.“손가락 하나 부족한데.”리은은 자기 손을 보고 흠칫 놀라 급하게 손가락 하나를 더 폈다.“아, 죄송해요. 사진 찍을 때 습관이 돼서...”“그것도 반사야?”“맞아요! 완전 반사요!”유한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다리를 꼬았다. 시트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있는 유한의 모습은 한없이 느긋해 보였다.아까 차 앞에서 따지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게 리은은 괜히 시선을 피했다.“근데 아까는 기사랑 꽤 논리적으로 싸우던데.”‘이 사람 대체 왜 이러는 거야.’리은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즈음, 유한이 갑자기 말했다.“길 바꿔. 근처 쇼핑몰로 가.”리은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쇼핑몰은 왜요?”유한은 리은의 치마를 한번 훑어봤다. 곳곳에 흙탕물이 튄 자국이 보였다.“옷 버렸잖아. 새로 하나 사야지.”리은은 깜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집에 가서 빨면 돼요. 정말 필요 없어요, 선배.”“괜찮아. 치마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어.”리은은 속으로 숨을 들이켰다.‘근데 난 당신 차를 못 사잖아!’유한은 그 표정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있었다.“차 값을 물리진 않을게.”얼굴이 붉어질까 봐 얼른 고개를 돌린 리은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물어내라고 해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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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그럼 더 하실 얘기 없으면 저 먼저...”“진리은.”“네? 왜요? 선배?”리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한을 봤다.‘설마 세차비 얘기는 아니겠지.’“남자친구 있어?”그 질문이 의외이긴 했지만, 리은은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유한에게 느끼는 감정은 존중과 경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학교 안 여자들 대부분이 유한을 좋아했지만, 리은은 달랐다.골목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마음 한구석에 남은 건 두려움뿐이었다.설레거나, 상상하거나... 그런 여지는 전혀 없었다.그래서 리은은 솔직하게 답했다.“없어요.”“왜요?”그 다음에 나온 유한의 말은 리은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그럼 나랑 사귈래?”리은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이게 무슨 소리야?’리은은 자신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다만 분명한 건, 기쁨보다 놀람이 훨씬 컸다는 것.말이 나오지 않았다.입을 벌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 느낌이었다.반면 유한은 너무도 태연했다.마치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툭 던진 것처럼.“한번 생각해 봐. 근데 내가 관심을 가진 이상 아마 빠져나가긴 힘들 거야.”‘이게 협박이랑 뭐가 달라?’거절한다는 선택지조차 쉽지 않다는 걸 리은은 바로 알았다.유한이라는 사람을 거절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머릿속이 완전히 텅 빈 상태에서 유한은 리은을 학교까지 데려다줬다.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3일 뒤에 사람 보낼게. 그때 만나자.”리은은 멍한 상태로 반문했다.“만나자고요... 왜요?”유한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데이트.”‘데이트? 사귀자는 말에 대답도 안 했는데 무슨 데이트라는 거야?’지금 리은이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 유한은 이미 확신이 있었다.리은이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그런데 만약 그날, 내가 차 안에서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면 어땠을까?’‘아마도 거기서 끝이었을 것 같은데... 주유한도 사실 여부를 확인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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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안내데스크 직원은 지시를 이미 전달받은 상태였다.리은이 수령 구역에 나타나는 순간, 반드시 비서실로 연락을 넣고 가능한 한 시간을 끌 것.엘리베이터에서 리은이 내리는 걸 확인하자마자, 안내데스크 직원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안내데스크입니다. 사모님께서 방금 내려오셨어요.]“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자마자 안내데스크 직원은 자리에서 나와 리은 쪽으로 다가갔다.“사모님, 무슨 일로 내려오셨어요?”“도와드릴 일이 있습니까?”갑자기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들은 리은은 순간 놀라 고개를 돌렸다가, 익숙한 얼굴을 보고서야 긴장을 풀었다.“아, 아니에요.”“주문한 게 있어서 잠깐 내려온 거예요. 혼자 할 수 있어요. 바쁘실 텐데 가세요.”안내데스크 직원은 부드럽게 웃었다.“사모님, 정말 괜찮으세요? 도움 필요 없으세요?”“정말...”말을 잇던 리은의 시선이 수령 구역으로 옮겨갔다.그제야 물건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아챘다.퀵서비스 상자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그래도 리은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아요. 제가 직접 할게요.”안내데스크 직원은 더는 권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리은은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의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막 도착한 택배나 배달이라면 안쪽까지 들어가 있지는 않을 터였다.바깥쪽만 보면 충분했다.그녀는 퀵서비스 상자를 찾았을 때였다.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사모님.”“대표님께서 지금 바로 뵙자고 하십니다.”선호였다.리은은 깜짝 놀라 몸을 돌리며 반사적으로 퀵서비스 상자를 등 뒤로 숨겼다.“지금요?”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입니다.”리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알았어요.”“이거만 제 자리에 두고 올라갈게요.”“사모님, 대표님께서 지금 바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리은은 더 말하지 못했다.‘설마... 알았나? 말이 안 되는데...’‘내려온 지 얼마나 됐다고. 미리 알 수도 없고...’‘친구한테 전화도 화장실에서 했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거겠지.’리은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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