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은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화면을 켜 두었다.조심스럽게 골목 모퉁이까지 다가가 고개를 내밀자, 등을 보인 채 서 있는 몇 명의 모습이 보였다.그 사람들 앞에 남자 하나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제대로 서지도 못할 만큼 맞은 상태였고,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피로 범벅이 된 채, 계속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그 장면을 본 순간, 리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이게 뭐야...’처음에는 학교 폭력 같은 건 줄 알았다.곧바로 신고 버튼을 누르려던 리은의 손길이 멈췄다.지금 신고해도 경찰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그 사이 저 남자가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무릎조차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상태였다.잠시 고민하다가, 리은은 핸드폰에서 사이렌 소리를 틀었다.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외쳤다.“경찰이다!”일부러 굵은 목소리를 냈다.그 순간, 남자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돌렸다.당황한 기색은 없었고, 표정에는 오히려 의아함만 담겨 있었다.“경찰이 이딴 데를 왜 와? 차가 들어올 수나 있어?”그 말이 떨어지자,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파악했다.벽에 기대 있던 유한도 고개를 돌렸다.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유한은 몸을 일으켰다.“재미있네. 너희는 사람부터 데리고 가.”“넌? 어디 가려고?”유한은 입꼬리를 올렸다.“쓸데없이 나선 고양이 잡으러.”리은이 일부러 굵은 목소리로 외쳤지만, 여자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리은은 소리를 지른 뒤 서둘러 돌아왔다.정말로 도망칠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대로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걸음을 옮기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걸 확인한 뒤에야 핸드폰을 들었다.“여보세요, 경찰서 맞죠? 방금 제가...”“후...”귓가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스치듯 흔들렸다.리은은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핸드폰 화면에는 여전히 통화 중 표시가 떠 있었다.상대는 여자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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