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야!”리은의 목덜미에 남은 자국을 확인한 인영의 눈이 붉어졌다.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숨조차 고르기 힘들어 보였다. 감정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고, 리은을 향한 인영의 시선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담겼다. 마치 리은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진리은 씨, 여긴 회사야. 그런 차림으로 서 있다니, 정말 뻔뻔하네.”예전 같았으면 인영이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리은의 마음 한구석에는 조금이나마 죄책감이 남았을 것이다.유한이 인영과 정리한 뒤에야 자신과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드러냈고, 형식상으로는 인영의 자리를 가로챈 쪽은 리은이니까.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인영의 증오를 마주하면서도 리은의 마음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리은은 분명히 말했다. 이 자리를 돌려줄 의향도 있었고, 이혼 합의서에도 서명했다.붙잡고 놓지 않은 건 유한이었다.그 선택의 결과까지 리은이 짊어질 이유는 없었다.“내가 뭘 입었는데?”리은은 자신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셔츠 자락을 내려다봤다.“아, 보기에 좀 그렇긴 하네. 그럼 허인영 씨가 좀 도와줄래? 옷 좀 사서 여기로 가져다줘.”그 말은 인영에게 전혀 다르게 들렸다.비웃음과 자랑처럼.분노는 더 깊어졌지만 유한의 앞이라서 인영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오빠, 왜 회사에서 저런 모습으로 있게 허용한 거야? 체면은 생각 안 해?”“아, 그건 미안한데.”리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문제 일으킨 건 내가 아니라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주 대표야. 내 옷을 억지로 벗기고 휴게실에 가둔 것도 주 대표고, 옷을 가져가서 내가 못 나가게 한 것도 주 대표였어.”“그러니까 체면 걱정할 시간에 주 대표는 지금 이혼부터 걱정해야 할 걸? 이혼하면 이 사무실 주인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허인영 씨?”리은은 일부러 말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불편하면 모두가 불편해져야 했다.그리고 인영이 이 상황을 그냥 넘길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제일 초조한 건 허인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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