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다시 쓸 운명: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강씨 부인은 따뜻한 찻잔을 받들고 중얼거리듯 물었다.“나으리는 이 일을 알고 계실까?”임씨 어멈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만약 처음부터 그분이 알고 계셨다면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복잡해질 것이다.“부인….”어멈은 다가가서 묵묵히 위로를 건넸다.방 안에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한참 후, 강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자네가 직접 친정에 좀 다녀오게. 이 일을 오라버니께 알리고 그분의 도움을 받아 조사하게.”임씨 어멈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예, 부인. 바로 가겠습니다.”다음 날, 소박한 마차가 경성 성문을 나섰다.설은영은 최근 이틀 사이에 일어날 사건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전생에 교지가 내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왕의 어린 딸이 령운사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3일 후에 처참한 시신으로 령운사 뒷산에서 발견되었다.듣기로 죽기 직전에 매우 참혹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그일 때문에 민왕비는 매일 눈물에 젖어 살다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민왕은 곧바로 새로운 왕비를 맞이했는데 그 여인은 최진겸을 도운 세력 중 한 명이었다.‘이번 생에선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게 두지 않을 거야.’그녀가 원하는 것은 최진겸이 영원히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출세도 못하는 것이며 마침내는 자신의 손으로 그를 처벌하는 거였다.“아씨.”중후한 사내의 목소리가 마차 밖에서 들려왔다.“사찰 안에 필요한 것은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취아는 곧바로 가림막을 열고 그 사내와 시선을 맞추었다.사내가 바로 취아의 정인인 왕원이었다.령운봉은 대나무가 우거지고 안개로 둘러싸인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설은영이 마차에서 내리자 뒤에서 다가온 왕원이 조용히 말했다.“아씨, 누군가 손 어멈을 조사하고 있더군요. 저택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왕원은 여기에 얽힌 이해관계를 전혀 모르고 오직 취아의 도움요청에 응해 발 벗고 나선 사람이었다.설은영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부인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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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왕원에게 그런 협박이 통할 리가 없었다.그는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서는 놈들에게 달려들었다.놈들은 손에 칼을 들고 있으니 손쉽게 이길 거라 생각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얼마 못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둘은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어깨에 메고 있던 여인을 왕원에게 던지고는 왕원이 그녀를 부축하는 틈을 타서 줄행랑을 놓았다.멀지 않은 곳에 숨어 있던 설은영과 취아가 다가왔다.“아씨, 이분은 민왕부의 작은 군주님이 아닌가요?”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으니 설은영은 한시름이 놓였다.작은 군주가 살아 있는 한, 민왕비도 우울에 빠져 숨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민왕비는 삼십 만 대군을 위국공의 여동생이었다. 위국공은 오랜 기간 북부에 머물며 오랑캐들을 물리친 이 나라의 공신이었다.위국공을 등에 업은 민왕비는 왕부, 나아가서는 운나라 전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설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취아에게 물었다.“이분을 좀 업을 수 있겠어?”“물론이죠, 아씨.”취아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소인은 보기보다 힘이 세답니다.”왕원은 그런 취아를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았다.한편, 민왕비는 피를 흘리며 달려 들어온 어린 시녀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왕비마마, 군주께서 누군가에게 끌려갔습니다!”그 말을 들은 민왕비는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그녀는 의자 팔걸이를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당장 사람을 보내 수색하거라!”왕비의 측근 호위가 재빨리 밖으로 향했다. 왕비는 자세한 경위를 듣기 위해 시녀를 추궁했다.어린 시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딸이 두 사내에게 끌려갔다는 얘기를 들은 민왕비는 분노에 사무쳤다.비록 운나라의 풍기가 꽤 개방적이기는 하지만, 민왕부의 군주가 사내들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이 소문이라도 나면 그녀의 명성에 흠이 될 일이었다.왕비는 냉랭한 눈빛으로 시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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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취아는 설은영에게 차를 따라주고 왕원에게도 따뜻한 차를 건넸다.“민왕비 슬하에는 일남일녀를 두셨어. 세자인 서혁과 서이경 군주가 계시지.”그녀는 따뜻한 차를 한모금 들이키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군주는 왕비께서 서른이 넘은 후에 출산한 막둥이로 어릴 때부터 무한한 총애를 받으며 자라신 분이야. 왕비마마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그렇게 귀한 분이니 호위들이 좀 과격한 게 군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야.”한편, 민왕비는 무사히 돌아온 딸을 보고는 서둘러 의원을 불렀다.딸이 옷매무시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다른 괴롭힘을 당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왕비는 비로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진료를 마친 의원이 일어나서 고했다.“마마, 군주께서는 수면제를 드시고 잡혀간 것 같습니다.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니, 저녁 때가 되면 깨어나실 겁니다.”왕비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다른 문제는 정말 없는 건가?”“마마, 맥이 안정적인 것으로 보아 안 좋은 일을 당하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안 좋은 일이 어떤 것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왕비는 손을 젓고는 침상으로 다가가 안쓰러운 눈길로 딸을 바라보았다.어멈이 안으로 들어오며 고했다.“마마, 설가의 둘째 아씨가 군주님을 구했다고 합니다.”민왕비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진국공과 혼인하라고 교지가 내려진 그 아이인가?”“예.”어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호위가 뒷산 인근의 골짜기에서 범인들을 발견했는데 이미 죽었다고 하더군요.”“죽었다라?”민왕비의 말투가 차가워졌다.“설 소저가 죽인 건가?”“그건 소인도 알지 못합니다.”어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허나 군주를 모셔온 호위의 말로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민왕비는 잠든 딸의 이불을 여며주고는 조용히 어멈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내 딸을 구해준 은인이니 만나는 봐야겠지. 실수하지 말고 잘 모셔오게.”왕비의 명을 들은 어멈이 방을 나섰다.민왕비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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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사실 설은영은 거절할 생각이었다.사람을 살린 것은 이런 재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왕비의 위압감에 일단은 받아둘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왕비에게 다시 한번 예를 행했다.“감사합니다, 마마. 그저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것뿐인데 이렇게 큰 포상을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허나 웃어른이 주신 것을 아랫사람으로서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감사히 받겠습니다.”어멈과 민왕비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눈앞의 소녀를 눈여겨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설가의 딸은 참으로 똑똑하고 예의 바른 아이로군.”사실 상 왕비는 설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경성 사람들 모두 민왕비가 군주 서이경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었다.위국공이 건재한 이상, 그녀의 딸은 공주와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설가의 딸이 그런 존재를 구한 것은 민왕비에게 크나큰 은혜였다.하지만 둘의 신분과 지위가 차이가 많이 날 때, 큰 은혜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군주의 목숨이 고작 이런 금은보화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나를 찾아와도 좋네. 내 자네에게 세 번 도움을 청할 기회를 주지. 혹, 자네… 혼사를 물리고 싶은가?”만약 그런 거라면 민왕비는 도와줄 의사가 있었다.어차피 다른 희생양을 한명 골라 내세우면 되는 일이었다.황제가 원한 것은 사품 관원 이상의 집안이었다.상대는 일품 공작인 진국공이니 국공 부인이 될 사람의 신분이 너무 차이가 나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러나 설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마마, 소녀는 이 혼사에 불만이 없답니다.”그녀의 표정은 희비를 알 수 없이 고요하고도 평온했다.조금 전까지 민왕비는 설은영을 부귀영화를 탐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녀의 눈빛에는 그 어떤 욕심도 담겨 있지 않았다.“다만, 소녀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민왕비가 말했다.“말해 보게.”이건 당연히 도움에 속하지 않았다. 설은영이 말했다.“진국공은 일품 공작으로, 황족을 제외하면 이 나라에서 가장 존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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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민왕비는 자신의 딸을 구해준 소녀에게 아낌없는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혼사가 이익을 가져온다면 자연히 그 자식에게도 돌아가겠지.”“연 장군과 혼인하면 이익은 고사하고 십수 년 키운 딸만 허비하게 생겼으니 당연히 그런 밑지는 장사를 할 리가 없지.”조정의 대신들은 바보가 아니었다.그렇다면 왜 하필 설씨 가문은 이 혼사를 받아들였을까?그 배후는 설충의 의도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원하는 답을 들은 설은영은 떠날 채비를 했다.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한 어멈이 신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마마, 군주께서 깨어나셨습니다.”민왕비는 벌떡 일어서다가 설은영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공손히 예를 행하며 왕비에게 말했다.“제 의혹에 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마. 군주께서 무사하시다고 하니 소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녀가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점은 민왕비의 환심을 샀다.왕비는 어멈에게 손짓하고는 말했다.“설 소저에게 운무찻닢 한단지를 내어주게.”명을 받은 어멈은 준비하러 나갔다.운무차는 운나라에서 가장 최상급의 차였다.수량이 지극히 적고 비쌌기에 귀족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금은보화를 답례로 내놓은 건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이 운무차야말로 왕비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다.“감사합니다, 마마. 허나 운무차는 귀하고 소녀는 차도에 능하지 않으니, 이 금은장신구들만 받겠습니다.”운무차의 가치는 금은보화 한 상자의 가치를 능가했다.“그렇군, 알겠네.”민왕비는 대범하고 단아한 그녀의 언행을 보고 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어멈, 소저를 배웅하고 오게.”말을 마친 왕비는 설은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딸을 보러 별채로 건너갔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설은영은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총 여덟 가지의 화려한 장신구가 들어 있었다.“궁중 하사품인 것 같구나. 취아야, 잘 보관하고 있으렴.”황궁의 물건이라면 취아와 왕원에게 하사할 수 없었다.취아는 상자 안 물건을 꼼꼼히 확인한 후에 잃어버리지 않게 짐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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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진국공부.그림자 호위에게서 상황을 전달받은 연준의 공허한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그는 설은영이 일부러 사람을 구하러 그곳에 간 것은 아닌지 굳이 묻지 않았다.“배후가 누구지?”중요한 건 그거였다.미색에 눈이 멀어 군주를 납치한다?민왕부의 군주는 고작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소녀는 민왕부에서 가장 총애를 받는 자식으로 민왕의 세자마저도 비할 수 없었다.군주의 신분을 모르고 한 행위라고 해도 온몸에 두르고 있는 화려하고 값비싼 장신구들만 봐도 그녀가 일반 가문의 아이는 아니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단지 음흉한 의도로 접근한 자들은 아닐 것이다.원수가 한 짓일까?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아무리 봐도 민왕부를 노리고 한 짓 같지는 않았다.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위국공부를 노린 거라고 봐도 무방했다.경성 사람들은 무능한 민왕이 왕비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황제를 동생으로 두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우도 받지 못했을 그릇이었다.그림자 호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심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둘은 독약을 먹고 자결했습니다.”“무공 실력은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라 설 소저 신변의 호위에게도 뒤처졌고요.”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뭔가 약점을 잡힌 모양이군.”호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연준이 말했다.“계속 조사하거라. 그런 오합지졸을 고용할 정도면 그리 대단한 신분은 아닐 것이다.”“예.”호위가 명을 받들고 나간 후, 연준은 부관 연안을 불렀다.그는 눈앞의 공문을 가리키며 말했다.“그 아이를 데려가게.”연안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공자님.”한편, 광평 후작부.강신은 알아본 정보를 모조리 중년 사내에게 건넸다.“아버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광평후 강선은 내용을 한번 훑어보고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여동생이 그에게 부탁하여 알아보라고 한 사건에 대해 이미 대략적인 결과가 나온 상황.이게 그의 손에까지 전해진 것을 보면 아마 동생은 아이가 바뀐 사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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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손씨 어멈 일가는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도 없었다.오히려 실력이 좋은 어멈 덕분에 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집안이었다.원래대로라면 나이가 든 산파는 원한을 샀다고 하더라도 일가족을 몰살할 정도는 아니었다.설은영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추 이랑이었다.손씨 어멈 일가의 죽음은 예상에 있던 전개였다. 그래서 왕원을 시켜 어멈의 어린 손자를 주시하게 한 것이다.그 아이는 앞으로 큰 열쇠가 될 것이다.손씨 어멈의 생사는 불분명하고 손자는 사라졌는데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는 몰살을 당했다.그녀가 미리 계획했던 것들이 헛수고로 돌아간 것이다.설은영은 조용히 주먹을 쥐며 애써 감정을 추슬렀다.‘대체 누구지?’그녀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계획이 어설펐던 건 사실이니까 어쩌면….”설은영은 확신 없는 어투로 말했다.“손씨 어멈이 다른 누군가의 원한을 샀을 수도 있어.”부인 강씨도 혐의가 있었다. 진실을 알고도 현재의 국면을 유지하고 싶어서 손씨 어멈 일가를 죽여 입막음하려 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보다는 추 이랑이 더 의심스러웠다.“어쩌면 아버지가….”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설충이 끼어든 것일까?“이건 내 잘못이야.”그녀는 먼 창밖을 내다보며 담담히 말했다.“왕원.”“예, 아씨.”왕원이 부름에 응했다.“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확신이 없지만….”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해서 말했다.“조용히 이 사건을 조사하거라. 어쩌면 단서가 나올 수도 있어. 물론 네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고.”그녀는 왕원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난 어쩐지 사건의 배후에 우리가 건드려서는 안 될 인물이 있는 것 같거든.”왕원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십시오, 아씨. 제가 부하들을 시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왕원은 고아 출신이지만 남성(南城)에서 꽤 많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었고, 많은 평민 추종자들이 있었다.물론 그런 명성은 관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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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아씨?”취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오며 물었다.“어디 불편하신가요?”설은영은 취아가 창밖을 내다보기 전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저택으로 돌아가자꾸나.”하지만 놀란 가슴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사람의 눈빛이 그처럼 압박감 있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취아는 그녀가 몸이 불편한 줄만 알고 아직 먹고 있는 왕원에게 말했다.“먼저 드세요. 저는 아씨와 저택에 돌아갈게요.”왕원은 두 사람을 주점 앞까지 배웅했다.“조심히 돌아가세요, 아씨.”경성에 진입했으니 왕원이 계속 따라다닐 필요는 없었다.그는 설씨 가문의 시종이나 호위가 아니었다.취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은영을 부축해서 자리를 떴다.왕원은 아직 남은 음식들을 보고는 심부름꾼들을 시켜 친우들을 불러모으고는 설은영이 지시한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장군.”국공부로 돌아온 연안은 연준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손씨 어멈이 이미 자백했습니다. 과거 그 산파는 그 첩실에게서 이백 냥을 받고 두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 했다는군요. 나중에 산파는 아들을 데리고 경성을 떠나 고향으로 가서 지냈답니다.”“그러다 손씨의 손자가 병에 걸렸는데 남성 은제당의 의원과 손씨가 지인이라 손자의 병치료를 하러 경성에 왔다고 합니다. 그 뒤로는 계속 경성에 정착해서 살아온 듯하고요.”연준은 손으로 이마를 괴고 연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싸늘한 눈빛에 속을 알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애는 남겨두고 산파는 광평 후작부에 던져버려.”조금 전 영선루에서 처음 본 설은영의 모습은 그의 마음에 아무런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그저 참 겁이 많은 소녀라고 느꼈을 뿐이다.어차피 앞으로 집안에 들어와서 조용히 지내게 하려면 그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연씨 가문의 역대 안주인들은 문무를 겸비한 여호걸들이었다.그의 다섯 형수들은 자신들의 부군과 함께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였다.“부인께는….”연안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부인이라는 호칭에 연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그 여자가 바라는 결과에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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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심지어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몰살을 당했다.강신은 손씨 어멈을 보자마자 머리털이 곤두섰다. 분명히 비밀 리에 진행되던 일인데 대체 누가 강씨 가문보다 먼저 손을 쓴 것일까?촤르륵!얼마나 지났을까, 손씨 어멈은 오한을 느끼며 눈을 떴다.고개를 들자 눈앞에 들어온 것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나으리,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아는 건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제발 목숨만….”강신은 그녀의 비참한 모습을 담담히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다시 말해 보거라.”이 정도 배짱을 가진 인물이 감히 설가의 아이를 바꿔치기 하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손씨 어멈은 온몸이 굳어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의자에 앉은 중년 사내를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여긴… 또 어디지?’“귀가 먹었느냐?”강신은 피식 비웃음을 흘리고는 손가락으로 무심하게 탁자를 두드렸다.그러자 뒤에 서 있던 사내가 단도를 들고 다가와 어멈의 목에 겨누었다.“악!”단도를 보자마자 손씨 어멈은 혼비백산하며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다급히 손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사내는 그제야 단도를 내려놓고 옆으로 비켜섰다.손씨 어멈은 눈앞의 준수하지만 위압감이 느껴지는 청년을 보고 절망을 느꼈다.“뭘 말씀드리면 됩니까?”어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강신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당연히 설씨 가문에 관한 일이지.”설씨 가문이라는 말에 손씨 어멈은 우물쭈물 마른침을 삼키더니 15년 전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15년 전에 저는….”한참 후.“아버지, 일을 어찌 처리할까요?”강신은 손씨 어멈의 진술서를 아버지 강선에게 건네며 물었다.그는 설가의 둘째딸의 용모를 떠올리려고 해봤지만 기억 속의 모습은 너무도 흐릿했다. 솔직히 말해 그는 이 사촌동생에게 관심을 준 적이 없었다.“설은비가 고모를 안 닮기는 했지요.”하지만 세간에 부모의 외모를 닮지 않은 자식들도 많으니 그것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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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조카에게서 사실을 들은 강씨의 안색이 급변했다.그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의자에 쓰러졌다.강신은 다급히 다가가서 고모를 부축했다.“고모….”진실이 강씨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건 이곳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강신은 설가에 자주 드나들며 동생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다.그가 오래전에 이미 혼약이 정해지지 않았더라면, 설은비는 그의 신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아이였다.지금 생각해 보면 혼담이 성사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강씨는 착잡한 감정을 가까스로 추슬렀다. 속에서 분노와 증오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확실하니?”그녀는 이를 갈며 물었다.“확실합니다. 그 산파가 제 입으로 인정했습니다. 아이의 왼팔에 손톱 크기의 붉은색 태반이 있다는 말까지 했어요.”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고모, 은비는 고모와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데 그 아이는….”강신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조카의 팔을 잡고 있던 강씨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강신은 그 반응을 보고 대략 알 것 같았다.그의 고모는 이미 이 점을 주의하고 있었고 마음 속에는 이미 답이 나왔을 것이다. 다만 확신할 수 없어서 그들에게 부탁한 것뿐이었다.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밖에서 들어온 임씨 어멈이 공손히 고했다.“부인, 둘째 아씨가 오셨습니다.”강씨는 그 말을 듣고 다급히 문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부르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을까.“무슨 일로 왔지?”부인 강씨는 지금 어떤 얼굴로 설은영을 마주해야 할지 착잡했다.친딸을 15년 동안 방치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갑갑했다. 저택의 하인들마저 그녀를 무시하고 추 이랑이 학대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임씨 어멈이 답했다.“아씨의 시녀가 뭘 들고 있던데 부인을 뵈러 온 것 같네요.”“들라 하세요.”강씨가 주저하고 있자, 옆에 있던 강신이 입을 열었다.임씨 어멈은 강씨의 눈치를 살피다가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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