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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쓸 운명: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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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이는 황실 귀족을 제외하면 최고의 격식이었다.설은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하고 강 부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녀는 일부러 설은비에 대해 묻지 않았다.그녀의 혼수는 아무리 많아도 66 상자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이 추가한다면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형님도 곧 경성으로 돌아오시겠네요?”설은영이 무심한 듯 물었다.설민준은 2년 전에 혼례를 올렸는데 신부는 영주 태수의 딸이었다.영주는 설충의 고향이기도 했다.두 사람의 아버지는 동년배 동창이었지만 태수는 과거에서 그리 좋은 결과를 따내지 못하여 영주 관원으로 남게 되었다.몇 년의 공을 들어서야 겨우 태수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었다.전생의 궤적대로라면 진 태수는 더 이상 승진이 어려웠다.“너희 두 사람이 혼례를 올리는데 형님으로서 당연히 와야지. 하지만 이번에는 부모님 병수발을 들러 갔으니 아마 진 태수 부부는 오기 힘들 게야.”강 부인은 혼수 품목을 들여다보며 설은비가 혼례를 마친 후, 친딸을 위해 다시 한번 품목을 정리하고 뭐 보충할 게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만약 다 가져갈 수 없다면 은화로 보상해 줄 것이다.“네 성년례는 3월 16일로 잡았어. 초대받은 손님들에게도 다 답장이 왔더구나.”딸의 성년례에 오실 정빈을 생각하면 강씨 부인은 어깨가 저절로 올라갔다.영국공부의 노부인이라면 황족을 제외하고 가장 존귀한 신분이었다.현 태자의 외조모로, 덕망도 높은 분이었다.“은비의 성년례도 요 며칠 안에 치러질 것이야.”설은비의 성년례는 설은영에 반해 그리 성대하게 치러지지 못할 것이다.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설은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진국공부.한 청년이 연안의 곁에서 장부를 들고 창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는 혀를 끌끌 차며 연안에게 말했다.“안 부관님, 도련님께서는 부인될 분에게 너무 잘해주시는 것 아닙니까?”진국장군부 일가는 무장으로서 오랜 기간 전장에서 공훈을 세운 만큼, 황제에게 하사 받은 진귀한 물품들이 수없이 많았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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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광평 후작부.설은영은 강민의 초대장을 받고 오늘 후작부에 방문하게 되어 있었다.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시종의 안내를 따라 뒷정원의 한 정자 밖에 도착했다.“은영 아씨, 저희 아씨께선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지요.”“고맙네.”설은영은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안으로 들어서니 꽃처럼 아름다운 처자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그녀가 도착하자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그녀를 비웃거나 무시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설은영의 얼굴을 관찰하고 있었다.설가의 두 딸이 첩실에 의해 바뀌었다는 것은 이미 경성 모두가 아는 비밀이 되었다.신비에 둘러싸인 한때 설가의 서녀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사촌언니와 매우 흡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은영이 왔구나. 어서 와서 앉아.”강민은 친근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설은영은 처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익 오라버니의 혼사는 이미 정해졌나요?”강민이 웃으며 답했다.“결과는 우리도 몰라. 대청에서 바쁘게 돌아치고 있거든. 우린 여기서 소식을 기다리면 돼.”“다만 제씨 가문의 소저는 용모는 비록 빼어난 편은 아니지만 명성이 괜찮고 학식도 경성에서는 꽤 알아주는 편에 속하지.”강민의 말을 듣고 설은영은 그녀가 미래의 둘째 형님을 꽤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전에는 몰랐는데 은영이가 민이를 참 많이 닮았구나.”자색 치마를 입은 한 처자가 말했다.설은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강민이 먼저 답했다.“전에 은영이는… 외출하는 일이 거의 드물어서… 그 사람이 꽤 엄격하게 단속했으니, 주의해서 보지 못한 것도 당연하지.”“그런 거였구나.”처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설은영은 공개적인 자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 없고 각 집안의 연회도 초대받은 사람은 늘 설은비였다.만약 그 첩실이 설은영을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여겼다면 외출하기 힘들었던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마주친 적이 없으니 얼굴을 기억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처자들 사이에도 각자의 인맥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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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굳이 유명무실한 신분을 위해 평생을 바칠 필요는 없었다.설은영은 눈매를 곱게 접으며 웃었다.“언니들의 걱정과 조언 감사해요. 연 장군과의 혼인은 저도 원한 것이어요.”전생에 부군의 배신과 잔혹한 학대, 아들과 시어머니의 배은망덕을 모두 겪은 그녀로서는 남녀의 애정과 혈육의 정에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이번 생을 사는 목적은 오로지 하나, 복수뿐이었다.처자들은 아무리 봐도 설은영이 부귀영화에 눈이 먼 것 같지 않으니, 연 장군을 연모하는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리 연모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연 장군을 감당할 수 있을까?양가의 혼사가 정해지자, 점심 식사를 마친 처자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강민은 설은영을 데리고 잠향원으로 갔다.“어머니, 은영이 왔어요.”고개를 들자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귀부인의 모습이 보였다. 단아한 분위기에 지성미가 넘치는 이분이 바로 광평 후작부의 안주인인 장씨였다.“숙모님을 뵙습니다.”그녀는 살짝 허리를 숙이고 예를 행했다.장씨는 딸인 강민이 설은영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덩달아 애정이 갔다.“착하지. 얼굴 좀 자세히 보게 이쪽으로 오렴.”부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설은영을 향해 손지했다.장씨의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가니 따뜻한 손길이 그녀를 감쌌다.곧이어 장씨는 상 위의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투명한 녹색빛이 감도는 옥팔찌 한쌍이 들어 있었다. 색상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값어치가 꽤 나가는 물건이었다.그녀는 팔찌 하나를 설은영의 손목에 끼워주며 말했다.“이건 숙모가 첫만남의 선물로 네게 주는 거야.”시누와 흡사한 얼굴의 소녀를 보고 있자니 왜 시누이가 갑자기 바뀐 딸에게 애정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이 얼굴 하나만으로 저택에서 서러움을 당한 걸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했다.“감사해요, 숙모님.”설은영은 사양하지 않고 감사인사를 했다.장씨가 웃으며 말했다.“착하지. 만약에 저택에서 따분하면 민이한테 놀러오렴. 너희 자매도 서로를 알아본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친해질 시간을 가져야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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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관원 가문의 자식들은 필히 가문에 도움이 되는 혼인을 해야 한다.만약 아무런 이득이 없고 오히려 딸만 희생해야 한다면 능구렁이 같은 대신들은 절대 나설 생각이 없었다.황제께서 친히 혼처를 정해주지 않았더라면 설충도 절대 설은영을 진국공부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아무리 관심을 주지 않은 서녀라고 해도 말이다.“연 장군은 소년 명장으로 지금 그분께서 그런 불행을 당하신 것도 다 운나라를 위하다 그렇게 된 것이지요.”“인자하신 폐하께서 연 장군이 고독하게 보내는 것을 원치 않으셔서 혼인을 정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저는 몇 년 전, 남경 대전에서 승리하고 돌아오실 때 그분을 본 적 있습니다. 엄청난 기품과 눈부신 모습은 운나라에서 가장 빛나는 소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그때의 전은 연정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저는 저택에서 15년간 무시당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런 누추한 신분으로 연 장군과 혼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인데 거절이라니요.”그 말을 들어보니 강민은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아마 진국공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 마음일 것이다.“앞으로 수십년 간 후회없이 살길 바랄게.”지금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말뿐이었다.만약 가능하다면 사실 양가는 신부를 바꿔서 시집보낼 의사도 있었다.설은영은 이제 적녀가 되었으니 원래대로라면 최씨 가문에 시집가야 할 사람은 그녀였다.비록 최씨 가문이 지금 몰락하였다 하지만 신랑만 따지고 보면 진국공보다 훨씬 나았다.적어도 평생 생과부로 살 일은 없지 않은가.설은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언니.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만약 제가 진국공부에서 약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언니 뵈러 자주 올게요.”대문 앞에 도착한 강민은 문밖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만약 자유가 없다면?”설은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초심과 본분을 지킬 거예요. 참을성마저 없었다면 아마 15년 사이에 이미 미쳐버렸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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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지금의 연준은 더 이상 황실에 위협이 되지 않으니, 황제는 그를 신뢰하고 심지어 종용하는 데까지 이르렀다.이른 아침, 설씨 가문은 바쁘게 돌아치기 시작했다.오늘은 설은비의 성년례날이었다.설은영의 참석은 의미가 크지 않았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녀가 아니니, 잠깐 얼굴만 비출 생각이었다.“아씨, 그분의 정빈은 영원 후작부의 노부인을 모셨다네요.”밖에서 돌아온 진주가 알아온 소식을 전했다.설은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해서 서책을 읽었다.그날 금수각에서 설은비를 만난 이후로 앞으로 변수가 생길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찬자는 예상했던 대로 미래의 영원 후작부 세자비인 서유은이 맡았다.설은비의 옛 친우들은 최근 그녀와 사이가 조금 멀어졌는데 아마 집안 어른들에게 귀띔을 들은 듯했다.“오셨습니까, 부인.”조용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강씨 부인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설은영의 방안 배치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그래도 격식을 조금 갖추니 보기가 한결 편했다.“어머니.”설은영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어쩐 일로 오셨어요?”강 부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너 뭐 하나 보러 왔지. 바깥이 소란스러우면 굳이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된다. 이 어미가 있으니 뒷말이 나올 건 걱정 안 해도 돼.”설은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강 부인이 좋은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적어도 지금의 그녀는 그렇게 느꼈다.“광평 후작부에서는 사람이 오지 않았고 손님은 많지 않아. 다 그 애랑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왔는데 네가 얼굴을 비추면 오히려 더 눈길을 끌 것 같구나. 어미는 널 이해하니 너 하고 싶은대로 하거라.”설은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해요, 어머니. 안 그래도 따로 가서 얼굴만 보고 선물만 전달할 생각이었어요.”강씨 부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은영아, 굳이 가고 싶다면 이 어미가 같이 가줄 수 있어.”그녀는 딸이 오해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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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설은영은 손에 든 상자를 설은비에게 건넸다.한껏 단장한 오늘의 설은비는 평소보다 더 눈이 부시고 아름다웠다.그녀의 용모는 경성에서도 아주 빼어난 편에 속했다.“고마워.”설은비는 시녀를 시켜 상자를 받으며 넌지시 물었다.“내 성년례 의식에 참석할 거야?”설은영은 말속에 말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미안하지만 실망해야겠네.’“난 안 갈 거야.”단호한 거절에 오히려 놀란 건 설은비였다.전생에 겁 많고 우유부단하던 서녀가 지금은 감히 허리를 펴고 자신에게 이런 건방진 말을 해대다니 불쾌감도 들었다.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그럼 오지 말든가.”어차피 정말 참석하길 원한 적도 없었다.그저 설은영에게 이번 생에 자신의 부군이 장차 재상이 될 재목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진국공이면 어떤가. 허울뿐인 작위만 있고 실권은 없었다.심지어 불구인 사람이었다.전생에 국공부에서 8년을 독수공방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릴 정도였다.설은비는 미소 띤 눈길로 설은영을 바라보았지만 눈빛에 담긴 악의는 완전히 숨길 수 없었다.“이번 생은 네가 생과부로 살 차례야.”준수한 외모에 우아한 분위기까지 갖춘 최진겸을 생각하면 설은비는 저도 모르게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설은영이 망서관으로 돌아오니, 임씨 어멈이 자애로운 인상의 한 어멈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아씨.”임씨 어멈은 그녀를 보자 웃으며 다가와서 예를 행했다.“어멈, 어머니께서 따로 분부하신 거라도 있나요?”설은영의 질문에 임씨 어멈이 웃으며 답했다.“아씨, 이분은 진국공부에서 보내주신 어멈입니다. 앞으로는 아씨의 신변을 보필할 거라고 하시더군요. 부인의 명을 듣고 이쪽으로 모셔왔습니다.”설은영은 고개를 돌려 눈앞의 어멈을 바라보았다.어멈은 그녀에게 공손히 예를 행했다.“앞으로는 최씨 어멈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아씨. 도련님께서 저를 아씨의 곁으로 보내셨어요. 곧 혼례를 치를 건데 제가 곁에서 도움을 드릴 수도 있고요.”설은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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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악사가 현을 울리기 시작했다.열린 창문으로 내다보니 놀란 새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설은비의 성년례가 시작된 것이다.설은영은 고개를 숙이고 바느질을 계속했다.그녀는 연준을 위한 잠옷을 만들고 있었다.설은비가 혼례를 올린 후면 진국공부에서도 예물을 보내올 것이다. 얼마나 될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사실 예물 같은 건 그리 중요치 않았다.이번 생에 그녀는 그리 오래 살 생각이 없었다.최진겸을 죽이고 바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여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어려운 일일까?아마도 그럴 것이다.인정하긴 싫지만 전생에 설은영의 내조가 있다고 해도 설씨 가문에서는 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그가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능력 덕분이었다.설은영은 그저 그를 도와 집안을 알뜰히 관리하고 병든 시어머니를 잘 보살펴 그의 근심을 덜어준 것뿐이었다.설은영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이 정도면 많이 도와준 건가?’“아씨.”진주가 한 소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소녀는 그녀를 본 순간 무릎을 굽히더니 큰절을 올렸다.“은영 아씨, 제발 저희 아씨 좀 살려주세요. 아씨께서는… 거의 죽게 생겼어요….”소녀가 말한 아씨가 바로 설은영의 유일한 친우인 공부상서의 서녀였다.설은영은 바느질을 내려놓고 진주를 시켜 어린 시녀를 부축해서 일으키게 했다.“춘화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자세히 말해 보거라.”들어오자마자 앞뒤 다 잘라먹고 하는 말에 설은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춘화는 시뻘겋게 부은 눈으로 설은영을 올려다보며 다급히 말했다.“집안의 첩실이 아씨를 도발하였는데 아씨께선 충격을 받으셔서 예정일 전에 출산 징후를 보이셨습니다. 지금은 산방에서 난산을 겪고 계십니다. 인삼으로 목숨만 붙들어 놓고 있는 상황인데 더 지체하다가는….”아이가 나오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산모와 아이 둘 다 죽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집안은 어미를 포기하고 아이를 살리기를 선택할 것이다.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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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오후가 되어 손님들은 식사를 마치고 육속 돌아갔다.보슬비가 경성에 내리기 시작하며 봄날의 생기와 한기가 경성을 감돌았다.설은영은 망토를 걸치고 정원을 지나 청람원으로 향했다.“아씨.”진주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고개를 돌리자 진주가 어느 한 곳으로 눈짓을 했다.멀지 않은 곳 정자에서 최진겸과 설은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최진겸은 햇살 같은 미소를 짓고 있고 설은비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멀리서 쳐다보면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설은비의 시녀가 두 사람을 보고 작은 소리로 일깨웠다.빗속에서 세 사람의 시선이 한데 엉켰다.“어머니께 가는 길이니?”설은비가 넌지시 물었다.설은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청람원으로 향했다.최진겸은 멀어지는 인영을 한참 바라보다가 담담히 시선을 거두었다.어쩐지 설은비가 설은영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뭔가 이상했지만 이유는 이해할 수 있었다.갑자기 적녀에서 서녀로 변했으니 적응이 안 되는 게 당연했다.“또 저러네. 사람이 불렀는데 대답도 않고.”설은비는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그녀가 고의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최진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저 사람도 곧 혼례를 올릴 사람 아니냐. 진국공부라면… 앞으로 서로 마주칠 일은 별로 없겠구나.”연준은 이미 폐인이 되었고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부군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니 부인된 사람으로서 당연히 밖으로 나갈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그녀는 아마 진국공부 저택에 구금 아닌 구금이 되어 살아갈지도 모른다.전생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설은비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릴 때부터 성격이 저랬어요. 비록 친자매이긴 해도 얘기가 안 통했었죠.”약혼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최진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너와는 다른 사람이긴 하지.”은은한 위기감이 설은비의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했다.그녀는 속내를 감추고 가장 예쁜 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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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그녀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들이었다.그녀는 굳이 강 부인의 앞에서 재주를 숨길 생각이 없었다.진국공 부인이 될 사람인데 그녀의 가치가 높을수록 가문에서도 그녀를 중시할 것이다.그녀가 이익을 많이 챙겨야 설은비쪽으로 돌아가는 게 적어질 것이다.이어지는 반 시진 동안 강씨 부인은 놀라움과 흥분에 휩싸였다.딸은 생각보다 배움이 빨랐다. 거의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 정도였다.수년 전 설은비를 가르치던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 속에 남았던 원망의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이게 내 딸이지. 나처럼 똑똑하구나.’“역시 내 딸답구나.”강씨 부인은 기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옛날에 이 어미가 네 외할머니랑 이런 것들을 배울 때도 아주 빨랐단다.”설은영은 선망 어린 눈길로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를 닮았다고 하니 저도 기쁘네요.”금방 최진겸을 배웅하고 돌아온 설은비의 시야에 그 광경이 들어왔다.그녀는 몰래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강 부인을 불렀다.“어머니.”설은비는 웃으며 다가가서 설은영에게 인사를 건넸다.“어머니께 집안 살림을 배우고 있었어?”설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 부인에게 예를 올렸다.“어머니,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내일 다시 문안드리러 올게요.”강씨 부인은 속이 불편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문안 인사는 너무 일찍 올 필요 없어. 밖에 안개도 끼었으니 조심해서 돌아가거라.”부인은 딸과의 좋은 시간을 설은비가 방해한 것이 불만이었다.“걱정 마세요, 어머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설은영은 시녀와 함께 처소로 돌아갔다.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설은비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어머니, 곧 혼례를 치르게 될 텐데 은영이랑 자주 시간을 보내며 친해지고 싶어요.”‘각박한 년, 내가 오자마자 돌아가다니. 어머니께 우리 사이가 안 좋다고 티라도 내고 싶은 거야?’최씨 가문은 진국공부와 비교할 수 없었다.그녀는 강 부인에게서 조금이라도 혼수를 더 받아가야 나중에 시집을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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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취아와 최씨 어멈은 밤중이 되어서야 저택으로 돌아왔다.돌아오는 길에 야간 순라를 하는 호위병을 만났는데 마침 설민준도 있어서 심문을 받는 번거로운 과정은 생략할 수 있었다.“지연 언니는 무사하니?”설은영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다급히 물었다.취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안심하세요, 아씨. 지연 아씨는 금방 위기를 넘기셨어요. 다만….”머뭇거리는 취아의 말투에 설은영은 대략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갔다.전생에 그녀 역시 아이를 낳고 키워본 사람으로서 출산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말투로 보아 지연은 앞으로 자식을 보기 힘들 것 같았다.“아이는 딸이야, 아들이야?”만약 아들이라면 전지연의 안주인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진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딸이에요.”설은영은 잠깐의 침묵 후에 최씨 어멈을 바라보며 말했다.“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방에 두 사람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두었어요. 돌아가서 식사하시고 일찍 쉬세요. 내일은 일찍 일어날 필요 없어요. 취아 너도 고생했어.”안배를 마친 그녀는 진주를 불렀다.“창고로 가보자꾸나.”예전이었다면 전지연을 도울 방법이 제한적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강씨 부인에게서 적지 않은 귀중품을 받았으니 그 중에 귀한 약재도 있을 것이다.설은영은 보약이라도 몇 가지 골라서 보낼 생각이었다.“아씨, 전 소저는 앞으로 시댁에서 발 벗고 살 수 있을까요?”진주는 설은영이 고른 약재를 상자에 담으며 안쓰러움을 드러냈다.설은영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약간 무시는 당하겠지만 그리 심하진 않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상서부 출신이고 시댁은 고작 6품 관원 출신인데 선을 넘지는 않을 거야.”물론 출산 경험이 있는 여인도 이혼하고 새출발이 가능한 세상이었다.허나 전지연은 딸을 낳고 몸이 상하여 앞으로 자식을 볼 수 없으니 아마도 힘들 것이다.게다가 시댁에서 놓아주지 않고 친정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혼은 거의 불가능했다.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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