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비는 두 번의 삶을 살았지만 한 번도 자신이 서녀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비록 서녀라고 해서 설가의 핏줄인 신분은 똑같지만 그래도 강씨 부인이 어머니인 것과는 달랐다.추 이랑은 보기에 총애를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죽을 때까지 강씨의 안주인 위치를 흔들지 못했다.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이며, 그녀가 집안에서 받는 대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비록 이 저택의 모두가 설은영을 무시했지만 일상 생활에서 그녀를 박대한 적은 없었다.그러나 설은비 본인이 두 번의 삶 동안 줄곧 어머니라 여겼던 존재가 사실 친모가 아니라니.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제가 어떻게 그분의 딸이겠어요. 아버지, 어머니, 분명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지난 생 동안 그녀가 죽을 때까지 아무런 낌새도 눈치챌 수 없었을까.설은비는 두려웠다.만약 자신이 진짜 집안의 둘째라면, 이번 생에도 그 미친 연준에게 시집을 가야 할까 두려웠다.그녀는 그 혼인을 원치 않았다.진국공 연준은 폐인이다. 일품 공작의 지위에 있어도 그건 허울뿐인 호칭일 뿐, 실권은 없었다.전생의 죽기 직전, 그녀가 한때 무시하고 버렸던 가난한 선비 최진겸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승상이 되었고 설은영은 일품 고명부인의 영광을 누렸다. 이런 것들을 떠올리니 그녀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왜 혼약을 저버리면서까지 선택한 진국공부는 그녀를 속박하는 감옥이 되었을까.그리고 그녀가 하찮다고 버렸던 최진겸은 몇 년 후에 완전히 탈바꿈하여 이 나라에서 황제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권력을 쥔 사람이 되었다.설은비는 자신의 안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이번 생에는 절대 전생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추 이랑은 부들부들 떨며 대청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고 친딸이 자신을 이 정도로 거부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나으리, 부인….”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제가 어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겠습니까. 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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