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외출은 필요한 천을 주문하기 위함이고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서둘러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과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설은비가 웃으며 말했다.“이따가 교외로 나들이를 갈 건데 너도 같이 갔으면 해서.”예비 부부 두 쌍의 사이에 그녀를 초대한다니,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초대는 감사하지만 마음만 받을게.”말을 마친 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취아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 오르는 설은영을 보고 일행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본디 예의 상 한 말이고 정말 초대에 응한다면 오히려 어색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저 사람 성격이 까탈스럽네요.”서유은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저택에서 언니를 괴롭히는 건 아니죠?”설은비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앞으로 수년간 최진겸의 앞날을 위해서 친정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아니야. 원래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어색해하는 성격이야.”서유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럼 다행이고요. 만약에 괴롭힘을 당했으면 제게 말해줘요.”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설은비와 함께 한바탕 욕해줄 수는 있었다.한편, 마차는 중도에 서서히 멈추었다.가림막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설 소저, 국공께서 보자고 하십니다.”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말투는 굉장히 공손했다.설은영은 뭐라고 말하려는 취아를 말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예.”그녀는 눈빛으로 취아를 안심시킨 뒤, 마차에서 내렸다.옆에는 그녀의 마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호화마차가 서 있었다.안에는 흰옷을 입은 사내가 앉아 있었다. 시선을 강탈하는 완벽한 몸매에 반쪽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예전에 연준을 본 적 있었다.물론 연준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몇 년 전, 연준이 처음 연 노장군과 함께 남부 변방 전장에 참여했을 때, 고작 이백 명으로 적군 이천 명을 물리치며 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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