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문제는 없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임설희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교통사고 이후,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희망이 거의 없다는 말뿐이었다. 애써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이제는 집착하지 않기로 했지만 마음 한편에 남은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그 말은 제가 임신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누가 너한테 임신 못 한다고 했어? 도대체 누가 그런 헛소릴 했지?”“어, 그게...”그녀도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못 한다고 말한 이가 한둘이 아니었고 그중에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전문의들도 있었다.한의사는 고개를 약간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자궁에 손상이 있긴 했지만 평소 관리를 꽤 잘해온 것 같아. 회복이 꽤 괜찮아 보이더군. 내가 처방해 주는 약을 매일 복용하기만 하면 석 달 안에 자궁 상태 완전히 회복시켜 줄 수 있어.”임설희는 기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잠깐만, 방금... 이 사람, 나한테 말한 거 맞지? 그런데 왜 계속 내 뒤쪽만 보는 거지?’“크, 크흠.”한의사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다시 돌렸다.“약 복용하는 석 달 동안, 부부관계는 절대 금지야.”“네.”“술, 담배, 찬 음식 모두 금지.”“네.”“배를 따뜻하게 해. 여름이라도 아랫배는 항상 덮고 있어야 해.”“네.”“이 주의 사항들 아주 중요해. 제대로 듣고 있는 거 맞지?”임설희는 말없이 멈칫했다.“저기요, 저 계속 ‘네, 네, 네’ 하고 있었잖아요...”노한의사는 불만스러운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이 빨리 갖고 싶으면 본인도 좀 더 신경을 써야지.”임설희는 한숨을 내쉬었다.‘이 의사 정말 믿을 만한 거 맞아? 혹시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는 중얼거리듯 몇 마디를 더 덧붙이고는 큼지막한 약봉지를 건넸다.“하루 한 첩씩, 직접 달여서 복용해.”아직 약을 마셔보기도 전에 임설희는 벌써 입안에 쓴맛이 감도는 것 같았다. 그녀는 노한의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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