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비밀의 결혼: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못생긴 사람에게 시집가는 게 뭐가 대수라고... 만약 송씨 가문에 시원하게 복수도 못 해보고 끝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아, 방금 건 그냥 농담이에요, 김 회장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임설희는 억지로 웃으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김 회장은 히죽 웃더니 능청스럽게 말했다.“나야 당연히 농담으로 알지. 재밌는 농담이더군.”그러면서 자신의 바쁜 아들은 오늘도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그녀를 기다릴 겨를도 없이 먼저 떠났다고 했다.“걱정 마. 너희 둘은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실망하지 말고.”“전혀요. 실망 안 했어요.”임설희는 작게 중얼거렸다.“이제 너도 금원에 입사했으니 그 쇼핑몰 프로젝트 네가 맡아서 진행해 봐.”일 얘기가 나오자 임설희는 곧바로 진지해졌다.“그 프로젝트는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당시엔 을의 처지여서 말 못 했던 게 많지만 지금은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 프로젝트,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전혀 가능성 없어 보입니다.”금원은 최근에 거의 망하기 직전인 쇼핑몰 하나를 인수했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재정비해 살려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들의 자신감은 해당 쇼핑몰이 성종 그룹 플라자 상업 거리 바로 옆에 붙어 있다는 데서 비롯됐고 인접한 입지를 믿고 밀어붙인 셈이다.하지만 임설희의 생각은 달랐다.“우선 플라자 상업 거리는 원래 대형 복합 쇼핑몰 하나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요. 그건 저희가 직접 설계한 거라 내부 동선과 테마가 훌륭하게 구성되어 있고 이미 자리를 굳혔기 때문에 금원 쪽 쇼핑몰이 거기서 고객을 뺏어오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그리고 더 심각한 건, 금원 쇼핑몰은 실제론 상업 거리 안이 아니라 그 뒤쪽에 위치해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성종 측에서 지으려는 오피스 빌딩에 가려질 예정이라 햇빛도 못 받을 거예요. 그늘진 구석에서 누가 쇼핑을 하겠어요?”임설희는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전했고 이제 김 회장의 반응을 기다렸다.눈앞의 이 남자는 맨땅에서 시작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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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결국 김 회장이 진짜 바라는 건 하나였다.임설희가 김씨 가문의 손자든 손녀든 하나 낳아주는 것, 그렇게만 되면 금원을 그녀 손에 넘긴다 해도 결국은 자기 피를 이은 손주에게 다시 돌아가게 되며 자연스럽게 금원은 김씨 가문의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임설희 같은 유능한 인재까지 곁에 붙여둘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물론 임설희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득은 분명히 컸다.김 회장의 사무실에서 나와보니 원래 그 쇼핑몰 프로젝트를 맡고 있던 부장 서준호가 바깥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서준호는 서른 초반쯤 되어 보였고, 금테 안경을 쓴 채로 선비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임설희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그와 석 달 넘게 줄다리기하며 협의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서로 제법 익숙한 사이였다.“임설희 씨, 금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서준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임설희는 웃으며 악수를 받아주며 물었다.“부장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요즘 밤에 잠 제대로 못 주무신 거예요?”서준호는 한숨부터 쉬었다.“실은... 네, 잠을 잘 못 잤습니다. 눈만 감으면 그동안 임설희 씨께 무례하게 굴었던 기억이 떠올라서요. 이제 곧 제 상사가 되실 분이라 생각하니 등줄기가 서늘해져서 더는 잠이 안 오더라고요.”임설희는 그의 손등을 톡 치며 웃었다.“연기 그만해요. 제 생각엔 밤새 게임하신 거 같은데요?”서준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역시 저를 조사하셨군요.”“이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당연히 프로젝트 담당자의 취향쯤은 파악해 두는 게 기본이죠.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도 제 일의 일부니까요.”“그래서 제가 임설희 씨를 존경하는 겁니다.”일을 일로만 보지 않고 필요하다면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실용주의, 그런 점이 그에게는 인상 깊었다.금원은 이번 쇼핑몰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의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들었고 서준호는 임설희를 그 부서로 데려가 동료들과 인사시키려 했다.하지만 임설희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앞으로도 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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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대략 이 정도입니다. 최대한 빨리 수정해서 다시 가져오세요.”말을 마친 순간, 서준호는 자리에 일어섰다.그 모습을 본 박연우는 황급히 따라 일어나며 물었다.“서 부장님, 아까 말씀하신 내용들 문서로 정리해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서준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되물었다.“왜죠?”“저희가 제대로 듣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요.”박연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허, 그건 당신들 알아서 해야 할 문제죠.”그 대답에 박연우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녀로선 이 정도면 꽤 무례한 대응이었다.“서 부장님, 듣자 하니 이번 프로젝트에 새 책임자가 생겼다던데 혹시 그분과 직접 만나볼 수 있을까요?”서준호는 말끝에 냉소를 섞었다.“미안하지만 그분은 무척 바쁩니다. 당신 만날 시간 없어요.”그 말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조심스럽게 따라 나온 박연우의 조수는 불안한 표정으로 속삭였다.“부장님, 저희 혹시 이번 프로젝트 망친 건 아니겠죠?”박연우는 곧장 돌아서서 조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저 몇 군데 디테일 수정일 뿐이야. 이런 건 흔한 일이야. 괜히 겁먹지 마.”“근데, 그 서 부장님 말이 너무 빠르잖아요. 전 아예 못 따라갔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인원을 더 데려올 걸 그랬어요...”“지금 프로젝트 부서에서 내 사람은 너 하나뿐이야. 나도 너만 믿고 데려온 거고. 그러니까 돌아가면 괜히 입 놀리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네.”박연우가 자리를 뜨자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임설희는 비웃음 섞인 콧소리를 흘렸다.“내 손에서 무언가를 빼앗고 싶다면 그럴 실력부터 보여야지!”임설희가 진우 그룹에 돌아오자, 동료들은 하나같이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문지원이 먼저 달려와 보고했다.“부장님! 저희, 금원이랑 계약 못 했대요.”“그래?”임설희는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반응했다.문지원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우리한테 공로 뺏길까 봐 자기 조수만 데리고 가서 계약하더니 결국 일을 망쳐놨어요.”“그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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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퇴근 후, 회사 정문을 나설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더니 임설희의 팔을 슬며시 끌어안았다.“설희야, 방금 어머님께서 전화 왔는데 나보고 오늘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가래.”박연우였다.그녀가 말한 어머님은 다름 아닌 최현숙이었고 두 사람은 임설희 앞에서도 자주 ‘모녀지간의 돈독함’을 연기하곤 했다.“난 연우를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지 뭐야.”“전생에 나를 구하면 연우처럼 말 잘 듣고 똑똑한 딸을 둘 수 있을까?”“연우는 내 속을 다 알아주는 내 새끼 같아. 만약에 우리가 연우를 먼저 만났더라면 지금쯤 연우야말로 우리 송씨 가문 며느리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아휴, 이런 얘기 하면 또 누가 삐질 테니 그만할게...”입에 달고 사는 최현숙의 단골 멘트를 떠올리며 임설희가 싱긋 웃었다.“그래, 같이 가자.”송씨 가문에 도착했을 무렵, 임설희가 대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안에서 먼저 문이 활짝 열렸다아마도 차량 소리를 듣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최현숙은 반가움에 얼굴이 활짝 펴져 있었다.“연우야, 드디어 왔구나! 아주머닌 네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저도 어머님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너도나도 그리웠다며 감정을 주고받았다. 그 모습은 친 모녀보다 더 친해 보였고 보는 사람으로서는 괜히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아줌마가 우리 연우 좋아하는 갈비찜이랑 잡채 해놨어. 아, 맞다, 오늘 오후 내내 푹 곤 백숙도 있단다.”“저 진짜 어머님 음식 제일 좋아해요. 언제나 이렇게 챙겨주시고...”“저녁엔 많이 먹어야지. 그래야 아기도 쑥쑥 잘 크지.”“오늘은 배 터지게 먹고 갈게요!”박연우의 애교에 최현숙은 껄껄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임설희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찰떡궁합 콤비의 연기를 강제로 관람해야 했고 게다가 거실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다시 소파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완벽한 ‘고부케미’를 자랑했다. 정말, 그들 사이가 최현숙과 며느리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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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송시운이 옷을 갈아입고 나온 뒤, 둘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 식탁에는 이미 송영석과 윤미정이 앉아 있었고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송영석의 얼굴은 유난히 어두웠고 그 차가운 공기는 온 식탁 위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송시운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임설희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힌 뒤, 박연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금원이 우리 쪽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분명 계약하자고 해놓고 왜 갑자기 설계안을 다시 바꾸자는 거지? 이러면 결국 프로젝트가 반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셈이잖아. 그동안 쏟은 시간과 노력은 다 물거품이 되고.”임설희는 아무 말 없이 마치 남 얘기 듣는 것처럼 음료수를 따랐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최현숙은 순간 얼굴을 굳히며 노골적으로 노려보았다.“왜요? 어머님도 한 잔 따라 드릴까요?”임설희가 잔을 들고 태연히 물었다.“그저 먹을 생각뿐이야! 속도 없이 쯧쯧...”최현숙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어머님, 어디 불편하세요?”“너!”“그만 좀 해. 듣기 피곤하다니까!”참다못한 송영석의 낮은 호통이 터졌고 그제야 식탁 위로 짧은 정적이 흘렀다.박연우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하며 급히 말했다.“금원 쪽에서 설계안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어차피 제가 디자인한 것도 아닌데...”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임설희에게로 쏠렸다. 그녀는 음료수 한 모금 더 마신 뒤, 피식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내가 이 설계안 들고 금원이랑 협상했고 계약 직전까지 갔던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막판에 왜 틀어졌는지는 나도 몰라요. 설계안 때문인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는 금원만 알겠죠. 어쨌든 내 책임은 아닌 것 같네요.”“무슨 말이야? 네가 이 프로젝트에 관여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최현숙이 큰 소리로 외쳤다.“허, 저도 그럴 마음이야 있었죠. 근데 아버님이 절 정식으로 회사에서 자르셨잖아요? 제가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한들, 아버님이 허락해 주실까요?”송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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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시운 씨, 나 국 먹고 싶어.”임설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을 삐죽 내밀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국자를 송시운에게 건넸다.송시운은 임설희와 어머니 사이에 또다시 불꽃이 튄 걸 알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기대며 애교 부리는 아내가 사랑스럽기만 했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알겠어.”그는 국자를 받아 들고는 일부러 최현숙의 시선을 무시하고 식탁을 돌아가 그녀에게 따끈한 국을 떠다 주었다.“천천히 마셔.”임설희는 한 모금 마신 뒤, 일부러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와, 진짜 맛있다. 근데 이건 국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여보가 떠줘서 더 맛있는 것 같아.”“다 마시면 또 떠줄게.”“나 전복 먹고 싶어.”테이블 위, 전복찜은 일부러 최현숙이 박연우 앞에 두었기 때문에 송시운이 일어나야만 가져다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그 상황을 본 박연우는 잠시 주저하다가 억지로 웃으며 전복 접시를 송시운 앞쪽으로 밀어주었다.임설희는 전복을 하나 집어 먹더니 맛이 없다며 태연히 그것을 송시운 앞으로 내밀었고 송시운은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집어 먹고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나 갈비찜도 먹고 싶어.”이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말만 하면 됐다. 송시운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기를 집어 그녀의 그릇에 올려줬다.그녀가 원하기만 했다면, 입에 넣어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또 뭐 먹고 싶어?”“새우... 근데 까는 건 귀찮아.”“내가 까줄게.”송시운은 새우 몇 마리를 접시에 담더니 하나씩 껍질을 벗겨 그녀의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녀는 새우를 먹으며 감탄했다.“와, 너무 깔끔하게 잘 까줬어. 고마워.”그 사이 최현숙은 이맛살을 찌푸린 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박연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젓가락만 만지작거렸다.‘아마 울고 싶겠지.’하지만 임설희는 속으로 비웃었다.‘이 정도로 끝날 줄 알았어? 천만에. 오늘 이 식탁 위에 앉은 누구 하나도 편하게 못 넘기게 해줄게.’“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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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임설희는 감정이 북받친 듯 말하며 눈가를 훔쳤다. 손에 든 티슈로 눈물을 닦는 척하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슬쩍 송씨 식구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송씨 집안 식구들이 얼굴이 차례로 파랗게 질리다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걸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특히 박연우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입술을 꼭 다물며 참아냈다.“도대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참다못한 송영석이 벌떡 일어나 엎질러진 술잔을 집어 들고는 탁자 위에 쾅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시운아, 너는 어째 갈수록 사람 보는 눈이 없어지냐!”말을 마치고 그는 씩씩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그때 임설희는 눈을 깜빡이며 일부러 어리둥절한 척 묻는다.“여보, 아버님 무슨 뜻이야?”송시운은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그때 박연우가 급히 입을 연다.“어머님, 저 그런 거 아니에요, 저랑 그 사람은 그냥...”하지만 임설희가 곧장 받아쳤다.“진짜라니까요! 제가 말한 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실이에요. 우리 연우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박연우는 결국 당혹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애타게 물었다.“설희야, 정말 나를 이렇게까지 망신 줘야 속이 시원해?”“나는 네편 들어주려고 그런 건데 어떻게 그런 말 할 수 있어?”“설희야...”박연우가 더 말하기도 전에 임설희는 젓가락을 탁 내던지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하지만 계단을 올라가다가도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려 아래를 훔쳐봤다.주방을 나선 최현숙은 얼굴이 까맣게 질려 있었고 박연우는 어설프게 변명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최현숙의 얼굴은 점점 더 새파래졌다.“됐어. 너랑 네 전 남자친구 얘기 따윈 듣고 싶지도 않아.”“어머님, 제 말 좀...”“피곤하다. 방에 가서 쉴 테니, 시운아 너 좀 연우 데려다줘.”그 순간, 임설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웃음이 새어 나왔고 혹시라도 들킬까 싶어 서둘러 자기 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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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임설희는 그 남자의 얼굴에서 간신히 눈을 뗀 뒤,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허름한 진료실 안에는 그 남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이 남자가 설마 그 한의사일 리는 없고... 그럼 환자인가?’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남자 뒤편 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붙어 있는 붉은 종이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불임·난임 전문 치료]이제야 이해가 갔다.“선생님도 진료받으러 오셨어요?”“...”“그럼 혹시 의사분이 어디 계신지 알아요?”“...”“기다리신 지는 얼마나 됐는데요?”“...”세 번을 연달아 물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남자는 그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든 서류만 꼼꼼히 넘기고 있을 뿐 그녀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듯했다.“아, 뭐야...”임설희는 입을 삐죽 내밀며 조용히 투덜거렸다.“잘생기면 뭐 하냐, 예의가 없으면 다 무슨 소용이람.”하지만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을 던졌는데도 그 남자는 여전히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서류만 넘기고 있었다.‘사람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설마 안 들리는 건가?’지루한 시간을 때우고 있을 즈음, 문지원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사진 속에는 햇살 아래 공원을 걷는 제법 훈훈한 인상의 남자가 있었다.임설희는 곧바로 물음표 세 개를 날렸고 문지원은 침 흘리는 이모티콘을 붙여 답을 보냈다. 「우리 이모가 소개해 준 남자예요. 소개팅 마치고 지금 나 데리고 공원 걷는 중. 어때요, 잘생겼죠?」임설희는 답장 대신 옆에 있는 그 남자의 옆모습을 몰래 찍어 보내줬다.[어머, 조각상이에요?][아니. 사람이야. 근데 좀 아쉬워.][팀장님, 뭐가 아쉬워요?]그때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임설희는 대충 답장을 날리고 몸을 돌렸다.문을 열고 들어온 건 흰 러닝셔츠 차림에 흐트러진 백발에 털이 복실한 수염을 잔뜩 기른 노인이었다.그의 손에는 묘하게 생긴 물건이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허허, 내가 오늘 얼마나 귀한 걸 구해왔는지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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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큰 문제는 없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임설희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교통사고 이후,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희망이 거의 없다는 말뿐이었다. 애써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이제는 집착하지 않기로 했지만 마음 한편에 남은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그 말은 제가 임신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누가 너한테 임신 못 한다고 했어? 도대체 누가 그런 헛소릴 했지?”“어, 그게...”그녀도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못 한다고 말한 이가 한둘이 아니었고 그중에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전문의들도 있었다.한의사는 고개를 약간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자궁에 손상이 있긴 했지만 평소 관리를 꽤 잘해온 것 같아. 회복이 꽤 괜찮아 보이더군. 내가 처방해 주는 약을 매일 복용하기만 하면 석 달 안에 자궁 상태 완전히 회복시켜 줄 수 있어.”임설희는 기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잠깐만, 방금... 이 사람, 나한테 말한 거 맞지? 그런데 왜 계속 내 뒤쪽만 보는 거지?’“크, 크흠.”한의사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다시 돌렸다.“약 복용하는 석 달 동안, 부부관계는 절대 금지야.”“네.”“술, 담배, 찬 음식 모두 금지.”“네.”“배를 따뜻하게 해. 여름이라도 아랫배는 항상 덮고 있어야 해.”“네.”“이 주의 사항들 아주 중요해. 제대로 듣고 있는 거 맞지?”임설희는 말없이 멈칫했다.“저기요, 저 계속 ‘네, 네, 네’ 하고 있었잖아요...”노한의사는 불만스러운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이 빨리 갖고 싶으면 본인도 좀 더 신경을 써야지.”임설희는 한숨을 내쉬었다.‘이 의사 정말 믿을 만한 거 맞아? 혹시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는 중얼거리듯 몇 마디를 더 덧붙이고는 큼지막한 약봉지를 건넸다.“하루 한 첩씩, 직접 달여서 복용해.”아직 약을 마셔보기도 전에 임설희는 벌써 입안에 쓴맛이 감도는 것 같았다. 그녀는 노한의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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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차에 올라탄 임설희는 방금 받은 한약 봉지를 조수석에 툭 내려놓고 시동을 걸 준비를 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설희야, 내일이 무슨 날인지 기억해?”전화 건 사람은 박연우였다. 말투는 마치 어젯밤 둘 사이에 불편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상냥하고 유쾌했다.‘내일이 무슨 날이더라...’임설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곧 눈빛이 어두워졌다.“너랑 시운 씨 결혼 3주년 기념일이잖아!”“아, 그러네. 완전히 잊고 있었어.”그녀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대답했다.“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대신 기억하고 있었지.”“연우야, 역시 너밖에 없어.”“당연하지. 우린 베스트 프렌드잖아.”“근데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이번 기념일은 딱히 축하할 기분이 안 나.”“네가 그럴 기분이 아니면 내가 대신 준비해 줄게.”임설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받았다.“그러면 네가 번거롭지 않을까?”“너를 위해서라면 그깟 즘이야.”“그럼, 부탁할게.”“기대하고 있어.”“응.”전화를 끊자마자 임설희는 억누르고 있던 화를 더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운전대를 세게 내리쳤다.“가짜 결혼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 태연하게 결혼기념일을 챙겨주겠다고?”“한때나마 제일 친한 친구라고 믿은 내가 등신이야...”“박연우...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네가 감히 날 이렇게 가지고 놀아?”송씨 가문으로 돌아온 그녀는 차를 차고에 집어넣었고 동시에 다른 차량을 몰던 기사 아저씨가 차를 끌고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차에서 내리던 그녀는 작은 캐리어를 들고나오는 최현숙을 발견했고 기사가 황급히 달려가 그것을 받아 트렁크에 실었다.“어머님, 어디 가세요?”임설희가 다가가 물었다.최현숙은 그녀를 쓱 한번 훑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만 가는 거 아니야. 너 시아버지랑 시운이도 오늘 일이 있어서 나가. 오늘 집엔 너 혼자뿐이야.”“셋이 같이 나가시는 건가요?”“네가 알아서 뭐 하게?”그 말만 툭 던지고 최현숙은 무시하듯 차에 올라탔다.떠나는 차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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