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비밀의 결혼: Bab 21 - Bab 30

30 Bab

제21화

“역시 너야말로 딸 같은 며느리야...”“그럼 저 며느리 말고 그냥 어머님 딸 하면 안 돼요?”“그건 안 돼. 넌 꼭 우리 집 며느리가 돼야 해. 안 그러면 우리 시운이 임설희 그 여우 같은 계집애한테 다 퍼줄 거야.”서로 웃으며 주고받는 대화에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고 송영석과 최현숙은 먼저 배에 올라탔다.송시운은 박연우의 짐을 들어 옮겨주었고 그녀가 올라오다 중심을 잃을 듯 휘청이자 깜짝 놀란 그는 그녀를 부축해 그대로 품에 안고 배 위로 올렸다.배 위에 올라서도 박연우는 송시운의 허리를 꼭 안은 채 떨어질 줄 몰랐고 송시운은 그런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다 이내 체념한 듯 어깨를 살짝 으쓱했을 뿐, 끝내 떼어내려 하지는 않았다.심지어 배가 움직이자 혹시나 박연우가 다칠까 싶어 아예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기까지 했다.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바라보던 송영석과 최현숙은 무척 흐뭇한 눈길을 보냈고 네 사람 모두가 그 순간만큼은 임설희의 존재를 완벽하게 지워버린 듯했다.그렇게 배가 먼바다로 나아가고서야 임설희는 그늘진 구석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결혼기념일을 챙겨주겠다며 전화해 놓고 실상은 송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몰래 여행을 떠나는 자리였던 것이다.“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던 걸까.”박연우는 다정하고 섬세한 척했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치밀한 여자였다.임설희는 이를 악물며 쓴웃음을 삼켰다.“정말이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다음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한 임설희는 이 작은 리조트 섬이 숙소 하나뿐이라는 걸 확인하고 금세 그들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녀가 송시운 방의 창문 정면에 위치한 객실을 요청하자 프런트 직원은 난색을 보였다.“죄송합니다. 그 방은 욕조 수리 중이라 사용이 어렵습니다.”“괜찮아요. 전 그 방으로 할게요.”직원은 의아했지만 객실팀과 상의한 후 그녀에게 그 방을 배정해 줬다.객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눈에 송시운과 박연우가 함께 있는 맞은편 방이 들어왔다.박연우는 무언가를 손짓으로 설명하며 기념일 준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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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송시운의 얼굴에 당황이 그대로 드러났다.서둘러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괜히 의심받을까 두려웠는지 결국 통화 버튼을 누르면서 침대 위에 있는 박연우에게 당장 내려가라는 눈짓을 보냈다.그의 시선이 닿은 방향으로 박연우는 벌거벗은 채 바닥으로 엎드리며 기어가기 시작했고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쥐처럼 숨소리조차 죽인 채 화면의 사각으로 숨어들었다.“자기야, 으음, 방금 잠에서 깼어.”송시운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임설희는 눈은 곧장 그의 입가에 번진 립스틱 자국을 놓치지 않았다.“방에 누구 있는 거 아니야?”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송시운의 눈빛이 확 흔들렸다.“무슨 소리야. 당연히 없지. 왜 자꾸 이상한 상상을 해?”“글쎄, 아무리 봐도 수상하단 말이지.”“내가 뭐가 수상해?”“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방금 전까지 뭐라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보여.”송시운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믿음이 안 가?”“그럼, 한번 증명해 봐. 휴대폰 카메라 돌려서 방 한 바퀴 쭉 보여줘.”“장난 좀 그만 쳐.”“왜? 뭐가 켕겨? 왜 못 보여주는데?”한숨을 내쉰 그는 마지못한 척 몸을 일으켰고 동시에 카메라 바깥에 있는 박연우에게 손짓으로 지시했다.“됐어. 보여줄게.”박연우는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바닥을 기어가며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피해 움직였다.임설희의 시야 속에는 전라의 몸으로 머리카락이 흩어진 채 바닥을 엎드려 기는 박연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개처럼, 무릎과 팔꿈치로 기어가는 그 모습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였다.“침대 왼쪽 보여줘.”임설희가 지시하자 박연우는 재빨리 침대 앞쪽으로 기어갔다.“정면.”그러자 그녀는 재빠르게 침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오른쪽도 봐야겠어.”아직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그녀는 곧장 욕실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욕실도 확인할게.”박연우는 다시 침대 왼편으로 기어갔고 그렇게 방 안을 바닥에서 계속 기어다녔다.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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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어? 시운 씨, 영주에 출장을 간 거 아니었어?”“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나?”“물론이지, 우리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잖아.”“배 타고 바로 와 백운도로 와.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이 있어.”“진짜?”두 시간 후, 임설희는 리조트 앞에 도착했다.송시운은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손을 잡고 장미로 장식된 방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뒤에서 그녀를 감싸안으며 부드럽게 물었다.“깜짝 놀랐지?”‘진짜 여러 의미로 깜짝 놀랐지...’임설희는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감탄했다.“정말 예쁘다. 여보, 당신이 이걸 준비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당신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어.”그는 임설희를 꽉 끌어안으며 심장이 빨리 뛰는 걸 느꼈다. 숨이 가빠져 임설희의 입술에 다가가는 순간, 임설희가 그를 밀쳐냈다.“우욱...”그녀는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설희야, 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어제 먹은 게 좀 기름졌나 봐.”송시운이 다시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임설희는 다시 그를 밀쳐냈다.“왜 또...”“이 긴 머리카락은 뭐야?”임설희는 침대에서 긴 머리카락 한 가닥을 집어 들고 송시운 앞에 내밀며 물었다.송시운은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말했다.“아마 호텔 직원이 침대 정리할 때 실수로 떨어진 것 같아.”“그래?”임설희는 또 다른 긴 머리카락을 침대에서 주워들었다.“이것도 호텔 직원이 실수로 떨어뜨린 거야?”“도대체 뭘 의심하는 거야?”송시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가 커졌다.“너 요즘 왜 이렇게 의심이 많아? 이렇게 의심하는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속상한지 알아?”임설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했다.“나도 의심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어? 또 하나 있어!”말하며 또 머리카락을 집으려는 찰나, 송시운은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그만 해, 나중에 직원에게 새 침대 시트를 바꾸게 할게. 일단 부모님이랑 저녁이나 먹자.”“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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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온 가족이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거지? 좋아, 한번 놀아줄게.”“여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내가 왜 이러냐고?”임설희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또다시 송시운에게 따귀를 날렸다.“당신...”짝, 짝, 짝.세 번의 따귀에 송시운뿐만 아니라 송영석 부부와 박연우까지 모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감히 내 아들에게 손을 대? 네 이년이!”최현숙은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며 임설희를 향해 달려들었고 박연우도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먼저 달려갔다.“설희야,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자기 남편을 그렇게 때릴 수 있어?”그리고 이번에 임설희의 손바닥이 박연우를 향해 날아들었다.“어머나! 연우야,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어!”임설희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박연우의 얼굴을 감쌌다.“너...”박연우는 부글부글 속이 끓어올랐지만 차마 친구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난 괜찮아. 그런데 시운 씨는 다 큰 남자잖아. 그렇게 손찌검하는 건 너무 한 것 같은데...”“어디 너무한 정도야? 저런 건 쳐 죽여도 시원치 않아!”최현숙이 고래고래 소리쳤다.“어디서 저런 걸 마누라라고 데려온 거야!”송영석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설희야,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면 되잖아! 어떻게 부모님 앞에서 이 난리를 쳐!”송시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임설희는 송시운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왜 당신을 때렸는지 알아?”“혹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 말해봐. 내가 설명할게.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할 게 아니라 물어보는 게 먼저잖아.”송시운이 서운한 듯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설명한다고?”임설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입고 있던 외투 주머니에서 빨간 속옷을 꺼내며 비꼬았다.“그럼 어디 한번 설명해 봐.”자신의 외투에서 나온 그 빨간 속옷을 보자마자 송시운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박연우를 향했고 박연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살짝 최현숙 뒤로 숨겼다.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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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그 순간 송영석 부부는 속이 뒤틀리는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두 사람은 임설희와 박연우를 번갈아 노려보다 급하게 방을 나갔다.박연우는 이미 완전히 얼굴을 들 수 없어 털썩 주저앉았다.이제 앞으로 송씨 가문 식구들과 함께 식사할 때마다 그들은 바로 그 빨간 속옷을 떠올릴 것이다.그때도 태연히 같이 얼굴을 맞대고 앉아 밥이 넘어갈 수 있을지, 임설희는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렇게 모두 불편하게 만드니 만족해?”송시운이 큰소리로 임설희를 추궁했다.임설희는 주저 없이 손을 들어 송시운의 얼굴을 후려쳤다.“당신이나 먼저 저 속옷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그 말과 함께, 그녀는 박연우를 냉정하게 쏘아보더니 뒤돌아 방을 향해 걸어갔다.그때 문 앞에 서 있던 송영석 부부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고성을 질렀다.“당장 저 여자랑 이혼시켜! 우리 송씨 가문에 이렇게 못 배운 며느리는 둔 적 없다!”‘이혼?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이혼이야! 왜 또 가짜 이혼 증명서를 들이밀면 해결된 거라 생각하나 보네?’임설희는 원래 나가려던 참이었지만 도저히 화를 누를 수 없어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그러고는 송영석 부부가 보는 앞에서 송시운과 박연우가 앉아 있는 테이블을 번쩍 들어 그대로 테이블을 뒤엎었다.접시와 음식, 컵과 그릇이 우르르 쏟아지며 바닥에 떨어지면서 방안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좋아요. 못 배운 게 어떤 건지 한번 보여줄게요!”그때, 종업원과 옆 테이블의 손님들도 이 광경을 구경하려고 고개를 내밀었다.“너...”송영석 부부는 임설희를 가리키며 분노로 말문이 막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다 최현숙은 바로 팔을 걷어붙이며 임설희를 때리려고 했지만 발밑의 국물 때문에 미처 발을 빼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져서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임설희는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어머님, 오늘 이 일 정말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세요?”“너!”최현숙은 수치스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시운 씨가 그 속옷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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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강도진이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그는 우림 전자의 차남이자, 성준의 절친한 친구였다. 오늘의 모임은 그가 주선한 것인데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성준과 만나기 위해 그에게 부탁한 것이었다.그는 밖에서 있었던 일을 전달하고는 뿌듯한 듯 성준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성 대표, 오늘도 변함없이 빛나시네요. 자, 내 마음을 담아서 한 잔 올리죠.”강도진은 자신의 잔에 술을 가득 따른 뒤, 한 번에 마셔버렸다. 성준은 차갑게 그를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석 잔.”강도진은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야, 이 잔 크기로 석 잔이면 그게 한 근이 넘는데, 날 죽일 셈이야?”“네가 주최자라면서 결국 늦게 왔잖아.”강도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처음엔 방금 마신 잔으로 빠져나가려 했으나 옆에 있던 사람들이 기회를 보고 다가왔다.그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대신 올리겠습니다.”그 말을 끝내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성준은 이미 눈꺼풀을 내리며 담배 재떨이를 응시하고 있었다.“네가 왜 나서? 성 대표가 나한테 준 벌인데!”강도진은 성준의 눈치를 살피다 망설임 없이 석 잔을 따라 한 번에 마셨다. 그가 석 잔을 다 비운 후, 성준은 마침내 고개를 들고 안절부절못한 채 서 있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당신은 누구지?”남자는 잠시 멈칫하다가 급히 대답했다.“소지훈이라고 합니다. 연한 건설의 저희 회사입니다.”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그래.”“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소지훈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잔을 한 번에 비웠다. 눈앞의 남자는 성종 그룹의 미래의 후계자였기에 그와 연결될 수만 있다면, 아니 단지 인사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지훈이 자리에 돌아갔을 때, 다른 사람들도 기회를 엿보며 다가가려 하자 강도진은 그들에게 살짝 눈짓을 보냈고 그들은 마음속으로 아쉬움을 삼키며 자리에 앉았다.성준이 담배를 다 피우고 재떨이에 담배를 던지자, 강도진이 또 한 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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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다만 뭐?”“그 여자 술고래예요...”임설희는 이미 취기가 올라와 있었다. 다행히 이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손에 든 술잔을 비우고 바로 계산하고 떠날 생각이었다.그런데 막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한 남자와 부딪혔다.“어이, 눈은 어디 두고 다녀!”남자는 처음엔 화가 나 있었지만 임설희의 얼굴을 보고는 금세 표정을 바꾸며 추근거리며 따라왔다.“아가씨, 나랑 한 잔 어때?”“오빠한테 한 번만 얼굴을 봐주면 안 돼?”임설희는 귀찮은 듯 점점 더 빠르게 걸었고 그 남자는 아예 달려와 앞을 막은 채 손으로 코를 긁으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여자가 한밤중에 술을 마신다는 건 남자랑 헤어졌거나 아니면 외로워서 남자를 찾으려는 거지.”그는 다시 임설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어떤 이유든, 이 오빠가 다 만족시켜 줄 수 있어.”임설희는 술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았다.“저리 꺼져!”“오, 제법 성깔 있네? 그래, 그런 게 더 좋다니까.”“경고하는데 나 건드리지 마!”임설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럼 오빠한테 뽀뽀 한 번만 해줘. 그럼 놓아줄게.”임설희는 이미 많이 취해 있었고 온몸이 축 처져와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냥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든 실랑이를 피하려고 몸을 돌렸지만 남자는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놔!”“오늘 밤 오빠랑 같이 놀자니까.”“다시 따라오면 나도 가만히 안 있을 거야!”“때리는 걸 좋아하는구나! 가자, 내가 다 벗을게. 아무렇게나 때려도 돼!”임설희는 그 남자의 끈질긴 태도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좋아, 당신이 원한다면.”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며 남자가 방심한 틈을 타 빈 술병을 몰래 집어 들었다.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신나게 뒤따라 들어갔다.한편, 성준은 임설희를 몰래 따라나서던 유태수를 떠올리고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리다 내키지 않은 듯 뒤따라갔다.다만 그가 골목에 들어섰을 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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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숙취가 지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임설희는 몇 번이고 머리를 흔들며 겨우 정신을 차린 뒤, 눈을 뜨자 자신이 호텔의 큰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다만 온몸이 결박된 채였고 그 순간 그녀는 놀라서 몸부림쳤지만 손과 발이 모두 묶여 있어서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그녀는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히 한 남자에게 이 방으로 끌려 들어갔고 침대에 던져졌으며 그 남자가 그녀 위로 올라탔다.“젠장!”기억을 이어가기도 전에 당황과 공포가 밀려왔다. 결박을 풀려고 발버둥 쳤지만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았다.“개자식! 기다려!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하지만 어느 정도 소리를 지르자 오히려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으며 차분해졌다.그제야 자신의 몸에 감긴 침대 시트가 결코 튼튼하게 묶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손을 뒤로한 채 한 땀 한 땀, 인내심을 가지고 묶인 것을 풀어갔다.약 15분이 지나서야 땀에 젖은 얼굴로 결박을 풀어낸 임설희는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몸을 일으켜 옆에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 그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그러다 자신이 입고 있는 흰 셔츠를 보자 화들짝 놀라 거울 앞에 섰다. 흰색 셔츠에는 립스틱 자국이 여러 군데 찍혀 있었고 그 자국을 보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몇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임설희는 남자의 셔츠를 잡아당기며 억지를 부렸다.“이건 내 거야! 내 공주 드레스라고! 이 도둑놈아, 당장 벗어!”‘정말 내가 그랬다고?’하지만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후의 기억이 점점 더 또렷하게 떠올랐다.그 남자는 귀찮은 듯 그녀를 밀쳐내려 했고 그녀는 갑자기 뛰어들어 그의 품에 안기며 음흉하게 입술을 여기저기 들이밀며 일부러 그의 흰 셔츠에 입술 자국을 남기며 말했다.“하! 아직도 내 공주 드레스 아니라고? 봐, 이게 바로 증거잖아!”그 남자는 여러 번 임설희를 밀어냈지만 그녀는 또 포기를 모르고 다시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결국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셔츠를 벗어 그녀에게 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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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그 말을 마친 후, 성준은 이를 악물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그쪽에서 전화를 끊은 것을 확인한 김 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쁜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그렇게 오랫동안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들이, 결국 화를 낸 건가?”“역시 내가 고른 며느리는 다르다니까. 정말 대단한 여자군.”“그래, 회사를 물려주는 거로는 안 되겠어. 내 재산도 이제 다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거야!”임설희는 체크아웃을 하면서 자신이 묵었던 방이 스위트룸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가 결제하려고 카드를 내밀자 프론트 직원이 싱긋 웃으며 안내했다.“그 방은 성 대표님 전용 룸이라 따로 결제가 필요 없습니다. 고객님.”“성 대표가 누구죠?”“여기는 성종 그룹이 운영하는 리조트인데, 모르셨어요?”임설희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성종 그룹의 성준 대표님입니다.”‘뭐라고? 성종 그룹의 그 대표라고? 내가 만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못 만났던, 바로 그 성 대표?’임설희는 급히 방으로 돌아가서 청소 직원이 정리하기 전에 쓰레기통에서 자신이 버린 셔츠를 찾아냈다.그 셔츠를 보고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그래. 이걸 핑계로 만나면 되잖아!’송씨 가문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임설희가 여전히 지끈거리는 머리가 문지르며 집에 들어서자 갑자기 큰 짐 가방이 그녀의 앞에 던져졌다.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드니, 최현숙이 정면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그녀는 화가 난 듯 보였고, 옆에는 가정부가 서서 같이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너, 이제 와서 무슨 얼굴로 집에 들어와!”임설희는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더 이상 최현숙과 시비를 걸 기운이 없어 그대로 짐 가방을 챙겨 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그때, 윤미정이 그녀를 막아섰고 가방을 다시 빼앗아 문 앞에 던져버렸다.“흥, 이 집에 다시 들어오려면 우리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해!”‘사과?’‘바람피운 사람은 송시운인데 지금 나보고 사과를 하라는 거야?’임설희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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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임설희는 사과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박연우는 그녀가 잘 곳을 정리하고 있었다.정리가 끝난 뒤, 박연우는 임설희 옆에 앉아 마치 조심스럽게 충고를 하려는 듯한 태도로 말을 꺼냈다.“부부 사이에선 어쩔 수 없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야. 너희 둘이 앉아서 진지하게 얘기해야지, 이렇게 집을 나가면 오해만 커지잖아.”임설희는 박연우가 말하는 동안, 슬쩍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그 말투에서 분명히 약간의 즐거운 기색이 섞여 있었다.“내가 집을 나온 게 아니라, 그쪽에서 날 쫓아낸 거라니까!”그 말에 박연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님도 당연히 화가 나셨겠지. 어젯밤에는 너 너무...”“넌 내 가장 친한 친구잖아. 그런데도 내 편을 안 들어주는 거야?”박연우는 약간 당황했지만 금방 표정을 고치며 임설희를 달랬다.“물론, 나는 네 편이야.”임설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흥, 시운 씨가 그 속옷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나는 절대 시운 씨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박연우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어쩌면 그게 오해일 수도 있지 않을까?”“오해? 속옷을 주머니에 넣은 게 어떻게 오해야! 분명히 시운 씨가 밖에 다른 여자가 있어. 그 여자는 백운도까지 따라가서 우리가 결혼기념일을 보낼 거라는 걸 알고도 시운 씨랑 몰래 자고 속옷을 주머니에 넣은 걸 거야!”박연우는 임설희가 정확히 짚어낸 상황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설희야...”“그런 여자는 정말 쓰레기보다도 못해. 남의 가정을 망치고 잘 되나 보자!”“진짜 인간으로서 할 짓이야! 지옥에나 떨어져!”임설희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었고 박연우는 임설희의 저주를 듣고 깜짝 놀라 움찔거렸다.“어쨌든, 시운 씨가 내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박연우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시운 씨한테 전화해 볼까?”“그럴 필요 없어. 그이가 집에 돌아와서 내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히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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