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Bab 291 - Bab 300

775 Bab

제291화

강지연은 하루 종일 멍하니 있다가 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린 듯 장시범의 말을 곧바로 이해하더니 입을 열었다.“네가 왜 미안해. 할머니랑 나 이미 정말 많은 신세를 졌는데 아직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했잖아.”하지만 장시범은 그저 씁쓸하게 웃었을 뿐이었다.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홍순자의 행방이었다.강시우는 장시범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말했다.“저희는 이미 장시범 씨와 가족분들께 충분히 감사하고 있어요. 이번 한 달 동안 우리 지연이를 돌봐주셔서 정말 고마워요.”장시범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가 마음에 둔 건 혹시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일까?아니면 지금 이 상황에서 과연 자신의 위로가 필요한 걸까 하는 망설임 때문이었을까.“우리 꼭 할머니를 찾아 모셔 와요!”그는 이미 그의 아버지에게도 연락해 두었고, 그의 아버지도 기꺼이 나서서 찾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네. 할머니는 분명 무사하실 거예요. 우선 들어가서 좀 쉬세요. 조심히 들어가요.”장시범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기호범은 강시우와 강지연을 예약해 둔 호텔로 안내했다.해성의 최고급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에 방 두 개를 예약해 두었지만 강지연은 그저 어리둥절한 상태로 고개를 숙인 채 강시우의 뒤만 따르며 결국 방 안까지 함께 들어가고 말았다.그는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걷다 거의 부딪칠 뻔한 강지연을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기호범에게 말했다.“제 동생 짐도 같이 옮겨 주세요.”이 상태의 그녀를 혼자 방에 두는 건 불안했던 강시우는 스위트룸 구조를 빠르게 확인한 뒤 자신이 소파에서 자면 되겠다고 판단했다.짐이라는 말에 강지연은 마치 꿈에서 깬 사람처럼 물었다.“우리 짐 가져왔어요?”비행기에서 내린 뒤로 그들은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짐을 챙길 여유조차 없었다.짐을 잃는 건 큰일도 아니었지만 홍순자가 사라진 일은 그녀의 마음을 도려내는 것만큼이나 큰일이었다.“응. 가져왔어.”강시우가 말을 이었다.“호범 삼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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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하지만 온하준은 그렇게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어댔지만 강시우는 더 이상 받지도 않았다.강지연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또다시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에 뜬 온하준이라는 이름을 본 그녀는 받을지 말지 잠시 망설이고 있었다.“아까부터 계속 오길래 내가 한 번 받았어. 괜찮지? 할머니 소식은 모르더라고. 그래서 그냥...”강시우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강지연이 망설였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홍순자에 대한 소식을 모른다면 굳이 받을 이유도 없었고 또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와 얽힐 여유도 마음도 없었다.결국 온하준에게서 전화가 한 번, 또 한 번 걸려 왔지만 그녀는 끝내 받지 않았다.그 시각 온하준은 회사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고 문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일이야? 아직 회의 중이신가? 온 대표 많이 바빠?”김도윤이 사무실 앞으로 다가오며 물어보자 비서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미 여러 번 재촉했지만 대표님께서 계속 나오지 않으세요.”“내가 한 번 들어가 볼게.”김도윤은 문을 가볍게 두드린 뒤 바로 열고 들어갔다.“하준아, 아직 안 끝났어? 다들 밖에서 회의 기다리고 있어.”“다 됐어.”온하준은 그제야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회의실에는 이미 회사 임원들과 일부 관리자들이 자리를 잡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일이 조금 늦어졌네요. 바로 시작하죠.”그는 자리에 앉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다른 곳에 가 있었다.김도윤이 바로 입을 열었다.“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로시 그룹은 업계에서 글로벌 최대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시 그룹 회장님은 이미 별세했고 현재 후계자는 외아들 로시 강입니다. 그는 사업의 중심을 국내로 옮기려 하고 있고 심지어 이미 사람을 시켜 사전 작업을 집행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기업인 기호범 씨가 해성에 내려와 있다고 하니 로시 강 역시 조만간 방문할 가능성이 큽니다. 로시 그룹은 국내에서 협력 파트너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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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다 강지연 때문이야.”김도윤이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이번에는 강지연이 없으니까 분명 잘될 거야.”“그게 무슨 헛소리야!”온하준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진짜야.”김도윤은 물러서지 않았다.“사업을 하다 보면 가끔은 사주도 믿어야 할 때가 있어. 하준아, 너랑 강지연은 사주팔자가 안 맞아. 너 강지연이랑 결혼하고 나서 좋은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온하준은 마음을 다른 곳에 둔 채 말했다.“그만 좀 떠들어! 우리 회사가 언제 상장했지? 내가 결혼하고 나서 아니야?”“그건 다르지. 해마다 운은 바뀌니까. 회사 운이 좋았을 땐 네 기운이 강해서 강지연의 부정적인 영향을 눌러버릴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운세라는 게 그렇게 계속 유지되진 않거든. 강지연이 서서히 네 운을 흡수해 가면 결국 너한테 남는 건 불운뿐이야. 진짜야! 내가 일부러 점쟁이까지 찾아가 봤어. 우리 회사가 올해 잘 풀리지 않은 원인이 여기에 있었던 거야.”온하준은 여전히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김도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왜 옛날 사람들이 아내가 현명하면 집안이 번창한다고 했는지 알아? 강지연이 예전처럼 네 말에 순종하고 맞서 싸우지 않을 땐 네 인생도 괜찮았잖아. 근데 강지연이 반항하고 자기주장대로 하기 시작하면 그때마다 네 운세가 미끄러졌어. 집안이 화목해야 만사가 형통하다는 말 괜히 있는 말이 아니야.”“됐어. 회사 잘 보고 있어. 나 나가봐야 해.”온하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김도윤의 말을 더는 듣는 척도 하지 않은 채 사무실을 빠져나갔다.그는 걸어 나가며 곧바로 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용문동에는 가봤어? 할머니가 집에 안 계셔? 장인어른 댁은? 거기도 없어?”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통화 내용을 얼핏 들은 김도윤은 조용히 사무실로 돌아가 곧바로 이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나야, 강지연 할머니가 사라진 걸 하준이도 알고 있는 것 같아. 조심해. 말실수하지 말고.”“나도 알아. 강지연도 돌아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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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바보야.”김도윤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누구냐? 우린 형제잖아, 맞지? 오늘 저녁 시간 있어? 같이 술 한잔할래?”“좋아!”이하나는 망설임 없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온하준은 유럽에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홍순자를 찾는 일에 나섰다.진경시에 도착했지만 홍순자와 관련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휴대전화 번호도 임대 기록도 호텔 투숙 정보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때 해성에 있던 김도윤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연달아 전화를 걸어왔다.당장 해성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재촉에 온하준은 홍순자를 찾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결국 발길을 돌렸다.해성에 도착한 뒤에도 그는 홍순자가 머물 법한 모든 곳을 샅샅이 확인했지만 결과는 같았다.이상할 정도로 정말 아무 흔적도 없었다.그럼에도 온하준은 단 한 번도 홍순자가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은 떠올리지 않았다.홍순자를 숨겨 둔 사람은 강지연이었고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분이었기에 설령 외국에 있다고 해도 분명 자주 연락하고 있을 거라 믿었던 것이다.그리고 정말로 홍순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강지연은 반드시 자신에게 가장 먼저 알렸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는 자신이 강지연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가족이라고 믿고 있었다.강씨 가문의 세 사람은 이미 그녀의 인생에서 지워진 존재였다.게다가 회사 일은 최근 유난히도 바빴다.온하준은 이 문제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기로 했고 운전 기사에게 홍순자가 집으로 돌아왔는지만 가끔 확인하게 했을 뿐이었다.그는 홍순자가 실종되었을 가능성 자체를 아예 떠올리지 않았다.강지연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는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아프신 건가? 아니면 길가에서 쓰러지신 건가? 혹시 이상한 사람들과 엮이신 건 아닐까?’병원이라면 기록이 남아 있을 터이니 온하준은 운전 기사에게 병원을 하나하나 확인하게 했다.만약 길에서 쓰러지거나 위험에 처했다면 누군가 발견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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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강지연의 마음은 온통 홍순자의 안위로 가득 차 있었다.지금 그녀에게는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감정싸움도 받아들일 여지가 없었다.“저 사람 누구야?”온하준은 노골적인 적의를 담은 눈빛으로 곁에 서 있는 강시우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물었다.그녀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강시우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먼저 말했다.“지연아, 가자.”담담한 그의 시선이 온하준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갔다.“거기 서!”온하준은 곧장 뒤따라 나와 두 사람의 앞길을 막아섰다.그의 시선은 여전히 강시우를 겨누고 있었지만 질문은 강지연에게로 향했다.“할머니 소식은 있어?”“저기요. 당신과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요.”차가운 밤바람 속에서 강시우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자신의 뒤로 감싸며 보호해 주었다.온몸을 감싼 검은 옷차림과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겹쳐 그의 존재감은 유난히도 압도적이었다.온하준은 비웃듯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상관없는 일이라고? 당신은 어디서 튀어나온 건데? 직접 물어봐, 내가 강지연한테 어떤 사람인지! 나랑 상관있는지 없는지 알고 그런 말 하는 거야?”“알고 있죠.”강시우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온하준. 지연이 남편. 아, 아닌가? 전 남편? 아니면 곧 전 남편이 될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전 남편이라는 단어가 결국 온하준의 화를 더 불러일으키고 말았다.“전 남편? 말도 안 돼! 강지연, 이리 와!”그 말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마치 아직도 그녀가 자신의 부름에 당연히 응해야 한다는 듯이.예전의 강지연이라면 그랬을 것이다.화가 나 있어도 마음이 상해 있어도 온하준이 부르기만 하면 망설임 없이 다가갔던 그녀였다.하여 온하준은 확신했다.적어도 옳고 그름의 원칙적인 문제 앞에서는 강지연이 결코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하지만 강지연은 움직이지도 않았다.그녀는 그저 강시우 뒤에 선 채 이 모든 집착과 다툼에 깊은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특히 지금은 홍순자를 찾지 못한 이 상황에서 남편이니 전 남편이니 하는 말은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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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강시우는 운전기사나 기호범을 부르지도 않았고 직접 운전하기로 했다.차에 오르자마자 기호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 강지연을 잠시 바라보더니 운전을 서두르지 않고 먼저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짧게 대답만 하며 기호범에게 말을 이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기호범은 간결하게 용건만 전했다.“대표님이 말씀하셨던 자료 준비됐어요. 바로 파일 보내드릴게요.”강시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그가 보내온 파일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다.솔직히 말해 기호범의 일 처리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불과 잠깐 사이에 수십 장에 달하는 자료를 정리해 보내왔고 글과 도표까지 깔끔하게 갖춘 문서였다.강시우는 몇 분간 훑어보듯 문서를 살핀 뒤, 머릿속으로 전체 윤곽을 그려냈다.그는 이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이 잡혔다.“오빠, 호범 삼촌이에요? 무슨 일 있어요?”옆에 있던 강지연이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강시우는 고개를 저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되물었다.“지연아, 네 계획을 말해줘 봐. 이제 온하준이랑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사실 강지연은 하늘에서 떨어진 듯 갑자기 나타난 강시우와도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특별히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하여 그녀는 유럽에서 해성으로 오는 내내 자신의 결혼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그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질문이 나왔다는 건 강희라에게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는 뜻일 터였다.강지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오빠, 제 생각은 이제 분명해요.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 거예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이혼하려고 온 거예요. 다만 지금은 할머니를 찾는 게 최우선이니까 할머니를 찾고 나면 바로 이혼 절차를 밟을 거예요.”강시우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마치 마음에 결정을 내렸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지연아, 오빠 잘못이야. 해성에 동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고 있을 줄은 몰랐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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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하지만 저녁에 되도록 이안은 아직 정확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다만 최근 이하나와 김도윤이 유난히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지만 사실 그 두 사람은 원래부터 가까운 사이이기도 했다.“지연 언니, 제가 계속 단서 찾아보라고 했으니까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요?” 이안이 전화기 너머로 조심스럽게 말했다.“네, 고마워요 이안 씨. 제가 선물도 챙겨왔는데 줄 시간이 없었네요. 며칠 뒤에 시간 내서 만나요.”강지연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이안 쪽의 소식도 경찰 쪽의 소식도.강시우가 푹 쉬라고 호텔로 데려왔지만 그녀는 도무지 쉴 수가 없었다.강지연은 불을 끄고 침대에 기대어 강시우의 말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아수라장이었다.그녀의 몸은 이미 극도로 지쳐 있었고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 눈을 감았지만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마다 곧바로 꿈에 빠져들었다.꿈속에서는 계속 홍순자의 얼굴이 보였고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살려달라고 애타게 호소하고 있었다.그럴 때마다 강지연은 화들짝 놀라 깨어났고 어둠 속에서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꿈속의 홍순자는 너무 야위어 이목구비가 일그러져 있었고 파란 옷을 입은 채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강지연을 바라보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도 선명했다.그녀는 여태껏 그렇게까지 또렷한 꿈을 꾼 적이 없었다.얼굴의 주름 하나하나가 다 보였고 흰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전부 보일 만큼, 꿈속이면서도 가슴이 저릴 정도로 생생했다.잠에서 깨어난 강지연은 가슴을 세게 움켜쥔 채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울며 중얼거렸다.“할머니, 도대체 어디 계신 거예요...”그녀는 밤새 뒤척이며 잠들지도 깨어 있지도 못한 채 반복되는 꿈에 시달렸다.그러다 보니 혹시 정말로 홍순자가 그 꿈속의 고통을 그대로 겪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아침이 밝아올 무렵 마침내 소식이 왔다.낯선 번호로 친구 요청 하나가 들어왔고 메모가 추가되었다.[할머니가 어디 계시는지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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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강지연은 곧바로 옆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동시에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도 보냈다.[오빠, 저예요. 문 좀 열어 봐요! 할머니 소식을 알게 됐어요.]그러고 받은 영상을 그대로 강시우에게 전달했다.하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강시우는 방에 없었다.잠시 후, 영상을 확인한 강시우에게서 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지연아, 이 영상 누가 보낸 거야?”강지연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서둘러 말했다.“모르는 번호로 누군가 저한테 보내왔어요. 돈 7억 원을 요구하더라고요. 오빠, 어디예요? 밖에 나간 거예요? 저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요!”“잘 들어, 지연아. 나 지금 잠깐 처리할 일이 있어서 밖에 나와 있어. 영상을 봤으니 이건 나한테 맡겨. 호범 삼촌이 바로 너 데리러 갈 거니까 경찰서에 가서 신고해. 일단 방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강시우는 상황을 짧게 정리하며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지연아, 오빠가 할머니 꼭 모시고 올 거니까 나만 믿어.”강지연은 그저 짧게 대답만 하고 기호범이 오기를 기다렸다.예상대로 기호범은 바로 도착했고 이미 강시우의 지시를 받았기에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데리고 경찰서로 향했다.강지연이 영상을 경찰에게 건네자 경찰들의 표정이 즉시 굳어지더니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그녀는 또다시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경찰이 영상 발신자의 위치와 실명 정보를 찾아낼 때까지, 이안의 남자 친구가 정확한 주소를 찾아낼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강지연은 흐르는 매 순간이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다.하지만 그녀는 곧 기다림만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기다림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가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경찰은 IP 주소를 통해 영상 발신 위치를 정확히 확인했고 실명 정보를 통해 카톡 계정의 소유자도 찾아냈다.그러나 강지연이 전혀 모르는 낯선 이름이었다.경찰은 즉시 그의 집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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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오빠, 저도 갈래요. 저도 가고 싶어요!”강지연의 내면을 지탱하던 도덕이라는 이름의 벽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그녀는 홍순자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강지연은 홍순자를 만나러 가야만 했고 그곳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만약 홍순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녀는 그 세 놈과 함께 최후를 맞이할 각오까지 되어 있었다.강시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바로 승낙했다.“그래, 알았어. 호범 삼촌이 데리러 갈 거야. 기다리고 있어.”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교외,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폐허 창고에는 낡은 목재와 버려진 자재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먼지가 모든 물건 위에 두껍게 내려앉아 있었다.그리고 공기에는 오래 묵은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그 한가운데 나무판자를 대충 얹어 만든 허술한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침대 위의 이불은 수년간 사용하지 않은 탓에 새까맣게 변색되어 있었고 곳곳에는 곰팡이 흔적들이 잔뜩 보였다.바닥에는 이미 말라붙은 오줌 자국과 시커멓게 굳은 배설물이 널려 있었고 쥐들이 구석에서 기어 나와 창고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그 지옥 같은 환경 속, 침대 위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홍순자였다.그녀는 눈을 감은 채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그때 창고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강성호와 유서원이었다.문을 여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동시에 코를 막으며 얼굴 가득 혐오감을 드러냈다.유서원의 손에는 도시락이 들려 있었고 강성호는 코를 막은 채 소리쳤다.“엄마, 밥 먹어야지!”침대에 누워 있는 홍순자는 몸을 돌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눈도 겨우 뜨는 수준에 의식마저 흐릿하게 떠다니는 상태였다.어렴풋이 들려오는 강성호의 목소리에 홍순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아마도 이틀 정도가 한계일 것 같았다.‘우리 지연이를 끝내 못 보겠네. 안 보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 있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그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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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할망구! 아직 안 죽었지?”강성호는 홍순자의 머리를 거칠게 밀치며 물었다.홍순자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입만 반쯤 벌린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눈빛은 점점 흐려졌다.“그만 해. 진짜 죽으면 어떡해?”유서원이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강성호는 병상에 누운 자신의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변하더니 입꼬리를 비틀었다.“엄마, 날 탓하지 마. 집을 빨리 내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어.”유서원은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차피... 유언도 다 준비해 놨잖아. 안 그러면...”“그 입 닥쳐!”강성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창고 안을 가로질렀다.“유언이니 뭐니 죽어야 효력이 생기는 거야! 살아 있는 한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라고!”“그... 그럼...”유서원은 힘없이 누워 있는 홍순자를 바라보더니 문득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그녀가 아이 두 명을 낳았을 때 홍순자는 늘 곁을 지켜주었고 삼계탕도 직접 끓여 먹이던 사람이었다.“그럼 뭐가 그럼이야!”강성호가 다시 소리치며 말을 이었다.“혼자 알아서 죽은 거야. 우리랑 상관없어! 그래도 우린 밥이라도 챙겨 줬잖아!”유서원은 겁에 질려 온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그의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강성호는 혐오스럽다는 듯 홍순자의 몸에 묻은 배설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엄마, 탓할 거면 강지연을 탓해. 원래라면 깨끗하게 모셔서 편히 보내드릴 수 있었는데 강지연이 찾고 있잖아. 그러다 만약 발견하기라도 하고 엄마를 살려버리면 어떡해?”강지연이라는 이름이 들리는 순간 홍순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눈물만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강성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유서원을 향해 말했다.“여기는 빨리 끝내야 해. 계속 이러고 있다가 누가 찾아오면 안 되거든. 당신이 여기서 이 늙은 년이 숨 거둘 때까지 기다려 봐. 죽으면 바로 집으로 옮기고 깨끗이 씻겨 병사로 위장해 놔.”그의 말을 듣자마자 유서원은 하얗게 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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