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Kapitel 311 – Kapitel 320

775 Kapitel

제311화

기호범의 문자가 이어졌다.[아마 꽤 흥미로운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무슨 뜻인지 금세 알아차린 강시우는 헛웃음을 지었다.[그럼 더 볼만해지겠네요.]잠시 후, 기호범의 답장이 다시 도착했다.[그런데 이런 일들, 정말로 강지연 씨에게는 알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강시우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문자를 보냈다.[그럴 필요 없어요.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 끝까지 두고 볼 생각이에요.]기호범은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로시는 지금 이 추악한 것들로부터 강지연을 철저히 분리함과 동시에 온하준이라는 인간을 완전히 정리하겠다는 뜻이었다.어차피 로시가 있는 한, 강지연과 홍순자는 매우 안전했다. 어떤 소동이 벌어지더라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번질 가능성은 없었다.강시우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는 순간, 병상에 누워 있던 홍순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눈꺼풀이 떨리더니 거의 숨처럼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지연아...”강지연과 강시우는 동시에 몸을 숙였다.“할머니, 지연이 여기 있어요. 저 돌아왔어요.”강지연은 홍순자의 손을 꼭 잡은 채 울음을 꾹 눌러 담고 부드럽게 말했다.의식은 아직 흐릿했지만 그 목소리를 분명히 알아들은 듯 홍순자는 눈가에 눈물이 고이더니 천천히 흘러내렸다.“지연아... 할머니 더러워... 멀리 가. 여기 오면 안 돼...”그 말 한마디에 강지연의 마음은 칼에 베인 듯 아파져 왔다. 그녀는 몸을 더 낮춰 홍순자의 뺨에 이마를 기댄 채 말했다.“할머니, 그런 말 하지 마요. 할머니가 왜 더러워요. 지금 여기 병원이에요. 이제 다 괜찮아질 거예요. 다시는 아무도 할머니를 괴롭히지 못해요.”강지연은 홍순자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할머니, 이것 보세요. 주사도 맞고 있고 여긴 깨끗해요. 이제 무서워하지 마세요.”어릴 적처럼 강지연은 홍순자의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 아무도 품어주지 않던 어린 시절, 유일하게 자신을 품어주던 그때처럼.그제야 정말로 안전하다는 걸 느낀 듯 홍순자는 안도의 숨과
Mehr lesen

제312화

“환자 좀 쉬게 저리 비켜.”강시우는 온하준의 뒤 옷깃을 움켜쥐고 홍순자 곁에서 단호하게 떼어냈다.“너!”더는 참지 못한 온하준이 몸을 돌려 주먹을 휘두르자 강시우는 그의 손목을 정확히 붙잡아 힘을 주며 낮고 차분하게 말했다.“할머니 쉬셔야 한다고. 온하준, 자중 좀 하지.”“네가 뭔데 나한테 자중하라 마라야?”온하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나는 할머니의 손녀사위야. 그런데 너는 뭔데?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명령하는 건데?”강시우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담담히 되물었다.“자격? 지금 당장 너를 밖으로 내던질 힘이면 충분하지.”“그래? 그러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온하준도 그의 손목을 붙잡아 비틀며 병실 밖으로 끌고 가려 했다.그때 강지연의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다.“온하준, 적당히 좀 해.”온하준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강지연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강지연, 너는 왜 항상 저 사람 편이야?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십이 년이야. 너랑 저 사람은 안 지 며칠이나 됐는데. 일주일이야, 한 달이야? 도대체 뭘 믿고 저 사람 편을 드는 거야. 넌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그러는 거야?”강지연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게 뭐가 중요해?”그녀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이하나랑도 비교해 볼까? 나랑 이하나 중에 누가 너를 더 오래 알았는지.”이하나라는 이름이 떨어지자 온하준의 머릿속에 아침에 이하나의 집에서 눈을 떴던 장면이 번개처럼 스쳤다.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그는 본능적으로 한발 물러섰고 몸 전체가 힘을 잃은 듯 휘청였다.강지연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온하준, 이만 나가 줘. 더러워진 사람을 나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할머니를 만지는 건 더더욱 허락 못 해.”홍순자가 들을까 봐 그녀는 끝까지 숨을 눌러 말했다.그러나 그 낮은 목소리는 오히려 온하준에게 가장 잔혹한 판결이었다.“강지연, 너...”말은 끝내 이어지지 않
Mehr lesen

제313화

온하준의 회사.오전 회의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네 시간이나 이어졌다. 안건은 이미 모두 정리됐고 이제 온하준이 회의 종료를 선언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아무 말이 없었다. 회의실 안에는 언제부턴가 어색할 만큼 묵직한 정적이 내려앉았다.참석자들은 혹시 더 논의할 게 남아 있는 건가 싶어 서로 눈치를 살폈다.김도윤이 가볍게 헛기침했다.“온 대표, 추가로 더 할 얘기 있어?”그제야 온하준은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아, 아니요.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회의실 문이 열리며 밝고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아이고,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점심은 드셨어요? 회의실에서 같이 드세요.”이하나였다. 두 손에 큼지막한 배달 봉투 두 개를 들고 들어오며 환하게 웃었다.“밖에 더 있어요. 일단 이거부터 열어 주세요. 나머지도 금방 가져올게요.”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술렁였다.“와, 사모님이 쏘시는 거예요?”“감사합니다!”“사모님이 직접 들고 오시다니요. 저희가 할게요!”“어머, 사모님 덕을 톡톡히 보네요.”여기저기서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튀어나오자 이하나는 눈이 휘어지도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그만하세요. 다들 회사를 위해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밥 한 번 사는 게 뭐 대수라고요. 진짜 공신은 여러분이세요.”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온하준을 바라봤다.“하준아, 네 건 따로 사무실에 놔뒀어. 여기서 먹을래, 아니면 사무실에서 먹을래?”회의실 안에서는 다시 장난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어? 온 대표님 건 따로예요?”“너무 편애하는 거 아닙니까?”“대표님 메뉴가 뭐가 다른지 보러 가야겠는데요?”평소라면 웃으며 받아쳤을 농담이었지만 온하준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김도윤이 급히 분위기를 수습했다.“온 대표가 요즘 신사업 때문에 밤낮없이 바빠서 그래요. 오늘은 좀 봐주시죠.”웃음과 소음 속에서 온하준은 아무 말 없이
Mehr lesen

제314화

온하준은 미간을 꾹 누르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정말 시간이 없어서 그래.”“알아. 네가 바쁜 거 알아.”이하나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사람들이 나더러 네 돈 보고 달라붙는다고 하던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었어.”“아니야. 그 말은 그렇게밖에 안 들려.”이하나는 휴대전화를 들어 그가 보낸 돈을 그대로 되돌려 보냈다. 그러고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그러나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준아, 난 네 돈 필요 없어.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오해해도 상관없어. 난 오직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중요해.”“알아. 나도 알아.”온하준이 다급하게 말을 받았다.“알면 됐어.”이하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삼켰다.“하준아, 밥 먹자. 네가 좋아하는 매운탕 사 왔어.”“너희 둘이 먹어. 나 지금 급히 나가야 해.”“아무리 급해도 밥은 먹고 가야지.”이하나는 서둘러 도시락을 열었다.“아니야. 정말로 너희끼리 먹어.”온하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사무실을 나섰다. 걸음을 옮기며 휴대전화 연락처를 열어 번호를 찾았고 곧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아주머니? 저 온하준입니다.”뒤따라 나온 이하나는 그가 진경숙에게 전화하는 걸 듣고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조용히 따라붙었다.“강지연이 돌아왔거든요. 그리고 할머니가 지금 입원 중입니다.”온하준의 목소리는 낮고 빠르게 흘러갔다.“그래서 지금 할머니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혹시 당장 다른 일정 없으시면 다시 와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기간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계속할 수 있으시면 좋고 아니면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괜찮습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다시 말했다.“네. 그러면 내일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이하나는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까지 와 있었다.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이며 등을 돌린 온하준은 그녀를 보고 흠칫했다.“아, 하준아...”이하나가 급히 입을 열었다.“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정말 안 먹고 갈 거야? 배 안 고파?”
Mehr lesen

제315화

“할머니, 저 잠깐 나갔다가 올게요. 지연아, 무슨 일 있으면 간병인 불러. 금방 다녀올게.”강시우의 말에 강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대답했다.“얼른 가요. 볼 일 있으면 천천히 보고 와도 돼요.”“큰일 아니야. 금방 나갔다 올 거야.”강시우는 홍순자를 일인실로 옮겨 두었고 전날 밤에는 강시우와 강지연이 병실에 함께 남아 있었다.그는 소파에서 강지연은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했다.오늘부터 간병인이 붙긴 했지만 간병은 치료 보조가 전부였다. 식사는 여전히 신경 써야 할 문제였고 따로 음식을 챙길 사람이 필요했다.그런 생각을 하며 강시우는 병실을 나섰고 곧 병동을 빠져나왔다.엘리베이터 홀에는 여섯 명 정도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강시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자세를 바로 하고 줄을 맞췄다.강시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호범 삼촌이 보낸 거죠?”“예.”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짧게 보고했다.“로시 씨, 1층에도 인원이 배치돼 있고 병실 창가 아래에도 사람들이 있습니다.”사람들을 훑어보던 강시우는 그들의 복장과 체격에 슬쩍 이마를 짚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여기가 외국도 아니고 이러면 사람들이 놀라잖아요.”“로시 씨, 이건 저희 임무입니다.”더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강시우는 체념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면 최소한 티는 안 나게 하세요. 제발.”강지연과 함께 귀국하던 날에도 같은 비행기에 평범한 승객처럼 위장한 인원 서른 명 남짓이 따라붙었고 그다음 비행기로도 수십 명이 들어왔다.기호범은 언제나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해외라면 모를까 국내에서까지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통할 사람은 아니었다.경호원들은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옷도 평범한 티셔츠 차림이었고 다만 우연히 전부 체격이 크고 같은 디자인을 입었을 뿐이었다.강시우는 결국 손을 내저었다.“됐어요. 그냥 그런대로 계세요.”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강시우의 뒤를 따라 두
Mehr lesen

제316화

그 무렵 병원에 도착한 온하준은 차를 세우고 준비해 온 음식을 들고 서둘러 입원 동으로 들어섰다.그러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여러 명 그를 둘러쌌다. 체격부터가 범상치 않았다.“뭡니까?”예상치 못한 상황에 온하준은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온하준 씨.”그중 한 명이 낮고 차분하게 불렀다.“누구시죠? 저를 어떻게 아는 겁니까?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온하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돌아가시죠. 이 위로는 올라가실 수 없습니다.”“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막아서는 겁니까?”온하준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여기가 당신들 사유지라도 돼요? 여긴 법치 국가입니다. 지금 이게 말이 됩니까?”“죄송합니다만, 온하준 씨.”경호원은 여전히 공손한 어조를 유지했다.“현재까지 저희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뜻에 따라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뿐입니다.”“보호자?”온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강지연 곁에서 계속 그를 막아섰던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지금 그 개같은 인간을 말하는 겁니까? 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언행을 삼가시죠, 온하준 씨.”경호원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지금까지 저희는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습니다. 반면 욕설을 먼저 꺼내신 쪽은 온하준 씨입니다. 무례에는 대가가 따릅니다.”말투는 여전히 공손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설마 여기서 손을 대겠다는 겁니까? 우리나라는 법치 사회라고요!”온하준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경호원들을 둘러보며 코웃음을 쳤다.시퍼런 대낮, 그것도 병원에서 아무리 경호원이라 해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거로 생각한 온하준은 팔뚝에 힘이 들어간 것이 보였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럴 리가요.”선두에 선 남자가 담담히 말했다.“저희는 예의와 절차를 중시합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죠.”그 말의 이면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온하준은 직감적으로 느꼈다.평균 키가 190을 훌쩍 넘는 거구들, 눈에 띄지
Mehr lesen

제317화

탕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그 순간 온하준의 시야에는 오직 두 글자만이 박혀 들어왔다.이혼.지난 한 달 동안 그는 강지연이 그저 기분이 상해 제멋대로 바람이나 쐬러 나간 거로 생각했다.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거라 믿었고 돌아오면 또 예전처럼 살게 될 거라 확신했다.그런데 돌아온 뒤에도 온하준 앞에 내민 건 결국 같은 선택이었다.강지연 곁에 늘 붙어 다니던 남자의 얼굴이 스치자 온하준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문자를 보냈다.[그 남자 때문이야?]강지연은 온하준이 말하는 ‘그 남자’가 누구를 뜻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는 그런 질문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홍순자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몸을 움직이자 강지연은 곧바로 간병인을 불러 함께 할머니를 부축했다.온하준은 강지연의 답장을 받는 대신 강시우를 마주쳤다.그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이성을 잃은 온하준은 분노에 몸을 맡긴 채 한 대 치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뻔했다. 훈련된 경호원들 앞에서 그는 강시우의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한 채 제압당했다.강시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손을 한 번 휘저었다.“환자랑 보호자들 놀라게 하지 말고 놔줘요. 여기 병원입니다.”온하준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강시우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그 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마치 그는 눈에 띄지 않는 먼지 알갱이에 불과한 것처럼 시선조차 주지 않았고 겨우 옷자락에 잠시 달라붙었더니 소매를 털듯 툭 쳐내고 지나간 느낌이었다.그 무시가 온하준의 자존을 가장 깊게 긁어놓았다.‘도대체 저 인간은 누구야. 무슨 자격으로 나를 이렇게까지 무시하는 거지.’그 분노는 회사로 돌아와서도 가라앉지 않았다. 사무실로 향하던 길 김도윤이 그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표정이 왜 그래?”그제야 온하준은 걸음을 멈췄다.“강지연 옆에 있는 남자,
Mehr lesen

제318화

“알아. 네가 오후에 말했잖아.”온하준의 말은 담담했지만 그다음 말은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그래도 끝내 이혼하겠대.”사무실 안이 순간 고요해졌다. 바늘 하나 떨어져도 들릴 것 같은 침묵이었다. 잠시 뒤, 김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지연이 원한다면 이혼하면 되지. 네가 그렇게까지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너는 계속 붙잡았잖아. 그런데도 강지연이 떠나겠다면 보내줘야지. 너도 해방되고 좋잖아.”“해방?”온하준은 그 단어를 천천히 되뇌었다.“그래, 해방.”김도윤은 이어서 말했다.“솔직히 말해 봐. 그 결혼, 네가 원해서 한 결혼은 아니었잖아. 그땐 선택지가 없었던 거고 책임 때문에, 상황 때문에 인생을 걸고 한 결혼이었지. 그래도 5년은 버텼고 지금은 강지연이 먼저 이혼을 꺼냈어. 이참에 너도 그냥 동의하고 마음 편히 살아.”온하준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설마...”김도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강지연한테 아직 미련이 남은 거야?”온하준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준아.”김도윤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네 마음 이해는 해. 어찌 됐든 같이 산 시간이 5년이야. 감정이 없을 수는 없지. 강아지 하나 키워도 5년이면 정이 드는데 사람이니까 당연한 거야. 그래도 이것만은 알아둬. 억지로 붙잡은 인연은 결국 썩어. 시간 지나면 다 잊힐 거야.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네가 강지연을 버린 게 아니라 강지연이 이혼을 선택했다는 거야.”“그만해.”온하준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고개를 저었다.“알았어. 말 안 할게. 술이나 마시러 가자.”김도윤이 그의 팔을 붙잡았지만 온하준은 움직이지 않았다.“술 생각 없어. 너희끼리 마셔.”“그건 안 되지. 네가 빠지면 분위기가 안 사는데.”온하준은 눈을 감은 채 짧게 말했다.“진짜 안 가. 걔랑 약속했거든.”“무슨 약속?”온하준이 말하는 ‘걔’가 누군지 몰랐던 김도윤이 되물었다.“다시는 술을 안 마신다고 약속했는데...”온하준의 목소리는 거의 혼잣말에 가까웠다.“그래서 정말 안 갈 거야?”
Mehr lesen

제319화

강지연은 다시 온하준을 마주했다.그는 눈에 띄게 수척해 보였다. 눈가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고 몸에서는 담배 냄새가 강하게 배어 나왔다.강지연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 시선을 느낀 듯 온하준이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미안해.”그가 먼저 말했다.“아침에 회사에 손님이 좀 와서 담배를 몇 개 피웠어.”설명처럼 덧붙인 말이었지만 강지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온하준은 잠시 머뭇거리다 곧바로 진경숙을 앞으로 불렀다.“돌아왔으니까 너도 그렇고 할머니도 그렇고 누군가는 곁에서 돌봐야 하잖아.”그는 말을 고르듯 잠시 멈췄다가 강시우를 힐끗 바라봤다.“물론 새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머니가 그래도 익숙하잖아. 예전에 너도 잘 돌봐줬고.”진경숙을 다시 보자 강지연은 묘한 친근감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우습기도 했다.결혼한 5년 동안, 그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도우미였다는 사실이.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진경숙에게 여유가 있고 본인이 원한다면 돌아와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미 다른 일을 잡아둔 상태라면 그 짧은 기간 때문에 방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강지연은 먼저 진경숙의 의사를 물었다. 진경숙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있어요. 할게요.”강지연도 진경숙이 익숙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그리고 이제 온하준과 강지연은 각자 갈 길을 가면 될 상황이었다.강지연과 강시우는 진경숙을 데리고 병실로 올라가면 됐고 온하준은 돌아가면 되는 자리였다.그런데 온하준은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 다시 강지연을 불렀다.“강지연.”강지연은 짧게 숨을 내쉬고는 강시우를 향해 말했다.“잠깐만 얘기하고 올라갈게요.”강시우의 얼굴에 스친 염려를 보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괜찮아요. 몇 마디면 돼요.”“그래. 여기서 기다릴게.”강시우는 병실 쪽으로 올라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온하준은 그의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그 화를 강지연 앞에서 드러낼 수는 없었다.“따라와.”
Mehr lesen

제320화

그제야 온하준은 강지연이 정말로 이혼하려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는 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잠깐만.”강지연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집에 가서 이혼 합의서를 다시 볼게.”온하준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물었다.“그 남자 때문이야?”어제와 똑같은 질문이었다. 강지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온하준은 고개를 돌려 강시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저 남자 때문이야? 저 사람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이혼하겠다는 거야?”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아, 그 얘기였구나.’강지연은 그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온하준, 모든 사람을 다 그렇게 더럽게 생각하지 마. 저 사람은...”“강지연!”온하준이 분노에 차 말을 잘랐다.“너 저 사람 안 지 얼마나 됐어? 한 달? 보름? 내가 수성에 갔을 때만 해도 저 사람은 없었어. 기껏해야 반 달도 안 됐잖아.”“그래서?”강지연이 되물었다.“강지연, 사람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넌 모르잖아. 특히 남자는 더 그래. 한 달도 안 된 사람을 그렇게 믿어?”그의 다급한 얼굴을 보며 강지연은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뭐?”그녀의 웃음에는 온기가 없었다.“나는 너를 12년이나 알고 지냈어. 그런 게 중요해? 넌 나한테 믿을 만한 사람이었어?”“강지연, 내가 너를 속인 적 있어?”온하준이 목소리를 높였다.“그만하면 잘해줬잖아.”“나한테 잘해?”강지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온하준, 지난 얘기 꺼내고 싶지 않아. 의미 없어.”그녀는 한 박자 쉬었다가 말했다.“나랑 같이 납치당했던 이하나한테 가서 물어봐. 네가 그 여자한테 더 잘했는지, 아니면 나한테 더 잘했는지.”온하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미안하지만 더 이상 너랑 이런 말 하면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강지연은 단호했다.“이혼하는 날 보자.”그녀는 그를 지나쳐 병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병원 건물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시우가 즉시 다가왔다. 온하준이
Mehr lesen
ZURÜCK
1
...
3031323334
...
78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