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준은 얼굴빛이 붉어졌다가 푸르게 식었다가 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물러설 수도, 그대로 버틸 수도 없는 난처함이 스쳤고 그는 결국 그 어색함을 분노로 덮어 버렸다.“나랑 강지연 일이야. 우리끼리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빠져.”“아니.”차유준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강지연 일이야. 너랑도, 나랑도 상관없어. 춤을 얼마나 잘 추는지, 상을 몇 개를 탔는지 너도 알잖아. 당연히 제일 좋은 무용대학, 제일 좋은 전공을 노려야지. 이건 누구도 막을 자격 없어.”“내가 언제 강지연이 좋은 학교 가는 걸 막았어?”온하준의 목소리가 드물게 높아졌다.“이과를 택하면 선택지가 줄어들잖아.”차유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온하준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 한참을 지나서야 그는 겨우 감정을 눌러 담고 낮게 말했다.“강지연, 문과든 이과든 네 선택이야. 괜히 남 말에 휘둘리지 마.”차유준이 비웃듯 물었다.“내가 남이야?”온하준은 더 말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그를 무시한 채 등을 돌렸다.강지연은 그 자리에 서서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이 낯선 다툼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두 사람 모두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고등학생 시절의 차유준은 그녀와 그렇게 가깝지 않았다. 적어도 진로 문제에 끼어들 만큼은 아니었다.그리고 그때의 온하준은 그녀가 문과에 가든 이과에 가든 별다른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다르다.이게 정말 꿈이라면, 왜 이렇게 결이 바뀌어 있는 걸까.온하준이 떠난 뒤 차유준은 그녀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어딘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아, 맞다. 강지연. 나 용돈 받았어. 저번에 너희 집에서 밥 먹은 것도 고마운데 내가 한 번 쏠까?”강지연은 딴생각에 잠겨 있다가 무심히 말했다.“매미 유충 아니면 메뚜기 먹으러 가려고?”이 시점이라면 둘이 숲에서 매미 유충을 잡았던 기억이 있어야 했다. 그것도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차유준이 멈칫하며 되물었다.“그걸 왜 먹어? 무섭게.”강지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너 지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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