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Bab 631 - Bab 640

775 Bab

제631화

그 말에 김형식은 흡족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하지만 강지연의 곁에 서 있던 차유준은 전혀 다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식어버린 듯 차갑고 어딘가 분노가 눌려 있는 시선이었다.꿈속임에도 불구하고 강지연은 이 순간이 숨이 막힐 만큼 수치스러웠다.지금의 그녀는 부모가 진열대 위에 올려두고 값을 매겨 팔아치우려는 물건과 다를 바 없었다.그에게 이런 광경은 처음이 아닐까 싶었다.김형식의 노란 머리 아들은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탐욕이 가득한 눈빛으로 강지연을 노골적으로 훑어보며 시선을 떼지 않았다.마치 이미 손에 넣은 물건의 값을 재보듯 거리낌없는 눈길이었다.그 시선을 눈치챈 차유준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녀를 자신의 뒤로 가렸다.노란 머리 소년은 못마땅하다는 듯 그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차유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공기는 더 팽팽해졌다.그때 방 안에 있던 홍순자는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른 채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문 열어! 지연아, 문 좀 열어줘! 얼른!”김형식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건 또 무슨 소리지?”“저희 어머니가 몸이 좀 편찮으셔서 방에 누워 계시거든요. 실수로 문이 안으로 잠긴 것 같아요.”강성호는 김형식에게 바짝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전염병이라 나오시면 안 되거든요.”유서원도 재빨리 말을 거들었다.“밖에 돌아다니다가 옮은 거지 저희 집안 유전은 아닙니다.”김형식은 그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관심을 다시 강지연에게로 돌렸다.“곧 대학 입시라면서요? 무용 전공이라고 들었는데. 돈이 꽤 들겠죠?”그는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들고 묵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기에 2억 원이 들어 있어요. 우선 이거라도 보태세요. 보충 수업이든 뭐든 돈 같은 건 절대 아끼지 말고요.”강성호가 얼른 손을 뻗어 카드를 받으려 했다.그 순간 차유준이 번개처럼 칼을 뽑아 들고 카드를 내리쳤다.짧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카드는 단번에 두 동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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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유서원도 맞장구를 치며 김선재의 팔을 끌어 자기 앞에 세우더니 말했다.“이 봐! 이렇게 착한 애가 또 어디 있어? 잘생겼지, 세련됐지, 얼마나 반듯해.”‘잘생겼다고? 세련됐다고? 착하다고?강지연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냉정하게 받아쳤다.“그렇게 좋으면 어머니가 시집가시든가요!”“너...”그녀의 말에 유서원은 말문이 막혀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었다.김선재의 표정도 서서히 굳어갔고 김형식 부부 역시 어두운 표정이었다.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질까 두려워진 강성호는 급히 김형식 쪽으로 다가가더니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김 사장님, 제 딸이 아직 공부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해서요. 괜히 학교에서 소문이라도 나면 학업에 지장이 생길까 봐 저러는 겁니다. 제가 잘 타이르고 설득해 볼게요.”그때 김선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공부에 방해 안 될 거야. 나도 너랑 같이 공부할게.”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그 시선에는 여전히 소유욕이 묻어 있었다.김형식은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냉정하게 말했다.“그럼 오늘은 이쯤 하죠.”그들이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강성호가 황급히 불러 세웠다.“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여기서..”그는 문득 집에는 변변한 반찬도 없었고 그마저도 이미 치워버린 것이 떠올랐다.“아니면 밖에 나가서 식사라도 함께하시죠.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그래요. 그게 좋겠네요. 앞으로 한 식구 될 분들인데.”유서원은 이내 고개를 돌려 강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연아, 얼른 와. 같이 나가서 밥 먹자.”강지연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고 이 사람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꼴을 보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오늘 이 일은 반드시 끝장을 봐야 했고 지금 막지 못하면 앞으로 끝없는 족쇄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붙잡을 게 분명했다.그녀에게도 나름대로 방법이 있었지만 뜻밖에도 차유준이 한발 앞서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 뭐 하시려는 거죠?”분명 아직 어리고 앳된 얼굴이었지만 말투에는 묘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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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애초에 강지연의 태도부터가 못마땅했던 김형식은 강씨 가문에 대해서도 내심 불만스러운 구석이 많았다.하여 혹시라도 이 일로 어느 대단한 집안과 얽히기라도 할까 봐 망설여지기 시작했다.하지만 김선재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그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곧장 박정연에게 매달려 떼를 쓰기 시작했다.그녀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형식을 노려보았다.결국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강씨,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다시 얘기한다고?’차유준이 휴대전화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오늘 있었던 일은 전부 이 안에 녹화되어 있어요. 또 이런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면 이 영상을 바로 인터넷에 올릴 겁니다. 그럼 다들 유명해지시겠죠? 경찰에도 곧 연락이 갈 테고요.”그 말에 김형식은 표정이 확 굳어졌다.그가 진짜로 두려운 건 단순히 영상 문제만은 아니었다.김형식이 막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강지연이 차유준의 등 뒤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선재가 마약을 하는 것도 같이 올려.”그녀의 한마디에 모두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김형식의 가족들은 갑자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너... 네가 그걸 어떻게...”박정연은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렸다.어떻게 알게 된 건지 강지연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김형식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사실 그는 처음부터 강씨 가문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강성호는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건달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고 사돈이 될 자격조차 없다고 여겼다.그럼에도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김선재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강지연에게 빠져버렸기 때문이다.그는 그녀와 함께라면 공부도 제대로 하고 나중에 대학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심지어 몇 년 뒤에는 꼭 결혼까지 하겠다고 장담했다.아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그 한마디를 믿고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강성호를 찾아온 것이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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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그러나 홍순자는 멈추지 않고 괭이를 다시 움켜쥔 채 바닥에 넘어져 허둥대는 강성호를 향해 거듭 내리쳤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그는 겁에 질려 바닥을 기어나가며 울부짖었다.유서원도 등에 남은 통증조차 잊은 채 강성호를 붙들고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쳤다.괭이를 짚은 채 정원 문 앞에 선 홍순자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목이 터지라 외쳤다.“앞으로 또다시 우리 지연이한테 몹쓸 짓이라도 한다면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내가 직접 저승까지 데려가 버릴 줄 알아!”혹시라도 홍순자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뒤따라 나온 강지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비록 꿈속이라 해도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바로 뛰어가 홍순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어깨에 묻었다.“할머니, 저 사람들 이제 갔어요.”홍순자는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괭이를 내려놓고 눈물을 머금은 채 강지연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지연아, 네 아버지는 이 할머니가 잘못 가르쳐서 저렇게 된 거야. 다 내 잘못이야.”강지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에요, 할머니. 절대 할머니 잘못 아니에요. 같은 할머니 자식이라도 고모는 얼마나 훌륭하세요.”홍순자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 할머니가 널 지켜줄 테니까.”그 한마디에 강지연은 참았던 눈물이 그대로 왈칵 쏟아져 나왔다.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 온기마저 너무도 선명했다.이 순간만큼은 꿈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아니면 정말로 다시 돌아온 걸까?’차유준은 한쪽에 서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볼 뿐 아무 기척도 없이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짙은 어둠이 그의 검은 눈동자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어 잔잔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은 채 서 있다가 서서히 감정을 가라앉혔다.홍순자는 강지연의 손을 잡고 온화하게 웃으며 차유준 앞으로 다가서더니 말했다.“참으로 착한 아이로구나. 오늘 고마웠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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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온하준은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영상을 찍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강지연을 등 뒤로 감쌌다.노란 머리가 달려들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날려 거칠게 그를 때려눕혔다.그때의 그녀는 두려움에 몸이 굳어 있었지만 휴대전화 녹음 버튼만은 놓치지 않았다.저녁 식사 자리에서 강지연의 부모는 태연한 얼굴로 그 노란 머리 집안과 약혼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강지연은 분노가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부모의 위압을 이겨낼 용기가 없었다.하여 휴대전화 녹음 버튼을 눌러 그들이 나눈 모든 대화, 그리고 노란 머리가 그녀를 덮치려 했던 그 순간의 거친 숨소리까지 전부 빠짐없이 녹음했다.휴대전화는 강지연의 바지 주머니 안에 숨겨져 있었다.그 녹음 파일은 훗날 노란 머리 가족과 맞섰을 때, 그리고 이 일을 제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하지만 그날 밤, 노란 머리가 온하준에게 얻어맞고 달아난 뒤에도 강지연은 이 모든 일이 자신의 부모가 꾸민 일이었다는 걸 차마 말할 수 없었다.어쩌면 그녀의 가정은 온하준의 집안보다도 더 추악했다.하여 그는 강지연에게 이렇게 역겨운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다.결혼할 때도 그녀는 자신의 부모가 탐욕스러운 사람들이라고 말했었지만 온하준은 늘 강지연에게 목숨값이라며 부모에게 예의를 다했고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하곤 했다.그들은 심지어 강지연의 동의도 거치지 않은 채 직접 온하준을 찾아가 일을 처리하기도 했었다.그리고 오늘 차유준은 그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강지연과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어쩌면 온하준과의 관계보다도 더 어색했다.그녀는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일이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고스란히 보였다는 사실이 그저 난처하기만 했고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미안해.”그때 곁에서 갑자기 차유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몰랐어. 그런 사람들일 줄은. 어떻게 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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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차유준은 홍순자가 정성껏 만들어준 향긋한 제육 덮밥을 두 그릇이나 깨끗이 비웠다.그는 밥알 하나 남기지 않은 그릇을 내려놓고는 의자에 몸을 기대앉아 배를 쓸어내리며 감탄했다.“할머니가 해 주신 요리는 진짜 너무 맛있어요. 제가 식비 낼 테니까 여기 자주 와서 먹어도 될까요?”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지연은 문득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어디선가 많이 본 듯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다.홍순자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밥 한 끼 먹으러 오는데 무슨 식비를 낸다고 그래. 맛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먹어.”“정말이에요, 할머니.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차유준은 좀처럼 보기 드문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어차피 식당에 돈 내고 먹어야 하는 건데. 식당 음식은 이제 너무 먹어서 질렸어요. 할머니가 해 주신 음식이랑은 비교도 안 돼요.”그 말에는 강지연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유준이 부모님은 사업 때문에 늘 해외로 출장 가시거든요. 그래서 평일엔 급식 먹고 주말엔 밖에서 대충 먹는대요.”“그럼 안 되지!”홍순자는 단호하게 말했다.“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우리 집에 와서 먹어. 맨날 밖에서 사 먹으면 몸에 안 좋아.”“네, 할머니. 그럼 저 진짜로 사양 안 할게요.”차유준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강지연은 다시 한번 그를 바라보았다.홍순자 앞에 서 있는 차유준의 모습은 정말 이상하리만큼 익숙하게 느껴졌다.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늦은 시간이라 그대로 돌려보낼 수도 없었기에 그녀는 결국 차유준에게 하룻밤 묵어가라고 했다.밤이 깊어 홍순자와 차유준이 모두 잠든 뒤 강지연은 조용히 메일함을 열었다.그리고 이 시점의 강희라와 강시우가 몇 살일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계산해 보았다.지금의 강시우는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로시 가문의 모든 것을 이어받기 전이었다.강희라는 한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고 있었고 아직 자신의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기 전이었다.로시 가문에는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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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강지연은 이 일은 우선 강희라가 홍순자와 충분히 상의한 뒤 자신이 다시 설득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하여 그녀는 다시 강시우에게 메일을 보냈다.이번에도 답장은 놀라울 만큼 빨랐다.걱정하지 말라고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단호한 문장이었다.강지연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이건 그녀가 이 시공간에서 처음으로 강시우에게 보낸 메일이었다.하지만 고작 메일 한 통으로 그가 망설임 없이 자신을 믿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그가 왜 자신을 믿는 것인지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녀는 무조건 강시우를 믿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그가 강지연과 홍순자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나타난다면 분명 모든 것은 달라질 것이다.다음 날, 그녀는 학교 연습실로 가야 했다.집을 나서기 전 강지연은 몇 번이나 당부했다.“할머니, 문 꼭 잠그고 계셔야 해요. 누가 오든 절대 열어주면 안 돼요.”홍순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두려울 거 없어. 천벌이 무섭지 않다면 또 와 보라지.”강성호는 정말로 천벌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강지연의 발걸음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그녀는 겨우 홍순자의 약속을 받아낸 뒤 이웃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조금만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자신에게 연락해 달라며 신신당부했다.강지연과 홍순자는 이 동네에 산 지도 몇 년이 되었고 이웃들과의 관계도 늘 좋았다.이때만 해도 이웃은 아직 시내로 이사 가기 전이었고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승낙했다.강지연은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시름이 놓인 듯 연습실로 향했고 차유준은 농구를 하러 갔다.두 사람은 동시에 학교에 도착했다.운동장을 지나가던 순간 농구공 하나가 갑자기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조심해!”차유준은 재빨리 그녀를 밀어내며 날려오던 공을 자신의 어깨로 받아냈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이 튕겨 나갔다.강지연은 그의 어깨 위에 번져 가는 붉은 자국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그때 한 소년이 공을 가지러 두 사람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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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을 집어 든 채 그대로 자리에서 떠났다.차유준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이내 팀원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우린... 친구야. 거의 한 몸이나 다름없지.”가벼운 농담처럼 들렸지만 온하준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묘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강지연은 오전에는 전공 교수와 함께 춤 연습을 했고 오후에는 다시 무용학원으로 가야 했다.일요일이라 학교 급식이 없었기에 그녀는 교문 앞 식당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로 했다.농구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학생들은 경기를 마치고 흩어진 모양이었다.식당 문을 열고 들어간 강지연은 익숙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늘 그렇듯 메뉴는 잔치국수였다.주문한 음식이 나오자마자 맞은편 의자에 누군가가 털썩 앉으며 말했다.“사장님, 여기 잔치국수 한 그릇이요.”온하준이었다.강지연은 면을 막 입에 넣은 참이었고 그 목소리에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그녀가 고개를 들어보자 온하준도 이미 그녀를 보고 있었고 두 사람은 시선이 맞닿았다.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강지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국수를 먹고 있었다.결국 온하준이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강지연.”“응?”그는 여전히 강지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계속 국수만 먹고 있었고 심지어 이마에는 촘촘한 땀방울까지 맺혀 있었다.“너 변했어.”강지연은 젓가락을 손에 쥔 채 잠시 멈추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달라지잖아.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하지만 넌... 예전에는 이렇게 말 안 했어. 그때 넌...”온하준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고등학교 일 학년 다니던 새해에 강지연은 그에게 정성스럽게 연하장도 써 주었다.[온하준, 우리는 영원히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어.]그때 그는 특유의 시크하고 자존심 강한 문장으로 답장을 보냈다.[내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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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강지연은 국수를 들고 서 있는 사장의 난처한 얼굴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같이 계산할게요.”“그건 안 되지, 너도 학생인데. 어린 아가씨한테 어떻게 결산하라고 하겠어? 괜찮아. 우리 손자가 오면 먹으라고 하면 돼.”사장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식당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와 탁자 위에 만 원짜리 지폐를 툭 던지더니 강지연을 가리키며 말했다.“국숫값이요. 쟤 것까지 같이 결산하세요.”온하준이었다.그는 거스름돈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뛰쳐나갔다.“아니... 이건...”사장은 돈을 들고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었고 강지연은 아무 말 없이 국수를 한 그릇 비워냈다.그녀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사장은 거스름돈을 세어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같은 학교 학생이지? 이건 거스름돈이야. 대신 좀 전해 줄래? 우리 가게는 학생들 상대로 장사하는 거라 애들 돈은 이렇게 더 받을 수는 없거든.”강지연은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전해 줄게요.”그녀는 월요일 학교에 가야만 전해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무용학원에서 연습을 마치고 일 층으로 내려왔을 때 마침 입구에서 온하준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그는 무용학원이 있는 빌딩 일 층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다.그 빵집은 새로 입주한 가게였고 강지연은 홍순자가 부드럽고 향긋한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걸 떠올리며 작은 케이크를 사려던 참이었다.그렇게 그곳에서 온하준을 보게 된 것이다.문득 지난 기억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지난번 자신이 부모에게 속아 식당에 끌려갔을 때 온하준이 마침 나타나 그녀를 구해 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책임감 없는 아버지에게 버려진 뒤로 어린 나이였지만 고집 세고 자존심 강했던 온하준은 주말과 틈틈이 시간을 쪼개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강지연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그가 일찍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경험을 쌓기 위한 준비였던 것이다.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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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강지연은 케이크가 담긴 봉투를 들고 짧게 말했다.“그래.”그 한마디가 오히려 온하준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뭐가 그래? 무슨 뜻이야?”“퉁친 거라며.”강지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넌 내가 준 송편을 먹었고 대신 국수 한 그릇을 사줬잖아. 그럼 우리 사이에 빚 같은 건 없다는 거지. 깔끔하잖아.”“너...”그의 눈빛에는 모든 감정이 실려 있었다.온하준의 두 눈은 참 예뻤다.열여섯 살의 강지연이 동갑내기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어쩌면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어느 날 샘물처럼 맑게 빛나던 그 눈동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누구를 보든 무슨 일을 겪든 늘 담담했고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눈빛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의 눈빛은 자책과 분노, 울분, 오랫동안 꾹 눌러 참아 온 무언가로 뒤엉켜 흔들리고 있었다.너무 많은 감정이었기에 그녀는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강지연, 넌 진심이란 게 없어?”온하준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강지연은 누군가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고 무의식적으로 가슴 위에 손을 얹어 보았다.심장은 분명 뛰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다.그저 눈앞의 풋풋한 소년을 바라보더니 이유 없이 눈시울이 시큰거렸다.서른 살의 강지연과 온하준은 세상의 모든 풍파를 함께 겪어 왔다.마지막에 두 사람이 생이별을 한 것인지 사별인지조차 그녀는 알지 못했다.만약 정말로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면, 이렇게 풋풋하게 살아 숨 쉬는 그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그건 벅차도록 감사한 기적일 것이다.“갈게. 고마워.”강지연은 봉투를 살짝 들어 보이며 말했다.봉투 안에는 온하준이 말없이 더 넣어 준 마카롱 몇 개가 들어 있었다.“할머니가 그런 알록달록한 걸 좋아하실 거야.”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지연은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섰다.밖으로 나오자 눈부신 저녁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그 순간 강지연은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그녀가 읽어 왔던 수많은 웹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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