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연은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분주히 오갔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직 초콜릿색 창문에만 머물러 있었다. 몸도 마음도 텅 비어 안이 비어버린 껍데기처럼 서 있었다.경호원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부르지 않았다면 더 오래 그 자리에 붙박여 있었을지도 모른다.발걸음을 옮길 때도 공허했다. 몸이 비워진 듯 속이 헛헛했고 어디에도 단단히 디디고 서 있지 못하는 느낌이었다.차에 올라타자 엔진 소리가 낮게 울렸다. 백색소음처럼 귓가를 채우는 진동이 오히려 의식을 더 흐리게 만들었다.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들 것만 같았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민다혜였다. 이제는 무용단 부단장이 된, 가장 든든한 오른팔.“단장님, 곧 귀국하시는 거죠? 가을 공연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서요.”“응, 아마 며칠 안으로 돌아갈 거야. 지난번 회의안 괜찮았어. 수정한 부분 있으면 보내줘.”“네, 바로 보내드릴게요.”전화를 끊자 파일이 곧 도착했고 강지연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무리 없는 구성이라는 판단이 서자 그대로 진행하라고 답했다.[단장님, 언제 돌아오세요?]그 마지막 질문에서 손이 멈췄다. 두 번이나 답을 썼다가 지우고 결국 짧게 보냈다.[아직은 몰라. 다혜야, 당분간 무용단을 부탁해. 해성에 도착하면 바로 연락할게.][네, 단장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문자를 끝으로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잠깐 눈을 붙이자 어느새 집이었다.요 며칠 집안의 화제는 줄곧 그녀의 귀국 문제였다.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강희라는 이민을 포함해 장기 체류를 고려해 보자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홍순자의 적응을 걱정해 결정을 미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달라졌다.강시우의 회사는 국내에서 자리를 잡았고 유럽에서 자란 그조차 이제는 그곳이 더 편하다고 했다.결국 선택은 그녀와 할머니의 몫이었다.오늘은 강시우도 집에 있었다. 온하준의 행방을 알아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조차 흔적을 찾지 못했다.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추적하는 시대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감쪽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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