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범은 말을 잇다 결국 감정이 터져 버렸다.“선배, 그거 알아?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그랬으면 선배는 나를 좀 불쌍하게라도 봐줬을까? 고마워해 줬을까? 다시... 다시 받아 줬을까?”그의 눈에 익숙한 열기가 번뜩였다.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강지연의 가슴이 반사적으로 조여 왔다. 숨이 막히는 듯해 그녀는 차창을 조금 더 올렸다.“장시범, 그럴 수 없어. 우린 이미 헤어졌어. 난 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바라.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강지연은 더 이상 그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가 행복해지길 바랐다.“아니!”장시범은 울먹이며 소리쳤다.“그건 아니야! 선배는 이미 온하준을 용서했잖아. 병문안도 가고 걱정도 하잖아. 예전에 그렇게 미워하고 원망했으면서 이제는 다 용서하고 불쌍해하고 관심도 주잖아. 왜 선배를 구해준 사람이 내가 아니었을까? 왜...”‘왜’라는 말이 반복될 때마다 유리창이 둔탁하게 울렸고 강지연은 관자놀이가 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했다.그때 홍순자가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천천히 두드리며 차 밖을 향해 부드럽게 불렀다.“시범아, 장시범.”낮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강지연의 통증이 조금씩 잦아들었고 장시범도 울음을 삼켰다.“할머니, 저는 정말 강지연을 사랑해요. 제 마음 아시죠?”“알지, 알고말고.”홍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마디에 장시범은 기댈 곳을 찾은 아이처럼 흐느꼈다.“저는 지연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어요. 할머니, 저는 정말... 정말 사랑해요.”홍순자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할머니도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은 하면 안 되는 거란다. 정말 사랑하면 오히려 죽으면 안 되는 거야.”장시범은 순간 말을 멈췄다.강지연은 홍순자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시 생각한 뒤 창문을 반쯤 내리고 눈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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