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적힌 글은 이랬다.[차유준, 이 글을 보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 줘. 왜냐고 묻지도 말아 줘. 나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니까. 광활한 우주에는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아. 너와 같은 반 친구가 될 수 있어서, 형제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네 발자국을 따라 네가 걸었던 길을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잠시나마 네가 되어 너 대신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어. 남은 생은 부디 평안하고 순탄하게,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강지연은 그 글자들 위에 떠서 그것을 내려다보았고 그녀의 시야 속에서 차유준의 속눈썹이 서서히 젖어 드는 것이 보였다.그때 어디선가 종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그녀의 가슴 한가운데를 묵직하게 두드렸고 알 수 없는 통증이 천천히 번져왔다.희미하게는 염불 같은 소리까지 들려오자 관자놀이도 지끈지끈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그리고 아득하고 먼 기억 속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다음 생이 있다면 난 정말 그 사람 소원을 하나하나 다 이루어주고 싶어.”띵.무슨 벨 소리 같은 것이 울리더니 강지연은 꿈에서 그대로 굴러떨어지듯 빠져나왔다.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단장님, 죄송해요. 제가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안 해놨네요.”같은 방을 쓰고 있던 민다혜는 메시지 알림 때문에 강지연이 깬 게 미안한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강지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괜찮아. 그냥 꿈꿨을 뿐이야.”“악몽이었어요?”민다혜가 걱정스레 물었다.강지연은 잠시 망설였다. 그걸 정말 악몽이라고 해야 할지, 아닌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아직 날도 안 샜으니까 좀 더 자.”강지연은 다시 누우며 급히 눈을 감았다. 차유준의 노트에 적혀 있던 글자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했다.너무도 익숙한 필체였고 그녀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의 글씨였다.다시 꿈속으로 들어가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꼭 알고 싶었다.하지만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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