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Chapter 741 - Chapter 750

775 Chapters

제741화

“좋은 친구잖아!”강지연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온하준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그저 어딘가 미묘한 의미가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왜? 뭐 문제라도 있어? 나랑 최아현, 그리고 너. 우리 세 사람의 우정이 네가 밖에서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려는 생각을 막기엔 부족한 거야?”강지연은 자기 그릇에 있던 닭 다리를 집어 그에게 넘겨주며 말을 이었다.“이 정도면 됐지?”“이건...”온하준은 자기 그릇에 담긴 닭 다리 세 개를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니까 나랑 최아현에게 있는 건 너한테도 빠지지 않는다는 뜻이야. 우린 그런 사이란 말이지.”강지연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정도 우정이면 네가 이제 여기저기 찝쩍거리고 다닐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온하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래.”너무 쉽게 나온 대답에 강지연은 당황한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사실 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어떻게 설득할지 여러 가지 말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솔직히 김도윤과 김도진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만약 온하준이 그 두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된 건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도 아직은 생각해 두지 못한 상태였다.하지만 의외로 그가 이렇게 쉽게 승낙해 버린 것이다.“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온하준이 되묻자 강지연은 젓가락으로 밥을 콕콕 찌르며 물었다.“너... 이유는 왜 안 물어봐?”“우리 좋은 친구라면서.”“응?”온하준은 웃음을 거두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가만히 있어.”그러더니 갑자기 그녀의 머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뭐 하는 거야?”강지연은 순간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뭐가 묻었어...”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희미하게 흐려진 말끝이 마치 그의 목구멍 안에서 굴러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온하준은 그녀의 머리에서 하얀 솜털 같은 것을 집어내더니 툭 던져 버리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덧붙였다.“내가 네 말 아니면 누구 말을 듣겠어?”마치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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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강지연은 사실 그 팔찌가 자신에게 주려는 것이라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다만 온하준이 준 선물을 받아도 되는 건지 망설이고 있었을 뿐이었다.선물을 받는다는 건 사실상 그만큼 한 관계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와도 같았다.설령 지금 눈앞의 열일곱 살 온하준이 예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해도 강지연은 그 마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챈 온하준은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팔찌를 걸어 주었다.강지연은 황급히 손을 빼려 했지만 이미 그의 손에 단단히 붙잡혀 있었다.“움직이지 마.”“이건 아무 의미도 없어. 그냥 늦어버린 생일 선물일 뿐이야.”“생일 선물?”강지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래. 네 이름이 새겨진 팔찌라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없고 반품도 안 돼. 네가 받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액세서리 가게에 맡겨 두고 직원이 알아서 처리하게 할 수밖에 없거든.”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팔찌를 마저 채워 주었다.가느다란 백금 팔찌였고 작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어 어둑한 계단에서도 유난히 반짝거렸다.“여기 네 이름이 새겨져 있어.”온하준은 팔찌의 잠금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강지연은 속으로 이 세상에 처리할 수 없는 액세서리는 없다고 생각했다.회수하든, 중고로 팔든,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해도 결국 처리 방법은 있기 마련이었다.문제는 온하준이 그럴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일 뿐이었다.“부담 가질 필요 없어.”온하준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말했다.“원래 네 생일 선물로 특별 주문한 거야. 최아현도 있고 이승우도, 차유준도 다 있어. 다만 선물이 다를 뿐이야. 우리가 함께 지나온 이 몇 년을 기념하는 거로 생각하면 돼.”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몇 년이었어. 하지만 너희가 곁에 있었기에 그 시간이 그렇게까지 어둡지만은 않았거든. 이제 우리 고등학교 3학년이잖아. 앞으로 서로 다른 길로 흩어질지도 모르니까. 오랜 시간이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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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야간 자율학습 예비종이 어둑해진 황혼을 날카롭게 가르며 울려 퍼졌다.강지연은 그 종소리에 화들짝 놀라 온하준의 품에서 재빨리 몸을 떼어 냈다.그녀는 얼굴에 맺힌 눈물을 급히 훔치더니 그대로 뒤돌아 문과반 쪽으로 뛰어갔다.“수업 시작이야.”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그리고 조금 전 그녀의 눈물로 젖었던 가슴 위에 손을 얹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내가 너를 붙잡아야 하는 거니, 아니면 놓아줘야 하는 거니?’강지연은 허겁지겁 교실로 돌아왔다.그녀는 숨을 고르며 책상 서랍에서 책을 꺼내려던 순간 시선이 다시 한번 손목 위의 반짝이는 팔찌에 멈췄다.고작 이렇게 가느다란 팔찌 하나가 더해졌을 뿐인데 뛰어오는 동안 손목에는 마치 무거운 무언가가 얹힌 것처럼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졌다.팔찌의 잠금 부분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말한 온하준의 말을 떠올린 강지연은 팔찌를 뒤집어 잠금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정말로 아주 작게 새겨진 알파벳이었다.‘Jiyeon’그녀는 그 알파벳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두 개의 세계, 두 번의 삶.그 어느 삶에서도 온하준은 이렇게 다정하게 그녀를 불러 본 적이 없었다.‘지연’그건 오직 가장 가까운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호칭이었다.온하준은 언제나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그녀의 이름 석 자를 그대로 불러왔다.항상 딱딱하고 빈틈없었기에 그 안에는 애틋한 뉘앙스 같은 건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물론 그녀도 마찬가지였다.그녀 역시 언제나 그의 이름 석 자를 그대로 불러왔다.다음 날 아침, 강지연은 최아현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식사 시간이 한창이라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거의 모든 테이블은 꽉 차 있을 정도였다.최아현은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그중 한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앉아 있네. 가자, 우리 가서 놀라게 해 주자.”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온하준과 이승우가 마주 앉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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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별다른 이유는 없어.”“안 돼, 제대로 말해!”이승우는 좀처럼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온하준은 결국 한숨을 내쉬더니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조상이 허락을 안 하니까...”“뭐... 뭐라고? 조상이 허락을 안 해?”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설마 농구 한 번 하겠다고 조상님께 허락받으러 갔다 온 거야?”그때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온하준과 이승우가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 식판 하나가 더 놓였다.“조상이 여기 왔는데?”차유준이었다.그의 등장에 몰래 다가와 있던 강지연과 최아현의 존재도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온하준은 고개를 들어 멍하니 강지연을 바라보더니 시선은 자연스럽게 식판을 지나 손목으로 향했다.강지연의 손목에는 아직도 그 팔찌가 걸려 있었다.온하준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승우가 이제 다 먹었으니까 여기 앉아.”이승우는 반사적으로 아직 음식이 절반도 넘게 남아 있는 자신의 식판을 내려다보더니 어리둥절해졌다.하지만 온하준의 단호한 눈빛에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차유준, 온하준의 조상을 너도 알고 있어?”그 질문에 온하준, 차유준, 강지연 세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최아현은 걸어가면서도 계속 음식을 먹고 있는 이승우를 힐끔 바라보더니 자리에 앉았다.사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몹시 궁금했다.최아현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온하준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얼른 먹어! 좀 있으면 시험이잖아.”오늘은 반 급 영어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최아현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 시험은 도대체 언제쯤 끝나는 거야!”그녀의 투덜거림에 차유준이 무심하게 말했다.“그건 잘못된 생각이야.”최아현이 곧장 받아쳤다.“꺼져!”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는 아주 평범한 아침이었고 또 평범한 하루였다.교실, 식당, 기숙사 세 곳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은 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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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강지연은 더 이상 신아정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그녀는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가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오빠, 언제 돌아온 거예요?”전화기 너머로 강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도착했어. 오빠가 밥 한 번 사 주려고 하는데, 혹시 시간 괜찮아?”강지연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당연히 괜찮지!”“나와.”“응?”강지연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계단을 급히 뛰어 내려갔다.‘벌써 학교까지 온 건가?’그녀가 학교 정문 밖으로 달려 나가 보니 건너편 나무 그늘에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그때 차창이 서서히 내려가며 또렷한 윤곽에 온화한 미소를 지난 강시우의 얼굴이 드러났다.강지연이 달려오는 모습을 본 그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강시우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오빠, 밥 먹으러 집에 안 가요?”강지연은 강시우를 볼 때마다 언제나 자연스러운 친밀감을 느꼈다.다른 시공간에서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진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길이었어. 네 학교도 좀 구경할 겸.”강시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들어 달려오느라 흐트러진 강지연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뭐 먹고 싶어?”“그냥 학교 근처에서 간단히 먹어요. 이따가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있거든요.”강지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이 근처에 샤부샤부 맛집이 있거든요. 우리 그거 먹으러 가요.”“그래.”강시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참나. 남들이 밥 사 주겠다고 해도 시간이 없다고 한 나인데. 내가 널 사 주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왔더니 시간제한까지 있는 거야?”강지연은 배를 잡고 크게 웃어댔다.샤부샤부 가게는 학교 근처였기에 강시우는 차를 제대로 주차한 뒤 강지연과 함께 걸어서 가기로 했다.두 사람은 마주 앉아 한창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러다 강지연은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학교에 건물을 기부한다는 그 떠들썩한 소문의 주인공이 강시우라는 것을.“뭐라고요?”강지연은 너무 놀란 나머지 젓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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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학생회 지도교사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부장 선생님, 이건... 이미 명단도 정해졌고 진행 순서도 다 확정되었습니다. 강지연 학생도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라 갑자기 바꾸면...”“내가 바꾸라면 당장 바꾸세요!”교무부장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그러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거칠게 지도교사 앞에 들이밀더니 손가락으로 화면을 툭툭 치며 말했다.“이거 좀 보세요! 이런 학생이 무슨 자격으로 학교를 대표해서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꽃다발을 전달합니까? 이건 학교 망신 아닙니까?”화면에 보이는 건 강지연과 강시우의 사진이었고 마침 어제 학교 문 앞에서 강시우가 강지연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 주던 장면이었다.교무부장은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강지연과 강시우가 샤부샤부 가게로 함께 들어가는 장면, 그가 고기를 집어 주던 장면, 식사를 마친 뒤 학교 주변을 나란히 걸으며 산책하는 장면까지.어제의 모든 순간이 빠짐없이 사진으로 담겨 있었다.주변에서 행사를 준비하던 교사들과 학생회 간부들도 그 사진들을 슬쩍 들여다보더니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부장 선생님, 이건...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학생회 지도교사가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오해?”교무부장은 냉정하게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강지연 학생이 직접 말해 봐! 사진 속 저 사람 누구지? 대낮에 교외에서 성인 남성과 이렇게 친밀한 행동을 하다니! 이게 학생다운 행동이야? 도덕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거니? 이런 학생을 무대에 올려 기부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게 한다고요? 이건 기부자에 대한 모욕이자 학교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입니다!”그의 말은 거칠고 단호했다.마치 이미 확실한 증거라도 손에 쥔 사람처럼 강지연을 공개적인 치욕의 기둥에 완전히 못 박아 버리려는 기세였다.대기실 안의 모든 시선은 순식간에 강지연에게로 쏠렸다.사실 강지연은 늘 모범적인 학생이었고 지금까지 교무부장의 눈에 특별히 띈 적도 없었다.그런데도 유독 그녀만 집요하게 부정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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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단상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학교 책임자들과 초청된 내빈들도 곧 자리에 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기부식은 이제 막 시작될 분위기였다.교장은 마지막으로 진행 순서와 준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대기실로 들어왔다.하지만 들어오자마자 꽃다발을 들고 있는 신아정을 보더니 즉시 표정을 굳히며 학생회 지도교사한테 물었다.“꽃다발은 강지연 학생이 전달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학생회 지도교사는 굳은 표정으로 교무부장을 힐끗 쳐다보았다.워낙 눈치가 빠른 교장은 이내 고개를 돌려 물었다.“부장 선생님이 바꾸신 겁니까?”교무부장은 이마에 땀이 맺힌 채 억지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게... 강지연 학생이 요즘 이런저런 나쁜 소문이 많지 않습니까. 게다가 어제는 누가 사진까지 찍었더군요. 학교 밖에서 어떤 남자와 아주 친밀하게 행동하는 모습 말입니다. 강지연이 성인 남자에게 후원받고 있다는 소문이 학교에 이미 다 퍼졌습니다. 그런 학생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라고 하면 우리 학교 체면이 뭐가 되겠습니까?”“당신...”교장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한참을 노려보았다.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행사 자리였기에 지금은 여기서 누군가를 꾸짖을 상황이 아니라 생각하며 애써 분노를 억눌렀다.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학생회 지도교사에게 물었다.“강지연 학생은요?”“이미 반으로 돌아갔습니다.”학생회 지도교사는 낮은 목소리로 답하며 다시 한번 교무부장을 흘겨보았다.그때 무대 위에서 사회자의 열정적인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졌고 행사의 시작을 알리며 책임자와 내빈들의 착석을 요청하고 있었다.인제 와서 강지연을 다시 부르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교장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일단 그대로 진행합시다. 더 이상 문제 생기지 않게 잘 지켜보세요.”신아정은 원래 강지연이 들어야 했을 꽃다발을 품에 안고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표정으로 무대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사실 이번 기부식에서 강지연을 제대로 망신 주기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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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맞아, 강지연이 도대체 누구한테 그렇게 미움을 샀길래 이렇게 계속 누명을 뒤집어쓰는 거야? 최아현, 넌 화도 안 나?”만약 화면 속 남자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최아현은 무조건 화를 냈을 것이다.하지만 그 남자가 강지연의 오빠라는 사실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최아현은 슬쩍 시선을 돌려 온하준을 바라보았다.그 역시 특별히 화가 난 기색은 아니었다.온하준이 화를 내지 않은 이유는 그가 어디서 들은 건지는 모르지만 오늘 기부식에 참석할 사람이 바로 강지연의 오빠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아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그들은 그저 강지연의 오빠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리며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논란이 과연 어떻게 수습될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최아현은 다시 시선을 문과반 쪽으로 옮겼다.멀리서 보이는 강지연의 모습은 여전히 침착하고 놀라울 만큼 여유로워 보였다.문과반 대열 속에서 강지연 역시 많은 친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몇몇 학생들은 낮은 목소리로 차유준에게 슬쩍 물어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차유준은 그저 냉정한 웃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오히려 가장 분노한 사람은 그녀의 담임인 백하영이었다.그녀는 급히 강지연 곁으로 다가오더니 몸을 숙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지금 당장 가서 끄라고 할게.”사실 백하영은 이미 방송실에 전화를 걸어 영상 중단을 요청하려 했던 상태였다.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고 지도 교사에게 메시지를 남겨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직접 방송실로 달려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이건 정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강지연은 백하영을 조용히 말리며 말했다.“선생님,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진실은 곧 드러날 거예요.”백하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잠시 망설이던 강지연은 결국 그녀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였다.그녀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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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교장은 서둘러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강시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아직은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선 기부 절차부터 진행하시죠.]교장은 당황한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기부를 계속할 수 있다고?’그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알겠습니다. 강시우 씨.”기부만 계속될 수 있다면 그 이후에 강시우가 어떤 요구를 내놓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잠시 후 교장은 운동장 한쪽에서 강시우가 문과반 학생들 사이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의 등장은 문과반 쪽에서 적지 않은 소동을 일으켰다.무엇보다도 그는 망설임 없이 곧장 강지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주변에 있던 학생들과 교사들은 강시우와 대형 스크린을 번갈아 바라보며 계속해서 비교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를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강지연과 함께 있던 그 남자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들은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시우는 강지연의 곁에 멈춰 섰다.그러자 주변에 있던 교사들과 학생들은 더 이상 노골적으로 쳐다보기가 부담스러웠는지 하나둘 시선을 다시 무대 쪽으로 돌렸다.그때 단상에 선 교장이 마이크를 잡고 기부식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그는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전한 뒤 열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선언했다.“존경하는 선생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지금 이 자리에서 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감격의 마음을 담아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강시우 선생님께서 이번에 우리 학교에 아낌없는 후원을 결정해 주셨습니다. 이번에 기부되는 고품격 현대식 건물로 인해 우리 학교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무대 아래에서는 정확한 이름이 또렷하게 들리지도 않았다.설령 들었다 하더라고 대부분의 관심은 오직 학생 기숙사 건물이라는 이 몇 마디에만 꽂혀 있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힘찬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교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또한 강시우 선생님께서는 도서관과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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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강시우는 단상 위에 올라서자마자 바로 중심 자리에 서지 않았고 여전히 강지연의 손을 잡은 채 대형 스크린 바로 아래에 서 있었다.그 모습은 마침 스크린에 정지된 채 떠 있는 화면 속 장면과 정확히 겹쳐 보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교무부장은 강시우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였다.하지만 지금 대형 스크린 화면에 있는 얼굴과 눈앞에 서 있는 얼굴이 완전히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굳어 버렸다.강시우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교장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정중하게 마이크를 강시우에게 건넸다.마이크를 받은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뜻밖이었다.“사진 참 잘 나왔네요.”운동장은 순간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강시우는 시선을 천천히 움직여 무대 옆에서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교무부장을 스쳐 지나 무대 아래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훑어보았다.그들의 표정에는 공포, 호기심, 그리고 양심에 찔린 듯 시선을 피하는 기색이 뒤섞여 있었다.“보아하니...”강시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제가 이 학교의 교육 사업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앞서 먼저 저에게 이런... 특별한 환영 선물을 보내주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군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진심 어린 어조로 덧붙였다.“어딘가에 숨어 사진을 찍어 주신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강시우의 목소리가 진지할수록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의미는 오히려 더욱 아이러니하게 들렸다.교장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기에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강시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강시우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교장 선생님, 너무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제야 그는 강지연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무대 중심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시선을 정리한 뒤 말을 이었다.“선생님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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