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연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온하준은... 평생 친구로 두어도 될 사람이야.”온하준은 적어도 친구에게만큼은 의리와 정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었다.“그래?”차유준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그래 보여? 걔가 그렇게까지 괜찮은 사람이야?”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은 사람이야. 친구들한테도 잘하고, 가족들한테도 잘하고, 가게 직원들한테도 잘하고, 심지어...”그녀는 순간 말을 멈췄다.자기 할머니에게도 정말 잘했다고 말하려다가 그저 삼켜 버린 것이다.그건 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강지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바꿨다.“심지어 모르는 노인분들한테까지도 정말 잘해.”그 말에 차유준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웃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순간 반짝이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 듯했다.강지연이 자세히 보려는 순간 그 빛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그래?”차유준이 말을 이었다.“난 몰랐네, 걔가 그렇게까지 좋은 사람인지. 겉으로 보면 꽤 냉정한 사람 같잖아.”“아마 가까이 지내봐야 알 수 있을 거야.”강지연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예전에 그녀는 온하준과 아주 가깝게 지냈었다.두 사람은 매일 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을 정도로 가까웠다.그렇게 가까웠지만 이상하게도 또 너무 멀게 느껴졌다.분명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마치 세상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아득하게 멀었다.“강지연.”차유준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끌어냈다.“응?”“만약... 온하준과 평생을 함께하라고 하면 선택할 거야?”차유준은 잠시 망설이더니 물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지금 이 순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고등학교 3학년인 그들에게 평생을 함께한다는 말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게다가 차유준 역시 강지연을 좋아하면서도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차유준.”강지연은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우리한테 제일 중요한 건 공부잖아. 열심히 해야 하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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