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Chapter 731 - Chapter 740

775 Chapters

제731화

“강지연 학생.”교감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짜증이 실려 있었다.“인터넷에 퍼진 그 영상이 지금 얼마나 큰 논란이 되고 있는지 알고는 있나? 우리 학교는 늘 단결과 우애를 강조해 왔고 그 어떤 형태의 학교폭력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 왔어. 그런데도 모범이 되어야 할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구나.”강지연은 교무실 한가운데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곧게 선 채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교감 선생님, 그 영상은 누군가 악의적으로 편집한 겁니다. 사실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날 욕실에서...”“편집?”교감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주시은의 머리채를 잡은 사람이 너 아니라는 거야? 그럼 주시은 학생이 겁에 질려 덜덜 떨던 모습도 전부 가짜라는 거니? 사실이 분명하잖아! 더 이상 변명할 필요도 없어! 지금 인터넷에서 이 일이 얼마나 크게 퍼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 너 때문에 학교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도 몰라?”“일이 심각하므로 더더욱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강지연은 교감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영상 전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저를 괴롭힌 건 주시은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정당방위로 대응했을 뿐이고요. 필요하시다면 그 사건의 모든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증거?”교감은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더니 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모든 증거라니? 학생들 사이에 어쩌다 보면 약간의 마찰이 생길 수는 있어. 하지만 네가 친구를 괴롭힌 건 명백한 잘못이야.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변명이 아니라 네가 올바른 태도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거야. 이 일로 퍼지게 된 학교에 대한 나쁜 소문은 어떻게든 수습해야지. 그래야만 학교에서도 처분을 가볍게 하는 쪽으로 고려해 볼 수 있어.”강지연은 사태를 서둘러 덮으려 하면서도 시종일관 상대편을 두둔하는 교감의 태도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교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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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겉으로는 걱정하는 듯했지만 말 속에는 노골적인 협박과 편파적인 태도가 숨김없이 배어 있었다.그 말을 듣고 있던 강지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천천히 치밀어 올랐다.“교감 선생님.”그녀는 억누르고 있는 감정 때문에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제 명예와 미래를 담보로 저에게 입을 다물라는 거네요. 진짜 가해자는 그냥 넘어가게 하려는 거고요. 맞습니까?”“너...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속내를 들킨 교감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저를 위해서요?”강지연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목소리를 높였다.“정말 저를 위해서였다면 선생님은 이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바로 조치를 취했어야죠.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까지 침해한 사람을 엄중히 처벌하는 게 먼저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피해자인 저를 겁주려고 하셨고 가장 악의적인 성별 편견으로 저를 묶어 두려고 하셨잖아요.”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였다.“몰래 촬영된 이 영상은 제 수치가 아닙니다. 그건 촬영한 사람의 범죄입니다. 피해자가 겪게 될지도 모를 또 다른 피해를 이유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이 교육자로서 할 수 있는 일입니까?”그녀의 말이 끝나자 교감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너... 넌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구나! 난 현실적인 영향을 고려해서 한 말이야!”강지연은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선생님이 걱정하는 게 정말 이 학교의 명예 때문입니까? 아니면 선생님 자신의 체면 때문입니까?”교감의 얼굴빛은 순간 확 변했다.“그게 무슨 뜻이지?”강지연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이 영상이 전부가 아닙니다. 더 흥미로운 내용도 있거든요. 교감 선생님도 분명 관심이 있으실 겁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더 이상 그의 표정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그대로 교무실 문을 나섰다.뒤에서 교감이 분을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강지연은 들은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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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강지연이 기다리던 순간이 드디어 찾아왔다.게시글의 열기가 점점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사실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었다.한 교시가 지나자마자 그녀는 다시 교실 밖으로 불려 나갔다.이번에 향한 곳은 교장실이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장실 안에는 낯선 얼굴 몇 명이 앉아 있었고 물론 교감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이 학생이 바로 강지연 학생입니다.”교감이 벌떡 일어서더니 아첨 섞인 웃음을 띠며 소개했다.“강지연, 이분들은 교육청에서 나오신 책임자분들이야. 예의 바르게 인사해야지.”그러자 그 사람들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돼요. 우리도 원래 다 교사였으니까.”강지연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선생님, 안녕하세요.”“하 주임님, 교장 선생님. 이 일에 대해서는 우리 학교 내부에서 이미 충분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교감이 먼저 입을 열었다.“본질적으로는 여학생들 사이에서 생긴 작은 마찰과 오해일 뿐입니다. 강지연 학생은 성격이 비교적 직설적인 편이라 말이 다소 거칠게 들렸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그걸 의도적으로 녹음해 앞뒤를 잘라 편집하면서 일이 지금처럼 커진 겁니다. 학교에서는 이미 관련 학생들에 대해 엄중히 지도하고 교육했습니다.”그는 마치 강지연을 위해 변명해 주는 사람인 것처럼 그녀를 향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강지연 학생도 친구 사이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미 인정했습니다. 서로 화해도 했고요. 제 생각에는 서로 사과하고 인터넷에 간단한 해명 글을 올리는 선에서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괜히 일을 더 크게 키우면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곧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잖아요.”그는 강지연에게 슬쩍 눈치를 보내더니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강지연 학생은 이해심이 깊고 판단도 빠른 학생입니다. 비록 작은 실수는 있었지만 잘못을 알고 고치면 되는 거니까요. 징계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뜻은 분명했다.강지연이 순순히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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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이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교장실 안의 공기는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교장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어두워졌고 함께 온 다른 두 책임자의 표정 역시 점점 더 엄숙하게 굳어 갔다.반면 교감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몇 번이나 말을 끼어들려 했지만 이 선생님의 매서운 눈빛에 번번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전체 영상은 제가 이미 확인했습니다. 다만 여학생의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내용은 당분간 비공개로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조사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끝까지 파고들어 철저히 조사할 것입니다.”그 말을 듣자 교감은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제 잘못입니다. 제가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영상이 편집된 사실도 모르고...”“아니에요!”지금까지 눈물을 훔치고 있던 강지연이 그제야 겨우 용기를 낸 듯 높은 소리로 말했다.“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교감 선생님이 믿지 않으신 거예요.”교감은 입술을 미세하게 떨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믿지 않았을 수가 있었겠어? 설령 믿기 어렵더라도 조사는 해 해봤겠지. 안 그래?”“아니요. 선생님은 조사하지 않으실 거예요!”강지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조사하면 결국 자기 자신을 조사하는 꼴이 되니까요.”“강지연 학생!”교감은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미 평정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다.“어려서부터 자기가 하는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해!”강지연은 마치 그의 목소리에 겁을 먹은 듯 움찔하며 몸을 살짝 움츠렸다.그 모습을 본 이 선생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지연 학생, 괜찮아요. 겁낼 필요 없으니까 계속 말해 봐요.”“제가 하는 모든 말에는 다 증거가 있습니다.”그녀는 이 선생님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두려운 척 뒤로 몸을 피했다.“저한테 주시은의 카톡 대화 기록이랑 송금 내역을 캡처한 것도 있어요. 주시은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거예요. 그 사람은 바로 이하나고요. 그리고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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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하지만 강지연에게는 아직 제출하지 않은 증거 하나가 더 있었다.바로 차유준이 보내준 영상이었다.차유준은 학교 보안 시스템을 해킹해 삭제된 그날의 CCTV 영상을 복구해 냈다.그리고 그 영상 속에는 아주 결정적인 장면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시스템을 해킹하는 일은 결코 떳떳한 행동이 아니었다.그 영상을 그대로 제출했다가 혹시라도 차유준에게 영향을 끼칠까 봐 강지연은 끝내 그 증거를 꺼내지 않았다.교감의 말처럼 곧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이 중요한 시기에 차유준에게 그 어떤 상처라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강지연이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마침 차유준이 다가오고 있었다.“어땠어? 왜 부른 거래?”그의 질문은 조금 전 온하준이 그녀를 보자마자 했던 말과 다르지 않았다.강지연은 방금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내가 보기엔 이제 괜찮을 것 같아. 교육청에서 철저히 조사할 거라고 했어.”“네가 기다리던 게 이거였어?”차유준이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맞아.”차유준의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잘했네. 여론의 목소리가 충분히 커져야 그 결과도 충분히 엄중해지는 법이거든.”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강지연은 순간 당황했다.“게시판 쪽 CCTV 영상은 제출 안 한 거야?”차유준이 궁금했던 부분이었다.강지연은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이며 말했다.“응. 안 줬어.”“왜?”차유준은 그녀가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왜냐하면...”강지연은 부드럽게 웃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너를 지켜주고 싶었거든.”차유준은 순간 당황한 듯 표정을 굳혔다.하지만 이내 따뜻한 눈빛으로 바뀌더니 입꼬리도 천천히 올라갔다.“난 괜찮아. 그 사람들이 설마...”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괜찮아. 지금은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조사할 거야.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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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강지연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온하준은... 평생 친구로 두어도 될 사람이야.”온하준은 적어도 친구에게만큼은 의리와 정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었다.“그래?”차유준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그래 보여? 걔가 그렇게까지 괜찮은 사람이야?”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은 사람이야. 친구들한테도 잘하고, 가족들한테도 잘하고, 가게 직원들한테도 잘하고, 심지어...”그녀는 순간 말을 멈췄다.자기 할머니에게도 정말 잘했다고 말하려다가 그저 삼켜 버린 것이다.그건 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강지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바꿨다.“심지어 모르는 노인분들한테까지도 정말 잘해.”그 말에 차유준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웃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순간 반짝이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 듯했다.강지연이 자세히 보려는 순간 그 빛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그래?”차유준이 말을 이었다.“난 몰랐네, 걔가 그렇게까지 좋은 사람인지. 겉으로 보면 꽤 냉정한 사람 같잖아.”“아마 가까이 지내봐야 알 수 있을 거야.”강지연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예전에 그녀는 온하준과 아주 가깝게 지냈었다.두 사람은 매일 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을 정도로 가까웠다.그렇게 가까웠지만 이상하게도 또 너무 멀게 느껴졌다.분명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마치 세상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아득하게 멀었다.“강지연.”차유준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끌어냈다.“응?”“만약... 온하준과 평생을 함께하라고 하면 선택할 거야?”차유준은 잠시 망설이더니 물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지금 이 순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고등학교 3학년인 그들에게 평생을 함께한다는 말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게다가 차유준 역시 강지연을 좋아하면서도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차유준.”강지연은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우리한테 제일 중요한 건 공부잖아. 열심히 해야 하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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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문과반 수업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강지연과 차유준은 아직 식당에도 가지 않은 상태였다.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차유준 이었다.삭제되었던 CCTV 영상은 차유준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니라며 극구 부정했다.“아마 너의... 좋은 친구일 거야.”차유준은 서로 다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하준?”강지연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그 이름이 튀어나왔다.그 말을 들은 차유준은 다시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강지연은 그가 왜 웃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보다 온하준이 어떻게 그 영상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더 컸다.“복구된 영상 온하준한테도 보낸 거야?”차유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걔가 직접 알아낸 거겠지.”“뭐라고?”강지연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차유준의 얼굴에 그 미묘한 미소가 다시 번지고 있었다.“넌 네 친구에 대해 나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네.”“무슨 뜻이야?”강지연은 말을 덧붙였다.“그래도 네가 더 잘 알겠지. 너희는 피는 안 나눴지만 제일 좋은 형제잖아.”차유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온하준은 컴퓨터 쪽으로 굉장히 뛰어나. 웬만한 컴퓨터공학 전공생들보다도 더 잘해.”“그래?”강지연은 온하준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그는 원래 학년 전체에서 독보적인 1등이었고 나중에는 대학에 가자마자 테크 회사를 창업해 AI 분야와 빠르게 접목한 사람이기도 했다.그렇다면 고등학생 때부터 그런 기초가 있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다시 물었다.“그럼 너는? 너는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차유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아마 온하준 덕분이겠지.”강지연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차유준을 한참이나 노려봤지만 그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차유준.”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너 그거 알아? 네가 웃을 때마다 왠지 묘하게 낯익은 느낌이 들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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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열일곱 살의 온하준은 이런 사람이었나?놀란 건 강지연만이 아니었다.문 뒤에 서 있던 이하나 역시 충격을 받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너... 너...”그녀는 한참 동안 ‘너’라는 말만 반복하다가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 이 학교에 더는 못 다니겠어!”온하준의 대답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그건 네 문제야.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해.”그 말이 끝나자 교실 안에서 책상이 밀리는 소리가 났다.그가 교실에서 나올 준비를 하는 듯했다.“온하준! 거기 서!”이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너랑 강지연은 도대체 무슨 사이야? 강지연이 너한테 뭘 해줬길래 그렇게까지 감싸는 거야?”교실은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온하준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천 원.”“뭐... 뭐라고? 천 원?”이하나는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걔가 나한테 천 원을 내줬어.”그 말을 끝으로 교실 안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며 온하준이 밖으로 나왔다.강지연은 재빨리 몸을 돌려 자리를 피했다.복도를 달려가는 동안에도 머릿속에는 계속 천 원이라는 그 말이 맴돌고 있었다.식당 근처까지 거의 다 왔을 때 뒤에서 최아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연아!”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최아현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더니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채 헐떡거리며 말했다.“내가 너 찾으려고... 이 학교를 다 뒤졌어. 드디어 찾았네... 그 게시글... 봤어?”“응. 나 다 알았어.”강지연의 심장 역시 빠르게 뛰고 있었다.“가자. 밥 먹으러.”최아현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대단해! 게시글에 모든 사실을 다 까발리다니! 댓글 봤어? 속이 다 시원하다니까! 이하나랑 주시은, 그리고 교감까지 욕을 아주 제대로 처먹고 있던데.”“봤지, 당연히.”강지연뿐만 아니라 지금 학교에 있는 대부분 학생들이 이미 다 봤을 것이다.지금도 그녀의 곁을 지나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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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강지연은 또 다른 삶에서 수많은 소란을 겪었었다.인터넷에 몇 번이고 이름이 올랐었고 그녀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나서서 해명해야 했었다.솔직히 말해 너무 피곤하고 허무한 일이었다.그래서 이번만큼은 직접 나서지 않기로 했다.이미 여론은 충분히 넓게 퍼져 있었고 그 흐름을 이용해 학교 관련 기관에서 수습하게 만드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런데 의외로 온하준이 직접 나서 버렸다.열일곱이라는 나이는 마치 막 태어난 송아지처럼 혈기가 넘치는 시기였기에 싸우는 것이 자연스럽고 오직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었다.또 그렇기에 열일곱 살의 온하준은 아무렇지 않게 그녀가 천 원을 내줬다는 말을 꺼낼 수도 있었던 것이다.강지연은 문득 이 시공간에서 스물일곱 살의 온하준은 과연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궁금해졌다.자리에 앉은 온하준의 눈빛에는 열일곱 소년 특유의 패기와 투명함이 담겨 있었다.강지연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얼굴을 살피며 성공한 뒤의 온하준에게서 느껴지던 그 날카로운 기운을 찾아보려 했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심지어 그 누구도 강지연보다 위에 설 수 없다고 말하던 이 소년과 그녀가 기억하는 온하준을 같은 사람으로 이어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뭘 그렇게 봐?”온하준이 갑자기 닭 다리 하나를 그녀의 그릇에 툭 내려놓으며 말했다.시선이 잠시 흔들렸던 강지연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원래는 네가 나한테 닭 다리를 줘야 하는 거 아니야?”마치 공을 세운 사람에게 상 하나 안 주냐는 듯한 어린 소년의 자만 같았다.강지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나 점심에 닭 다리 안 샀는데. 저녁에 이 누나가 닭 다리 사 줄게.”“뭐라고? 그 말 당장 고쳐!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네.”온하준은 누나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강지연과 최아현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더 크게 웃어댔다.겉으로 보면 그저 입으로 장난치며 온하준을 놀리는 것 같았지만 강지연의 속마음은 달랐다.사실 이 시공간의 강지연은 온하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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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강지연은 몇 번이나 끼어들어 말을 꺼내려 했지만 도무지 틈이 나지 않았다.온하준과 김도윤이 나란히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달려 나가 생각할 틈도 없이 온하준의 앞을 가로막았다.“강지연?”온하준의 눈빛은 방금 경기에서 승리한 기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그가 막 김도윤과 김도진에게 그녀를 소개하려던 참이었다.“이쪽은...”“온하준.”강지연은 그들이 누구인지 전혀 듣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온하준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버렸다.그리고는 약간 따지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살짝 애교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나랑 저녁 같이 먹기로 약속했잖아.”온하준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강지연은 이미 말을 꺼내 버린 이상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또 약속 어길 거야? 됐어!”그녀는 홱 고개를 돌렸다.누가 봐도 화가 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온하준의 당황한 기색은 서서히 풀렸다.그리고 그의 눈빛에는 막 기울어 가는 저녁노을처럼 은은한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그때 김도윤이 웃으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온하준, 이건 너...”하지만 온하준은 가볍게 웃기만 할 뿐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오히려 김도윤의 짐작을 그대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였다.“차유준, 그럼 네가 애들 데리고 가서 먹어. 계산은 내가 하는 거로.”차유준이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거의 칼날에 가까울 만큼 날카로웠다.그런데도 온하준은 태연하게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오늘 이렇게 많은 친구가 찾아왔는데 제대로 대접해야지. 고생 좀 해.”차유준은 당장이라도 사람 하나 죽일 듯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온하준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오히려 더 얄밉게 말했다.“미안해 친구들. 이번엔 시간이 좀 어긋났네. 오늘은 차유준이랑 나가서 먹어. 다음에 내가 제대로 한 번 대접할게.”그는 손을 가볍게 휘저으며 사람들을 돌려보냈고 차유준의 등을 툭 밀어내며 겨우 그 많은 인원을 정리했다.사람들이 흩어지고 나자 온하준은 강지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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