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등 밖이라고?’온하준은 늘 학년에서 1등을 차지하던 애였다. 강지연은 속이 뒤집혔다.“온하준, 너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야?”하지만 온하준은 그저 몸을 곧게 세운 채 서 있을 뿐, 선생님 말씀에도 대답하지 않았고 물론 그녀의 분노 어린 외침 역시 듣지 못했다.“온하준, 무슨 어려운 일 있니? 선생님께 말해 봐. 공부 때문이든, 생활 때문이든, 아니면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운 일이 있든, 뭐든 선생님이랑 이야기할 수 있어.”선생님은 꽤 참을성 있게, 정말로 그를 도와주고 싶다는 태도로 말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단 한마디뿐이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가 뭘 하는지는 저도 잘 압니다.”“너!”선생님은 그 말에 순간 크게 기가 막힌 듯했지만 화를 억누르고 끝까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온하준, 선생님은 네가 원래 자기 생각도 뚜렷하고 자기 관리도 잘하는 아이라는 걸 알아. 사람은 누구나 젊은 시절에 한 번쯤 좌절을 겪을 수 있어. 하지만 한 가지는 꼭 알아야 해. 좌절을 이겨내는 건 절대 방황이나 퇴폐가 아니야. 예전의 너 자신보다, 그리고 네 경쟁자들보다 더 강해지는 것만이 진짜 좌절을 이기는 거다. 네가 이렇게 주저앉아서 계속 무너지기만 하면 그때야말로 정말 남들에게 우습게 보이게 되는 거야.”선생님의 이 말은 강지연도 단번에 알아들었다.온하준이 만약 실연 때문에 무너진 거라면 그렇게 주저앉아 있다고 해서 여자의 마음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더 강해져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하지만 온하준이 그 뜻을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의 온하준은 삶은 돼지가 뜨거운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그저 무심하게 흘려듣는 얼굴일 뿐이었다.“알겠습니다, 선생님.”선생님이 무슨 말을 해도 온하준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대답은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이미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결국 선생님도 더는 어쩌지 못했다. 한참을 애써 타이르며 사상 교육을 한 끝에 온하준을 다시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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