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저는 정리할 생각 없으니 아주머니가 알아서 하세요.”강지연은 말을 마치고 집에서 나왔다.아침도 먹지 않았던 터라 그녀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하나 사 들고 병원으로 가 침을 맞았다.치료가 끝나가던 참에 휴대전화가 진동을 타고 울렸다.화면에는 ‘온하준’이라는 이름이 떠올랐고 강지연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연, 내 갈색 서류봉투 어디 있어?”“몰라.”다급한 온하준의 목소리와 달리 강지연은 느긋하게 답했다.“캐리어 안쪽에 넣어뒀는데 정리하면서 어디에다 뒀어?”온하준의 어조는 점점 더 조바심에 차 있었다.“지금 회의 가야 하는 데 당장 필요하다고.”강지연은 의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가방을 챙겨 진료실을 나서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캐리어? 정리 안 해서 몰라.”“정리를 안 했다고?”온하준의 목소리는 놀람으로 가득했다.이어 전화기 너머로 온하준이 현관으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캐리어는 현관 앞에 고대로 놓여 있었다.“캐리어를 현관에 뒀는데 못 봤어?”“봤어.”강지연은 병원을 나와 택시를 부르지 않고 병원 앞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보고도 정리를 안 했다고?”온하준의 목소리에는 더 큰 당혹감이 스쳤다.“응, 안 했어.”‘왜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너 어디야? 주변에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온하준이 재촉하듯 물었다.“쇼핑 중이야.”강지연이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 커피숍 야외 테라스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쇼핑? 네가 쇼핑을 어떻게 해?”온하준의 목소리는 의문과 불신으로 가득했다.강지연이 카페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정중하게 자리를 안내했다.“왜? 나 같은 절름발이는 쇼핑도 못 한다는 뜻이야?”전화기 너머 온하준의 목소리가 잠시 끊기더니 한참 후에야 다시 이어졌다.“왜 캐리어를 정리하지 않은 건데?”“정리하기 싫었어.”강지연은 평온하게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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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그날의 황혼은 청춘만이 간직할 수 있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5년이라는 결혼 생활은 오랜 짝사랑의 마음을 갈고닦아 결국 발바닥 각질처럼 보잘것없는 기억만 남게 되었다.강지연은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커피와 케이크를 천천히 음미했다.이어서 영화를 한 편 보러 갔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자 이미 오후가 깊어져 있었다.점심을 아직 먹지 못했기에 강지연은 택시를 타고 유명한 딤섬 전문점으로 향했다.만두를 한입 베어 물자 고소한 국물이 입안 가득 터져 나와 미각을 사로잡았다.이것으로 오늘의 계획은 모두 끝이 났다.게다가 꽤 배도 부른 터라 소화도 시킬 겸 그녀는 골목을 따라 걸으며 택시를 잡기로 마음먹었다.골목 안에는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는데 매우 재미있었다.천천히 구경하며 걷던 중, 젊은 여성들이 한 가게 앞에 줄을 서서 케이크를 사고 있었다.인기 있는 곳인가 싶어 강지연도 줄에 끼어들었다.하지만 신기한 건 아무도 그녀의 다리를 주목하지 않는다는 거였다.혹시 봤더라도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케이크를 들고 가게를 나서며 강지연은 묘한 감동에 사로잡혔다.알고 보니 온하준이 만들어낸 좁디좁은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또 알고 보니 온하준과 그의 주변인들만이 그녀의 다리를 끊임없이 조롱했을 뿐이었다.반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의 다리에 대해 그다지 개의치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강지연은 케이크를 들고 택시를 타 집으로 돌아왔다.온하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건지 집에는 진경숙만 있었다.“사모님, 오늘 반찬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진경숙이 막 식사 준비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이제부터는 반찬을 어떻게 할지 저한테 묻지 않으셔도 돼요.”강지연은 케이크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 이곳에 머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녀가 떠난 후에도 온하준이 진경숙을 계속 도우미로 쓸지는 알 수 없었다.진경숙의 당혹스러운 표정에 강지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앞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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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마지막 18일째, 여권이 도착했고 비자 예약은 마지막 16일째로 잡았다.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비자 예약 당일, 강지연은 꽤 일찍 일어났지만 온하준은 그녀보다 더 빨리 일어난 듯했다.그는 방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다 나갔고 온하준이 떠난 후에야 강지연은 침대에서 일어났다.오후 예약이었기에 서둘 필요는 없었다.강지연은 아침을 먹고 비자 신청을 위해 준비했던 서류봉투를 꺼내 빠진 것이 없는지 다시 확인했다.봉투 속 내용을 하나씩 점검한 후 부족한 것이 없자 안심하며 지갑을 꺼냈다.그런데 안에 넣어두었던 신분증이 사라진 상태였다.강지연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신분증을 지갑에 넣어두었던 기억이 선명했는데 모든 주머니를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문득 그녀는 아침에 방에서 무언가를 뒤적이던 온하준의 모습이 떠올랐다.‘아침에 방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는데 설마 내 신분증을 가져간 거야?’강지연은 즉시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기 너머로 담담한 온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강지연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온하준! 내 신분증 어디 있어? 네가 가져간 거야?”“그래.”온하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인정했다.“내 신분증은 왜 가져간 거야?”“그런데 넌 지금 신분증을 왜 찾아? 뭐 하려고?”오히려 온하준이 그녀에게 되물었다.“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내 신분증 당장 돌려줘!”강지연은 짜증이 슬슬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온하준은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고 계속 신분증 용도만 캐물었다.“도대체 뭐 하려고 그러는 건데?”“집... 보러 갈 거야.”어쩔 수 없이 강지연은 거짓말을 만들어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온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여기로 와.”“어디? 회사? 신분증 가지러 네 회사로 찾아오라는 거야?”“응, 와서 가져가.”“도대체 내 신분증은 왜 가져간 거야?”강지연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현관으로 걸어가 신발을 갈아신었다. 어쩔 수 없이 회사로 온하준을 찾으러 가야 했다.“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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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강지연은 정말 이해가 안 됐다.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은 그녀의 다리를 보고도 배려하며 못 본 척하는데 왜 온하준 주변 사람들만 그렇게 악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건지.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저기요, 대표님께 최소한 한 번쯤은 확인해 보시죠.”강지연은 평범한 직원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프론트에서 방문객을 무례하게 대하거나 모욕하는 건 직무 태만이잖아요? 불만을 제기하고 싶진 않습니다.”“그럴 자격이 되시기나 해요? 당신은 고객도 방문객도 아니잖아요.”프론트 직원은 불쾌한 기색으로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결국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상대방이 뭐라고 했는지 직원은 턱을 더욱 높이 쳐들며 말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네! 하긴, 내 눈이 틀릴 리가 없지! 어디서 이런 게 들어와서! 당장 꺼져요! 안 가면 경비 불러서 쫓아낼 테니까! 비서실에서도 당신 같은 사람은 없다고 했어요! 대표님 부인 성이 강 씨가 아니라고도 했고!”“그래요?”강지연은 경비를 부르는 것쯤은 두렵지 않았다.그녀는 오늘 비자 발급을 위해 모든 서류를 지니고 있었고 그중에는 혼인관계증명서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럼, 대표님 아내는 성이 뭐라고 하던가요?”프론트 직원은 갑자기 비웃음을 지었다.“죄송합니다만, 저는 그저 성실히 일하는 평범한 직원이에요. 대표님의 사적인 일은 잘 모를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어요. 어떤 사람처럼 출세하려고 얼굴 파는 그런 인간도 아니고요. 감히 대표님 아내인 척하다니 대체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그 절뚝거리는 다리가 준 용기인가요? 경고하는데 당장 꺼져요!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신고요?”강지연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럼 빨리하세요. 경찰이 오면 제가 혼인관계증명서까지 꺼내 보일 필요도 없겠죠. 경찰이 조사하면 진실이 다 드러나니까요.”“혼인관계증명서? 웃기지도 않네. 가짜겠지. 우리 대표님이 눈이 멀었어요? 절뚝이랑 결혼하게?”프론트 직원이 흥분하여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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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강지연은 이것이 함정임을 직감했다.하지만 지금은 누가 이런 함정을 놓았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따질 여유가 없었다.예약한 비자는 물 건너간 듯했다.그녀는 일어나 회의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최상층에 있는 이곳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강지연은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프론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도와주세요! 제가 지금 최상층 회의실에 갇혔는데 사람 좀 보내주실래요?”하지만 전화받은 사람은 아까 그녀를 무시하던 그 직원이었다.“대표님한테 작업 걸다가 경비한테 걸린 거죠? 흥, 자업자득이네!”냉담한 목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어졌다.강지연의 휴대전화에는 김도윤과 김도진의 번호도 저장되어 있었다.비록 지금은 서로 마주치기만 해도 불편한 사이가 되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 온하준의 친구로서 연락처를 교환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예상대로 그들도 전화받지 않았다.그녀는 자리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사이트에 접속해 비자 예약을 취소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패션프루트 레몬주스를 들어 단숨에 마셔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에 가려움증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제야 강지연은 자신이 마신 주스가 결코 패션프루트 레몬주스가 아님을 알아차렸다.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온다고 했던 노유진은 보이지 않았다.강지연이 이곳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모두 각자의 업무에 바빴다.그때, 갑자기 최상층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건물 전체에 비상경보가 크게 울렸다.“무슨 일이죠?”직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왔다.“저쪽에서 연기가 나요! 불이야!”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빨리 119에 전화하세요!”온하준도 소리를 듣고 나왔다. 작은 회의실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새어 나오고 있었다.“회의실에 불이 난 것 같아요. 사람이 없어서 다행입니다.”한 직원이 급히 보고했다.“이미 119에 신고했어요. 소방차가 곧 도착할 거예요.”“불은 어떻게 난 거죠? 안전 보건 부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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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입 다물어! 말하지 마! 너 안 죽어! 구급차 금방 올 거야!”온하준은 강지연을 끌어안은 채 신속하게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강지연은 눈을 감았지만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사실, 작별 인사는 미리 해야 했는데. 온하준, 안녕.'엘리베이터에 오른 온하준은 굳게 감긴 강지연의 눈을 바라보며 그녀를 안은 채 미친 듯이 버튼을 눌러댔다.마치 그렇게 하면 엘리베이터가 더 빨리 내려가기라도 하는 것처럼.“강지연, 자지 마. 정신 차려! 눈 뜨라고!”그는 소리를 지르며 버튼을 누르는 손을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마침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소방차와 구급차도 뒤이어 도착했다.온하준은 불이 난 상황을 살필 새도 없이 급히 강지연을 안고 구급차로 뛰어올라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강지연은 병원에 도착하고 잠시 뒤 정신을 차렸다.다행히 화상은 없었지만 얼굴에 가득 번진 발진은 그을림과 함께 거뭇거뭇하게 퍼져 다소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의사가 면봉으로 강지연의 얼굴을 닦아내며 말했다.“환자분 얼굴에 난 것은 알레르기로 인한 발진입니다. 의식을 잃은 이유도 알레르기 때문일 수 있어요.”의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알레르기 때문에 의식을 잃은 것도 모자라 화재까지? 어떻게 이렇게 부주의할 수가 있죠?”온하준은 아직도 어리둥절했다.“알레르기요? 강지연, 너 뭘 먹은 거야?”입원실로 옮겨진 강지연은 병상에 누운 채 침묵을 지켰다.“조금 더 지켜보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검사가 몇 가지 더 있습니다.”의사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의사가 강지연의 얼굴을 닦아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회색 자국이 남아 있었다.온하준은 그녀의 병상 옆에 앉아 면봉에 알코올을 묻혀 세심하게 닦아주었다.쓰라린 느낌에 강지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돌렸다.“좀 참아. 깨끗하게 닦지 않으면 감염될 수 있잖아.”온하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강지연은 안 그래도 부은 눈이 더욱 뻐근하게 느껴졌다.그 말은 낯설지 않았다.강지연이 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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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문틈으로 고개만 내밀던 이하나는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내가 나가 볼게.”온하준은 강지연에게 말을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병실 밖에는 이하나가 꽃다발을 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용히 서 있었다.“하준아, 강지연 씨는 괜찮아? 문병하러 오고 싶어서 왔는데 나를 안 좋아하니까 들어가기가 좀 망설여져.”“큰 문제는 아니니까 좀 쉬면 나을 거야.”온하준은 강지연이 이하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말했다.“마음은 대신 전해 줄게. 지금 기분이 안 좋아서 너는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어.”“그래.”이하나는 사실 강지연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온하준을 만나러 온 거였기에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하준아, 미안해. 전부 내 잘못이야. 너의 수석 비서로서 일을 제대로 해야 했는데 내가 실수하는 바람에 강지연 씨가 그런 사고를 당한 거야.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아니면 내 목숨을 내놓아도 갚지 못할 뻔했어.”이야기가 여기까지 흐르자 이하나는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병실 안에 있던 강지연의 귀에는 이하나의 말이 또렷이 들려왔다.‘이하나가 온하준의 수석 비서라고? 그러면 둘이 함께 출장도 다니고 어디를 가든 함께 붙어 다니겠네.'그리고 이하나가 온하준의 수석 비서라면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셈이었다.온하준은 그런 이하나를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은 채 위로를 건넸다.“이 일이 어떻게 일어난 건지 아직 제대로 조사도 안 됐어. 강지연을 좀 진정시킨 뒤에 돌아가서 제대로 조사해 보자.”이하나는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도윤이와 도진이가 이미 조사해 봤는데 회의실 전선에서 불이 붙으면서 그렇게 된 거래. 전선이 왜 그 정도로 마모된 건지 모르겠어. 내가 평소에 제대로 점검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전선 문제로 불이 났다면 당연히 너랑 상관없는 일이지. 여자인 네가 전선에 대해서 뭘 볼 줄 안다고 그래? 너 먼저 집에 돌아가서 쉬어. 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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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누군가 강지연에게 망고 주스를 마시게 하려 했고 이것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짓이었다.만약 알레르기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혼수 상태 그대로 불에 타 죽을 수도 있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강지연은 누군가의 범죄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그런데 이상한 건, 알레르기 때문에 두드러기는 날지언정 쇼크로 쓰러진 적은 없다는 점이었다.‘그런데 왜 내가 의식을 잃을 것으로 생각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온하준뿐인데?'단 한 번, 강지연이 실수로 망고 케이크를 먹고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다.그때는 온하준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두드러기로 뒤덮인 자기 얼굴을 온하준이 보는 것을 원치 않아 방에 들어가 잠든 척하며 숨어 있었다.온하준이 밖에서 문을 두드려도 열지 않자 결국 진경숙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알레르기로 쇼크도 올 수 있다는데 사모님께서 혹시 쓰러진 건 아닐까요?”그 말에 문을 부수고 들어온 온하준은 침대에 누워 있는 강지연을 보고는 정말로 쇼크 상태라고 생각했었다.강지연은 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알고 싶었다.어차피 망고를 먹어도 죽지 않고 의식을 잃을 일도 없으니 그녀는 한 번 쓰러진 척하기로 마음먹었다.아까 온하준에게 자신이 죽으면 빚이 없어진다고 말했던 것도 모두 연기였고 쇼였다.죽는 척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병원에 도착한 이상 더는 연기를 계속하기가 미안해졌다.단순한 알레르기 반응 하나로 의사들의 진료 시간을 빼앗는 것이 죄책감으로 다가왔다.온하준과 이하나는 병실 밖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강지연은 몸을 일으켜 탁자 위에 놓인 가방에 손을 뻗었다.“강지연, 뭐 필요한 거 있어? 내가 가져다줄게.”온하준이 그녀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급히 병실 안으로 돌아왔다.이하나는 떠나지 않고 밖에서 병실 안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가방을 이미 손에 넣었던 강지연은 그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다행히 배터리는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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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굳어진 온하준의 얼굴을 보며 강지연은 오히려 평온하게 말을 이었다.“온하준, 노 비서는 분명히 패션프루트 레몬주스라고 말했어. 그런데 어떻게 망고 주스로 바뀐 거지? 노 비서가 일부러 그런 거야, 아니면 누가 음료수를 바꾼 거야? 그리고 너, 내가 망고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대체 누구에게 말했어?”이하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강지연은 그녀가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문을 누가 잠갔는지는 CCTV로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어. 물론 CCTV가 고장 났거나 기록이 삭제됐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겠지. 그러니까 신고는 무조건 해야겠어.”이하나가 온하준을 향해 뭔가를 말하려는 찰나, 강지연은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했고 나는 꼭 신고해서 이 사실을 밝힐 거야! 누가 막는다면 그 사람이 바로 범인이거나 공범이겠지!”이하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온하준! 넌 네 아내가 회의실에서 불에 타 죽을 뻔했는데 나서서 신고하기는커녕 왜 반대하는 건데? 도대체 뭘 감싸고 싶어서 그래?”강지연은 온하준을 노려보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강지연.”온하준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말을 이었다.“너 설마 하나를 의심하는 거야?”강지연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의심하는 사람 없어. 난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까 신고하는 거 막지 마.”“하준아, 나 아니야. 내가 왜 강지연 씨를 해치려고 하겠어.”이하나가 눈물을 보이자 온하준은 강지연의 어깨를 잡으며 타이르듯 말했다.“그래, 하나가 어떻게...”강지연이 온하준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그러면 왜 신고하는 걸 막는 건데? 그렇게 억울하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서 결백을 증명하는 게 낫지 않아?”“강지연...”“더 이상 내 이름 부르지 마, 온하준. 최소한 네가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목숨과 관련된 문제와 다른 문제 사이에서 옳은 선택을 할 거야. 그런데 누군가를 감싸주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해도 나는 할 말은 없어. 하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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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다들 회사를 위해 그렇게 헌신하고 심혈을 기울이면서 오늘 이 회사를 일궈냈잖아. 그런데 강지연 씨는 그저 집에 앉아서 모두의 성과를 편하게 누리기만 하고 너랑 김도윤, 김도진한테 안 좋은 소리만 하잖아. 난 그저 서로 다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관계를 잘 발전해 나가고 싶었어. 그래서 어떻게든 조정자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항상 나를 싫어만 하니까 분한 마음이 들었던 거야. 왜 강지연 씨는 아무 때나 너를 찾아와서 만날 수 있는 건지, 요구하는 게 뭐든 넌 다 들어주는 건지. 그런 생각을 하니까 화가 치밀어서 이성을 잃고 회의실에 가둔 거였어. 난 그냥 강지연 씨가 너를 찾아가는 게 싫고 조금이나마 늦게 너한테 갔으면 해서 그랬던 거야. 회의실에 불이 날 거라고는 절대 생각도 못 했다고.”이하나는 흐느끼며 겨우 말을 이었고 강지연은 그런 이하나의 연기를 냉담한 눈빛으로 지켜보았다.‘과연 온하준은 이하나를 용서할까?'“하준아, 나... 나 두 번 다시는 안 그럴게. 앞으로는 얌전히 있을게. 그러니까 용서해 줘.”이하나의 눈물이 온하준의 소매를 적셨다. 강지연은 어이없다는 듯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하나 씨,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피해자는 온하준이 아니라 나예요. 용서를 빌려면 나한테 빌어야지 왜 온하준한테 비는 거죠?”“그게 강지연 씨는...”이하나는 두려운 눈빛으로 강지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강지연 씨가 나를 싫어한다는 걸 알아요. 워낙 나를 싫어했는데 이런 일까지 벌였으니 용서를 쉽게 할 리가 없겠죠. 그래도... 제가 사과할게요. 아니면 배상이라도 할게요. 치료비든 정신적 손해로 인한 배상금이든 전부 달라는 대로 줄게요. 그러니깐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요?”강지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배상이요? 내 남편 돈으로 나에게 배상하겠다고요?”빨개진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하나의 모습은 마치 오늘 불에 타 죽을 뻔한 사람이 본인이라도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온하준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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