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동안 너무 지쳤어. 이제 그만하고 싶어."잠깐 말을 멈췄던 허아연이 다시 이어 말했다. "요즘 이직하고 나서 덜 답답한 것 같아. 이혼하고 나면 할아버지랑 같이 살지, 아니면 따로 집 구해서 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아."우울증 얘기는 주민경이 걱정할까 봐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다.주씨 가문 사람들한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냥 빨리 주현우와 이혼해서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아마 아레아 베이 집에서는 살지 않을 것이다.그곳에는 힘들었던 기억, 숨 막혔던 기억이 너무 많아서 마주하고 싶지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허아연이 이혼을 고집하자 주민경이 말했다."넌 역시 성격이 옛날과 똑같아. 평소엔 죽도록 참다가 못 참겠다 싶어서 한번 마음 굳히면 소가 열 마리 와도 못 끌잖아.""근데 우리 오빠도 진짜 사람 진 빠지게 하는 건 맞아, 그러니 나도 말리지 않을 거야. 이혼하고 나면 내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줄게. 우리 오빠 코 납작하게 만들어서 엄청 후회하게 만들 거야."주민경의 말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알겠어, 나중에 남자친구 소개해 주길 기다릴게.""걱정하지도 마, 우리 오빠보다 백배는 나은 사람 데려올 테니까."얘기하던 주민경이 또 한숨을 쉬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넌 계획이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요즘 엄마, 아빠한테 치여 죽겠어, 맞선 보라고 난리도 아니야. 솔직히 너랑 오빠 보고 있으니까 결혼하기가 완전 싫어졌어."허아연이 주민경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달랬다."모든 결혼 생활이 우리 같은 건 아니잖아. 너희 부모님도 잘 사시고 다들 잘들 살아. 나랑 주현우 씨가 잘 못 지내는 건 그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해서 그런 거야.""주현우 씨도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그땐 행복하게 살 거야."주민경을 달래려고 한 말이었지만 왠지 좀 쓸쓸했다.결국 자기 상처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니까.허아연의 말을 듣던 주민경이 손을 저었다."됐어, 아연아. 나한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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