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우의 말이 끝나자 허아연은 조용히 바라봤다.한참을 바라보던 허아연이 부드럽게 물었다."할아버지가 오늘 저녁에 또 뭐라고 하셨어요? 또 압박 주셨어요?"허아연이 할아버지 얘기를 꺼내자 주현우는 핸들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눈빛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우리 사이 일에 왜 매번 다른 사람이 엮여야 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야 되는 거야?"주현우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허아연의 표정도 살짝 굳으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허아연한테는 차가운 게 아니라 그냥 못마땅해하는 거였다. 허아연이 아무 말 없이 바라보자 주현우도 말이 좀 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뭐만 하면 허아연이 할아버지나 부모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싫었다.허아연은 잠깐 주현우를 쳐다보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도로 위에는 차들이 많지 않았다. 노란 가로등이 밤길을 더 고요하게 만들었다.틀어진 대화 뒤, 차 안의 분위기도 더 조용해졌다.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보던 주현우가 평소의 담담함을 되찾고 물었다."당시에 할아버지 뜻이 없이 내가 직접 청혼했다면 안 받아줬을 거지?"갑작스러운 질문에 허아연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순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냥 뚫어지게 주현우를 바라보는 동안 많은 옛일이 떠올랐다.— 현우 오빠, 이렇게 도망쳐도 돼요? 선생님이 화내지 않을까요?— 현우 오빠, 왜 거짓말해요. 이거 너무 매워요, 너무 맛없어요.— 현우 오빠, 그만 때려요. 그만 때려요, 걔는 나 안 괴롭혔어요.— 난 걔 같은 타입 안 좋아해.— 허아연이 가치가 있는 것 같아?— 주현우 씨, 우리 이혼해요.기억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흘러갔지만 여전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래서 주현우를 바라보던 시선을 조용히 거두고 다시 창밖 야경을 바라봤다. 답은 하지 않았다.길가의 화단과 건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주현우가 오지은에게 해왔던 여러 배려들, 신경 써주던 모습들, 그날 밤 병원에서의 긴장한 표정이 떠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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