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로 주현우가 아연이라고 부르는 소리와 허아연과 허아연 할아버지와 저녁을 먹는다는 말을 들은 오지은이 침묵에 빠졌다.한참을 침묵하던 오지은이 부드럽게 주현우에게 물었다."현우야, 아연이랑 아연이 할아버지랑 그냥 밥 한 끼 먹는 게 우리 할아버지 생신 만찬보다 더 중요해?"허아연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둔 주현우가 오지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먼저 끊을게."말을 마친 주현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오씨 집안.오지은이 혼자 마당에 서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신호음 소리를 듣고 있었다. 휴대폰을 들고 있던 오른손이 천천히 밑으로 흘러내리고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주현우가 달라졌다.주현우가 허아연을 신경 쓰고 있었다. 두 눈에 초점 없이 화단의 꽃과 풀을 바라보던 오지은이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혼잣말을 했다."주현우, 허아연이 그렇게 중요하면 나는 뭐야? 나는 대체 뭐야? 오예은은 또 뭐야?""지은아, 현우한테 전화했어? 온대? 할아버지가 현우 기다린다고 식사 시작 안 하셔."그때 이은빈도 저택에서 나오며 환한 얼굴로 오지은에게 물었다.엄마 목소리에 오지은은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는 웃는 얼굴로 돌아보며 태연하게 말했다."엄마, 현우가 바쁜 일이 좀 있어서 저녁엔 못 온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밥 먹자."이은빈이 물었다."토요일인데 바쁜 일이 그렇게 많아?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오지은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큰 회사인데 당연히 바쁘지. 먼저 먹자, 기다리지 말고."오지은이 회사 일이라고 하자 이은빈이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은아, 현우는 정말 괜찮은 애야. 너한테도 더할 나위 없이 잘해주고 운범 인수 건도 우리한테 줬잖아. 너 절대 현우한테 삐지거나 그러지 말고 현우 입장 이해해. 현우도 중간에 끼어서 힘든 게 있을 거야."오지은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알았어. 걱정 마."오지은 모녀가 말하며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허씨 본가.주현우가 전화를 받고 집 안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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