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연은 주현우 품에 안긴 채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난 다 좋아요.""그럼 나중에 많이 낳자."허아연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그 뒤로 며칠간 주현우는 제법 얌전하게 출퇴근 시간을 지키며 칼같이 퇴근했고 오지은 병문안도 더는 가지 않았다.정말로 오지은과 관계를 깨끗이 정리한 것처럼 보였다.허아연의 몸도 점점 회복되고 있었지만 팔다리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 집과 병원에만 있느라 너무 오랫동안 외출하지 않았다며 주현우는 오후에 일찍 돌아올 테니 영화보러 가자고 했다.바람 쐴 생각에 허아연은 꽤 들떴다.저녁 무렵 일을 마친 허아연은 준비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다만 오후 내내 꼼짝 않고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난간을 붙잡고 내려가던 중,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거실에 있던 정아 이모는 허아연이 굴러떨어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왔다."아가씨, 아가씨."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몸을 뒤집어 바닥에서 일어난 허아연은 무릎과 손목을 문지르며 말했다."정아 이모, 괜찮아요."정아 이모가 옆에 쪼그려 앉아 허아연을 잡고 살피며 말했다."계단에서 굴러떨어졌는데 어떻게 괜찮아요."허아연이 다독이듯 말했다."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에요." 높지 않은 곳에서 굴렀다고 해도 무릎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팔과 손목도, 허벅지와 종아리도 부딪혀 멍이 잔뜩 들어 있었다.……그 시각, 아직 퇴근 전인 주현우는 회사에 있었다.퇴근 준비를 하던 중, 오지은의 아버지 오중근이 찾아온 것이다.그 탓에 문 앞까지 갔던 주현우는 다시 사무실 안으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허아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십 분쯤 늦게 들어갈게.]허아연도 바로 답장을 보냈다.[알겠어요.]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건 말하지 않았다.그 시각, 사무실 책상 앞에 선 오중근이 난감한 얼굴로 서류 한 부를 주현우에게 건넸다."현우야, 프로젝트팀에서 오성 그룹 입찰을 통과시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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