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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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허아연이 나른하게 눈을 감고 있자 주현우가 조용히 말했다."응, 별문제 없어. 다 해결됐어."주현우의 대답을 들은 허아연은 안심한 듯 눈을 감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래요, 그럼 빨리 쉬어요."눈매는 고전화 속 미인 같고 피부는 백옥처럼 고왔다.은은한 불빛이 방 안을 감싸며 허아연의 얼굴을 비추었다. 더없이 포근하고 나른한 풍경이었다.주현우가 손을 들어 허아연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부드럽게 말했다."어제 할머니한테 올해 안에 아이 갖겠다고 약속해 놓고 오늘은 나도 안 기다리고 먼저 자?"허아연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현우 씨가 약속한 거지, 내가 약속한 게 아니잖아요."어젯밤 본가에서 저녁을 먹을 때, 박민정이 어떤 질문을 해도 허아연은 모두 두루뭉술 둘러댔다. 확실한 대답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주현우가 몸을 기울여 잠에 취해 눈을 반쯤 감고 있는 허아연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 허아연이 오른손을 올려 가로막았다.입맞춤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아연은 눈도 뜨지 않은 채 미간만 살짝 찌푸리며 무덤덤하게 말했다."냄새나요. 씻고 와요."온몸에서 오지은 냄새가 났다.주현우가 방에 들어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이미 맡을 수 있었다. 오지은 특유의 재스민 향이었다.허아연이 냄새 난다며 밀어내자 주현우는 바로 일어나지 않고 자신의 옷을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아봤다.세탁 세제 냄새 외에는 아무 냄새도 없었다. 그래도 그저 씩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먼저 씻고 올게."말을 마친 주현우는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샤워를 마친 주현우가 침실로 돌아와 허아연의 베개 옆에 눕더니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어제 박민정에게 한 약속이 완전히 빈말만은 아니었다.깊이 잠들지 않았던 허아연은 주현우가 껴안자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다.눈을 뜨지도 않고 허리를 안고 있는 주현우의 손을 치우지도 않은 채 그저 잠든 척했다.그러다 주현우가 본격적으로 옷을 벗기려 했다. 허아연은 그제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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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주현우 옆에 바짝 붙어 따라 다니던 오지은은 스타라이트 테크 사무실 이곳저곳을 눈으로 훑어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지일우의 말을 들은 주현우는 짧게 대꾸하더니 뒤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무심한 눈빛의 주현우는 주변을 둘러보거나 허아연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지일우가 일행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허아연은 시선을 거두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허아연이 부드럽게 말했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오지은이 활짝 웃으며 들어와 반갑게 인사했다."아연아."허아연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답했다."지은 언니."웃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오지은을 맞이하려 허아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연아, 그럴 거 없어. 차 같은 것도 필요 없어. 위에 있으니까 너무 심심해서 잠깐 보러 온 거야."유건희는 오전에 실험실에 있다가 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차가 막혀서 약속한 시간에 좀 늦고 말았다. 차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말에 허아연은 다시 자리에 앉아버렸다.오지은은 책상 맞은편에 앉아 느긋하게 말을 꺼냈다."유건희 씨 은근히 고집이 세더라. 몇 번을 약속 잡아도 시간이 없다고 거절하는 거 있지. 결국 현우가 직접 나서줘서 같이 온다고 해서야 겨우 만나주더라.""그래도 현우가 있어서 너희 스타라이트랑 협업 얘기가 진전될 수 있었어."오지은이 또 웃으며 덧붙였다."원래는 너한테 연결해 달라고 부탁할까 했는데 막 스타라이트에 입사한 터라 혹시나 난처해질까 봐 그냥 관뒀어."이번에 허아연을 찾지 않은 건 저번에 리조트에서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거절했기 때문이었다.허아연은 오지은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주현우 씨가 저보다 훨씬 힘 있잖아요. 지은 언니한테는 현우 씨가 있으니 든든하겠어요."오지은의 뼈 때리는 노련한 말에 허아연은 속으로 감탄했다.분명한 기선 제압이었다. 다리를 놔주지 않아도 주현우가 직접 데리고 오고 대신 해결해 준다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분명 주현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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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오지은은 두어 입 먹다가 도시락 뚜껑을 덮어서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한 시가 넘어 유건희와 주현우의 얘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무렵, 지일우가 다시 허아연을 찾아왔다."아연 씨, 유 대표님이 지금 실험실로 이동하신다고 같이 가자고 하시네요.""네, 알겠어요. 준비하고 바로 내려갈게요."허아연은 몇 분 만에 간단히 짐을 챙겨 큰 사무실에서 유건희 일행과 합류했다. 그때 오지은이 여전히 화사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아연아."허아연도 가볍게 미소로 답했다.그때 오원빈이 공손하게 인사했다."허 대표님."허아연이 웃으며 답했다."오 비서님."사람들 사이에 있던 주현우는 허아연이 나오는 걸 보더니 물었다."밥은 먹었어?"허아연이 부드럽게 답했다."네, 먹었어요."간단히 인사를 마친 사람들은 다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지은은 주현우 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실험실로 이동할 때도 같은 차로 이동했다. 허아연은 유건희, 지일우와 같은 차에 탔다.두 시간 남짓 지나 차들이 해안가 아스팔트 도로로 접어들었다. 앞뒤로 다른 차도 거의 보이지 않고 인적조차 드물었다. 과학기술단지라고 했지만 사실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면적이 워낙 크고 입주 회사가 적은 데다 사방이 바다라 경치가 아주 좋았다.연구소 두 곳 외에 이 일대에는 스타라이트 테크뿐이었고 세 회사 사이의 거리는 최소 20~30km 이상이었다. 스타라이트 테크는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해안가를 따라 풍경을 감상하며 실험실에 도착하자, 각 차량들은 검사를 마친 뒤에야 단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건물 앞에 차들이 멈춰서고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 넓고 고즈넉한 주변 풍경을 둘러보던 오지은이 웃으며 말했다."유 대표님, 분위기가 진짜 좋네요. 왜 여기서 근무 안 하세요?""시내랑 너무 멀어서 출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그래서 시내에 사무실을 따로 뒀어요. 하지만 연구 인력은 대부분 이쪽 실험실에서 근무하죠."그 말을 들은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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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마치…… 허아연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그런데 지금 갑자기 손을 잡더니 옆으로 끌어당긴 것이다.허아연은 살짝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바라봤다.주현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손을 잡은 채 다시 유건희에게 시선을 돌려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허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을 빼지도 않았다.그냥 조용히 옆에 있었다.주변에 다 아는 사람들인데 손을 빼려고 옥신각신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했다.두 사람 옆에 서 있던 오지은의 얼굴에서 여유와 당당함이 조금씩 사라졌다.오늘 하루 종일 주현우 곁에 붙어 있은 사람은 오지은이었다. 스타라이트 직원들도 심지어 두 사람이 진짜 커플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주현우가 허아연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손을 잡고 놓지 않고 있었다. 오지은의 기분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주현우를 한참 뚫어지게 바라봤지만 실망에 찬 오지은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주현우는 유건희와 열 띠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전히 허아연의 손을 잡은 채로.이 정도 실망감은 허아연이 3년간 견뎌온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주현우의 반응에 유건희가 웃으며 말했다."주 대표님이 아연 씨를 많이 아끼시는군요. 그나저나 대표님께서 아연 씨를 저희 스타라이트와 교진대에 돌려주셔서 너무 고맙네요." "아연 씨가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한민규 씨 팀을 도와 핵심 데이터를 추산해 내서 가정용 로봇 프로젝트에 큰 진전을 가져왔어요. 앞으로도 더 크고 많은 발전을 가져와 언젠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아깝지만 어쩌겠어요."유건희도 웃으며 받아쳤다."인재를 양보해 주셨으니 저희가 술 한잔 대접해야겠는데요." 주현우가 말했다."좋죠, 시간은 유 대표님이 정하세요."얘기를 나누며 이동하는 사이, 유건희는 일행을 데리고 행정 구역 소개를 마치고 실험실로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기 전 모든 사람들이 꼼꼼한 검사를 거치고 휴대폰을 맡긴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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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허아연이 뒤를 돌아보자 오지은도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연아, 벌써 아홉 시가 넘었어. 회사로 다시 돌아가서 야근하진 않을 거잖아. 나랑 현우 차 타고 같이 가자, 괜히 돌아가지 말고."허아연이 막 핑계를 대서 거절하려던 찰나, 오지은의 말을 듣던 유건희는 뭔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유건희가 오지은을 잠시 바라보다가 허아연에게 말했다."아연 씨, 회사 안 가도 되니까 주 대표님이랑 같이 돌아가요."오지은과 주현우의 차?그러면 허아연 집 차잖아? 부부 공동 재산 아니야?유건희가 결혼도 안 했고 연애 경험도 별로 없어서 남녀 관계를 잘 알진 못하지만 돈이 누구 것인지 재산이 누구 것인지는 알았다.유건희까지 그렇게 말하자 허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유 대표님. 그럼 내일 회사에서 봬요."사실 오지은과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오지은과 주현우와의 관계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도 주현우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허아연도 바보가 아니었다. 오지은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 전부 속셈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다만 유건희가 주현우와 같이 돌아가라고 하는데 계속 데려다 달라고 하기도 민망해서 알겠다고 한 것이었다. 주현우가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내가 차 가져올게."오원빈은 아까 다른 일을 처리하라며 보낸 터라 지금은 주현우가 직접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지일우기 검은색 마이바흐를 몰고 와서 유건희를 태웠다. 유건희는 허아연에게 한 번 더 인사하고 먼저 차에 올랐다.주현우의 차가 천천히 멈춰 서자 오지은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화사한 얼굴로 걸어갔다. 오지은은 흰 원피스 자락을 휘날리며 뒷문을 열고 미소를 띤 채 허아연에게 말했다."아연아, 타."완전히 여주인 행세가 따로 없는 태도였다. 허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고마워요, 지은 언니."허아연이 차에 오르자 오지은이 쾅 하고 문을 닫은 뒤 조수석 문을 열고 당당하게 앉았다.뒷좌석에서 허아연은 오지은을 힐끗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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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운전석에서 주현우가 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오지은을 흘끗 쳐다봤다.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오지은이 해명했지만 허아연은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내 학력이 스타라이트 기준에 못 미치는 건 맞지만 학교 다닐 때 취득한 특허가 지금도 충분한 개발 가치가 있어요. 학력이나 학위 받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스타라이트로 갔으니 당연히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거예요. 유 대표님이 인정해 주시는 건 당연한 거고 나도 그 기대가 가치 있도록 충분히 부응할 거예요."오지은이 얼른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맞아, 맞아, 아연이는 똑똑하니까 몇 년 만에 금방 다 따라잡고 앞서갈 거야. 나 아연이 완전 믿어."핸들을 잡고 있던 주현우는 허아연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피식 웃으며 백미러로 바라봤다."꽤 자신 있네?"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가볍게 시선을 마주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요. 유건희 대표가 아무한테나 눈길 주는 사람은 아니잖아요."……오지은은 그 말이 자신을 비꼬는 것 같았다. 유건희가 오지은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뜻 같았다. 허아연이 다시 주현우를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주현우 씨, 저 같은 아내를 둬서 유 대표님이 칭찬할 때 자랑스럽지 않았어요?"핸들을 잡은 주현우가 다시 백미러로 허아연을 봤다.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따지겠다는 기세가 역력한 표정에 주현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고 난 주현우가 다시 말했다. "자랑스럽지."주현우가 맞장구를 치자 오지은은 민망해졌다.그래도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아연이 같은 친구가 있어서 나도 자랑스러워."허아연은 두 사람에게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오지은에게 쏘아붙이려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오지은이 말끝마다 악의적으로 찔러대는 데다 유건희와 허아연 사이를 이상하게 엮으려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오씨 가문 별장 앞에 멈췄다. 오지은이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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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오전에 굳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주현우와 자기 관계를 과시할 때도 그냥 넘겼다.그런데 유건희와 자신을 엮으려 하는 건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누명을 뒤집어쓸 수는 없었다.허아연의 진지한 모습에 주현우가 뒤로 가까이 다가왔다. 허리를 낮춰 두 손으로 책상을 짚더니 허아연을 품 안에 가두고 귓가에 닿을 듯 바짝 붙어 은밀하게 속삭였다."질투하는 거야?""그건 아니에요."파일을 열던 허아연이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이제부터 좀 민감한 작업을 할 거라 자리 좀 피해줘요." "허아연, 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일해?"허아연은 고개를 돌려 파일을 펼치며 차분하게 말했다."정정당당한 절차를 밟아 스타라이트에 입사한 것도 왜곡당할 판이에요. 아무 실적도 내지 못해서 유건희 씨와 이상한 사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면 주현우 씨 체면도 구겨질 거예요." 주현우가 허아연의 턱을 잡아 자기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허아연, 전에는 이렇게 말 잘하는 줄 몰랐을까?."허아연이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자리 비켜줘요. 일해야 해요."주현우는 일어나지 않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집 인터넷에 집 컴퓨터인데 내가 피할 게 뭐가 있어? 내가 정말 스타라이트 기술 빼돌리려고 하면 너희 실험실도 날 막을 수 없어."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은 빤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눈을 마주치던 허아연은 돌아앉아 말없이 일을 시작했다.사실…… 기밀 작업도 아니었다. 그냥 주현우가 애매모호하게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게 싫어서 한 말이었다.주현우와 오지은 사이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한다고 해서 이런 주현우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다. 주현우가 오지은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밖에서 부부처럼 행동하고 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자신을 혼자 뒷자리에 두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는 없었다.이런 주현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박민정과 한 약속에 맞춰줄 리도 없고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었다. 절대 할 수가 없었다.주현우는 허아연의 뒤에서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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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사모님 자리?침대에서 일어난 허아연은 길게 설명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놓고 말했다."나 이젠 사모님 노릇 하기도 싫어요. 이혼하겠다는 건 변함없어요."허아연의 태도에 주현우가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주현우가 똑바로 쳐다봐도 허아연은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었다."퇴사 건은 이제 별 영향 없을 테니까 좀 지나서 잠잠해지면 절차 밟기 전에 미리 공지 하나 내면 큰 문제 없을 거예요.""회사 주가를 안정시키고 싶으면 주현우 씨와 오지은 씨는 일 년이나 일 년 반 정도 있다가 결혼하는 게 더 낫고요. 그때쯤이면 괜찮을 거예요."주현우와 오지은의 결혼까지 생각해 주다니. 주현우가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반쯤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더니 아무 말 없이 허아연을 바라봤다.주식 사태를 겪으면서 둘 사이가 좀 풀려서 이혼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을 줄 알았다. 한참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책상 앞에 앉는 걸 보고 말했다. "나갈게. 일찍 자."허아연은 주현우를 보지도 않고 모니터를 보며 담담하게 답했다."네."방문이 조심스럽게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허아연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문 쪽을 한참이나 바라봤다.……아레아 베이를 빠져나온 주현우는 오지은을 찾아가지 않고 전서진을 불러내 술을 마셨다.술집 안. 전서진이 도착했을 때 주현우는 이미 와 있었다.자리로 걸어온 전서진이 주현우를 내려다보며 못마땅하게 말했다."또 아연이랑 싸웠지? 나 솔직히 나오기도 싫었어."3년 동안 얼마나 많이 달랬던가. 주현우가 들은 척이나 했던가?주현우가 테이블 위의 술을 들어 반 컵 털어 넣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누가 싸웠대?"옆 소파에 앉은 전서진이 툭 내뱉었다."그것도 맞지. 넌 집에 가지도 않으니까 아연이가 화낼 기회조차 안 주지. 냉대가 특기잖아."말을 마친 전서진이 직원을 불러 생과일 주스를 주문했다.주현우가 쳐다보자 전서진이 말했다."요즘 건강 챙기느라 술 안 마셔."주현우는 눈을 흘기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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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어떻게 달래냐는 말에 전서진이 피식 웃었다.테이블 위의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 든 전서진은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더니 연기를 내뿜으며 웃으면서 물었다."내가 방법 알려줘?"바로 덧붙였다."전에는 심유환이랑 나한테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아연이 스타일 아니라고."전서진이 예전에 했던 말로 반박하자 주현우가 술잔을 든 채 차갑게 쳐다봤다.전서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봐도 소용없어. 일단 결혼식부터 올리고 시간 내서 아연이랑 많이 같이 있어 줘. 뭐든 먼저 아연이 입장부터 생각하고 항상 아연이를 첫 번째로 생각하면 돼. 여자를 달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 아연이는 더 쉬운 편이야.""아연이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도 아빠도 일 때문에 바쁘다가 결국 먼저 가셨어.""할아버지 손에서 자라서 사실 애정에 많이 굶주린 애야. 잘해주면 오래오래 기억하고 그만큼 더 잘해줄 거야."전서진의 말에 주현우는 시선을 거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견을 듣고도 아무 말이 없는 주현우를 보고 전서진이 말했다."방법은 알려줬으니까 할지 말지는 네 마음이야. 하지만 계속 예전처럼 하면 아연이가 진짜로 너와 이혼하려 할 거야."전서진이 말을 마치자 주현우도 술잔을 내려놓고 테이블 위의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 불을 붙였다.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속, 무덤덤한 표정의 주현우였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전서진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주현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달래려는지, 달래주고 싶은지의 문제였다. 안 그러면 오지은한테 잘해줘야 하는지는 어떻게 알았을까. ……다음 날.허아연이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침 일곱 시였다.주현우는 어젯밤에 들어오지 않았다.허아연은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아침을 먹고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일우가 찾아와 유건희가 사무실로 부른다는 말을 전했다. 허아연은 노트와 펜을 챙겨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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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많이 다쳤나요?""상태는 괜찮아요. 그래도 보호자분이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네,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유건희가 허아연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연 씨, 지금 좀 일이 생겨서 강진 병원에 잠깐 들렀다 데려다 줄게요. 괜찮아요?"그 말을 들은 허아연이 바로 유건희에게 말했다."대표님, 저는 상관없으니까 병원 일 먼저 보세요."허아연이 괜찮다고 하자 유건희는 바로 강진 병원으로 차를 돌렸다.두 사람이 병실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해진 시각이었다.지일우가 먼저 와서 유지원의 봉합 수술을 지켜봤고 아이는 지금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하얗고 조용한 얼굴이 도자기 인형처럼 예뻤다. 다만…… 유건희를 전혀 닮지 않았다.아이를 꼼꼼히 살펴보니 다른 데는 다친 곳 없이 오른쪽 눈썹 위만 봉합하고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유건희는 바로 의사 사무실로 걸어갔다.유건희가 병실에서 나가자 담임 선생님이 허아연에게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유지원 어머니시죠? 정말 죄송해요. 저희가 잘 챙겼어야 하는데 달리기 활동 중에 넘어졌어요."선생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지일우가 얼른 설명했다."나 선생님, 오해하셨어요. 허아연 씨는 저처럼 스타라이트 직원이고 지원이 아빠랑 동료예요. 같이 현장에 있다가 온 거예요."젊은 여자 선생님이 당황하며 말했다."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네요."지일우가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지원이 이제 괜찮으니까 선생님도 가 보셔도 돼요.""네, 그럼 먼저 들어가볼게요. 지원이한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지일우가 답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은 먼저 자리를 떴다.조용한 병실 안, 조명이 환했지만 아이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지일우를 보더니 궁금한 듯 나지막하게 물었다."일우 선배, 유 대표님 솔로 아니에요? 갑자기 웬 아이예요?"허아연이 이런 가십에 관심을 보이는 게 신기했던지 지일우가 문 쪽을 힐끗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나가서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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