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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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게다가 할아버지, 할머니도 설득해야 하잖아. 안 그러면 또 난리 나고 집안이 뒤집힐 거야."주현우가 허아연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또 말했다."올해 스물셋이니 너도 알겠지만 이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야."주현우가 이렇게까지 나긋나긋하게 상의하는데 허아연도 더 이상 강하게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허아연은 손을 빼지 않았다. 주현우가 자기 손을 잡고 주무르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다.허아연이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네. 알았어요."대답은 했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법무팀이 대충 얼마나 걸릴까요? 주현우 씨 생각엔 대충 얼마 걸릴 것 같아요?"주현우가 말했다."월요일 이후에 법무팀한테 확인해."이혼 얘기만 나오면 주현우는 유난히 골치가 아팠다.허아연도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허아연의 망설임없는 대답에 주현우는 체념한 듯 씁쓸하게 웃었다. 주무르고 있던 손을 놓고 주현우는 허아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몇 년 동안, 주현우도 사실 지쳤었다.허아연에게 잘 생각해보라고 한 건 주현우 자신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주현우는 충동적으로 결정 내리는 게 싫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였다.주현우의 손이 계속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자 허아연이 손을 들어 주현우의 손목을 내리려 했다. 그 순간, 주현우가 몸을 숙여 허리를 굽히더니 허아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입맞춤 뒤 허아연의 얼굴에 올려져 있던 오른손 엄지로 허아연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일찍 쉬어."허아연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이렇게 늦었는데 또 나가요?"주현우가 담담하게 웃었다."서진이랑 같이 한잔할 거야."오늘 오후 슬픔과 절망에 빠진 허아연을 본 뒤로 주현우는 계속 가슴이 답답했다.방금 허아연과 얘기를 마쳤지만 별로 후련하지도 않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허아연에게 어디 가는지 말하고 나서 주현우는 차 키와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침대 끝에 앉아 주현우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던 허아연이 한참 만에야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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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오늘은 오현민 생일이고 저녁이 하이라이트였다.예상대로라면 주현우는 지금 오씨 집안에 오지은과 함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아까 주현우한테 전화를 받았을 때 전서진과 심유환 모두 꽤 의아했다.전서진의 비아냥에 주현우가 테이블 위 재떨이에 담배를 턴 뒤 차갑게 쏘아봤다.전서진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테이블 위의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 들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더 이상 비꼬지 않을게."그때 심유환도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며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현우야, 너랑 지은이 관계가 확실히 아연이한테 너무 상처를 줘."오지은이 오늘 올린 SNS와 오씨 집안에서 입을 모아 주현우를 오씨 집안 사위라고 한 일이 벌써 사람들 사이에서 난리도 아니었다. 또 누가 소문을 퍼뜨렸는지 주현우와 허아연이 이미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심지어 허아연이 계속 버티며 이혼해주지 않는다고 했다.전서진과 심유환은 오후에 벌써 소문을 들었고 집안 어른들까지 와서 궁금해하며 캐묻기도 했다.그래서 심유환도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담배를 피우던 주현우가 담담하게 전서진과 심유환을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이미 법무팀에 합의서 작성하라고 했어."주현우의 말에 전서진과 심유환은 한참을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결국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나른하게 술잔을 들고 있던 전서진이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다가 웃으며 물었다."갑자기 왜 마음을 바꾼 거야?"지난번까지만 해도 주현우는 이혼 생각 없다고 했었다.아무래도 오지은이 더 중요해서 놓을 수 없는 거겠지. 주현우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이대로 계속 가다가 내가 미치지 않으면 아연이가 미칠 것 같아서."지금 이 순간에도 절망감에 빠진 채 말없이 거부하던 허아연을 떠올리면 주현우는 가시가 박힌 것처럼 마음이 따끔거렸다.여전히 마음이 답답했다.주현우의 체념한 듯한 덤덤한 모습에 전서진과 심유환도 침묵했다.평소에 담배를 피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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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다음 날 저녁.밤 9시가 넘었을 때 허아연이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개고 있는데 침실 문이 열렸다.소리를 들은 허아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주현우가 돌아온 것이었다.허아연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어제 이혼 얘기를 마무리했으니 앞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놀란 뒤 허아연이 손에 옷을 들고 태연하게 말했다."어머니가 오늘 오후에 다녀가셨는데 물건 엄청 많이 가져오셨어요."주현우에게 따로 말하진 않았다. 유서희가 가져온 건 대부분이 주현우 몸 보신하라는 보양식이었다. 유서희느 두 사람 임신 준비를 돕고 있었다. 허아연의 보고를 들은 주현우가 무덤덤하게 짧게 대꾸했다.허아연도 그 모습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계속 옷을 갰다.방 안은 너무나 조용했고 은은한 불빛이 분위기를 유난히 따뜻하게 물들였다. 주현우는 허아연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가 예전이 떠올랐다.전에도 허아연은 주현우 방에서 놀 때면 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옷도 개어주곤 했었다.모든 게…… 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왠지 좀 피곤했다.주현우가 허아연의 뒤로 다가가 두 팔을 들고 꼭 껴안았다.주현우가 껴안자 허아연이 움찔하며 옷 개던 동작을 멈췄다.고개를 돌려 보니 주현우는 눈을 감은 채 허아연의 어깨에 턱을 얹고 있었다. 허아연이 두 손으로 주현우의 손목을 잡고 허리에서 떼어내려 할 때 주현우가 갑자기 낮게 말했다."허아연, 나도 몇 년 동안 정말 힘들었어."주현우의 말에 손을 떼어내려던 허아연이 움직임을 멈췄다.순간 허아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허아연이 손을 떼어내지 않자 주현우는 허아연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주현우가 입술에 키스하려 하자 허아연이 고개를 돌려 피했다. 결국 주현우는 허아연의 목에 입을 맞췄다. 주현우는 허아연이 피한 걸 화내지 않고 그저 목덜미를 세게 두어 번 깨물었다.허아연이 숨을 들이키며 손을 들어 목을 감쌌다.그 뒤에도 주현우는 계속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허아연은 그제야 주현우를 밀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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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지일우가 사람들을 이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오지은이 열정적으로 주현우 옆을 따르는 본 허아연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고 조금 전 회의 자료를 들고 업무를 이어갔다. 위층 회의실에서 주현우와 유건희가 협력 조건과 계약 내용을 확정짓는 동안 양측 인원들은 발표회장으로 가서 서명식을 진행했다.스타라이트 테크에서 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유건희가 지일우를 데려간 것 외에 주주 두 명이 더 갔다.꽤 신비로운 주주들이었다.평소에는 회사 업무에 참여하지도 간섭하지도 않았다.회사의 모든 크고 작은 일은 유건희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서명식에서도 두 주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스타라이트 테크를 대표해서 윗선에 상황 보고만 했다.오지은이 계속 주현우 곁을 지키며 봄바람처럼 환하게 웃는 걸 보던 기자가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오 대표님, 오성 그룹도 원래 스타라이트의 광전 프로젝트 협력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왜 나중에 물러나신 건가요?""오 대표님, 저도 그 얘기 들었습니다. 오 대표님께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기자의 질문에 오지은은 태연했다. 이미 이런 상황에 대응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 듯했다.오지은이 침착하게 웃는 얼굴로 질문한 기자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오성 그룹의 최근 주요 업무는 운범 인수 건입니다.""물론 자동화 정보와 스마트 기술이 앞으로 발전의 주류가 될 것이며 사회 진보를 추진하는 주요 동력이 될 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때문에 오성 그룹은 몇 년 동안 계속 자동화 정보와 스마트 기술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경주 그룹 주현우 대표님의 도움으로 전문가 선생님을 찾아 깊이 공부하고 있습니다.""오성 그룹은 다른 정보 과학기술 프로젝트 여러 건에도 투자 참여하고 있고요. 이번에 주 대표님과 함께 스타라이트와의 협력 계약 서명에 동행한 것도 더 훌륭하고 큰 회사에서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오성 그룹도 앞으로 스타라이트 테크와 협력할 기회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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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그 후 며칠 동안 허아연은 계속 실험실을 오갔고 이틀 밤은 실험실 숙소에서 묵기도 했다.주현우는 스타라이트 테크와 계약을 마친 뒤 출장을 떠났다.두 사람은 각자 서로 바쁘게 지냈다.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다만 허아연은 이제 경주 그룹에 있지 않았고 더 이상 허 부대표가 아니었다.이날 점심, 허아연이 한민규와 몇몇 동료들과 실험실에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한 주임님, 허설아 선생님, 최민환 선생님 프로젝트에 새로운 진전을 이루신 거 축하드려요. 프로젝트팀의 새로운 단계 진입 축하드립니다. 가정용 로봇이 하루 빨리 출시되는 거 보고 싶네요.""한 주임님, 허설아 선생님, 최민환 선생님 축하드려요.""한 주임님, 허설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며칠 전 허아연은 코드 데이터를 다시 배열해서 계산할 때 한민규 프로젝트의 큰 버그를 발견했고 혼자 야근하며 문제를 해결했다.며칠 동안 프로젝트팀은 계속 실험실에서 실험을 진행하여 프로젝트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켰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몇 년 안에 가정용 로봇을 시사용하고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다들 고마워요."한민규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호탕하게 손을 흔들더니 모두에게 커피와 점심을 돌리고 주말에 회식도 하겠다고 했다.순식간에 사무실이 시끌벅적해졌다.그때 지일우가 위층에서 내려와 허아연을 부르며 말했다."아연 씨, 대표님이 사무실로 오시래요."손에 커피를 들고 있던 허아연이 유건희 것도 한 잔 챙겨서 위층으로 올라갔다.유건희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간 허아연이 커피를 건네며 인사했다."대표님.""한 주임님이 사주신 커피랑 점심이에요. 주말에 회식도 하신대요.""고마워요."허아연이 건넨 커피를 받으며 유건희가 웃으며 말했다."역시 스타라이트로 오라고 하길 잘했어요, 아연 씨한테는 스타라이트가 더 어울려요."허아연이 가져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유건희가 바로 본론을 얘기했다."아연 씨, 전에 딴 특허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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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허아연이 동의하자 유건희가 물었다."아연 씨가 생각하는 양도 가격은 얼마예요?"예전에 특허를 판 적이 없었던 허아연은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오른손 검지 두 개를 펴 보였다.손가락만 들고 허아연이 아직 말을 하기도 전에 유건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200억이요? 아연 씨, 이 가격은 너무 높아요. 시장 전체를 봐도 거의 불가능해요."200억?허아연이 웃음이 터져서 결국 손을 거뒀다."대표님이 가격 제시해주세요. 적당하면 사인할게요."지금은 두 사람 모두 공과 사를 구분하는 태도였다."60억이에요. 이미 업계에서 줄 수 있는 최고 금액이고 다른 회사도 이보다 더 높게 주진 못할 거예요.""60억에 할게요."허아연은 방금 20억을 제시하려던 참이었다. 2년 전에 IT 기업이 찾아왔을 때 제시했던 가격이었다. 당시 허아연은 경주 그룹에 있었기에 동의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지금 유건희는 60억을 제시하고 허아연을 프로젝트 책임자로 만들어주고 나중에 상당한 배당 이익까지 준다고 했다. 유건희가 줄 수 있는 건 다 준 셈이다.때문에 허아연은 바로 동의했다.내일 특허 증서와 다른 서류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60억! 60억이었다!유건희 사무실을 나온 허아연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3년 만에 가장 기분 좋은 날이었다.퇴근 시간이 되자 허아연은 허민수가 좋아하는 간식과 과일을 사서 본가로 돌아갔다. 집 안에서 허민수가 환하게 웃고 있는 허아연을 보고 물었다."우리 손녀, 좋은 일 생겼어?"옆에 앉은 허아연이 허민수의 손을 잡고 웃으며 물었다."할아버지, 내가 고3 때 딴 발명 특허 기억하세요? 우리 회사에서 그걸 사갔어요. 그리고 나를 프로젝트 책임자로 만들어주고 후기 배당도 있대요."허민수가 말하기도 전에 허아연이 또 신비롭게 손가락 세웠다."60억, 양도비가 60억 원이에요. 그리고 제품이 시장에 투입되면 배당이 더 많아져요."허아연이 신나하자 허민수도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손녀가 능력은 나도 알지. 이런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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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유건희가 한마디 덧붙였다."그런데 그 사람 안목은 사업에만 제한되더라고요."유건희의 말에 허아연이 웃었다.웃던 허아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드럽게 말했다."어찌 됐든 대표님이 배려에 감사드려요. 실망시키지 않을게요."고개를 들어 허아연을 보던 유건희가 진지하게 말했다."아연 씨,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아연 씨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기도 하고요. 단숨에 이름을 날렸으면 좋겠어요."사실 유건희는 허아연을 무척 아꼈다. 진작부터 허아연의 특허를 활용하고 싶었지만 스타라이트의 자금은 모두 전용 자금이라 푼돈 하나까지 필요한 곳에만 써야 했다.가정용 로봇 프로젝트는 연구 개발한 지 꽤 됐고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돼 있었다. 이번에는 주현우가 프로젝트를 도와준 것이다.허아연이 여유롭게 웃었다."대표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사인한 계약서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허아연은 차를 몰고 또 실험실로 향했다.……밤 9시, 아레아 베이.일주일 넘게 출장을 갔던 주현우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강유미가 환한 얼굴로 맞이했다."도련님, 돌아오셨어요."주현우가 양복 재킷을 강유미에게 건네며 아래위층을 대충 훑어보고는 무표정하게 물었다."허아연 집에 없어요?"강유미가 주현우의 옷을 받으며 말했다."사모님 요즘 무척 바쁘세요. 며칠 전엔 실험실에서 돌아오지도 않으셨어요. 살도 많이 빠지셨어요."강유미의 보고를 들은 주현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말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 문을 열고 조용한 방 안을 보던 주현우는 통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허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흰색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주현우는 피부가 하얀 편이라 푸른 혈관이 손등에 구불구불 튀어 올랐다. 유난히 섹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됐다. 주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아직 야근중이야?"전화기 너머 허아연이 일하면서 말했다."네, 실험실 쪽에서 야근해요. 아직 할 일이 좀 있어요.""안 돌아올 거야?"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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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주현우가 데리러 올 줄은 예상 못 했던 허아연은 꽤나 놀란 기색이었다. 자세히 세어보니 두 사람이 만난 지 열흘 정도 됐다.이번 이별은 유독 길게 느껴졌다. 마치 몇 년 동안 못 본 것 같았다.마치…… 하루를 보지 못하면 삼 년 같다고 했던가.검은색 마이바흐 옆에 서 있던 주현우가 허아연이 부르는 소리에 휙 고개를 돌렸다.허아연이 나온 걸 본 주현우는 서둘러 피다 만 담배를 옆 쓰레기통에 비벼 껐다.밝은 달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아주 길게 드리워졌다……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주현우가 부드럽게 인사했다."일 끝났어?"오른손으로 숄더백 끈을 잡은 허아연이 발걸음을 옮겨 주현우에게 다가가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끝났어요."허아연이 가까이 오자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점점 겹쳐졌다. 고개를 숙인 주현우는 야윈 허아연을 발견했다.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던 허아연이 아직 말을 하기도 전에 주현우가 자연스럽게 조수석 차문을 열어주며 말했다."그럼 집에 가자."열흘 만에 보는 주현우도 제법 수척해졌고 눈빛도 꽤 피곤해 보였다.주현우도 아마 출장에서 막 도착하자마자 먼 길을 달려온 거라 생각한 허아연이 알겠다고 대답하며 차에 탔다.차가 실험실 단지를 빠져나가자 파도가 암초에 부드럽게 철썩철썩 부딪혔다. 달빛과 가로등이 앞을 환하게 비추는 교외의 야경이 유독 낭만적이었다.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던 주현우가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바라보았다. 허아연이 앞만 뚫어져라 쳐다보자 주현우가 나른하게 말했다."유건희가 직원들 꽤 가혹하게 부려먹네."주현우가 말을 걸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내 프로젝트팀 일이니까 내가 책임져야죠."예의 바르게 웃는 허아연의 말투에서 거리감이 살짝 느껴졌다.곧 이어 허아연이 또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참, 유 대표님이 내 특허를 인수했어요. 주현우 씨한테 고마워하라고 하던데요."주현우가 무심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럴 것까진 없어. 나는 후기 수익 노리고 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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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해가 저물 무렵 관리 직원이 점검과 청소하러 오자 허아연은 그제야 자리를 떴다.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허아연이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예전 일과 업무,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 둔 휴대폰이 울렸다.전서진의 전화였다.허아연이 전화를 받고 웃으며 인사했다."서진 씨."전화기 너머로 전서진이 말했다."아연아, 특허 팔았다며? 프로젝트 책임자로 승진도 했고. 축하해."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어제 유 대표님이랑 계약서에 사인했어요. 축하해줘서 고마워요.""커리어에 새로운 시작이 있는 건 좋은 일이야. 아무리 그래도 일에만 매진하지 말고 가끔은 우리랑 모이기도 해.""알겠어요."이어서 전서진과 몇 마디 나누고 전화를 끊자 심유환의 전화도 걸려왔다. 역시 축하 전화였다.그 후 허아연은 연달아 연락을 몇 통 더 받았고 모두 축하 전화였다.연이어 걸려온 사람들의 전화에 허아연의 기분이 아까보다 훨씬 밝아졌다.그때 밖의 소나기도 멈췄다.눈을 들어보니 무지개가 허아연을 반겼다. 무지개를 보던 허아연이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인생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게 있는 것 같았다.방금 사람들이 보내준 축복까지 떠올린 허아연은 전서진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저녁에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 처음 목돈을 번 걸 축하할겸 저녁을 사고 싶다고 했다. 전서진과 심유환은 허아연이 저녁 먹자고 하자 두말 않고 바로 승낙했다.전화를 끊은 뒤 두 사람은 원래 있던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장소를 정한 뒤 허아연은 여전히 예의 바르게 주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녁에 다들 모여서 밥 먹을 건데 시간 돼요?]주현우가 금방 답장을 보냈다. [응.]주현우의 답장을 본 허아연이 호텔 주소를 보내 함께 초대했다. 주현우가 전서진과도 친하고 프로젝트에 투자도 했으니 주현우를 빼고 주현우 친구들하고만 모일 수는 없었다.6시.허아연이 호텔 룸에 도착했을 때 전서진과 심유환이 막 도착했고 하준서도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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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허아연이 말하며 재빨리 주현우에게 길을 내주고 의자를 빼주었다."앉아요."주현우를 대할 때 허아연은 전서진을 비롯한 다른 누구보다 예의 바르고 확실히 거리감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전서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주현우를 약간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쨌든 주현우는 허아연의 남편이었다.주현우는 그저 전서진만 차갑게 쏘아봤다. 아까 허아연을 안으려 한 것에 앙심 품은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터가 요리를 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허아연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허아연이 웃는 얼굴로 일일이 화답했다.오늘 밤 허아연은 술을 꽤 많이 마셨다.그래서 모임이 마무리될 때쯤엔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계속 억지로 버티긴 했지만 결국은 술이 약한 체질이었다.호텔 문 앞에서 허아연이 애써 눈을 뜨고 똑바로 걸어가려 했다. 주민경은 허아연을 주현우 품에 냉큼 밀어 넣고 허아연의 두 손으로 주현우 허리를 감싸게 하며 말했다."이런 때 우리 오빠 안 쓰면 언제 써? 게다가 얼마 걸리지도 않잖아, 우리 오빠한테 안아달라고 해."주민경이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며 당부했다."오빠, 아연이 오늘 부모님 뵈러 갔었어. 오늘 밤은 좀 이해해줘. 아연이한테 성질 부리지 말고 속 상하게 하지 마."확실히 오후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온 것 때문에 허아연은 저녁에 술을 좀 더 마셨다.주민경의 당부에 주현우가 주민경을 덤덤하게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허아연 얼굴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겼다.주현우 품에 기댄 허아연이 두 팔을 들어 주현우의 목을 안으며 낮게 중얼거렸다."민경아, 오늘 밤 너희 집에서 잘게."고개를 숙여 허아연을 보던 주현우가 왼손으로 허아연의 허리를 안고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전서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이따 유 기사한테 내 차 가져오라고 해."전서진이 말했다."유 기사한테 너랑 아연이 집에 데려다 주라고 할까?""차만 가져오면 돼. 데려다줄 거 없어." "그래 알았어."전서진이 차 키를 받았다. 자기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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