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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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유건희가 입을 열었다. "지난주에 이미 수술해서 지금 회복 단계예요. 같이 놀아주는 사람 없다고 매일 심심하다고 투덜거려요."허아연이 듣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시간 나면 지원이 보러 가도 돼요?""당연하죠. 아연 씨가 가면 지원이가 더 좋아할 거예요."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오피스 빌딩 앞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 회사로 돌아갔다. 유건희는 계속 새 설계도를 그렸고 허아연은 사무실에서 자기 일을 했다.저녁 7시가 넘어 일을 마친 허아연은 유건희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퇴근했다.두 끼를 대충 때웠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돌아가는 길에 주민경이 전화를 걸어와 밥은 먹었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물었다.허아연이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자 주민경이 돌아오길 기다리겠다고 하며 화제를 돌렸다. "참 아연아, 오지은이 성대 테크랑 협력하려고 하는데 요즘 계속 우리 오빠 끌어들이려고 해. 나 오후에도 오지은이 우리 오빠한테 전화하는 거 들었어.""네가 좀 신경 써서 가능하면 우리 오빠 끼어들지 못하게 해. 아니면 너랑 스타라이트한테도 별로 안 좋아."핸들을 잡고 있던 허아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주현우도 이 일에 끼어들려는 건가?잠깐 생각하던 허아연이 말했다."응, 알았어. 신경 쓸게."허아연이 말을 마치자 주민경이 당부하며 귀띔했다. "회사에 벌써 오지은이랑 이 일 컨텍하는 사람이 있으니 신경 좀 써. 내 생각엔 오지은이 너 노리는 것 같아."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응, 꼭 신경 쓸게. 민경아 알려줘서 고마워."전화기 너머에서 주민경이 말했다."에이,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래. 얼른 돌아와, 아래층 가서 음식 데워놓을게."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주민경과의 전화를 끊고 허아연은 차 속도를 높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마당에 멈추고 허아연이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대문을 연 허아연은 주민경이 거실에 있을 줄 알았는데 마침 주현우가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허아연이 돌아온 걸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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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주현우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협력할 건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그리고 앞으로는 주현우와 있을 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었다. 전문적인 얘기나 업무 보고도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아무리 프로젝트 투자자이자 프로젝트 대표이긴 하지만 말이다.허아연이 갑자기 업무 얘기를 하자 주현우가 슬쩍 쳐다보고는 부드럽게 답했다."아직 확정은 아니고 생각 중이야."주현우의 대답에 허아연이 또 담담하게 "네" 하고 답했다.주현우는 허아연이 그 일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에게 스타라이트 투자자라는 걸 상기시키려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허아연은 더 이상 주현우를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한참을 지켜보다 컴퓨터 옆에 놓인 휴대폰이 울려서야 주현우는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들고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에서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식탁은 이미 말끔히 정리돼 있었고 허아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허아연이 앉았던 자리를 한참 바라보던 주현우가 피식 웃었다.허아연, 이제는…… 정말 남처럼 대하네.……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낸 허아연은 주민경을 만나러 뒤뜰로 갔다.그런데 가 보니 박민정이 주민경을 불러 휴대폰 사용법을 배우고 있었다.허아연이 오자 박민정이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아연아, 야근 끝난 거야? 밥은 먹었어?"허아연이 웃으며 답했다."네, 할머니. 방금 먹었어요. 민경이가 데워줘서요."허아연이 옆에 앉자 박민정은 얼른 주민경에게 휴대폰을 밀어주고는 허아연의 손을 잡으며 달래듯 물었다."아연아, 현우가 어제 많이 맞았는데 화 좀 풀렸어?""할머니, 저 화난 거 아니에요. 그냥 저희는 안 맞는 거예요."박민정은 허아연의 말을 듣고 다독였다."안 맞긴 뭐가 안 맞아, 그냥 현우가 철없는 거야. 아연아, 할머니 같으면 기어코 이혼 안 할 거야. 오지은 좋은 일 시켜줄 이유가 없잖아."박민정의 말에 옆에서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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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게다가 어제 쇼도 명백한 고육지책이었어. 누가 봐도 이혼하기 싫었던 거라고."주민경 옆에서 걷던 허아연이 피식 웃었다."정말 이혼하기 싫은 거라면 내가 착하고 부려 먹기 좋아서겠지. 서진 씨도 그랬잖아. 200년 전이었으면 난 열녀비를 세워줄 정도라고 했어.""내가 보기엔 우리 오빠가 지금 너 신경 쓰는 것 같으니까 기회 봐서 요구 좀 해봐. 성대 테크와의 협력에서 손 떼라고. 네 이익부터 챙겨,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지 말고.""안 그러면 좋은 건 다 다른 여자한테 가."주민경의 제안에 허아연은 미소만 지을 뿐 말이 없었다.잠시 후.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섰을 때 주현우는 이미 거실에 없었다.허아연이 침실로 돌아가니 주현우가 캐비닛 옆에 서서 물컵을 들고 약을 먹고 있었다.의사가 어제 소염제와 진통제를 처방해 준 덕분에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허아연이 돌아오자 주현우가 말했다."이따 약 발라 줘.""네."대답을 마친 허아연은 주현우가 여전히 일하는 걸 보고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씻고 나왔을 때 주현우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자 허아연이 약물을 들고 침대 옆으로 갔다.마침 주현우가 짙은 회색 잠옷을 입고 있고 허아연도 같은 색 잠옷 세트를 입고 있어서 묘하게 커플 룩이 됐다.천천히 단추를 풀고 침대에 엎드린 주현우는 가슴 앞쪽 상처가 스치자 "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묘하게 야릇한 소리였다.침대 옆에 앉은 허아연이 주현우에게 엄포를 내렸다. "내가 약 바를 때 이상한 소리 내지 마요."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아닌 신음 소리가 허아연을 불편하게 만들었다.주현우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놀렸다."네 신음소리보다 더 듣기 좋아?"허아연이 손을 들어 주현우를 탁 쳤다."정신 차려요."허아연이 정색하는 척하는 모습에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허아연, 진짜 아파."아프다는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도 더 이상 장난치지 않고 주현우를 눕히고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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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허아연은 코앞에 있는 주현우를 보며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투자해요."주현우는 말문이 막혔다.무덤덤한 허아연의 태도에 주현우는 기가 막히면서도 웃음이 났다.결국 주현우는 허아연 손에 든 약물을 낚아채 옆에 놓고는 목덜미를 잡고 입술에 키스했다.허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두 손으로 주현우 가슴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주현우가 돌아서며 허아연을 품에 가뒀다.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두 손목은 주현우에게 잡힌 채 허아연이 눈을 똑바로 뜨고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주현우 씨, 나 이런 식으로 상의하는 거 싫어요."주현우는 허아연 위에서 일어나지 않고 눈을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이렇게까지 나랑 살기 싫어?"주현우의 질문에 허아연은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허아연의 태도는 줄곧 명확했다.허아연이 침묵하자 주현우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온몸을 허아연 위에 포갠 채 얼굴을 허아연의 목덜미에 파묻었다.방 안은 유난히 고요했다. 주현우 몸에 남은 진한 약 냄새가 허아연 몸에서 나는 향기를 덮어버렸다.주현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허아연도 더 이상 밀어내지 않았다.그저 주현우가 그대로 조용히 있게 두었다.돌이킬 수 없었다. 주현우를 향한 허아연의 마음은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그 후 저택에서 며칠을 지낸 주현우의 상처가 많이 나아지자 두 사람은 아레아 베이로 돌아갔다.며칠 동안 오성 그룹이 연일 화제였다. 경제 뉴스든 다른 뉴스든 모두 오성 그룹 얘기를 다뤘다.오지은은 며칠 연속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올 줄 몰랐고 온통 찬사일색이었다.높은 학력, 높은 지능, 탄탄한 집안 배경에 예쁘고 다정하며 인성까지 좋아서 거의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이었다.최근 네티즌들이 첫사랑 투표를 했는데 오지은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덕에 오성 그룹은 홍보 비용을 꽤 많이 아낀 셈이었다.주가도 크게 치솟았고 성대 테크와의 협력도 핫이슈로 떠올랐다.성대 테크도 오지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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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한참을 꼼짝 않고 오지은을 보던 허아연이 입을 열었다."지은 언니, 특허 기술은 스타라이트가 지금 연구 중인 프로젝트예요. 제품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건 차치하고 설령 제품이 출시됐다 해도 디테일한 기술 정보는 알려줄 수 없어요. 그건 스타라이트의 이익을 해치는 거예요."오지은을 똑바로 쳐다보는 허아연은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어쩜 이렇게 태연하게 기밀을 물어보는 걸까.허아연의 귀띔에 오지은은 화내지 않고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아연아, 넌 이미 특허비도 받았는데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마. 나도 그냥 배우고 싶은 거야. 내가 특허비 따로 줄까? 우리 친구끼리 사적인 교류하는 셈 치는 거야."오지은의 기억 속 허아연은 늘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아이였다.오지은이든 주현우든 시키는 대로 아무 반항 없이 묵묵히 다 하곤 했다.그날 밤 호텔에서도 주씨 집안이 오지은과 주현우의 스캔들을 정리하라고 하자 허아연은 말없이 그대로 진행했다.집안이 넉넉하지 않으니 돈만 쥐여주면 해결됐다.오지은의 태연한 반응에 허아연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오지은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오지은 씨,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건 나보다 나이가 많고 남자 하나 때문에 같은 여자끼리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서예요. 어차피 당신이 아니어도 다른 여자가 있을 테니까요.""하지만 몇 번씩이나 내 업무를 이용하려 들고 나한테서 스타라이트 프로젝트 기술을 빼내려고 하는데, 대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는 거예요? 지금까지 가만히 있은 건 상대할 가치가 없어서예요,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라.""그러니 앞으로 친한 척하지 말아요. 나한테서 어떠한 기술 정보 얻을 생각도 하지 말고요. 그리고 앞으로 나 찾아오지 마요."허아연이 테이블 위 휴대폰과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맞은편에 앉아있던 오지은은 이름 석자를 부르며 선을 긋는 허아연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전에 알던 허아연이 맞는 걸까?돈을 안 준다는 것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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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왜 날이 섰냐는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은 한결 누그러져서 천천히 담담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부모님도 다 아시고 할아버지도 반대 안 하시니까 빨리 마무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허아연의 목소리는 무척 듣기 좋았다. 화가 났을 때도 같이 화내기 어려울 정도였다.허아연이 하는 말을 들으며 계속 머리를 닦던 주현우가 피식 웃었다."우리 부모님?"피식 웃던 주현우는 허아연의 말에 트집 잡지 않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법무팀 합의서 기다리기로 하지 않았어?"주현우가 말을 마치자 캐비닛 위에 둔 휴대폰이 울렸다.몸을 돌려 휴대폰을 들자 오지은의 전화였다.탁하고 머리를 닦던 수건을 옆 캐비닛에 던진 주현우가 통유리창 앞에 서서 전화를 받았다.대충 묶은 회색 가운 허리띠와 벌어진 옷깃 탓에 단단한 근육과 아직 낫지 않은 상처 자국이 뚜렷하게 보였다. 손을 뻗어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던 주현우는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보고는 다시 담배와 라이터를 캐비닛에 탁하고 내려놨다.그리고 별다른 감정 없이 전화기 너머에 말했다."말해."주현우가 전화를 받자 바로 오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현우야, 아연이 돌아왔어?""응."주현우의 태도는 전서진이나 오원빈을 대할 때와 별다를 게 없었다."현우야, 그게 말이야... 오늘 오전에 아연이 찾아갔었거든, 전공 관련 문제 좀 물어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아연이를 화나게 한 것 같아.""아연이가 나중에 화내며 가버려서 미처 사과도 못 했어. 그래서 아연이가 돌아갔으면 대신 사과 좀 해줘, 다음에 내가 밥 산다고 해."대신 사과해 달라는 오지은의 말에 주현우의 얼굴에 불쾌함이 스쳤다.무덤덤하게 마당 밖 야경을 보며 달빛이 큰 나무를 비춰 그림자가 진 걸 보던 주현우가 차갑게 말했다."앞으론 적게 찾아가고 멀리해."주현우의 귀띔에 오지은이 화사하게 웃었다."현우야, 걱정 마. 나도 이젠 알았어. 근데 솔직히 아연이가 오늘 너무 인정머리가 없어서 나도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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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두 사람 내가 바보로 보여요? 부모도 없으니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해요?"허아연의 마지막 말을 들은 주현우가 빠르게 대답했다."아니야."주현우는 갑자기 장난기를 싹 거두고 무척 진지하게 허아연의 질문에 답했다.순간 허아연이 오히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오지은이 계속 도발해서 오늘 화가 난 건 사실이었다. 이 기회를 빌려 주현우와 제대로 한판 붙어서 시원하게 싸워 몇 년 동안의 억울함을 풀고 싶었다.그런데 주현우가 오늘은 받아치지 않을 줄이야.꼼짝 않고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던 허아연은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허아연의 옆모습은 얼굴형과 이목구비가 모두 입체적이었다. 코도 오똑하고 입과 턱, 눈두덩이까지 다 예뻤다.허아연은 말도 하지 않고 주현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허아연이 부모님 얘기를 꺼냈을 때, 주현우는 마음이 움직여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침실 안은 무척 조용했다.허아연이 옷을 안은 채 눈길도 주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주현우가 앞으로 다가가 허아연의 팔을 잡고 품에 안았다.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던 허아연이 두 손으로 가슴을 밀어내려 했다. 주현우가 허아연의 이마에 키스하고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니야.""너를 바보라고 생각한 적 없고 괴롭히려고 한 적도 없어."주현우의 해명에 허아연이 고개를 확 돌렸다.주현우는 허아연을 다시 끌어안고는 오른손으로 허아연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허아연은 주현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침묵하던 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주현우 씨, 사람들이 나한테 어떤 별명 지어줬는지 알아요? 닌자 거북이래요."잠깐 말을 멈췄던 허아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주현우 씨, 남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로 주현우 씨가 나를 대하는 태도예요. 주현우 씨가 날 떠받들어주길 바라는 건 감히 바라지도 않지만 그냥 좀 놔줄 수는……"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현우가 허아연의 턱을 잡고 몸을 숙여 입술에 키스했다.두 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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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허아연의 일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혼자인 나날들을 보냈다. 주말 휴일이 되자 허아연은 주민경을 데리고 집을 보러 갔다. 오늘 본 집들이 저번에 본 것보다 훨씬 좋았다.어느 집을 살지는 아직 두 사람이 상의 중이었다.……이날 오전, 한민규 팀과 함께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온라인에는 온통 오성 그룹이 성공적으로 비범을 인수했다는 뉴스로 도배됐다.뉴스에서는 흰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오피스룩 차림의 오지은이 오성 그룹을 대표해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계약 발표회에서 오지은은 봄바람처럼 활기차고 빛났다.수많은 남자들 속에서 오지은은 빛나는 야광주 같았다.현장의 많은 남자들이 오지은을 보는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고 온통 찬사와 호감 어린 눈빛이었다. 이렇게 뛰어난 데다 집안도 이렇게 좋은 여자이니 오지은과 결혼하면 평생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책상 앞에 있던 허아연이 아무 뉴스나 클릭했다. 그런데…… 한눈에 주현우가 현장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출장에서 돌아온 것이다.손가락으로 휴대폰 뉴스 사진을 확대하니 확실히 주현우가 맞았다. 주현우는 객석 1열에 앉아 오지은을 보고 있었다.차분하게 사진을 한참 보던 허아연이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놨다.출장 가기 전에 주현우는 이틀 뒤에 돌아온다고 했었다. 일찍 돌아온 건 아마 오성 그룹이 오늘 비범을 인수한다는 소식 때문에 오지은을 응원하러 온 거겠지. 말없이 서류함에서 서류를 꺼내는데 방금 내려놓은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들어 전화번호를 확인한 허아연의 평온하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전화를 받은 허아연이 부드럽게 인사했다."지원아, 안녕."며칠 전, 허아연은 지일우를 비롯한 실험실 사람들과 함께 유지원을 두 번 보러 갔었다. 그때 유지원이 허아연의 전화번호를 받아 가정부 휴대폰에 저장했다.전화기 너머에서 유지원이 천천히 물었다."아연 언니, 지금 시간 있어요? 언니 너무 보고 싶어요. 와서 같이 놀아줄 수 있어요?"유지원의 말을 듣던 허아연이 컴퓨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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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햄버거 가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창가 자리를 골랐다. 허아연과 유지원이 긴 소파에 앉고 유건희는 혼자 맞은편에 앉았다.겨우 밖에 나온 유지원은 신이 나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가끔 감자튀김을 집어 허아연과 유건희에게 먹여줬다.허아연도 아주 꼼꼼하게 돌봤는데 냅킨을 턱밑에 받쳐주고 입과 손이 더러워지면 바로 닦아줬다.유지원을 돌보며 허아연은 자기 엄마를 떠올렸다.얼마 기억에 남지 않은 모성애가 떠올랐다.엄마가 좀 더 오래 곁에 있어줬다면 허아연의 어린 시절은 더 행복했을 것이다.주현우와의 결혼 생활이 정상이었다면 허아연도 이제 엄마가 되었겠지. 점심을 먹고 유지원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재운 뒤 유건희는 허아연을 차에 태워 회사로 돌아갔다.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유건희가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보며 말했다.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아이들은 단순하고 귀여워요. 사실 저도 릴렉스하는 거예요."유건희가 돌아앉으며 뒷좌석에서 빨간색 초대장 두 장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권 어르신이 다음 주 토요일 생신인데 아연 씨 것도 챙겨달라고 하셨어요. 아연 씨 거 확인해서 가져가요.""네."유건희가 건넨 초대장을 받은 허아연이 첫 번째 장을 펼치자 바로 허아연 것이었다. 자세한 시간과 장소가 적혀 있었는데 초대란에는 '허아연 씨를 20xx년……에 정중히 초대합니다, 권승준'이라고 적혀 있었다.초대장은 권승준이 보낸 것이었다.권승준이라는 글자를 보며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그날 권씨 저택을 떠날 때 권승준의 차와 마주쳤던 상황을 떠올렸다.권승준은 카리스마가 정말 대단했다.게다가 이 초대장은 허아연 본인만 초대하는 것이지 가족까지 초대하는 게 아니었다.자기 초대장을 골라낸 허아연이 유건희의 초대장을 대신 수납함에 넣어줬다."권 어르신은 보통 생신을 안 쇠시는데 올해는 좀 크게 하실 건가 봐요. 가면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고 많이 배울 수 있을 거예요."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열심히 배울게요."……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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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연달아 십여 장의 사진 모두 허아연이 유건희 부녀와 햄버거를 먹는 사진이었다.사진 속 허아연은 한없이 다정하게 웃으며 유지원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유지원도 가끔 허아연과 유건희에게 음식을 먹여줬고 유건희도 허아연을 무척 챙겼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 사람이 한 가족인 줄 알 것이다.좌우로 사진들을 넘겨보던 주현우는 허아연이 환하게 웃을수록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옆에서 주현우의 얼굴이 어두워진 걸 본 오지은이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며 부드럽게 물었다."현우야, 무슨 일이야?"SNS를 닫은 주현우는 휴대폰을 테이블에 가볍게 던지고는 무표정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오지은이 급히 웃으며 주현우에게 반찬을 집어줬다."방금 별로 안 먹었잖아. 좀 더 먹어."오지은이 다정한 모습에도 주현우는 허아연이 유건희 부녀와 밥 먹는 모습이 떠올랐다.순간 주현우의 마음이 불편해졌다.그렇지만 오씨 집안 점심 연회가 끝난 뒤 주현우는 이 일로 허아연을 찾아가거나 연락하지도 않았고 더더욱 묻지도 않았다.봤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저녁 퇴근 시간이 되어 허아연이 가방을 메고 손에 차 키를 든 채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오피스 빌딩 앞 야외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옆에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가 클락션을 빵빵 울렸다.고개를 돌린 허아연은 익숙한 번호판을 발견하고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다 멈춰섰다.주현우였다.주현우가 왜 여기 있을까?허아연이 놀라 발걸음을 멈춘 것을 본 주현우가 천천히 창문을 내리고 두 손을 핸들에 올린 채 물었다."거기 서서 뭐 해? 집에 안 가?"주현우의 목소리에 허아연이 다시 걸음을 옮겨 주현우 쪽으로 걸어갔다.그때 주현우가 나른하게 말했다."타."주현우의 태연한 표정을 바라보던 허아연은 결국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직감적으로 주현우가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허아연이 차에 타자 주현우가 액셀을 밟아 허아연을 식당으로 데려갔다.결혼 이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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