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191 - Chapte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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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우뚝한 콧대와 입가에 머금은 온화한 미소, 사람들이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외모였다.이런 사람이니 주민경이 교진시에서 유일하게 자기 눈에 드는 사람이 권승준이라고 한 것도 당연했다.“권 비서장님.”“유 교수님, 또 뵙네요.”두 사람이 악수를 나눈 후, 권승준은 앞에 서 있던 한민규를 비롯한 기존 직원들과도 악수하며 인사를 건넸다.동행한 몇몇 기자는 계속 카메라를 들고 촬영했다.권승준은 교진시의 2인자였기에 이렇게 한 번씩 외부 활동을 하면 기자들은 돌아가서 기사도 쓰고 방송에도 내보내야 했다.간단히 인사를 마친 후, 유건희는 사람들을 행정동으로 안내하며 먼저 스타라이트 테크의 최근 몇 년간 성과를 소개하고 다시 실험실로 자리를 옮겼다.유건희가 안내하는 곳은 평소 테스트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좀 더 내부에 있는 구역은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특히 사람이 많을 때는 더더욱 들어가기 힘들었다. 유건희와 몇몇 핵심 기술 인력들이 시찰팀에게 기술 설명을 마친 후, 권승준은 허아연 팀이 평소 로봇 테스트를 하는 공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더니 중저음의 목소리로 물었다.“이건 스타라이트 테크의 신제품입니까?”유건희가 대답했다.“네, 저희가 최근 출시를 준비 중인 가정용 로봇입니다. 최근에 인수한 신규 특허 기술을 적용해 봤는데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말을 마친 유건희가 허아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아연 씨, 이쪽으로 와서 관계자분들께 새 기술이랑 제품 기능 설명 좀 해줘요.”허아연을 부른 유건희는 권승준과 다른 관계자들에게 특허 기술이 허아연 것이며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 역시도 허아연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권 비서장님, 그리고 여러 관계자분. 저희 가정용 로봇의 주요 기능은 동반자 역할입니다. 여기에 의료 감지 시스템과 환경 점검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으며 현재는 최신 원격 제어 기술까지 적용하여……”오늘 흰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허아연은 차분하면서도 단정한 모습이 능숙한 프로다운 느낌을 물씬 풍겼다.제품을 소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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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담담한 표정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시내로 돌아오자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유건희가 저녁 만찬을 준비했지만 권승준이 하루 종일 고생한 사람들에게, 특히 스타라이트 테크의 기술 인력들에게 감사하다며 자신의 예산으로 만찬자리를 마련했다.……그 시각, 주현우는 이미 집에 돌아와 있었다.TV를 켜자 마침 권승준이 스타라이트 테크를 시찰한 뉴스가 나왔다. 뉴스 속에서 허아연은 깔끔한 차림새로 전문가답게 제품 기능을 설명하고 있었다.옅은 화장에 자세도 반듯했고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졌다.물컵을 든 채 자신감 넘치면서도 여유롭게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허아연을 보던 주현우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예전부터 허아연은 말이 많지 않았다.특히 학교 다닐 때는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한마디도 안 하고 그저 묵묵히 자기 일만 할 때가 많았다.그런데 이제는 정말 다 큰 것 같았다.평소 거실에서 TV를 보는 일이 거의 없는 주현우였지만 오늘은 뉴스를 끝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한편 허아연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10시였다.하이힐을 신고 하루 종일 이리저리 뛰어다닌 데다 방금은 술 마신 동료들까지 차로 집에 바래다주고 오는 길이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종아리와 발바닥이 쿡쿡 쑤시고 뒤꿈치도 쓰라렸다.방에 돌아와 샤워를 마쳤지만 종아리와 발바닥 통증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던 허아연은 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 침대 옆에 앉아 족욕을 했다.옆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자 주민경이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 가구는 오늘 해외에서 발송했고 별일 없으면 다음 주에 도착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가전제품은 며칠 내로 배송되지만 주문한 홈시어터는 보름 후에나 도착한다고 했다.메시지를 확인한 허아연은 미소 지으며 주민경에게 답장을 보냈다.[고마워요, 민경 대표님. 다만 요즘 제가 시간이 없어서 가전제품은 관리실 매니저한테 부탁해서 받아두라고 할게요.][걱정 마! 언니가 다 알아서 해줄게. 네 집 열쇠 공짜로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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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주현우가 뉴스에서 봤다고 하자 허아연은 그저 깍듯하게 웃을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손을 뻗어 우유를 집어 든 허아연이 단숨에 반 컵을 마시고도 주현우가 나가지 않자 입을 열었다. "난 별일 없으니 일찍 쉬어요."허아연의 말이 끝나자 주현우가 오른손을 들어 허아연 입가에 묻은 우유를 가볍게 닦아주었다.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주현우를 본 허아연은 황급히 스스로 입가를 닦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밀어냈다.허아연에게 밀려난 손은 그렇게 한동안 허공에 멈춰 있었다.한참 동안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그제야 손을 거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일찍 쉬어."담담한 눈빛으로 주현우를 힐끔 쳐다본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주현우가 나가는 걸 지켜보던 허아연은 방문이 닫히자 시선을 거두고 말없이 우유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리고 다시 주민경과 대화를 이어갔다.주현우에게 집을 산 건 얘기하지 않았다.그 뒤로 며칠 동안, 퇴근하면 바로 새 집으로 가서 짐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며 가구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방마다 화분도 몇 개씩 들여놓았다. 주현우는 또 출장을 갔다.허아연도 유미 이모한테 들은 얘기였다.예전부터 주현우는 자신의 일정을 허아연에게 미리 알려주는 법이 없었다.허아연도 굳이 묻지 않았다.……금요일 저녁 퇴근 무렵, 허아연이 짐을 챙겨 막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유건희가 마침 내려왔다.계단을 내려오덩 유건희가 허아연에게 말했다."내일 저녁에 권 어르신 생신 잔치가 있으니 다 같이 가요."허아연도 그럴 생각이었다. 다 같이 가면 든든하니까.다음 날 오후, 회사 앞에서 유건희, 한민규와 만나 함께 출발했다.유건희와 한민규는 평소 출근할 때와 다름없는 차림이었고 허아연도 오피스룩 차림이었다. 유건희와 한민규 뒤를 따라가는 모습이 마치 회사의 비서 같았다.권유성의 생신 잔치는 집에서 열렸다.권씨 저택에 들어설 때 주변은 이미 차들로 꽉 차서 허아연 일행은 한참을 돌다가 겨우 주차할 곳을 찾았다.잔치라고는 하지만 사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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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당당하면서도 품위 있고 단정하면서도 침착했다.오늘 입은 블랙 화이트 투 톤의 오피스룩도 참 잘 어울렸다.유건희가 원로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허아연은 유건희와 한민규 모두 바삐 움직이는 걸 보고 작은 응접실로 가서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테이블 위에 마침 전문 서적이 한 권 있었다. 가사 도우미에게 읽어봐도 되는지 물은 허아연은 괜찮다는 말에 책을 집어 들었다.7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또 손님들이 도착했다.한순간 현관 쪽이 시끌벅적해졌다.책을 들고 있던 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주현우가 보였다.오지은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멀리서 봐도 두 사람은 금슬 좋은 한 쌍처럼 잘 어울렸다.주현우는 평소에 입는 정장을 입었고 오지은은 금실로 수놓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두 사람이 등장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단번에 쏠렸고 연회 분위기도 한껏 후끈 달아올랐다.허아연도 현관 쪽을 보고 있었다."현우가 왔구나.""현우야, 네 할아버지는 요즘 잘 지내시니?""이 녀석, 몇 년 만에 보는 거냐."주현우는 어른들의 인사에 하나하나 웃으며 답했다."고 어르신 덕분에 할아버지는 잘 계십니다."이어서 권유성에게 말했다."권 어르신, 저희 할아버지께서 다리 지병이 또 도지셔서 직접 오시지 못하고 저를 대신 보내시면서 사과 말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서예 작품을 어르신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주씨 가문의 문벌도 높았고 주건영도 교진시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권씨 가문과는 오래된 지인이었다.다리 지병만 아니었다면 오늘 직접 왔을 것이다."알지, 알아. 전화로 다 얘기했어. 다리는 옛날 변경 지역에 있을 때 입은 부상이었지. 되돌아보니 벌써 수십 년이 지났구나, 세월 참 빠르네."권유성이 바로 이어서 물었다."이 글씨는 네 할아버지가 직접 쓴 거지? 직접 쓴 게 아니면 안 받아."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께서 직접 쓰신 겁니다."주현우가 주건영의 친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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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권승준은 주현우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오지은을 주현우의 아내라고 생각했다.어쨌든 주현우가 기혼이라는 건 비밀이 아니었으니까.권승준의 '주 사모님'이라고 말에 주현우가 웃으며 설명했다."권 비서장님, 이쪽은 오씨 가문 둘째 딸 오지은이에요. 저희는 친구 사이예요."권승준이 웃으며 사과했다."오해를 했네."주현우의 설명을 듣던 오지은이 고개를 돌리며 쳐다봤다. 아쉬운 눈빛이 스쳤지만 이내 다시 태연한 모습을 되찾고는 웃으며 거들었다."권 비서장님, 웃음거리가 됐네요."오지은에게 가볍게 미소로 답한 권승준이 다시 주현우에게 물었다."제수씨는 오늘 안 오셨어?"주현우가 답했다."오늘 따로 일정이 있어서 바빠요.""아!"권승준이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던졌다.셋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권유성이 다시 권승준을 불렀다. 옛 전우에게 정책 문제를 설명해 달라는 부탁이었다.집 안 전체를 둘러봐도 주현우와 허아연, 오지은을 제외하면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기에 권승준도 유난히 공손하고 겸손했다.차분하게 상대방의 의문을 해결해 준 뒤, 권유성이 다시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승준아, 오늘 젊은 친구들 몇 명 초대했는데 다들 아주 우수한 인재들이야. 소홀히 하지 말고 네가 잘 챙겨줘."권유성은 말하면서 집 안을 둘러보다가 혼자 작은 응접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허아연을 발견하고 불렀다.도우미가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멈추고 허아연 앞에 몸을 숙이고 조용히 귀띔했다."허 선생님, 권 어르신께서 부르십니다."도우미의 말에 허아연은 황급히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감사 인사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권유성 쪽으로 걸어갔다.가까이 다가가서야 권승준도 있다는 걸 알았다."권 어르신."권유성에게 인사를 건넨 허아연은 다시 권승준을 보며 공손하게 말했다."권 비서장님."권승준이 웃으며 손을 내밀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허 선생님, 또 뵙네요."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걸 본 권유성이 말했다."승준이 너, 아연 씨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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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각자 장기를 잡았다. 허아연이 첫수로 마를 띄우자 권승준도 마를 띄웠다.몇 수 주고받자 주변에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조금 전 장기를 두던 노인들은 두 사람이 장기 두는 걸 보며 젊은이들 머리 회전이 빠르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특히 허아연을 더욱 눈여겨봤다.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아가씨가 어느 가문 출신인지는 몰라도 장기 실력만큼은 제법 수준급이라 자신들도 상대가 안 될 것 같았다.몇 수 주고받는 동안 권승준의 수는 변화무쌍했고 허아연도 물러서지 않았다.이때 옆에서 노인들이 말했다."이건 무승부네. 승부가 안 나겠어.""이 아가씨 누구야? 꽤 대단한데. 승준이 네 여자 친구야?""승준아, 이 아가씨 누구냐?"모두가 허아연의 정체를 물어보자 권승준이 웃으며 설명했다."스타라이트 테크 기술 인력입니다. 어르신들, 허 선생님 놀라게 하지 마세요.""그렇구나. 승준이 네 여자 친구인 줄 알았어.""두 사람 보니까 한 쌍처럼 잘 어울리네."권승준은 웃으며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고 허아연은 더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허아연은 장기판에만 정신이 쏠려 있어 옆 사람들의 대화를 아예 듣지 못했다. 허아연은 무승부가 아니라 이기고 싶었다.권승준은 여유롭게 허아연을 바라보았다. 진지하게 장기판을 응시하는 허아연을 보며 환히 웃더니 다시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허 선생님, 무승부로 하고 한 판 더 둘까요?"허아연과 대화할 때면 권승준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보다 확연히 덜 날카롭고 부드러웠다. "좋아요."허아연도 시원스레 답했다. 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허 선생님, 정말 진지하시네요."허아연이 미소 지으며 다시 장기판을 정리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주현우가 권유성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오지은은 얌전히 주현우 옆을 지켰다. 오늘 주현우를 따라 온 덕분에 많은 사람을 알게 됐고 인맥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이런 건 모두 중요한 자원이었다.작은 응접실 쪽이 웅성거리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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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며칠 전, 주현우가 오늘 시간이 있는지 허아연에게 물었을 때 이미 일정이 있다고 했었다.알고 보니 허아연도 권유성 생신을 축하하러 온 거였다.꼼짝도 않고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한참 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현우야."권유성이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주현우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을 본 권유성은 자연스럽게 작은 응접실을 보며 물었다."아는 사람 봤어?"주현우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 없이 허아연을 곁눈질했다. 웅성거리는 곳을 보던 권유성이 웃으며 소개했다."승준이와 장기 두는 아가씨는 허아연이라고 하는데 스타라이트 테크 기술 인력이야. 건희가 아주 눈여겨보고 있지. 아가씨가 똑똑하고 아주 영특해."주현우는 여전히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고 오지은은 다시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봤다.허아연이 권승준과 장기를 두는 걸 보던 오지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다만, 허아연이 머지않아 이혼녀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자 다시 마음이 풀렸다.이혼녀라는 꼬리표가 달린 이상 이런 명문가와는 거의 연이 닿을 수 없었다. ……작은 응접실에서 허아연과 권승준이 연달아 몇 판을 뒀지만 승부는 여전히 막상막하였다.마지막에 권승준이 살짝 양보한 덕분에 허아연이 근소하게 이겼다."이 아가씨 정말 대단하네, 나도 상대가 안 되겠어.""승준아, 너 이번에 제대로 상대를 만난 거야."사람들의 말에 권승준이 허아연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허 선생님이 이겼네요."장기판을 정리하던 허아연이 말했다."권 비서실장님이 봐주신 거죠."구경하던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허아연은 권승준이 양보해 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몇 판 무승부였고 먼저 양보한 건 허아연이었다.하지만 권승준이 허아연의 양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한 수 양보했다. 주변 어른들이 계속 승부를 기다리는 걸 본 허아연이 권승준의 호의를 받아들여 이기기로 한 것이다.장기판을 어른들에게 양보한 권승준은 다시 허아연과 함께 서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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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허아연의 주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주현우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지금 주현우는 오지은과 함께 있었고 허아연이 주 대표라고 부르는 것 외에는 딱히 다른 호칭도 없었다.허아연이 가려는 걸 본 권승준이 계단까지 배웅했다.유건희 차 앞에 다다르자 허아연은 몸을 돌려 권승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 밤 접대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권승준은 허아연과 가볍게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아주 정중하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허아연이 몸을 숙여 차에 오를 때는 또 조심스럽게 허아연의 머리 위를 보호해 주었다. 권승준은 줄곧 권유성과 함께 손님들을 배웅했지만 허아연만 계단 아래까지 배웅하고 차 문을 열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문 앞에서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허아연을 배웅하고 돌아왔을 때 주현우의 차도 왔다.권승준은 대범하게 악수하며 다른 손으로는 주현우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현우야, 이제 또 보자. 다음번엔 제수씨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이어서 오지은과도 가볍게 악수했다. "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권 비서실장님, 안녕히 계세요."주현우와 오지은이 차에 오르는 걸 지켜본 권승준은 계속해서 권유성을 도와 다른 손님들을 배웅했다.……11시가 넘어 집에 돌아온 허아연이 막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주현우가 침실에서 나왔다.주현우가 집에 있는 걸 본 허아연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인사했다."돌아왔네요."허아연을 담담하게 지켜보던 주현우가 물었다."너도 권 어르신을 알아?""권 어르신은 스타라이트의 기술 고문이세요. 유 대표님이 얼마 전에 나를 데리고 인사드리러 갔었거든요."허아연이 이렇게 말하자 주현우는 이해했다.고개를 숙여 허아연을 보던 주현우가 다시 말했다."할아버지 다리 지병이 또 도지셨어, 내일 같이 뵈러 가자."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두 사람의 서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이상, 이런 상황에는 당연히 찾아봬야 했다. 게다가 두 집안 어르신들의 관계도 돈독했다.허아연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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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그때 허아연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주현우를 슬쩍 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엘리베이터 왔어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주현우는 허공에 뻗어 있던 오른손을 가볍게 움켜쥐고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두 사람이 차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허아연이 주현우에게 물었다."할아버지 몇 층이에요?""23층."허아연은 군말 없이 23층 버튼을 눌렀다. 주현우의 기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요즘은 그럴 의지도 없었다.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23층에 멈췄다. 두 사람이 주건영 병실 문을 두드리자 안에 주민경도 와 있었다.허아연이 온 걸 본 주민경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했다. "아연아, 왔어?""민경아."주민경에게 인사를 건넨 허아연은 병상 쪽으로 다가가 주건영의 손을 살며시 잡고 몸을 숙이며 다정하게 물었다."할아버지, 좀 어떠세요?""별거 아닌데 의사가 심하게 말한 거야."옆에서 주민경이 고자질을 했다."술 마시면 안 된다는데 몰래 마시더니, 잘됐죠? 병원까지 오고 말이에요.""사람이 먹고 마시기 위해 평생 사는 거 아니겠어?"허아연이 피식 웃으며 뒤에 있던 의자를 당겨 옆에 앉았다. 주건영의 손은 여전히 꼭 잡고 있었다. 주건영이 계속 손을 놓지 않고 꼭 잡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처음엔 주건영의 몸 상태 얘기를 했다. 그러다 자연스레 허아연 할아버지와 함께 전쟁터를 누볐던 옛 시절 이야기로 넘어갔다. 허아연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이미 여러 번 들은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옆에 있던 주민경이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드리겠다고 하자 주건영은 그제야 허아연의 손을 놓으며 손사래를 쳤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무슨 책을 써."사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영화도 이미 나와 있었다.주현우는 소파에 반쯤 기대어 손에 든 책을 무심히 넘기며 이따금씩 세 사람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허아연이 아무 걱정 없이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모습을 본 주현우는 한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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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주건영이 말했다."이혼 생각이 없었다고? 그러면 왜 잘살아 보지 않고 오지은이랑 그렇게 붙어먹어?"주건영의 말에 주현우는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금 잘 달래고 있어요."어릴 때부터 주현우가 고개를 숙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늘따라 풀이 죽은 듯한 주현우의 모습에 주건영도 더 이상 잔소리하지 않고 그저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빨리 달래서 앞으로는 똑바로 잘 살아."말을 마친 주건영이 한마디 덧붙였다."단 아연이가 정말 싫다고 하면 억지로 잡지는 마. 괜히 그 애 힘들게 하지 말고.""삼 년 동안 네가 아연이한테 잘못한 거니까 나중에 줘야 할 건 한 푼도 빠짐없이 줘. 혹시라도 얄팍한 수 쓰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주건영이 덧붙이는 말을 들은 주현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알아요."이제는 주현우와 허아연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허아연의 사직서에는 주현우의 아버지가 사인했고 이제는 할아버지까지 이혼을 권하고 있었다.바지 주머니를 더듬어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려던 주현우는 병원이라는 게 생각나 다시 집어넣었다.어쩌면 처음부터 주현우의 방법이 잘못됐던 걸지도 몰랐다.……그 시각, 병원을 나온 주민경은 곧장 차를 몰아 허아연을 새집으로 데려갔다.주민경이 주문한 홈시어터가 오늘 도착하는 날이었다. 점점 살림살이가 갖춰져 가는 집을 보니 허아연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혼자만의 생활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주민경이 허아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허 대표, 어때? 괜찮지?"허아연이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주 대표 안목이 최고지.""당연하지, 내가 너랑 같은 줄 알아?"허아연이 허리를 씰룩여 주민경과 엉덩이를 살짝 부딪치며 말했다."지금 나 비꼬는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주문한 배달 음식이 도착한 것이었다.이번에도 에어컨을 쐬며 바닥에 앉아 밥을 먹었다. 다만 이번엔 볼 수 있는 TV가 생겼다.밥을 먹던 주민경이 가구는 수요일에 들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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