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181 - Chapter 190

225 Chapters

제181화

주현우는 차를 들던 손을 멈춘 채, 허아연을 빤히 바라봤다.한참 보던 주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 몰래 한 일이 꽤 많네."직원이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하자 주현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허아연에게 국과 밥을 떠줬다.반찬을 집어줄 때도 허아연이 싫어하는 양념은 골라내고 생선 가시도 대신 발라주었다.허아연은 주현우의 다정한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현우가 먼저 털어놓기를 조용히 기다렸다.오늘 주현우의 다정함이 헤어지기 전 작별 인사 같았기 때문이다.식사를 마치고 주현우는 허아연을 데리고 강변을 산책했다.주현우는 허아연의 손을 잡고 예전처럼 걸었다.밤 9시가 넘어 차가 아레아 베이 입구에 멈췄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허아연이 깨어났을 때 주현우가 몸을 기울여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허아연은 꼼짝 않고 주현우를 바라봤다.밖은 벌써 캄캄해져 있었다.차 안의 파란 무드 등이 분위기를 야릇하고…… 감미롭게 만들었다.몸을 기울여 허아연 앞에 다가온 주현우는 원래 안전벨트를 풀어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허아연이 깨어나 눈을 뜨자 주현우도 행동을 멈추고 빤히 쳐다봤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치고 마당 밖에서는 개구리 소리와 벌레 소리가 들렸다.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그녀의 눈동자에 선명하게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마음이 움직인 주현우가 몸을 더 앞으로 기울이며 바로 허아연의 입술에 키스했다.허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올려 밀어내려 했지만 주현우가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주현우는 허아연의 손을 잡아 열 손가락을 깍지 껴서 꼼짝 못 하게 했다. 한없이 조용한 차 안, 두 사람은 서로의 심장 소리와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주현우의 입술은 무척 부드러웠다. 주현우는 키스와 강약 조절에 능했고…… 허아연을 컨트롤하는 것도 아주 잘했다.분위기가 너무 야릇했다. 허아연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야릇했다.허아연이 그저 눈을 뜬 채 주현우를 바라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뜨거운 키스가 끝난 뒤 허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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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아무도 몰랐다. 주건영이 전에 주진우와 결혼시키려 했을 때 허아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칠 밤을 잠을 설치다가 결국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허민수를 찾아가 전후 사정을 얘기했다. 그 후에야 주건영이 허아연에게 물어보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다만 그때는 설렘 가득한 선택이 이런 3년이 될 줄은 몰랐다. 주현우의 눈을 바라보던 허아연은 오늘 오전 오성 그룹의 인수 계약 발표회에서 오지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주현우가 떠올랐다. 그 생각이 든 허아연은 3년간 자신의 난처하던 순간과 주현우의 수없이 많은 냉대들을 다시 떠올렸다.침을 꿀꺽 삼키고 허아연이 막 입을 열려는데 주현우가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확 일으키고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됐어, 괴롭히지 않을게. 들어가자."주현우는 사실 진작에 허아연의 일기에서 답을 봤었다. 게다가 허아연의 침묵도 대답이었다.주현우가 차에서 내려 문을 닫는 소리를 듣고 있던 허아연은 차 앞을 지나가는 주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물었다."주현우 씨, 그럼 주현우 씨는 날 좋아한 적 있어요?"주현우가 조수석 앞으로 와서 허아연 쪽 차 문을 열어주고 여유롭게 문에 팔을 올린 채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집에 안 들어갈 거야?"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차에서 내렸다.침실로 돌아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허아연은 주현우와 얘기를 나누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미 이혼할 걸 알고 있고 법무팀도 합의서를 준비 중이니 주현우 방에 안 자고 옆방으로 가겠다고 말하려는데 주현우가 갑자기 의자 하나를 끌어다 소파 앞에 놓더니 턱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허아연에게 말했다."앉아."허아연이 의자를 바라봤다.역시 주현우가 오늘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역시나였다. 별다른 감정 없이 주현우를 한참 보던 허아연이 침착하게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이런 장면을 수없이 상상해봤고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책상에 펜이 있으니 언제든 서명할 수 있었다.허아연이 소파에 앉자 주현우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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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소파에 다시 털썩 주저앉은 허아연이 말했다."주현우 씨, 대체 뭐 하는 거예요? 나한테 따질 거면 나도 먼저 물어볼 게 있어요. 주현우 씨 이틀 뒤에 온다더니 왜 오늘 갑자기 일찍 돌아온 거예요?"허아연이 야무지게 받아치자 주현우가 말했다."그럼 유건희가 좋은 거야?"말을 마친 주현우가 손을 뻗어 티 테이블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허아연은 그 모습에 주현우의 휴대폰을 낚아챘다."함부로 전화해서 캐묻지 마요. 내 근무 환경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요. 당신의 쓸데없는 일들 나한테 막 끼워 맞추지 마요."허아연이 말을 마치자마자 주현우가 갑자기 몸을 확 숙이더니 허아연을 어깨에 둘러메고 일어섰다.허아연이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주현우의 등을 퍽퍽 쳤다."주현우 씨, 뭐 하는 거예요? 나 내려놔요!"주현우는 허아연의 말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아연을 침대에 살포시 던진 주현우가 허아연을 품에 가뒀다.하루 종일 참고 있었다.오늘 주현우는 화도 내지 않고 꼬박 하루 종일 참았다.지금 허아연이 전혀 대수롭지 않게 굴며 큰소리까지 치는 걸 본 주현우는 그저 호되게 혼내주고 싶었다. 허아연이 울면서 용서를 빌게 만들고 싶었고 앞으로 다시는 이혼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허아연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두 손으로 침대를 짚고 일어나려 했지만 주현우가 허아연의 손을 확 잡아 꼼짝 못 하게 눌러버렸다.원래도 힘이 센 주현우였는데 심지어 예전 어느 때보다 강압적이고 제멋대로였다.그러면서도 무척 조심스럽고 부드럽기도 했다.주현우는 한 손으로 허아연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금세 허아연의 옷을 벗겼다.저녁 내내 주현우한테 휘둘려서 좀 짜증이 났던 허아연이 발버둥 치며 반항하듯 말했다."주현우 씨, 내가 동의 안 하면 불법이에요."주현우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럼 고소해 봐. 누가 감히 네 사건 맡아주나 봐봐.""주……"현우라는 두 글자는 허아연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키스에 잠겨버렸다.허아연에게 키스하면서도 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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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주현우를 때릴 생각은 없었다.……같은 시각, 옆방.방금 허아연이 당황해서 '현우 오빠'라는 말까지 하던 모습을 떠올린 주현우는 울컥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허아연은 여전히 예전과 똑같았다.사실 주현우도 방금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아니었다면 벌써 허아연을 제압했을 것이다.다만 당황하는 허아연의 모습에 어렸을 때처럼 좀 놀렸을 뿐이었다.주현우는 침대 끝에 앉아 손으로 이마의 피를 닦고 일어나 구급함을 들고 욕실로 가서 상처를 처치했다.도우미들도 부르지 않고 스스로 상처를 처치하고 침대 시트를 갈았다.할 일을 다 마친 주현우가 옆방으로 가서 허아연의 방문을 두드렸다."허아연, 문 열어.""방금 너 놀라게 해서 사과하러 왔어. 문 열어봐. 손 다치지 않았어?"문 뒤에 있던 허아연은 먼저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자기 손을 확인했다.다치진 않았다.주현우가 화도 내지 않고 오히려 달래러 온 걸 본 허아연이 지친 듯 말했다."손 안 다쳤어요. 아까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혼자 좀 있게 해줘요."힘의 차이가 너무 커서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문 밖에서 주현우가 부드럽게 달랬다."화난 거 아니니까 문 열어."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허아연이 고개를 돌리고는 힘없이 말했다."문 안 열 거예요. 일찍 쉬어요."허아연이 여전히 문을 열지 않자 주현우는 오른손을 거두어 주머니에 찔러넣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내일 얘기하자."허아연이 건성으로 대답했다."네."허아연이 내일 얘기하자는 말에 답을 하자 주현우는 문 앞에 조용히 한참 서 있다가 몸을 돌려 옆방으로 돌아갔다.요즘 한동안 매일 집에 돌아오면 이혼 얘기는 끝날 줄 알았는데 허아연이 이렇게 고집스러울 줄은 몰랐다. 침실 통유리창 앞에서 이마에 하얀 거즈를 붙인 주현우가 담배를 길게 빨아들였다. 이어 재를 털고는 또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주현우도 좀 지쳐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주현우가 준비를 마쳤을 때 허아연은 벌써 출근해서 이미 집에 없었다.주현우도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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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오지은이 묻자 주현우는 태연하게 손에 든 서류를 넘기며 담담하게 말했다."오 비서한테 이미 거절하라고 시켰어."책상 맞은편에서 오지은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더니 놀란 얼굴로 주현우를 보며 물었다."현우야 왜? 성대 프로젝트 꽤 전망 좋잖아. 게다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도 됐고 지금은 후속 자금 투입만 부족한 거야, 기회란 말이야."오지은이 놀란 표정을 짓자 주현우가 천천히 서류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주현우가 무심한 눈빛으로 오지은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왜냐고?"오지은은 주현우가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졌다. "아연이 때문이야? 근데 이건 아연이랑 별로 상관없잖아. 아연이는 아연이 연구하고 우리는 우리 투자하는 거지. 너는 두 프로젝트 다 돈 벌 수 있는 거야. 우리는 투자만 하는 거지 기술을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주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오지은이 또 말했다."현우야, 이건 그냥 사업이야. 사업가면 사업만 봐야 하지 않아? 이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 일은 네가 너무 이성적이지 못한 것 같아."오지은의 뻔뻔한 태도에 주현우의 눈빛이 조금 전보다 더 차가워졌다.오지은을 싸늘하게 보며 차갑게 말했다."그 사람은 내 집사람이야."'내 집사람'이라는 주현우의 말에 오지은은 그만 얼어붙었다.두 손으로 가방을 꽉 쥔 채 꼼짝 않고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오지은은 그제야 주현우가 한 말의 무게를 깨달았다.오지은이 침을 꿀꺽 삼키며 힘없이 말했다."현우야, 사실 이건……"오지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현우가 바로 말을 끊었다."오지은, 이 일은 더 얘기할 필요 없어. 경주 그룹은 성대 테크에 투자 안 할 거야. 허아연과 경쟁 관계에 있는 어떤 프로젝트에도 투자 안 할 거야."오지은이 처음 찾아와 이 얘기를 얘기했을 때 주현우는 적합하지 않다며 오원빈한테 넘겼었다.오지은이 눈치를 채고 안 될 걸 알고 물러설 줄 알았는데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주현우를 설득하려 했다.때문에 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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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오지은은 무척 똑똑했고 눈치도 빠르고 적당히 넘어갈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주현우가 손을 들어 테이블 위 자료를 잡자 오지은이 자연스럽게 손을 뗐다. "점심은 나중에 얘기하자. 먼저 회의 가봐."주현우가 조금 전 일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자 오지은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문 밖으로 나와 살며시 문을 닫던 오지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방금 주현우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내 집사람이야.' 오지은이 쓸쓸해지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허아연이 주현우의 집사람이면 오지은은 뭐가 되는 걸까?이렇게 오래 기다린 오지은은 뭐가 되는 걸까?슬픈 눈으로 주현우의 사무실을 보던 오지은이 문 손잡이에서 오른손을 살며시 떼어내고 몸을 돌렸다. '주현우는 내 거야, 오씨 집안 거야.'……같은 시각. 허아연이 막 며칠 전 실험 보고서를 정리하고 또 한민규와 함께 실험실로 갔다.가는 도중 주민경이 전화를 걸어와 주현우가 성대 테크 투자 프로젝트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오지은이 주현우 사무실에서 나올 때 마침 마주쳤는데 표정이 봐주기 힘들 정도로 굳어있었다고 했다. 조수석에서 주민경의 보고를 듣던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허아연은 주현우가 성대 테크에 투자를 해서 이번에도 여전히 오지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거절했다니.허아연이 빨간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주현우 씨 입장에서 꽤 난처했겠네.""그 정도까진 아닐걸."주민경과 몇 마디 더 얘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은 허아연이 한민규에게도 얘기를 전했다.한민규도 그 얘기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아니면 앞으로 대표들한테 업무 보고할 때도 숨기고 가리면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었다. 한민규와 얘기를 마친 허아연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길가에는 큰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허아연이 창문에 팔꿈치를 기대고 손바닥으로 뺨을 살포시 괴었다. 기분이 왠지 오늘 햇살처럼 화창했다.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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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막 결혼했을 때 허아연은 거의 매일 이렇게 주현우가 돌아오길 기다렸다.하지만…… 한 번도 주현우가 돌아온 적 없었다.그래서 나중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주방으로 가서 젓가락과 숟가락을 챙겨 주현우에게 건네던 허아연은 주현우가 이마의 거즈를 떼는 걸 보게 되었다. 상처가 꽤 크고 눈에 띄었다.주현우가 허아연이 건넨 젓가락을 받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앉아."주현우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허아연은 상처를 다시 보며 말했다."어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병원 갔어요? 파상풍 주사 맞았어요?"주현우가 답했다."괜찮아. 이따 약 바르면 돼."이어서 또 허아연에게 말했다."법무팀이 이미 자산 정산 끝냈어. 이따 리스트 줄 테니까 특별히 원하는 거 있나 봐."주현우가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자 허아연이 고개를 들었다. 원래 어제 주현우가 하자던 얘기가 이 얘기였구나.허아연이 주현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없어요. 합의서는 주현우 씨가 알아서 해요."그때 주현우가 또 물었다."유건희한테 마음 있어?"식탁 맞은편에 앉아있던 허아연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아니에요, 어제는 병문안 간 거예요. 유건희 씨가 햄버거 먹고 싶다는 지원이 고집 못 이겨서 지원이 데려가는 김에 나도 같이 간 거예요."거실과 주방은 두 사람의 말소리가 희미하게 울릴 정도로 조용했다. 그 말에 허아연이 또 놀리듯 말했다."근데 주현우 씨, 정보원이 진짜 많네요."저번에 주민경이 허아연을 바에 데려갔을 때도 누가 사진을 찍어서 주현우에게 보냈다.이번에 유지원과 햄버거 먹을 때도 또 누군가 사진을 찍었다.자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아니었다면 주현우가 일부러 그런 건지 의심했을 것이다.허아연의 말에 주현우가 국수를 한 입 크게 먹고는 허아연을 보고 웃으며 칭찬했다."요리 실력 늘었네."주현우의 칭찬에 허아연은 웃기만 할 뿐 말하지 않았다.허아연의 요리 실력은 는 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했다. 주현우가 너무 오래 허아연이 만든 음식을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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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고개를 든 허아연은 주현우의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고 이마의 상처도 꽤 눈에 띄는지라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우린 안 맞아요."3년 동안 허아연이 노력한 만큼 두 사람은 맞지 않았다. 그런 허아연을 보며 주현우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그렇게 대치하고 있었다. 결국 주현우가 먼저 움직여 티 테이블 가까이 가더니 허리를 숙여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순간 침실 안 분위기도 좀 무거워졌다.허아연이 시선을 거두고 말없이 돌아서서 떠나려 할 때, 주현우가 성큼성큼 다가와 손목을 확 잡았다.허아연이 돌아서며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그때 주현우가 다시 또 손을 놓았다.몸을 옆으로 돌린 주현우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허아연은 그 모습을 보며 주현우가 잡았던 손목을 주물렀다. 주현우가 다시 몸을 돌리더니 두 손으로 허아연의 얼굴을 감싸고 입술에 키스했다.주현우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허아연이 뒤로 밀려 뒷걸음치다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허아연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주현우를 빤히 봤다.주현우가 엄청나게 진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손에 주현우의 자산 목록을 쥔 허아연은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뜨거운 키스를 마친 주현우는 허아연의 이마에 이마를 맞댄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나지막하게 물었다."아연아, 이혼 안 하면 안 될까?"아연아?허아연은 주현우의 눈을 바라봤다.주현우는 꽤 오랫동안 허아연을 이렇게 부르지 않았다.꼼짝 않고 주현우를 보던 허아연은 몇 번이나 뭔가 말하려다가 다시 말을 삼켰다.허아연이 이미 여러 번 입장 표명을 했는데도 주현우가 또 물으니 두 사람 모두 난처해졌다.한참 바라보던 허아연은 주현우를 앞에서 밀어내고 조용히 말했다."이마 상처가 아직 좀 심한데 약 발라줄게요. 그리고 몸의 회초리 자국도 아직 안 나았죠? 약 바를래요?"허아연이 일어나 약 상자를 가져와 열며 말을 이었다. "앉아요. 안 그러면 너무 높아서 못 발라요."허아연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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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허아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주현우가 얼어붙은 채 멍하니 바라봤다.빤히 바라보던 허아연은 주현우가 좀처럼 대답하지 않자 천천히 무릎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말했다."일찍 쉬어요."말을 마친 허아연은 조용히 방을 나갔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서야 주현우는 정신을 차리고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말없이 문 쪽을 한참 보던 주현우가 일어나 통유리창 앞으로 가서 옆에 놓인 캐비닛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담배 연기가 피어오르자 주현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옆방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간단하게 방을 정리한 뒤, 갈아입은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주현우가 이혼하지 않으려는 건 3년 간의 결혼 생활 동안 모든 걸 주현우에게 맞춰주고 어느 것 하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뒷수습을 해주는 자신이 익숙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며칠 동안 두 사람 모두 평소처럼 집에 돌아왔지만 모두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와서 거의 대화가 없었다.게다가 그날 밤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대화가 필요 없는 것 같았다.토요일 휴일이 되자 허아연은 이른 아침부터 주민경을 끌고 부동산을 찾아갔다. 며칠 전 두 사람이 집을 몇 채 본 뒤로 허아연은 비교해보고 어느 집을 살 건지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주민경과 함께 찾아간 것이다. 입주한 적이 없는 인테리어를 마친 중고 주택으로 강가에 있는 12층이었다.집은 개발사가 인테리어한 거라 가구가 없어 직접 사야 했다.계약을 하고 돈을 지불하고 절차를 밟은 허아연과 주민경은 열쇠를 들고 새집으로 갔다.두 사람은 대충 집 청소를 하고는 에어컨을 켜고 바닥에 앉아 쉬었다.허아연이 자기 것이 된 이 집을 보며 피식 웃었다.허아연과 등을 맞대고 앉은 주민경이 웃음소리를 듣더니 고개를 돌려 놀리며 말했다."허 대표, 전액 현금으로 집을 사다니 정말 대단."주민경의 농담에 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마음이 든든해진 것 같아. 앞으로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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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권승준?그 이름을 들은 허아연은 권유성과 권씨 저택에서 나올 때 스쳐 지나간 차가 떠올랐다. 권승준의 카리스마가 아주 강했다.게다가…… 글씨도 아주 멋있었다.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마음에 들면 꼭 잡아."주민경이 미간을 찌푸렸다."안 돼. 두 번 만났는데 나랑은 성격이 안 맞아. 아연아, 넌 그 사람이랑 어울려, 큰오빠랑도 어울리고."주민경의 마음속에서 허아연은 그 누구와도 잘 어울렸다. 주현우하고만 맞지 않았다. 주민경의 말을 듣던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이혼까지 한 여자가 어찌 감히 그런 사람들 바라보겠어.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주현우 한 명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들고 고생했으니 얌전히 일이나 하자."아이도 없고 겨우 23살인데다 내 짐작이 맞다면 우리 오빠랑 아무 일도 없었을걸?"주민경이 신기가 있었던가...그때 주민경이 이어서 말했다."권승준이랑 큰오빠 같은 성격이 차분한 남자는 아연이 너처럼 현모양처인 아내가 필요해. 현우 오빠는 눈이 삐어서 소중함을 모르는 거야. 우린 주현우 필요 없어."두 사람이 또 한참 많은 얘기를 나눴다.점심은 새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고 오후에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주민경이 여러 개의 브랜드 가구 업체에 제품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바로 허아연 집 모든 가구 세트를 골랐기에 밖에 나가서 쇼핑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저녁에는 주민경이 차를 몰고 허아연을 집에 데려다주었다.시간이 늦었기에 주민경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주민경의 차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허아연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돌아서서 집안으로 들어갔다.집에 돌아왔을 때 도우미들은 이미 쉬고 있었다.조용조용 2층으로 올라간 허아연이 막 침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주현우가 안방에서 나왔다.허아연이 돌아온 걸 본 주현우가 아무 일도 없는 듯 인사했다."왔어?"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허아연은 표정도, 주현우와 말하는 태도도 담담했다. 주현우가 고개를 숙여 허아연을 보며 물었다."다음 주 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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