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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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10시가 지난 시각.차가 아레아 베이에 멈췄다. 허아연이 많이 안 마셨으니 혼자 집에 들어갈 수 있다며 고집을 부렸다. 주현우가 허아연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옆에서 부축했다.두 사람이 침실로 돌아왔을 때 허아연은 소파에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주현우는 그 모습을 보고는 허아연의 가방과 휴대폰을 내려놓고 앞에 쪼그려 앉았다. 주현우가 두 손으로 허아연의 손을 살며시 잡고 조용히 물었다."왜 그래?"눈시울이 조금 붉어진 채 주현우를 보던 허아연이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민경아, 나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어."허아연의 목소리는 무척 가볍고 담담했다.주현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허아연의 손을 조금 더 꽉 잡았다.주현우가 허아연의 손을 가볍게 꼭꼭 잡으며 위로했다."아직 우리가 있잖아."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은 침묵하며 말이 없었다.허아연의 슬픈 모습에 주현우가 손을 들어 허아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허아연은 주현우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손목을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민경아, 고마워."너무 취했는지 곁에 있는 사람이 주민경이라고 생각했다.주현우도 정정하지 않고 그저 허아연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씻을래? 안 씻을 거면 그냥 자."허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씻을래."말을 마친 허아연이 두 손으로 소파를 짚고 일어서자 주현우도 따라 일어났다.주현우는 허아연이 제정신이 아닌 걸 보고 드레스룸으로 가서 잠옷을 챙겨왔다.그런데 미처 몸을 돌리기도 전에 허아연이 뒤에서 껴안았다. 두 손으로 가볍게 주현우의 허리를 껴안은 허아연은 얼굴을 단단한 등에 비볐다. 허아연의 포옹에 잠시 멈칫한 주현우은 금세 마음이 약해졌다. 잠시 후.주현우가 돌아서자 허아연이 몽롱한 눈으로 또 얼굴을 가슴에 파묻었다. 허아연은 속눈썹이 매우 길었고 코도 아름다웠다.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바라보던 주현우는 허아연이 드물게 예의 차리지 않고 자기한테 의지하는 걸 보며 턱을 잡고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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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허아연을 침대에 눕히고 주현우가 몸을 숙여 키스하려 할 때, 허아연이 두 손을 들어 주현우의 얼굴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소중한 보물을 대하듯 부드럽고 섬세했다. 허아연의 손바닥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주현우는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며 허아연의 손목을 잡았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자 허아연이 나지막하게 불렀다."주현우!"주현우가 허아연의 오른손을 잡더니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와 동시에 주현우는 점점 흥분되고 뜨거워졌다. 허아연을 보는 눈빛에는 애정으로 가득했다. 주현우가 손등에 키스하자 간지러웠는지 허아연은 눈이 풀리며 주현우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무척 생생한 웃음이었다.허아연이 얼굴을 감싸던 두 손을 내리고 눈을 감자 주현우가 몸을 숙여 입술에 키스했다.다만…… 주현우가 더 원했을 때 허아연은 주현우의 부드러운 키스에 잠들어 버렸다.허아연이 잠든 걸 본 주현우는 기가 막히면서도 웃음이 났다.결국 주현우는 허아연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다음 날.허아연이 잠에서 깼을 땐 이미 오전 9시가 넘어 있었다.주현우는 이미 일어나서 방에서 업무 전화를 받고 있었다.허아연은 팔을 눈위에 올린 채 어제 묘원에 갔던 일을 떠올렸다. 어젯밤 사람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먹었던 것도 기억났다. 그리고 꽤 많이 마신 것 같았다.그 뒤 일을 떠올리자 허아연은 기분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어젯밤 술을 많이 마셔서 주현우를 주민경으로 착각했고 주현우 얼굴도 만지고 키스도 했다.어젯밤 저녁 식사비도 주현우가 다 낸 것 같았다.허아연은 왠지 난처해졌다.다른 사람들은 술에 취하면 필름이 끊기는데 허아연은 왜 하나도 안 끊기는 걸까.비록 모든 일을 다 선명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일들은 하나도 잊혀지지 않았다.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보던 허아연은 상대방에게 전화 끊는다고 말하는 걸 보고 급히 시선을 거뒀다.그때 주현우가 다가오며 태연하게 말했다."엄마가 우리보고 집에 와서 밥 먹으래."여전히 팔을 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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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허아연의 손을 놓은 주현우는 주민경의 얄궂은 눈빛을 보며 테이블 위 자료를 집어 들어 머리를 툭 쳤다."눈빛이 왜 그래."주민경이 머리를 긁적였다."헤어스타일 다 망쳤잖아."그때 유서희와 주석진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이 허아연과 인사를 나눈 뒤, 주석진은 주현우를 위층 서재로 불러 일 얘기를 나누러 갔다.유서희는 주방에 가서 요리를 도왔고 허아연은 주민경과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허아연이 진지하게 프로젝트 기획안을 봐주고 있을 때 주민경이 나른하게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아연아, 우리 오빠 어젯밤 이상했어."주민경의 말에 자료를 들고 있던 허아연이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그때 주민경이 허아연을 보며 이어서 말했다."널 보는 눈빛이 이상했어, 너 챙겨줄 때도 이상했고. 눈빛이 너무 다정하더라. 제일 말도 안 되는 건 사람들 앞에서 너한테 입 맞춘 거야.""어젯밤 그 모습 보니까 오빠가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주민경이 말한 이런 디테일들을 허아연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허아연이 손에 서류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이별 전 약간의 정이겠지."주민경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아니야, 절대 아니야. 오빠가 오지은 볼 때도 그렇게 다정한 눈빛 보인 적 없어."주민경의 말에 허아연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화제를 돌렸다."네가 잘못 본 거 아닐까? 어서 기획안 봐, 이 기획안 좀 더 최적화할 수 있어."어젯밤 두 사람이 거의 선을 넘을 뻔했다는 것과 주현우가 몇 번이나 덮칠 뻔했다는 건 주민경에게 말하지 않았다.주민경과 기획안 얘기를 나누면서도 허아연은 이혼하겠다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주민경 남매가 말한 대로 허아연은 한번 결정한 일은 황소 열 마리가 와도 돌이킬 수 없었다.게다가…… 허아연은 주현우와의 거리를 알고 있었다.주현우가 최근 베푸는 약간의 온정은 허아연이 이혼을 제안하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뿐이었다.주민경의 프로젝트 기획안을 보며 허아연이 다정하게 말했다."민경아, 예산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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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박민정이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주현우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심드렁하게 말했다."내년엔 증손주 안겨드린다고 했잖아요. 왜 그렇게 서둘러요?"대수롭지 않은 듯한 주현우를 힐끗 쳐다보던 허아연은 아무 말이 없었다.사실 주건영과 박민정에게 증손주가 생기는 건 무척 쉬운 일이었다. 주현우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여자가 줄을 섰을 테니까. 두 사람이 이혼할 때쯤 주현우가 주건영과 박민정에게 증손주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아마 주건영과 박민정도 곧 태어날 증손주 생각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다. 허아연은 주현우와의 이혼을 어떻게 하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이미 주현우를 위해 다 생각해두고 있었다. 그때, 주방에서 나온 유서희가 박민정이 주현우를 야단치는 걸 보고 중재에 나섰다."어머니, 현우가 어머니한테 약속한 건 분명 해낼 거예요. 현우 볼 때마다 애 얘기만 하지 마세요, 둘이 알아서 할 거예요.""어머니, 이리 오셔서 식사하세요.""아연아, 민경아. 너희도 이리 와서 밥 먹어."유서희는 이내 주방에 직접 끓인 연포탕을 내오라고 해서 주현우에게만 따로 큰 그릇에 덜어주었다.연포탕을 특별히 주현우를 위해 끓인 것이었다.비록 박민정만큼 겉으로 재촉하진 않지만 속으론 두 사람이 빨리 아이를 낳고 관계가 안정되길 바라고 있었다.유서희가 밥 먹으라고 부르자 허아연이 박민정을 부축해 식탁으로 가려는데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진동 소리에 허아연은 박민정에게 전화 받겠다고 말하고는 휴대폰을 들고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유건희의 전화였다.작은 거실 통창 앞에서 전화를 받는 동안 허아연 얼굴에는 내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유난히 환하게 웃는 모습에 목소리도 부드러웠다.식탁 쪽에서 주현우가 담담하게 허아연을 보고 있었다. 지금 허아연은 주현우와 함께 있을 때면 저렇게 근심 걱정 없이 웃지 않았다. 예전의 편안함도 없었다. 늘 예의를 차리고 거리감을 두었다.옆에서 주민경과 박민정이 시끌벅적하게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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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주현우의 확답에 주건영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들어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장 씨, 오씨 집안 손녀 좀 찾아서……"주건영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주현우가 주건영의 휴대폰을 빼앗았다."이건 다른 사람과 상관없어요. 저랑 아연이가 상의한 거예요."주현우가 휴대폰을 가로채자 주건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옆에 둔 지팡이를 집어 들어 주현우를 후려쳤다."다른 사람이랑 상관없어? 이 일이 너랑 상관없을 것 같지가 않은데.""허 영감 손녀 어디가 싫어서 그래? 넌 왜 귀신에 홀린 것처럼 아연이를 못마땅해하는 거야."말을 하던 주건영이 또 주현우를 지팡이로 몇 대 세게 때렸다."잘 살아볼 생각이 없었으면 애초에 이 혼사에 동의하지 말았어야지. 아연이한테 상처주지 말았어야지.""너한테 시집와서 몇 년 동안, 아무것도 얻은 게 없이 결국 이혼이라는 꼬리표나 달고 가게 생겼잖아. 우리 주씨 집안이 너 이렇게 가르쳤어?""너 오씨 집안에 미치기라도 했어? 큰 딸 하나 없어지니까 또 다른 애한테 눈독 들이고, 미쳤어?"주건영이 한바탕 욕설을 퍼부으며 지팡이로 내리치자 주현우가 통증에 숨을 헉 들이켰다. 그리고 주건영의 지팡이를 낚아채서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주건영 씨, 두어 대 때리는 척하면 됐죠. 그렇게 많이 때리면 나는 안 아파요? 그리고 할아버지 나이 생각하셔야죠. 성질만 부리지 말고."주현우가 대수롭지 않은 듯한 태도에 화가 치민 주건영은 얼굴이 시뻘개지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떨리는 손가락으로 주현우를 가리켰다. 결국 주건영이 유서희에게 목청껏 소리쳤다."서희야, 내 회초리 가져와!"주현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서희가 두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주방에서 급히 나와 물었다."아버님, 갑자기 회초리는 왜요?"곧 이어 바닥에 던져진 지팡이를 발견한 유서희는 대충 무슨 일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맞붙은 것이다.급히 주건영에게 다가간 유서희가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아버님, 현우가 화나게 했어요?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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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주현우가 말하지 않으면 모를까, 말을 하자 주건영은 더 화가 나서 회초리를 내리쳤다."안 맞아? 이렇게 오랜 세월 알고 지냈고 그 애가 크는 거 보면서 자랐는데 이제 와서 안 맞는다고? 오씨네 손녀가 돌아오고 나서야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어? 넌 일부러 애 망치려고 작정했어?""내가 보기엔 너 귀신에 홀렸어. 주현우, 미리 말하는데 우리 주씨 집안에 이혼이란 없어. 오늘 널 때려죽이면 모든 게 해결돼, 허 영감한테도 할 말이 있고."주건영이 말을 마치고 손에 든 회초리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짝짝짝, 회초리가 빗발치듯 주현우 몸을 내리쳤다.주현우는 주건영을 보며 한 번도 피하지 않았다. 옷이 찢어져도 버티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요. 오늘 제가 집에서 살아서 나가면 앞으로 이혼하든 말든 제가 알아서 할게요."주현우가 배짱을 부리자 더욱 화가 치민 주건영은 회초리를 더 세게 휘둘렀다."좋아, 오늘 내가 널 저택에서 나가게 하면 내가 성을 간다."맞붙은 두 사람과 쉴 새 없이 휘두르는 주건영의 회초리를 본 유서희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주현우도 고집이 세고 주건영도 고집이 셌다. 주씨 집안 사람들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전부 고집쟁이였다.주건영이 전혀 봐주지 않고 주현우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침만 삼키는 유서희는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그때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들도 다 모여들어 조심스럽게 주건영을 말렸다. 하지만 화가 치민 주건영을 말리다 얼결에 따라 맞은 도우미들이 하나둘 물러났다.유리 이모가 팔을 만지작거리며 유서희의 옷소매를 잡아당기고 말했다."사모님, 좀 말려보세요. 어르신 군인 출신이시잖아요. 이렇게 계속 때리면 둘째 도련님 정말 목숨 잃을 수도 있어요."고집스러운 주건영과 전혀 물러서지 않고 기어코 이혼하겠다고 작정한 주현우를 본 유서희는 유리 이모를 밀어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뒤뜰, 뒤뜰에 가서 아연이 불러와. 이 일은 아연이만 말릴 수 있어."유서희의 분부에 유리 이모가 뒤뜰을 향해 달려갔다.허아연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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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유리 이모의 다급한 모습에 허아연이 고개를 돌렸다. 사다리 위에서 주민경도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그때 유리 이모가 또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말했다."도…… 도련님과 어르신이 싸우셨는데 어르신이 엄청 화나셨어요. 저희도 말리려다가 맞았어요."숨을 잠시 고르던 유리 이모가 또 이어 말했다."작은 사모님, 큰 사모님이 오라고 하셨어요. 작은 사모님만이 어르신을 말릴 수 있대요."유리 이모의 말을 듣고 허아연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허아연이 손에 든 도구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주민경을 보며 말했다."민경아, 우리 가보자.""응."주민경이 대답하며 바로 사다리에서 내려왔다.두 사람이 유리 이모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주건영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고 주현우도 여전히 맞선 채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집 안의 도우미들과 유서희 모두 옆에서 지켜보며 아무도 감히 말리러 다가가지 못했다.가까이 다가간 허아연이 유서희를 불렀다."어머니."'어머니'라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유서희가 허아연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너랑 현우 이혼하는 거 할아버지가 아셨어."허아연은 주건영과 주현우를 보며 역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때 주건영이 또 회초리를 들어 주현우를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본 허아연은 가슴이 찌릿찌릿하고 미간이 따라 찌푸려졌다.주현우가 마지막으로 매 맞은 건 열네다섯 살 때였다.그때 허아연은 열 살 남짓이었다.그때도 주건영이 엄청 화를 냈었는데 옆에 았던 허아연은 겁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개의치 않고 주현우를 감싸며 주건영한테 그만 때리라고 애원했었다.회초리가 다시 주현우에게 향하는 걸 본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주먹을 꼭 쥐었다. 옷이 다 찢어질 정도였으니 아마 몸에 성한 데가 몇 군데 없이 엄청 아플 것이다.허아연은 주현우를 바라보기만 할 뿐 어릴 때처럼 달려가지 않았다.그때, 마음이 아팠던 유서희가 또 주현우를 설득했다."현우야, 고집 부리지 말고 할아버지한테 잘못했다고 해. 잘못 알았으니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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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어쨌든 이 혼인에서 잘못한 건 주현우였다.주건영이 오늘 다스리는 것도 주현우였다.유서희 옆에서 도우미들도 그만 때리라고 계속 말렸다. 주현우한테도 고개 숙이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했다. 하지만…… 주현우는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주현우 주위의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주건영의 회초리 소리와 주현우가 가끔 거칠게 쉬는 숨소리만 들렸다. 주현우는 정말 오지은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차라리 허아연과 재산을 나누고, 할아버지한테 이렇게 맞을지언정 오지은과 함께하려 했다.주현우의 예전 스캔들 상대들은 모두 오지은의 모습이 있었다.허아연이 오지은이라면, 지금 눈앞의 광경을 본다면 아마 무척 감동할 것이다.2층 서재에서 주석진은 소란 소리를 들은 지 한참 됐지만 계속 나오지 않았다.그러다 주건영이 여전히 멈추지 않는 걸 보고서야 서재에서 나와 난간에 서서 아래층 상황을 살폈다.허아연이 온 걸 확인하고 주현우가 아직도 주건영과 대치 중인 걸 본 주석진은 위층에 서서 잠시 둘러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서재로 돌아갔다.주석진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이 일에 끼어들지도, 말릴 생각도 없었다. 사실 주석진은 진작부터 주현우가 호되게 맞아서 혼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다만 주석진은 원래 아이를 때리는 습관이 없었기에 주건영이 오늘 매를 든 김에 훈육하는 게 나았다.주석진이 서재로 돌아간 지 얼마 안 돼서 유리 이모가 또 박민정을 뒤뜰에서 데려왔다.진한 쪽빛 원피스를 입은 박민정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주건영이 주현우를 죽일 듯이 때리는 걸 본 순간 그만 멍해졌다.주건영이 화내는 건 봤어도 이렇게 크게 화낸 건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예전에 아이들 때릴 때도 이렇게 심하게 때리진 않았었다.순간 박민정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가까이 다가간 박민정이 다급히 물었다."영감, 도대체 무슨 일이야? 현우가 뭘 화나게 한 거야?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좀 봐가면서 때려, 애 잡겠어."그리고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현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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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지금 주현우의 상태는 확실히 좋지 않았다.박민정과 유서희를 바라보던 허아연이 주현우에게 다시 눈길을 돌렸다. 주현우의 허리와 등이 아까보다 굽어 있었고 곧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다만 주현우도 잘 알 것이다. 두 사람이 이혼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주건영과 박민정이 동의하지 않아도 사실 의미가 크지 않았다.사실 주현우가 이렇게까지 고집 부릴 필요는 없었다.주건영한테 맞으면서까지 맞서서 이혼하려 하다니. 주현우는 허아연을 너무 난처하게 만들었다.허아연은 결국 주현우를 보며 앞으로 나아갔다.주건영과 주현우 옆에는 장기알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허아연이 끼어들려 하자 주현우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아연, 너 다가오면 이혼 못 할 줄 알아. 잘 생각해."주현우의 당부에 허아연이 발걸음을 멈췄다.한참 동안 주현우를 뚫어져라 보던 허아연은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주건영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주현우 씨가 이혼하자고 한 게 아니에요. 제가 꼭 이혼하겠다고 한 거예요."주현우를 위해 부탁하지도, 주현우를 감싸지도 않았다. 허아연은 그저 사실을 진술했을 뿐이다.이혼은 확실히 허아연이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주현우와 오지은의 미래에 대해선 주현우가 앞으로 스스로 해결하고 스스로 쟁취하면 된다.허아연은 지금 자기 자유만 쟁취할 것이다.허아연의 말을 들은 주건영의 회초리가 드디어 멈췄다.하지만 주건영은 허아연을 보며 말했다."아연이 네가 제안했다 해도 그건 현우 잘못이야."박민정이 허아연이 이혼을 제안했다는 말에 돌아서서 토닥였다."아연아, 현우가 또 밖에서 말썽 피운 거야? 할머니가 약속할게. 앞으론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 할머니가 아레아 베이로 이사 가서 너희랑 같이 살면서 현우 교육하고 감시할게. 이혼 안 하면 안 될까?"박민정의 위로에 허아연이 돌아서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할머니, 고마워요."박민정에게 감사 인사를 마친 허아연은 주건영에게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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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허아연이 그렇게까자 말하자 주건영은 회초리를 든 채 진퇴양난에 빠졌다.주건영이 주현우를 때리고 혼낸 건 주현우더러 제멋대로 굴지 말고 오지은 생각 하지 말고 똑바로 살라고 한 것이었다.그런데 허아연이 더 좋은 시작을 원해서 자기가 이혼을 원한 거라고 하니 주건영도 순간 속수무책이 되었다.허아연을 보던 주건영의 손이 떨렸다.지금 다시 회초리를 휘두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어쨌든 나이가 무시할 수는 없었다. 허아연이 조용히 주건영에게 다가가 손에 든 회초리를 살며시 받아들며 말했다."할아버지, 다 지나간 일이에요. 저랑 주현우 씨는 앞으로 분명 더 좋아질 거예요."허아연의 말에 주건영은 마음이 괴로워졌다. 왠지 손자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 같았다.허아연이 부축해서 옆에 있는 의자에 앉히자 주건영이 고개를 들고 바라보며 물었다."아연아, 이 결혼 정말 네가 끝내고 싶다고 한 거야? 현우가 너 강요한 거 아니지?"허아연이 웃었다."강요 안 했어요. 제가 먼저 이혼하고 싶다고 한 거예요."3년 동안 주현우는 허아연에게 이혼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마치…… 주현우의 사전에는 없는 단어인 것 같았다.하지만 주현우의 행동들, 주현우가 한 일 하나하나, 주현우가 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느 것 하나 이혼을 향하지 않은 게 없었다. 남자들은 똑똑했다.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되진 않으려 했다. 대신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됐다.다 지난 일이었다.누가 좋고 나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이혼을 제안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죄를 뒤집어쓰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이 결혼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허아연이 담담하게 입장을 밝히며 여전히 확고하게 이혼을 고집하자 주현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유서희는 옷이 너덜너덜해져서 피투성이가 된 주현우를 보며 화도 나고 안타까워하며 말했다."넌 정말 왜 그렇게 고집이 세? 무슨 약이라도 먹었어? 오지은이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나도 두고 볼 거야. 그 애랑 살면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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