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우가 말했다."이제는 사람하고 얘기할 때 눈도 안 마주치네?"주현우가 턱을 들어 억지로 자신을 보게 하자 허아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손을 떼어내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경고했다."주현우 씨, 말과 행동 조심해요. 괜히 남들이 오해하겠어요."허아연이 정색하자 주현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내가 뭘 오해하게 했는데?""아연아, 오해도 다 풀었으니 우리도 화해하자."애초에 오해랄 것도 없었다. 허아연이 느낀 미묘한 기류는 모두 주현우가 의도하고 마음을 흔들려 한 것이었다. 허아연은 컴퓨터로 시선을 돌리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당신을 오해한 적 없어요. 그러니 화해할 일도 없고요."주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허아연이 덧붙였다."주현우 씨, 난 오늘 당신을 부를 생각이 없었어요. 전서진 씨가 부른 거고 나도 괜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혼자 의미 부여하거나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요.""우리 사이는 완전히 끝났어요. 다시 어떠한 가능성도 없고요."허아연이 단호하게 선을 긋자 주현우는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래도 허아연에게 화를 쏟아낼 엄두는 나지 않았다.책상에 기대 한동안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속이 터질 듯 답답했다.결국 몸을 일으켜 책상 뒤로 돌아간 주현우는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허리를 숙이더니 허아연을 품 안에 가두듯 감싸고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아연아, 설마 예전 일을 정말 다 잊은 건 아니겠지? 우리 사이에 좋았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하지는 마."주현우는 허아연을 유혹하듯 덧붙였다."기억나는 일이 많잖아."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닿자 키보드를 두드리던 허아연의 두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주현우가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어도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몇 번 있었던 미묘한 순간들을 말하는 것이었다.허공에 손을 한참 멈추고 있던 허아연은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바라봤다.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었다.하지만 예전처럼 가슴이 뛰지도, 설레지도 않았다.꼼짝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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