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연은 대꾸해 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도 주현우는 웃으며 말했다."협력 계약을 두 건이나 체결했잖아요. 게다가 오늘 오전 프로젝트는 안 선생님이 주요 기술 책임자였으니 당연히 나눌 얘기가 있겠죠."사실 용건 같은 건 없었다. 그저 허아연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허아연은 가볍게 팔짱을 낀 채 그럴듯하게 둘러대는 주현우를 올려다보았다.가끔 보면 주현우는 정말 뻔뻔했다.허아연이 똑바로 쳐다보는데도 주현우는 태연하게 조수석 문을 열더니 허아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안 선생님, 타요."허아연은 차에 오르지 않고 주현우를 보며 물었다."주현우 씨, 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이번에는 주 대표님이 아닌 이름을 불렀다.허아연이 이름을 부르자 주현우는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열린 차 문 위에 자연스럽게 팔을 걸치고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안 선생님, 아직 저녁 안 먹었죠?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어서요."허아연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했다.주현우는 오른손을 들어 허아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됐어, 뭘 그렇게 경계해? 그냥 친구로 지내면서 일 얘기나 하자는 거야. 누가 너한테 연애하자고 했어?""게다가 너도 지금 그런 데 신경 쓸 여유가 없잖아."속을 훤히 꿰뚫어 본 듯한 말에 허아연이 물었다."주현우 씨,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믿든 말든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일단 밥부터 먹자.""그리고 네가 잘해볼 생각이 없다는데 나 혼자 뭘 해봐야 소용없잖아. 그러니까 아연아,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허아연은 주현우에게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한바탕 쏘아붙이고 싶었다.하지만 오전에는 발표회에 참석하고 오후부터 지금까지 연구소에서 일한 탓에 정말 몸도 피곤하고 배도 고팠다. 오버하는 게 아니라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주현우는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허아연의 뺨을 살짝 쓸어내리며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됐어. 피곤해서 눈에 초점도 없는 지경인데 뭘 그렇게 버텨? 밥만 먹고 바로 데려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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