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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81 - チャプター 190

397 チャプター

제181화

“아이들이 참 잘 따르네요.”지나윤은 조용히 웃었다.“아이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직접 안 낳아요?”신고혁은 지나윤의 얼굴빛이 단번에 굳어지는 걸 보자마자,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음을 깨달았다.두 사람은 놀이터를 벗어나 신고혁의 집 쪽으로 걸었고, 지나윤은 준비해 온 서류들을 조용히 내밀었다.“내 이혼 소송 맡아줘요. 안에 들어 있는 건 나도 모르는 걸로 할게요.”처음에 신고혁은 지나윤의 말에 비웃듯 반응했다.본인이 예상한 약점이라고 봐야, 과거 여성 의뢰인들과의 잠자리 스캔들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본인이 양아치라는 건 사람들이 이미 알 테니까 별로 안 두렵겠죠. 변호사님을 찾는 사람들은 인품 따위에 관심 없겠죠. 변호사님 능력을 보니까.”“하지만 논문 조작, 학위 위조. 이런 건 변호사님 커리어에 치명적이잖아요?”신고혁의 걸음이 멈추더니 얼굴에는 더 이상 장난스러운 기색이 없었다.“소송 맡을게요. 내일 내 사무실로 오세요.”“시원시원하네요.”이에 지나윤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유시진에게도 그 소식은 곧바로 전해졌다.지나윤이 신고혁을 이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했다는 소식 말이다.대표실에서 장우영은 여러 번 말을 삼키며 눈치만 봤다.이 문제는 자신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걱정이 계속 밀려들어 참을 수가 없었다.유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얼음처럼 차갑고 무표정했는데 싸늘하다 못해 살기마저 느껴졌다.신고혁이 어떤 인간인지 유시진이 모를 리 없었다.이에 장우영은 두 가지를 두려워했다.유시진이 지나윤을 오해할까 봐 그리고 지나윤이 소송을 위해 신고혁에게 이용당할까 봐였다.하지만 뭐라 말해도 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결국 유시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이 일은 주수현 변호사팀에 맡겨”며칠 뒤, HF그룹 변호단은 성동구 법원에서 온 소장을 받았다.[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시 개정.]이쯤 되면 상황은 이미 유시진의 초기 구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처음 유시진은 지나윤이 내밀던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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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온종일 지나윤은 집 안에서 조용히 지냈다.온라인에는 유시진이 혼인 중 외도를 했고, 현재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라는 뉴스만 터져 나왔다.아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언급되지 않았으나 변호사 신고혁의 이름은 기사마다 또렷하게 박혀 있었다.지나윤은 상대가 이미 유시진의 아내가 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처음엔 여론의 화살이 오직 유시진에게만 향했지만 반응이 폭발하자 곧장 이어서 새로운 루머들이 줄줄이 터졌다.[유시진 아내 ‘불임’ 의혹, 이혼은 여자 잘못?][이혼 소송은 위장? 유시진 아내, 남자 변호사와 불륜?]지나윤이 보기엔 누군가가 고의로 여론을 조종하고 있었고, 지금 법원에 가는 건 기자들의 덫에 걸리러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그래서 지나윤은 신고혁에게 부탁해 재판 연기를 신청했다.그러나 유시진 쪽에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고 지나윤은 연락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아마 회사 사태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었다.이번 사건은 HF그룹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이었다.온라인에선 HF그룹 주가가 하루 만에 폭락하고, 시가총액이 증발하며 큰 피해를 입었다고 떠들어댔다.계열사들은 긴급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직원을 무더기로 해고했다는 뉴스도 쏟아졌다.어떤 이는 일자리를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경찰과 구급대가 간신히 에어매트로 받아냈지만 그 사람은 크게 다쳤고 정신 상태는 매우 불안정했다고 한다.일이 이렇게 번질 줄은 지나윤도 예상하지 못했다.곧 지나윤은 신고혁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가 그쪽에서 흘러 나간 건 아닌지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러나 신고혁의 대답은 거칠었다.[지나윤 씨, 제 전문성을 의심하지 마시죠? 당사자 정보나 사건 정보를 흘려서 제가 얻을 게 뭐가 있겠어요?][법원에 비공개 재판 신청하기로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데, 그걸 어기면 제가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명예도 끝이에요][내가 아무리 여자를 밝히고 인품이 더럽다고 해도 바보는 아니에요. 제 밥그릇을 제가 차는 짓은 안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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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그리고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만 하면 신고혁의 전문성을 고려해 볼 때 지나윤이 이길 가능성은 매우 컸다.HF그룹의 막강한 변호인단을 상대한다 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그리고 채연서가 바란 것은 지나윤이 반드시 이기는 것 그거 하나였다.그래야 유시진과 지나윤이 완전히 갈라설 것이었고, 더 이상 유시진 대표의 아내라는 신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사실 모든 상황은 채연서의 계획에 있었으나, 조커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오늘 재판을 맡은 유현호 판사가 유시진의 오래된 인연이라는 사실 말이다.유현호의 외동아들이 해외에서 큰 사고를 쳤을 때, 직접 나서서 무사히 귀국시키고 보호해 준 사람이 바로 유시진이라는 말도 있었다.그랬기에 유현호 판사는 그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원래 이 재판을 맡기로 되어 있던 사람은 유현호가 아니었으나, 누군가가 일부러 변경한 것이었다.누가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 순간, 채연서는 깨달았다.아무리 신고혁의 말재주가 뛰어나도, 유현호는 절대로 이 이혼을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그래서 채연서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조커에게 이 사실을 슬쩍 흘리게 하고, 댓글알바와 스트리머들을 대량으로 고용해사건을 엄청나게 키웠다.일이 커져야만 유시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게 되고, 결국 이혼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HF그룹이 난리가 난 것은 사실이었고 그 피해는 크고 치명적이었다.하지만 채연서는 믿고 있었다.유시진이라면 반드시 회사를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고.그리고 운이 좋다면 이번 HF그룹의 손실 또한 지나윤 탓으로 돌릴 것이고, 유태산과 양화영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또한, 지금 모든 사람이 유시진이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정작 본인은 유시진의 곁에 당당히 서서 나타나고 있으니, 세상 사람들은 자신을 두 가지로밖에 부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아내 혹은 내연녀.유시진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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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몸이 휘청하며 지나윤은 유시진이 정말 자신을 밀어 떨어뜨리려 하는 줄 알고, 등골이 서늘해지며 숨까지 멎을 듯 아찔했다.그러나 유시진은 곧바로 지나윤을 붙잡아 단단하게 품 안에 끌어안았다.지나윤은 말문이 막힌 채 눈만 크게 떴고 심장은 쿵쿵 울렸다.유시진의 품에서는 언제나 은은한 남자 향수냄새가 났다.지금도 마찬가지였지만 향은 바뀌어 있었다.이번 건 얼음이 녹아 흐르는 듯한 차갑고 맑은 향이었고, 뒤로 갈수록 은근히 매혹적이면서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지나윤도 알고 있었다.자신이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가 유시진에게 안겨 있어서가 아니라 방금의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유시진은 지나윤을 안은 채, 여전히 옥상 가장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조금만 중심이 흐트러져도 둘 다 추락할 수 있는 곳이었다.80층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지나윤은 감히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유시진에게 안긴 채 있었다.바람이 점점 거세졌으나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이게 네가 원하는 결과야?”유시진의 목소리는 시베리아처럼 차갑고 냉담했다.이에 지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소송으로 이혼하겠다고 설쳐 HF그룹 시가총액을 날려 먹고 직원까지 뛰어내리게 만들고.”유시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나윤은 남자의 가슴을 강하게 밀쳤다.유시진은 순간적으로 중심이 흔들렸지만, 반사적으로 지나윤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옥상 끝에서 서로 밀고 당기고 있는 모습만 보면, 마치 둘 다 살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하지만 유시진이 화가 난 이유는 분명했다.“내가 네 회사 직원들을 뛰어내리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래? 누굴 밀어야 한다면 너나 밀어 떨어뜨리는 게 더 맞지.”보들보들한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처럼 달려드는 지나윤을 보며 유시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듯 웃었다.“흥분해서 하는 말이야? 아니면 진심이야?”“진심이야.”그 말이 끝나자 유시진은 더 크게 웃었고. 그 모습에 지나윤은 자신을 믿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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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지나윤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덮어씌우려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나는 사업가야. 이익을 따지고 계산하는 건 본능이지.”굳이 유시진과 더 말다툼할 생각도 없었다.어차피 유시진은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이 옳다고, 이유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나는 차라리 길게 끄는 것보다 한 번에 끝내는 게 낫다고 봐. 이번에 이렇게 크게 터졌을 때 그냥 이혼하는 게 맞아. 네 부모님도 그걸 원하실걸?”사건이 터진 뒤, 유태산은 직접 아들 유시진을 불러, 사사건건 이혼하겠다고 회사 시가총액을 16조를 날리는 며느리를 집안에 둘 수 없다고 했다.두 사람은 옥상에서 계속 차가운 바람 맞으며 서 있었고, 머리카락도 흐트러질 만큼 세찬 바람이었다.지나윤은 스스로는 꽤 냉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유시진이 얼마나 냉정한지 그건 알 수 없었다.“유시진, 나 소송은 취하할게. 대신 이혼 협의서 새로 써. 나는 네 돈 필요 없어. 그리고 나더러 배상하라는 조항만 없으면 돼.”“좋아.”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시원하게 대답이 돌아왔다.“HF그룹 주가가 안정되면 바로 이혼해.”이번에는 살짝 머뭇거리며 아까처럼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좋아.”그래도 결국 동의하자 지나윤은 긴장이 풀리며 숨을 내쉬었다.더 말할 건 없다고 판단하고 돌아서려는데 감정 없는 목소리가 지나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지나윤.”“네가 어떻게든 나와 이혼하려는 이유, 채연서와 아이 말고 또 뭐가 있는데?”지나윤은 걸음을 멈춘 채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네가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말 끝부분과 함께 가슴도 살짝 떨렸다.이혼을 먼저 말한 건 지나윤이였지만 사랑이라는 판에서는 완전히 패배했다.“알았어.”유시진은 그 말만 남겼다.뜨겁게 치솟았던 실시간 검색은 금세 사라졌지만 후유증은 분명히 남았다.HF그룹이 긴급하게 해명했음에도 주가는 단기간에 회복될 수 없었다.더는 투신 같은 극단적인 사건은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었다.그러나 유시진과 지나윤이 이혼의 문턱에 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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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약속대로 지나윤은 소송을 취하했다.온라인 실시간 검색은 이미 내려갔지만, 화제성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마침 그 틈에 지나윤은 새로 받은 주문 작업들에 몰두할 수 있었다.한편 유시진 역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HF그룹의 엘리트 변호사단에게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이혼 협의서를 다시 작성하게 할 수 있었다.비록 소송이 성립되지는 않았지만 협의이혼이 공식적으로 논의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건 지나윤에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그날 지나윤은 피터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사적인 이야기가 아닌 업무 이야기였다.[노승철 선생님 기억하죠?]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피터가 처음 지나윤에게 소개해줬던 보석 수집가가 바로 노승철이었다.그날이 바로 채연서가 디자인으로 정면으로 부딪친 첫날이었고 처참하게 패했던 날이기도 했다.“처음 맛본 실패인데 어떻게 잊겠어요?”지나윤은 웃으며 말했다.[이번 주 토요일에 노승철 선생님이 집에서 파티를 연대요. 막내딸 진학 축하 파티라는데 초대하고 싶다네요.]“아...”둘은 친분이 있다고 하기도 어려웠고 진학 파티에 초대받을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거절하려던 말이 입 끝에서 맴돌았지만 피터의 뉘앙스를 보니 꼭 가길 바라는 듯했다.업계의 인맥 관리는 이런 자리에서 이루어지기도 하니 지나윤은 결국 참석하기로 했다.[역시 대표님 될 사람이네요. 기회를 잘 잡으시네요.]“전에 나한테 보석 디자이너가 딱 맞는다고도 했잖아요?”[그건 지금도 맞는 말이죠.]지나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피터한테 나는 만능인가 보네요. 뭐든 다 어울린다는 걸 보면요.”[적어도 내가 보기엔 훌륭한 디자이너고, 성장하는 대표고, 앞으로 좋은 아내가 될 사람이죠.]마지막 말에 지나윤은 멈칫했다.“앞으로 좋은 아내가 된다고요? 그럼 내 남편은 누군데요?”장난으로 어영부영 넘기려 했는데 피터가 태연하게 답했다.[나는 어때요?]너무 놀라 할 말을 잃은 지나윤의 표정을 본 피터가 바로 말했다.[장난이니까 신경 쓰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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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정말 정성이 가득하네요.”노승철은 커프스 버튼을 보자마자 눈빛이 밝아졌다.오늘 노승철에게 선물을 건넨 사람은 많았고, 값비싼 것도 수두룩했지만 이 두 개는 딱 보는 순간 지나윤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지 대표, 사실대로 말할게요. 원래 이 진학 파티는 조촐하게 하려 했어요.”“그런데 크게 열어야 더 많은 인물을 초대할 수 있고, 지 대표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이렇게 성대하게 준비한 거죠.”그 말을 듣고 지나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곧 노승철은 웃으며 덧붙였다.“이런 방식으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갚아보고 싶었어요.”“저한테 보상하신다고요?”“처음에 지 대표와 채 대표가 같이 제출했던 디자인 기억하죠? 그 작품들 나중에 박스에 찍힌 로고를 보고야 알았어요. 내 비서가 두 사람 작품을 바꿔 넣은 거예요.”지나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건 정말 내 잘못이었어요. 그 일이 없었으면 그때 추천해야 했을 사람은 바로 지 대표였는데 말이죠.”“아, 아니에요. 선생님 잘못 아니세요.”지나윤은 연신 손사래를 쳤지만 심장은 크게 요동쳤다.‘그렇다면 당시 승자는 나였던 걸까?’그날 노승철이 두 작품에 내렸던 평가를 떠올리자 가슴 안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때 피터가 샴페인 한 잔을 건네며 다가왔다.“기분 좋아졌네요?”지나윤은 스스로도 느낄 만큼 얼굴이 환해져 있었다.자신이 온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 인정받는 일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다.“그래서 내가 몇 년 전부터 말했잖아요. 나윤 씨 재능은 독보적이라고요.”피터의 과한 칭찬이었지만 오늘따라 지나윤은 그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파티가 한창이던 중, 지나윤은 깜짝 놀랐다.채연서가 와 있었던 것이었다.진주빛 인파 사이, 연분홍색 실크 슬립 드레스를 입은 채연서는 오히려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예전 같으면 어떤 자리든 시선을 독차지하는 화려한 사람이었을 것이었다.그러나 오늘도 머리를 말쑥하게 틀고 값비싼 주얼리를 착용한 채 정성껏 꾸미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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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노승철은 사실 채연서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채연서가 스스로 물어왔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그날 나는 채 대표와 지 대표의 디자인을 각각 평가했어요. 채 대표는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 내가 두 사람의 작품을 헷갈렸다는걸요.”“그런데도 채 대표는 원래 지 대표에게 돌아가야 했던 대우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죠.”“저는...”“내가 틀렸나요?”채연서는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하고 싶다면, 대상은 내가 아니라 지 대표여야 할 거예요.”“채 대표, 편법으로 버틴 길은 오래 못 가요.”충고를 끝낸 노승철이 자리를 떠나자, 채연서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작품을 바꿔치기한 것도 아닌데 왜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본 채연서는, 지나윤이 주성훈에게 어떤 장신구를 건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것은 금빛 비녀였는데 순금으로만 제작되었고 별도의 보석 세팅은 없었다.그러나 고풍스러운 기법, 샌딩, 화문선, 에나멜 등 여러 공예를 결합해 만든 정교한 물건이었고,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그리고 이 비녀는 지나윤이 당시 완성하고도 제출하지 못했던 작품이었다.“제가 온라인 기사에서 주성훈 회장님과 사모님이 전통 혼례를 올리셨다는 걸 보고요.”“사모님께서 중식 느낌의 장신구를 좋아하실 것 같아 순금으로 제작했어요.”“비녀의 형태는 회장님이 사모님께 청혼하셨던 장소, 월명동 피서 별장을 모티브로 삼았고요.”주성훈은 비녀를 천천히 케이스에 넣고 미소로 화답했다.“협회장님, 제 디자인이 어떠신가요?”지나윤이 조심스레 묻자, 이쪽으로 꽤 노련한 주성훈은 오히려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 같았으면 내가 이걸 보고 크게 놀랐을 거예요. 감탄도 했을 거고요. 하지만 지금은 말이죠...”주성훈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그냥 지 대표 평소 수준이네요.”지나윤은 잠시 멍해졌다.무슨 뜻인지 단박에 이해가 되는 듯 또 이해가 안 되는 듯한 복잡한 느낌이었다.주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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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유시진이 여태껏 명분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채연서 쪽에서 꺼낸 건 지나윤에게 있어서 더 의외로 다가왔다.분명히 예상했던 일이고 당연한 수순이었음에도, 막상 채연서의 입에서 들으니 지나윤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가 쉽지 않았다.겉으로는 담담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렸다.다만 이제는 처음처럼 찢기듯 아픈 정도는 아니었고, 그 점이 지나윤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축하해.”지나윤이 건넨 말에 채연서는 코웃음을 쳤다.“가식 떨긴.”파티가 끝난 뒤, 지나윤은 집에 돌아와 오래 망설이다 결국 유시진에게 문자를 보냈다.[유시진, 새로운 이혼 조정안은 잘 준비되고 있어?]그 시각, 유시진은 M국과 밤새 국제 화상회의를 진행 중이었다.곧 유시진은 잠깐 시선을 내려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원래 지나윤은 업무 시간에 메시지나 전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아주 급한 일일 때만 조심스럽게 연락했고, 그마저도 유시진은 거의 바로 전화를 끊었었다.그래서 지나윤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대표님...”유시진이 집중을 하지 못하자 옆에서 장우영이 조심스레 불렀다.유시진은 대형 스크린 속 해외 파트너 쪽을 보며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그쪽 계산이 틀린 것 같은데요. 5조 9346억... 다시 계산해 보시죠. 제가 기다리죠.”그 말을 끝내고, 상대는 회의실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왔다.장우영은 유시진이 방금 회의 테이블에 두었던 휴대폰을 챙겨 나가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랐다.회의실 밖, 유시진은 휴게 공간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천천히 만졌다.한편, 삼호거리의 오래된 집에서 지나윤은 침대에 누워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상태였다.그때, 휴대폰이 짧게 울리며 화면이 켜졌다.잠결에 손을 뻗어 확인한 지나윤은, 메시지의 발신인을 보고 눈이 조금 커졌다.이 시간에 답장이 올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내가 이혼 합의서를 작성하는 내내 너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하는 거야?]그 말투에 혹시나 자신이 화나게 했나 싶어 지나윤은 한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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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지나윤은 유스텔리 호텔의 모란 VIP룸으로 들어섰다.안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정장 차림이었고, 그중 유일한 여성은 웨스터 리였다. 그나마 지나윤과 얼굴이 익은 사람도 웨스터 리뿐이었다.이번 사업 자리 역시 웨스터 리가 지나윤에게 소개해 준 것이었다. 정부 측 대형 프로젝트라고 들었기 때문에 지나윤은 복장과 메이크업, 태도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사람이 다 모인 줄 알았던 웨스터 리는 지나윤이 도착하자 곧 회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때, 자리를 만든 이현철이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리죠. 한 팀 더 오기로 했거든요.”“누군데요? 저는 못 들었는데요?”웨스터 리의 말이 끝나는 순간, 룸의 문이 열렸다.유시진과 채연서가 들어서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지나윤을 본 두 사람 역시 순간 멈칫했다.서로 오늘 이 자리에 상대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국장님, 이게 무슨 상황이죠?”웨스터 리는 표정이 굳어졌다.“제가 소개한 사람에게 경쟁자를 붙이겠다는 건 들은 적도 없거든요.”이현철은 국장이라 하나 웨스터 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라서요. 지나윤 씨와 채연서 씨, 두 분 모두 A시의 가장 뛰어난 신진 디자이너라고 하시더군요.”“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두 분이 협력해 보는 게 좋겠다는 게 윗분들의 뜻이죠. 서로 장점을 살려보라네요.”지나윤과 채연서는 거의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이현철의 상사는 이 둘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알았다면 이런 조합을 내놓을 리 없었다.이현철이 이렇게 설명했음에도 웨스터 리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마치 지나윤의 입장에 따라 이러한 불공정을 참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였다.웨스터 리는 지나윤의 정체, 즉 BYC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채연서의 실력으로는 감히 지나윤과 비교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이번 A국 국제 문화교류회는 11월에 예정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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