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철이 난감해하는 얼굴을 보자, 지나윤은 이현철과 그 윗선도 깊게 고민하거나 논의한 것이 아니라 그냥 즉흥적인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다.“그럼 중간 지점으로 HF그룹 본사에서 하면 어떨까요?”유시진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는 제안이라기보다는 거의 결정에 가깝게 들렸다.이현철은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었기에, 결국 유시진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그다음 한 달 동안, 지나윤은 거의 매일 HF그룹을 오가게 됐다.HF그룹 직원들은 채연서를 보는 데 아무런 의아함이 없었다.원래도 채연서는 자주 회사에 드나들었으니까.또한 채연서가 정식 배우자인지, 아니면 내연녀인지 따지는 이는 없었다.그저 그냥 유시진과 함께 다니는 사람이라고 여겼다.그래서 첫날, 회사 사람들이 지나윤을 봤을 때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리고 지나윤은 HF그룹 곳곳에서 직원들이 뒷말하는 걸 수시로 듣게 됐다.두 사람 사이에서 누가 진짜 내연녀인지 혹은 누가 진짜 아내인지, 몸담아있는 사람끼리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그리고 결론은 항상 같았다.어쨌든 마지막에 유시진 옆에는 채연서만 남는다고.설령 지나윤이 법적 배우자라 해도 결국 버려질 것이고, 채연서가 올라설 거라는 이야기였다.이런 말을 들으면 지나윤은 씁쓸해서 웃음이 나왔다.현실에서도 지나윤은 곧 이혼을 앞두고 있었고, 채연서는 그토록 원하던 자리를 거의 손에 넣기 직전이었다.처음엔 서로 협업하면 일 진행이 잘 안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채연서의 협업 태도는 순조로웠다.두 사람은 각자 디자인을 완성해 윗선에게 바쳤다.그렇게 선택된 것은 지나윤의 디자인이었다.그러나 채연서는 시비 걸지 않고 수정보완 의견도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냈다.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지만, 괜히 방해만 하지 않으면 지나윤으로서는 일이 훨씬 빠르게 풀렸다.결국 디자인은 확정되었고, 남은 제작 시간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지나윤이 만든 건 옥으로 만든 인장, 옥새만 한 크기였다.실제 도장으로도 쓸 수 있고 장식용으로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