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는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오션 글로벌 홀 쪽으로 핸들을 꺾었다.시간을 보며 속도를 계산하다가,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그대로 밀고 나갈 뻔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피터는 거의 달리다시피 정문으로 향했다.그리고 문을 밀어 들어섰을 때, 무대 위에서 지나윤이 막 모델의 머리에서 작품을 조심스레 떼어내고 있었다.그 순간, 피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지나윤이 이겼네.’아직 점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피터는 이미 확신했다.두건처럼 보였던 그 작품은 사실 비대칭 구조였다.지나윤이 양쪽 레이스 메탈 스트랩을 맞물리게 고정하자, 평면 같던 그것이 단숨에 입체적 오브제로 변했다.곧 관객석에서는 폭발적인 박수가 터졌다.화장실에서 전력 질주로 돌아온 우원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그 뒤쪽에서 고도겸도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아연함에 가까웠다.지나윤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작품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기만 했다.그것으로 충분했다.지나윤의 작품 자체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었으니까.무대 한쪽, 채연서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말도 안 돼. 어떻게 지나윤이 이런 발상을...’채연서 뿐만이 아니었다.심사에 참여한 다른 디자이너들까지도 감탄 섞인 박수를 보냈다.그제야 채연서도 표정이 가득 굳은 채로 억지 박수를 세 번 쳤다.지나윤의 작품은 머리에 얹으면 22K 화이트골드 풀 파베 세팅의 럭셔리 두건이었다.하지만 벗겨 내려 레이스 스트랩을 고정하는 순간 그 형태는 입체적인 인간의 두뇌 모양이 되었다.왼쪽의 루비, 오른쪽의 사파이어는 정확히 좌뇌와 우뇌의 위치를 이루고 있었다.AI, 지나윤에게 AI는 단순히 로봇 모양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지나윤은 그것을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컴퓨터 시스템, 일상과 산업 전반을 움직이는 지성의 구현이라 보았다.그리고 완벽한 커팅의 컬러 스톤과 촘촘한 파베 세팅, 그 모든 빛을 끌어올리는 미스터리 세팅 기법은 그 지성의 불꽃을 시각화한 것이었다.그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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