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 Kabanata 271 - Kabanata 280

Lahat ng Kabanata ng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Kabanata 271 - Kabanata 280

397 Kabanata

제271화

유시진의 첫마디에 지나윤은 잠시 멍해졌다.지나윤이 입은 옷은 낮에 입었던 그 차림 그대로였다.낮에는 두 사람이 좋지 않게 헤어졌는데, 저녁이 되자 유시진이 갑자기 식사를 하자고 부른 데다 이런 태도를 보이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나를 왜 부른 거야?”지나윤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급한 얘기는 아니야. 일단 뭐 좀 먹자. 먹으면서 이야기하자.”유시진이 메뉴판을 지나윤에게 건넸고 여자는 메뉴판의 가격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하지만 아무리 비싸도 유시진을 거덜 낼 일은 없다고 생각해, 사양하지 않고 가장 비싼 메뉴 몇 가지를 골랐다.곧 유시진이 미소를 지었다.“변했네.”지나윤이 잠시 멈칫했다.“이제 돈 아껴 쓰는 법도 모르게 변했다는 말이야?”유시진은 고개를 저었다.“나는 돈 아낄 필요 없어.”담담한 말투였고 그 담담함이 오히려 유시진의 자신감과 여유를 또렷하게 드러냈다.“더 매력 있어졌어.”갑작스러운 칭찬에 지나윤은 잠시 말을 잃었다.요리가 하나씩 테이블에 올라왔다.색도, 향도, 맛도 모두 훌륭해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지나윤은 말없이 음식을 먹었으나 사실 마음속이 어지럽게 뒤엉켰다.오늘 밤의 유시진은 너무도 낯설었고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킹크랩 다리를 부러뜨리던 순간, 유시진의 목소리가 들렸다.“우리는 굳이 이혼 안 해도 돼.”지나윤의 손이 순간적으로 게 껍데기에 긁혀 피가 났다.유시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나윤 곁으로 와, 손을 잡고 상처에서 피를 짜냈다.“다행이야. 상처가 깊지는 않아.”지나윤은 손을 빼려 했지만 다친 손가락이 그대로 유시진의 입안으로 들어갔다.지나윤은 눈을 크게 뜬 채, 유시진이 손가락을 핥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말았다.이에 당황한 나머지 손을 급히 빼며 얼굴이 달아올랐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소독해 주는 거야.”유시진은 담담하게 말했다.침이 살균 효과가 있다는 건 알지만, 유시진이 굳이 이런 행동을 할 이유는 없었다.그 모습에 지나윤의 머릿속은 점점 더
Magbasa pa

제272화

스칼린다 안에서는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유시진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맞은편에는 아무도 없었고, 머리카락과 얼굴 그리고 값비싼 맞춤 정장까지 모두 젖어 있었다.방금 누군가에게 와인을 한 잔 맞았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와인을 끼얹은 당사자는 이미 분노에 차 자리를 떠난 뒤였다.유시진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식사를 이어갔고, 표정에는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발신자는 우원재였다.시리드 호텔 지하 바.유시진이 도착하자마자 보인 것은, 채연서 앞에 높이 쌓인 위스키 타워였다.우원재는 채연서 옆에 앉아 있었고, 표정만 봐도 채연서를 말리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조세용과 몇몇 친구들이 여자들을 옆에 두고 어울리고 있었는데, 분위기만 봐도 썩 건전해 보이지는 않았다.“형.”우원재가 먼저 유시진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채연서 쪽으로 데려왔다.“연서야, 형 왔어.”우원재가 채연서의 귀에 대고 말하자 여자는 곧바로 남자를 밀쳐냈다.심기가 많이 뒤틀렸는지 채연서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누가 네 형수야? 나는 아니야. 네 형수는 지나윤이지. 그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한 아내고.”“나는 뭐지? 그냥 감정 가지고 놀려진 바보지. 첫사랑이니 뭐니, 평생 변치 않는다느니 그런 말을 믿은 바보.”“너 술 너무 마셨어.”유시진이 채연서를 데리고 가려 하자, 여자는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나 건들지 마.”옆에서 우원재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채연서가 이렇게까지 유시진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이었지만 이해는 갔다.오늘 하루 종일, 전부가 지나윤이 유시진의 아내라는 뉴스로 도배되었으니, 채연서의 입장은 더없이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러니 기분이 상해 술로 푸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말리지 마. 나 더 마실 거야.”채연서는 술에 취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전혀 취하지 않았고, 연기하면서도 유시진의 표정을 계속 살폈다.유시진의
Magbasa pa

제273화

이곳은 대형 침대가 놓인 객실로, 성인 두 사람이 함께 자기에 충분했다.유시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채연서의 신발과 겉옷을 벗겨 주었고, 남은 옷은 더 이상 벗기지 않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 했다.그 순간 허리가 누군가에게 갑자기 단단히 끌어안겼는데, 유시진은 그것이 채연서라는 사실을 알았다.“연서야.”말을 꺼내자마자 채연서가 자신의 바지 벨트를 풀고 있다는 감각이 전해졌다.“시진아, 너무 더워요. 몸이 너무 힘들어요.”유시진이 몸을 돌리자, 채연서는 침대 위에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빛은 흐릿하게 풀려 있었고, 도톰한 입술은 반쯤 벌어진 채 가쁘게 뜨거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두 손은 가만있지 못한 채 자신의 옷을 마구 잡아당기고 있었다.유시진은 눈을 크게 뜨며 무언가를 깨달았다.휴대폰을 꺼내 장우영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부르려던 순간, 자기 몸에도 이상한 변화가 느껴졌다.그 위스키 타워에 놓인 술잔마다 채연서가 약을 타 두었던 것이다.유시진만 마신 것이 아니라 채연서 역시 마셨다.채연서는 유시진이 자신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반드시 함께 술을 마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 모두 약의 영향을 받아 유시진의 의심을 줄일 수 있었다.게다가 우원재와 조세용까지 불러 두었다.조세용은 노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었기에 실수로 이상한 약을 술에 넣었을 가능성도 있었다.그리고 박아리가 건네준 약은 특별히 조제된 것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비교적 느렸다. 그랬기에 방을 잡을 시간으로는 정확히 맞았다.지금 상황은 채연서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채연서는 얼굴을 붉힌 채 단숨에 유시진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상태였다.오늘 밤, 유시진은 반드시 채연서와 관계를 맺게 되고 운 좋게 임신까지 된다면...채연서의 정신은 점점 흐려졌지만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그저 유시진의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밤은 깊고 주변은
Magbasa pa

제274화

지나윤은 의아함과 경계심을 함께 안고 전화받았다.수화기 너머로 유시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 비서, 나 안서도로에 있어.]뜬금없이 튀어나온 ‘장 비서’라는 호칭에 지나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그러나 곧 유시진이 전화를 잘못 걸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이 전화는 원래 지나윤에게 건 것이 아니라 장우영에게 건 것이었다.이후 이어진 유시진의 말은 지나윤이 귀 기울여 들으려 했음에도 또렷하게 들리지 않았다.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끊기듯 이어졌고, 지나윤은 유시진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밤의 어둠 속에서 흰색 BMW3 시리즈가 다시 시동을 걸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안서도로.이 시간대의 이 도로에는 사람도 차량도 거의 없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전화 속에서 정확한 위치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블루 벤틀리가 가진 존재감을 지나윤은 과소평가했는지 안서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그 차량이 보였다.벤틀리는 비상등을 켠 채 도로 옆에 정차해 있었다.지나윤은 차를 세운 뒤 내려서 블루 벤틀리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유시진.”아무런 반응이 없자, 지나윤은 곧바로 문을 열었고 짙은 알코올 냄새가 얼굴로 밀려왔다.이에 지나윤은 냄새에 숨이 막혀 기침을 두 번 했다.유시진은 운전석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안전벨트를 아예 매지 않았는지 아니면 이미 풀어 둔 것인지, 몸에는 벨트가 걸려 있지 않았다.정장은 구겨져 있었고 넥타이는 풀려 사라진 상태였다.셔츠 단추도 몇 개가 떨어져 나가 섹시한 쇄골과 미세하게 떨리는 목울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유시진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깊이 잠든 상태는 아니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의 얼굴이 지나치게 붉게 달아올라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비정상적일 정도로 붉었고, 땀은 과도하게 흘러 마치 물에 젖은 사람처럼 보였다.유시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얇은 입술을 반쯤 벌리고 힘겹게
Magbasa pa

제275화

지나윤은 몸부림쳤지만 발버둥칠수록 유시진의 행동은 더 거칠어졌다.입안에 쇠 맛이 퍼졌고, 지나윤은 유시진이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난 것을 알아차렸다.“유시진, 미친 거야?”지나윤이 유시진을 밀쳐내자마자, 다시 거칠게 어깨를 붙잡혔다.어깨를 파고드는 통증에 지나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순간, 유시진이 스스로 손을 놓았다.지나윤은 유시진이 다친 손을 꽉 움켜쥔 채 더 많은 피가 흘러내리도록 내버려두는 모습을 보았다.그제야 지나윤은 유시진이 고통을 이용해 정신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유시진은 혹시 누군가에 의해 약을 먹은 걸까?’지나윤 역시 과거에 그런 종류의 최음제를 먹고 당한 적이 있었다.그 감각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느껴질 만큼 참혹했다.그때는 저항할 힘도, 판단할 정신도 없었고 다행히 큰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이에 지나윤은 말없이 유시진을 바라보았다.의식이 흐릿하면서도 끝까지 버티려는 그 눈빛을 보고 있었다.‘유시진은 변한 걸까? 아니면 변하지 않은 걸까.’그러나 지나윤은 고개를 저었고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유시진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 수 없었다.“유시진, 조금만 더 버텨. 바로 병원으로 데려갈게.”지나윤이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순간, 유시진이 앞으로 비틀거리며 쓰러지듯 덮쳤고,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눌렸다.“병원은 안 돼.”지나윤 위에 올라탄 유시진의 목소리는 바스러진 마른 잎처럼 힘없이 귀를 스쳤다.“먼저 일어나.”지나윤은 유시진을 밀어낼 수 없었다.유시진의 정신은 오락가락했고 체온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손은 다시 통제력을 잃고 지나윤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지나윤의 피부는 곱고 희었으며, 차갑고 익숙했다.유시진은 자신이 곧 폭발할 화산이 된 것처럼 느꼈다.억누를수록 안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은 더 거세졌다.유시진은 다시 깨진 유리에 찔린 손바닥을 세게 움켜쥐자, 극심한 통증이 잠시 정신을 맑게 했다.그때, 누군가가 유시진을 거칠게 끌어올리며 얼
Magbasa pa

제276화

“내가 할게요.”문지혁이 유시진을 업자, 남자는 거부하지 않았다유시진의 체격을 생각하면, 지나윤이 부축하는 것보다 문지혁이 업는 편이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이에 지나윤은 말없이 곁에서 따라가며 길가에 세워 둔 검은색 마이바흐로 향했다.“사람 괜찮네요.”이 말은 지나윤의 진심이었지만, 문지혁은 전혀 반색하지 않았다.“내가 얘를 안 챙겼으면 그런 말도 안 했겠죠.”지나윤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곧 문지혁은 유시진을 뒷좌석에 눕히듯 밀어 넣었다.“오늘 차 바꿔 몰고 나온 걸 다행으로 알아요.”비즈니스 약속이 있는 날이어서, 흰색 람보르기니보다는 검은색 마이바흐가 훨씬 어울렸다.유시진의 상태를 보자마자, 문지혁은 최음 계열의 약물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그런 약을 먹고도 차를 몰고 이동했고, 옆에 여자가 있었는데도 끝까지 버틴 걸 보면, 문지혁의 판단은 이랬다.확률로 따지면 기능 문제일 가능성이 크거나, 아니면 다른 취향일 가능성도 있었다.“타요.”문지혁은 지나윤에게 차에 타라고 했지만, 뒷좌석은 비워 두었다.조수석이 널찍하게 비어 있었음에도, 지나윤은 자연스럽게 뒷좌석으로 가 유시진 곁에 앉았다.이에 문지혁은 금테 안경을 밀어 올렸다.얼굴에 떠오른 불쾌함은 지나윤이 한 번만 봐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나윤은 문지혁을 쳐다보지 않았다.지나윤은 유시진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두었고 남자는 오른손을 끝까지 주먹을 쥔 채 풀지 않았다.지나윤 또한 잘 알고 있었다.유시진은 아직도 버티고 있었고, 통증으로 약효를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문지혁은 차를 자신의 집으로 몰았고, 신뢰할 수 있는 개인 주치의를 불러 주사를 놓고 상처를 처치했다.문지혁이 유시진을 때릴 때는 가차 없었지만, 외상은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다.문제는 오른손이었는데 손바닥 안쪽이 잘게 부서진 유리 조각으로 가득했다.이에 의사는 이 상처는 스스로 다친 흔적이라고 말했다.예를 들면, 유리컵을 일부러 쥐어 부쉈을 때 생기는 상처라고 했다.최음제의
Magbasa pa

제277화

어제 지나윤은 바로 그 옷을 입고 유시진의 사무실로 찾아가 따져 물었다.같은 옷을 입은 채로 유시진과 함께 식사했고, 얼굴에 술을 끼얹었다.그리고 또 같은 옷을 입고 최음제에 취한 유시진을 돌봤다.유시진이 시선을 떼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자, 지나윤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봤다.“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잠들었어. 일부러 곁을 지킨 건 아니야.”지나윤은 진지하게 해명했지만, 유시진은 낮게 웃었다.사실 지나윤의 말은 사실이었다.유시진이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밤새 지켜볼 생각까지는 없었다.그저 너무 지쳐서, 무심코 침대 옆에 엎드린 채 잠들었을 뿐이었다.그러나 유시진이 보내는 시선에는 의미심장한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이에 지나윤은 자신의 해명을 유시진이 믿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문지혁의 집에서 가장 먼저 떠난 사람은 지나윤이었고, 요즘은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쉴 틈이 없었다.유시진은 의사에게 하루 더 쉬라는 권유를 받았다.문지혁의 집 대문 앞.유시진은 문 안쪽에 서 있고, 지나윤은 문밖에 서 있었다.그리고 집주인인 문지혁은 혼자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삼호거리 그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게 좋겠어.”유시진이 말을 꺼내자 지나윤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원래는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회사로 갈 생각이었다.그리고 지나윤에게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삼호거리의 오래된 집 하나뿐이었다.운정힐즈는 유시진의 집이지, 지나윤의 집은 아니었다.다만 유시진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지나윤의 신분은 이제 예전과 달랐고 HF그룹의 안주인이자 유시진의 아내였다.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아침 일찍 친정처럼 드나드는 모습이 찍히기라도 하면, 어떤 소문이 돌지 알 수 없었다.“운정힐즈로 가.”유시진이 그렇게 권했다.“거기 가 봐야 내 옷은 없고, 채연서 옷만 있지 않아?”“채연서가 아직 운정힐즈에 산다고 생각해?”되묻는 유시진에 지나윤은 잠시 멈칫했지만 답하지 않았다.그러자 유시진은 더 설명하지 않
Magbasa pa

제278화

유시진의 안색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검은 눈동자가 점점 가라앉았다.“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채연서 아니었어?”문지혁은 술잔을 내려놓고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대신 다시 술을 따랐고 이번에는 얼음을 몇 개 더 넣었다.이미 겨울이었고, 실내에는 난방도 켜져 있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얼음을 넣은 술을 마시면 위만 상한다.적어도 위장이 안 좋은 유시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었다.문지혁은 얼음이 든 보드카를 마시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예전에는 채연서를 좋아했지.”문지혁의 머릿속에는 고등학생 시절, 핑크색 옷차림을 하고 순하고 귀여워 보이던 채연서의 모습이 스쳤다.자신은 조울 증상이 있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쉽게 폭주하곤 했지만, 채연서를 볼 때만큼은 마음이 가라앉았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야.”금테 안경 뒤에 가려진 문지혁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이에 유시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그냥 바람기랑 얼굴 보고 끌린 거 아니야?”그 평가에 문지혁의 표정이 굳었다.“동시에 여러 사람 좋아한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랑 사귄 것도 아닌데 그게 왜 바람기야? 얼굴 보고 끌린 거라면...”문지혁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지나윤은 예쁘잖아. 그래도 정상적인 남자가 끌리는 게 이상해?”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문지혁은 자신이 단순히 외모에 끌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적어도 처음 지나윤을 봤을 때는 이런 감정이 없었다.언제부터였을까?어쩌면 그 어깨 너머로 메쳐 던졌던 그날 때문일지도 몰랐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지혁은 다시 웃었다.유시진은 문지혁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과거에 잠긴 듯한 그 표정이 유시진의 눈빛을 더 차갑게 만들었다.또한 정신을 차린 문지혁은 유시진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근데 너 말이야, 지나윤이 그렇게 코앞까지 와 있었는데도 참았잖아. 혹시 그쪽이 안 되면 내가 의사 소개해 줄까?”일부러 비꼬는 말이라는 걸 알기에
Magbasa pa

제279화

문지혁은 유시진의 윤곽이 뚜렷한 옆얼굴을 바라보며, 유시진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럼 이렇게 하자. 언젠가 네가 지나윤과 이혼한 걸 후회하게 되더라도, 다시는 지나윤을 쫓아다니지 마.”J디자인 스튜디오.지나윤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양나언과 장효연의 시선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도겸 역시 제법 궁금해하긴 했지만, 가십에 호기심이 활활 타오르는 여자들에 비하면 비교적 자제하고 있었다.지나윤은 양나언과 장효연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단순히 유시진의 아내였다면, 사실 별로 떠들 거리가 될 것도 없었다.하지만 지나윤은 이 사실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고, 유시진은 줄곧 공개적으로든 은근히든 지나윤의 경쟁자인 채연서를 도와주고 있었다.지나윤과 유시진, 채연서 세 사람 사이의 애증 관계야말로 양나언과 장효연의 관심을 끄는 핵심이었다.그러나 지나윤은 양나언과 장효연의 상사였다.그렇기에 지나윤이 먼저 말하지 않는 한, 두 사람도 감히 함부로 묻지 못했다.재벌가 삼각관계의 내막보다, 지나윤은 직원들이 일에 집중해 주기를 더 바랐다.“저기요, 지나윤 대표님을 찾는데요. 혹시 여기서 일하나요?”값싼 정장을 입고, 음침하고 느끼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상대가 이름을 콕 집어 부르자, 지나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지강석?”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본 순간, 지나윤은 크게 놀랐다.“말버릇이 그게 뭐냐? 어른한테. 빨리 외삼촌이라고 불러.”고도겸과 양나언, 장효연 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놀랐다.다들 도무지 이 음침하고 느끼해 보이는 남자를 지나윤의 외삼촌과 연결 지을 수 없었다.하지만 지강석이라는 이 남자는 분명 지연순의 오빠였고, 지나윤의 외삼촌이 맞았다.다만 지나윤은 지강석을 외삼촌으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지강석은 사업을 하며 초기 자금을 지연순에게서 빌렸고, 회사가 자리 잡아 돈을 벌고도 갚지 않았다.이후 지연순이 몸이 좋지 않아 입원하며 돈이 필요했을 때, 지강석
Magbasa pa

제280화

지나윤은 역시 지강석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때 엄마 병원비가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빨리 도망치더니, 내가 유시진과 결혼했다는 소문을 듣고 나니까 이제 와서 투자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죠?”설마 지나윤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지강석은 눈을 크게 뜬 채 말문이 막혔다.“나, 나, 난...”지강석은 한참을 더듬었지만 끝내 변명 하나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어쨌든 나는 네 외삼촌이고 너는 반드시 나를 도와야 한다.”“그때 나랑 엄마랑 인연 끊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근데 도대체 무슨 낯으로 스스로를 제 외삼촌이라고 부르죠?”지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굳힌 채 지강석에게 경고했다.“확실하게 말해 두는데 지강석 씨가 자필로 쓴 그 절연 선언서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이미 외삼촌도 아닌 사람을 내가 도와줄 의무는 없고요.”“적당히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재벌가 며느리로서 지강석 씨를 정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그 말을 남긴 뒤, 지나윤은 그대로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야, 너 왜 네 커피값만 내고 가!”지강석의 외침이 뒤에서 들려왔고, 카페를 나선 지나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또다시 유시진의 아내라는 신분을 들먹여 사람을 물러서게 만들고 말았다.그러지 않았다면 지강석은 계속해서 찾아와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경고하기는 했지만, 지강석이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지나윤은 요즘 업무도 벅차고, 온라인에서 주목받는 인물인 데다 유시진과의 이혼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어깨 위에 얹혀 있었고, 여기에 지강석 같은 변수가 더해지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다음 날, 시간을 내어 주경요양병원에 지연순을 찾아갔을 때, 갑자기 지강석 이야기를 꺼냈다.“어제 네 외삼촌이 나를 보러 왔다. 회사 자금이 막혔다고 하면서 도와달라는데, 눈물까지 흘리더라. 걔도 참 쉽지 않겠더라.”
Magbasa pa
PREV
1
...
2627282930
...
40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