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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Kabanata 281 - Kabanata 290

397 Kabanata

제281화

채연서는 수상한 흔적을 남겼을 까봐 두려워 먼저 샵에 들러 몸에 남아 있던 키스 자국을 모두 가리고, 오늘 처녀막 복원 수술을 예약해 두었다.지난번에는 실패했지만 채연서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차에 올라탄 채연서는 모자와 목도리, 장갑과 선글라스를 모두 벗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다음 기회를 위해 준비해야 했다.유시진이 언제 자신에게 손을 댈진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반드시 처녀여야 했다.휴대폰을 들어 통화 기록을 열자 부재중 전화는 하나도 없었다.약을 쓴 그날 이후 이틀이 지났지만, 유시진에게서는 전화 한 통도, 메시지 한 줄도 오지 않았다.채연서의 가슴에 불길한 예감이 스며들었고 몇 번이나 먼저 유시진에게 전화를 걸까 고민했다.그러나 휴대폰을 들었다가도 결국 내려놓았다.그날 밤, 채연서와 유시진은 모두 최음제를 마신 상태였다.이 상황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 해명하면 오히려 의심을 키우는 꼴이 될 수 있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유시진은 자신을 혼자 남겨둔 채 떠났다.원래라면 화가 나야 했으나 먼저 냉전을 시작했다가 그 상태가 그대로 끝나 버리면, 상황은 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 뻔했다.채연서는 갈팡질팡하며 마음이 뒤죽박죽이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그때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채연서는 깜짝 놀라며 기대에 찬 눈으로 화면을 내려다보았다.발신자가 유시진이 아니자, 채연서는 실망한 채 전화받았다.전화는 조커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고, 남자는 곧 A시를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A국을 떠난다는 뜻이었다.[참고로 하나만 말해 줄게. 처녀막 복원 수술을 여러 번 하면 티가 나기 쉬워.]채연서의 얼굴이 굳어졌다.“신경 쓰지 않아도 돼.”“그래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유시진은 너한테 손도 안 대니까.”“그게 무슨 말이야?”채연서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약을 쓴 일은 실패로 끝나 조커만 이득을 봤고, 유시진에게서는 외면당한 상황이었다.그런데 조커가 비아냥거리기까지 하자 분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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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룸은 충분히 넓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지나윤은 유태산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유태산의 뒤에는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는데, 한 명은 아는 얼굴로 유태산의 경호원이었다.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경호원과 마찬가지로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훨씬 더 무겁고 단정했다.지나윤은 그 사람이 유태산의 변호사일 거라고 짐작했다.“나윤아, 앉아.”유태산은 웃는 듯 안 웃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지나윤은 유태산이 직접 연락하지 않고 유시진을 통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유태산이 직접 나섰다면 아예 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나윤아, 말 돌리지 않을게. 나는 네가 시진이와 이혼하는 걸 원치 않아. 적어도 지금은 아니니까 조건 하나 말해 봐.”유태산이 말을 마치자, 뒤에 서 있던 변호사가 적절한 타이밍에 서류 한 장을 지나윤 앞에 내려놓았다.지나윤은 고개를 숙여 빠르게 내용을 훑었다.그것은 계약서였다.앞부분의 조항은 수정 불가로, 향후 반년 동안 유시진의 아내이자 재벌가의 안주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또한 HF그룹과 유씨 가문의 화제성과 위상을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계약해지는 유씨 쪽에서만 일방적으로 가능했고, 지나윤에게는 그 권리가 없었다.“아래 조건란은 비워 뒀어. 원하는 걸 적어. 돈이든, 인맥이든, 자원이든 우리 유씨 집안에서 제공할 수 있어.”“아, 그리고 네 외삼촌 있잖니.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긴 한데 회사 사정이 안 좋다고 들었어.”“그 일도 이미 알고 있어. 내가 투자해서 위기만 넘겨주면 되니까. 물론 네가 이 기간 동안만 제대로 협조해 준다면 말이야.”유태산의 말투는 겉보기엔 강압적이지 않았지만, 문장 사이사이에는 권력을 쥔 사람 특유의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지나윤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유태산 부회장님.”그 호칭 하나로 유태산의 얼굴에 걸려 있던 가짜 웃음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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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아니.”[알겠어.]대화는 매우 짧았고 유시진이 왜 이 전화를 걸어왔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지나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시진 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지나윤은 차를 몰아 명전월로 향했는데 피터가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고, 오후 차를 마시며 업무 이야기를 나누자는 약속이었다.“요즘은 정말 바쁜 사람이 되니 얼굴 한번 보기도 쉽지 않네요.”피터가 농담처럼 말하자 지나윤은 웃으며 말했다.“무슨 소리예요? 내 일정은 항상 피터를 위해 비워 두고 있는데요.”피터와 함께 있을 때는 유씨 집안 사람들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편했다.지나윤은 머릿속에 꽉 차 있던 긴장감이 풀리는 걸 느꼈고, 어깨도 자연스럽게 내려갔다.“일도 중요하지만 몸이 더 중요하니 너무 무리하지 마요.”피터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지나윤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러 주었다.이에 지나윤은 순간 멈칫했고 마침 피터도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명전월 맞은편, 깨끗한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 검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명전월 안에서 피터는 과일 허브티 한 잔을 따라 지나윤에게 건넸다.피터는 지나윤의 피로가 일이 원인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으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없었다.그 이야기는 지나윤의 부담만 더할 뿐이었다.“아직 프로젝트가 확정된 건 아니긴 한데 의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상대 측에서 나를 통해 먼저 준비를 부탁했어요.”피터는 프로젝트 자료를 지나윤에게 건넸다.“Y국 여왕이요?”지나윤은 놀라서 되묻자 피터는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왕실 프로젝트요. 오래된 왕관을 복원하고 새 왕관 하나를 다시 제작하는 일이죠.”“이런 급의 프로젝트가 제 차례까지 올까요? 너무 과분한 일인데요.”지나윤의 인식 속에서 왕실에는 늘 전담 전통 장인들이 존재했다.“원래 여왕이 점찍은 건 BYC 라는 사람인데 연락이 닿지 않거든요. 왜 연락이 안 되는지는 나보다는 나윤 씨가 더 잘 알지 않나요?”피터가 일부러 던진 말에 지나윤은 웃음이 나왔다.BYC라는 정체는 아직 드러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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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유시진은 별 감흥이 없긴 했지만 클릭해봤다.기사를 다 읽고 나서 빠져나온 유시진은 장우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자고 있나?”[아니요. 대표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유시진은 이 질문이 쓸데없었다는 걸 깨달았다.장우영은 설령 자고 있었어도 자지 않았다고 말했을 사람이었다.“지나윤의 그 외삼촌 말이야...”전화기 너머에서 장우영은 눈을 치켜떴다.이 늦은 시간에 회사 일이 아니라 지나윤 때문에 전화를 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네, 대표님. 바로 처리하죠.”이후 이틀 동안 지나윤은 지강석의 일을 신경 쓰지 않았고, 남자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지나윤은 Y국 왕실 프로젝트에 대한 영감을 찾는 한편, 유시진이나 유태산의 전화를 기다렸다.전화는 오긴 왔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제니 인터내셔널 웨딩 부티크.지나윤은 박시현과 이준혁을 보았다.박시현은 화려한 크리스털 장식의 긴 트레인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특히 지나윤을 보자 그 미소는 한층 더 눈부시게 변했다.반면 이준혁은 지나윤과 시선이 마주치자 분명히 놀란 기색을 보였고, 곧바로 몸을 돌려 더 이상 보지 않았다.그 반응은 지나윤에게 다소 뜻밖이었다.박시현의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이미 의외였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준혁이 추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여겼다.지금 지나윤은 보석 디자이너로서 주목받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보니 이준혁은 지나윤이 올 줄 전혀 몰랐던 듯했다.“지나윤 씨, 요즘은 정말 핫한 디자이너가 됐더라고요. 어서 와서 결혼식 날 어떤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게 좋을지 봐줘요.”박시현이 지나윤을 끌어당겼다.이 제니 인터내셔널 웨딩 부티크는 A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웨딩숍으로, 내부의 드레스는 모두 세계적인 명품이었고, 보석 역시 모두 진짜 원석이었다.비록 대여라고 해도 가격은 일반인이 전 재산을 털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시간을 따져 보면 이준혁과 박시현의 결혼식이 본격적으로 준비될 시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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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이준혁의 눈이 순간 환하게 빛났다.“이건 더더욱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박시현은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를 걸었다.“너무 수수하잖아요. 재벌가 며느리랑은 어울리지 않고, 솔직히 값싸 보여요. 세상 물정 모르는 벼락부자 같은 사람한테나 어울릴 스타일이죠.”그 말을 들은 지나윤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지나윤이 골라 준 이 진주 세트는 반클리프 아펠의 전설적인 디자이너가 은퇴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었다.사용된 것은 불규칙한 형태의 바로크 진주였다.대중 시장에서는 둥글고 새하얀 진주가 선호되지만, 이 디자이너는 매우 희귀한 타히티산 플래티넘 그레이 진주를 선택했다.각각의 바로크 진주는 각도와 광택을 모두 계산해 엄선된 것이었고, 전체 조합 역시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었다.오히려 이 매장에서 이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나윤에게는 예상 밖이었다.하지만 박시현은 단번에 외면했다.“저는 이 세트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해요. 역시 괜히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아니네요. 안목이 확실히 좋네요.”이준혁이 갑자기 다가와 말하자 박시현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아까 수많은 악세사리를 바꿔 착용했을 때는 이준혁은 단 한마디의 긍정적인 평가도 하지 않았는데, 지나윤이 추천하자마자 바로 맞장구를 친 것이다.“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지나윤 씨는 남자들의 시선으로 보네요.”박시현은 웃으며 그렇게 말한 뒤, 다른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 탈의실로 들어갔다.탈의실 밖에는 지나윤과 이준혁만 남았고,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지나윤은 이준혁이 말을 꺼내려다 멈추는 모습을 보았다.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보였지만, 지나윤은 약속을 떠올렸다.지나윤은 박시현을 위해 다른 액세서리를 고르는 데 집중하는 척하며 일부러 이준혁의 시선을 피했다.이에 이준혁은 고개를 숙였고 눈빛 속에 스친 실망은 그대로 가려졌다.이준혁은 잘 알고 있었다.지나윤이 자신의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에 자신과 인연을 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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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지나윤은 지강석의 첫 번째 목표가 애초부터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시선이 마주친 순간, 지강석은 곧바로 몸을 틀어 지나윤을 향해 달려왔다.“네가 감히 나를 건드려? 내가 너 죽여 버릴 거야.”지강석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지나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지나윤은 지강석 손에 들린 과도를 빼앗으려 했지만, 손을 뻗기도 전에 몸이 갑자기 바닥으로 쓰러졌다.“조심해요.”지나윤을 덮친 사람은 이준혁이었고 남자가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이준혁이 등을 지강석에게 내준 채 몸으로 막아선 모습은 오히려 더 위험해 보였다.지강석은 정신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보였고, 무슨 짓을 벌일지 가늠하기 어려웠다.“네 덕에 한몫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회사도 망했고 돈도 없고 사채만 남았어.”지강석은 중얼거리듯 횡설수설했다.사실 지강석이 들고 있던 과도는 원래 사채업자에게 쓰려고 준비한 것이었다.“나만 망하게 둘 수는 없지. 같이 죽어버리자.”지강석이 칼을 휘두르려는 순간, 이준혁은 몸으로 지나윤을 단단히 감싸며 뒤로 숨겼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신부 화장을 한 박시현이 이 장면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고,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굳어 있었다.그때 몇 대의 차량이 몰려오며 사람들 사이를 갈랐는데 모두 눈부신 헤드라이트를 킨 검은색 아우디 A8이었다.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검은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다들 지강석과 지나윤 그리고 이준혁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둘러쌌다.이 얼굴들에 대해 지나윤은 어렴풋한 기억이 있었으나 지강석은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듯했다.지강석은 다리가 풀리듯 굳어 버렸고, 더 이상 큰소리도 치지 못했다.잠시 후, 검은 정장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는데, 같은 검은 정장이었지만 원단과 재단부터가 다른 급이었다.외모와 분위기 역시 단번에 구분될 만큼 다른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서 낮게 수군거렸다.“HF그룹 대표 아니야?”“유시진이야.”“잘생겼다.”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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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지나윤이 그렇게 말했다.그러나 유시진은 반박하지 않고 그저 지나윤더러 차에서 내리도록 했다.“할 말이 있으니까. 들어가.”오랜만에 다시 들어선 집 안은 결혼 당시와 다를 바 없이 그대로였다.가구의 배치도 소품도 기억 속 모습과 같았다.지나윤은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고 의외라는 감정과 이해되지 않는 기색이 동시에 스쳤다.기억이 맞다면 이 집은 이미 채연서의 취향대로 온통 핑크빛으로 바뀌어 있어야 했다.“채연서는 여기 안 살아.”유시진이 불쑥 말했는데 지나윤은 남자가 자신의 생각을 꿰뚫어 본 것 같다고 느꼈다.그리고 집 안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 말은 거짓이 아닌 듯했다.“누가 여기서 살든 나랑은 상관없어.”지나윤이 낮게 말했다.“술 한잔할래? 놀란 거 가라앉히게.”유시진이 묻자 지나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별로 놀라지도 않았어.”“그래.”유시진은 지나윤의 표정을 살폈는데 괜히 허세를 부리는 얼굴은 아니었다.이에 유시진은 자신의 잔에만 술을 따르고는 얼음 집게로 얼음을 집어 들었다.“이렇게 추운데 얼음까지 넣어? 위 아픈 건 괜찮아졌어?”지나윤은 말하고 나서 곧바로 후회했다.‘괜히 또 입을 열었네.’이윽고 유시진은 얼음을 잔에 넣지 않고 내려놓았다.“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유시진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는데 마치 일부러 시험이라도 해 본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나를 여기로 데려온 이유가 뭐야?”유시진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지강석 말이야. 회사 자금 빼돌리고, 도박 빚에 사채까지 손댔더라? 지금은 다 들통나서 은행 대출도 끊겼고, 회사는 파산 상태야. 형사 처벌도 피하기 어려워.”유시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네 생각이 궁금해.”“내 생각?”지나윤은 고개를 기울였다.“자업자득이야. 들어가서 살다 나오면 다시는 나한테 붙을 일도 없겠지.”그 말에 유시진은 적잖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렇게 냉정한 사람인 줄은 몰랐어.”지나윤은 팔짱을 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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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지나윤은 예상과 달리 깊고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는 유시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욕실 쪽에서 잔잔한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유시진이 안에서 씻고 있는 듯했다.지나윤은 먼저 휴대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그 순간, 화면에 뉴스 알림 하나가 자동으로 떠올랐다.[유시진, 아내를 지킨 결정적 순간]이에 지나윤의 손이 멈칫하더니 그대로 뉴스를 눌렀다.기사 내용은 전날 지강석이 흉기를 들고 달려들던 장면, 그리고 유시진이 HF그룹 보안 인력을 이끌고 나타나 지나윤을 안아 데리고 나가는 모습이었다.그 장면이 가장 큰 사진으로 실려 있었다.모든 플랫폼의 메인 화면이 이 뉴스로 도배돼 있었고, 연관 검색어에는 HF그룹 주가가 함께 떠 있었다.지나윤은 원래 주식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무심코 눌러 보았다.HF그룹의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급등하고 있었는데 전부 이 이슈 덕분이었다.그 순간, 지나윤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휴대폰을 쥔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그때 유시진의 휴대폰이 울리자 지나윤은 침대에서 내려와 남자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발신자는 유태산이었다.연락처 이름은 아버지나 부회장님이 아니라, 유태산이라는 풀네임으로 저장돼 있었다.곧 지나윤은 유시진의 휴대폰을 들고 욕실 문을 두드렸다.“당신 아버지에게 전화 왔어요.”휴대폰을 건네는 순간, 손끝이 스쳐 통화 버튼이 눌렸다.그러자 유태산의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흘러나왔다.[이번엔 아주 잘했다. 역시 이렇게 해야지.]그 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유시진이 곧바로 휴대폰을 귀에 대었기 때문이었다.지나윤은 욕실 문 앞에 서서, 서서히 번져 오는 한기를 느꼈다.지강석에게서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유시진이라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정말 그랬을까?’하루 전까지만 해도 지강석은 여론을 조작해 지나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그런데 하룻밤 사이, 지강석은 사회적으로 매장 상태가 됐다.횡령, 도박, 고리대금까지, 이 모든 게 이렇게 빠르게 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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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채연서는 원래 먼저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유시진은 한 번도 먼저 연락해 오지 않았다.게다가 부모에게서 들은 소식은 채연서를 더욱 충격에 빠뜨렸다.원래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 중이던 강북의 그 땅이 갑자기 유시진에 의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문지혁에게 넘어갔다는 것이었다.채연서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유시진과 문지혁은 분명 적대 관계였고, 강북 그 부지는 이미 HF그룹과 부모 측이 공동 개발하기로 거의 확정돼 있던 상황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일이 이렇게 뒤집힐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채연서가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단 하나였다.유시진이 그날 밤 술에 탄 약이 자신이 한 짓이라는 걸 알아챘다는 것.그리고 그것은 채연서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기도 했다.“시진아, 요즘 며칠 동안 왜 이렇게 나한테 차가워?”채연서는 시선을 내리깔며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말하자 유시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한참 침묵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날 밤 우리가 마신 술은 최음제를 탄 술이었어. 네가 한 거야?”“그럴 리 있겠어?”채연서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럼 조세용이 한 거야?”“그건 나도 모르겠어.”채연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그러니까 너는 내가 약을 탔다고 생각해서 화가 난 거야? 하지만 넌 날 알잖아요. 난 절대 그런 짓 안 해.”채연서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유시진의 손을 잡았는데 남자의 손은 차가웠다.“예전에 말했잖아. 너한테 난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나한테도 약속했잖아. 지나윤이랑 이혼하면 나한테 명분을 주겠다고.”“난 그런 거 다 상관없어. 그냥 네 사랑만 있으면 돼.”채연서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고 유시진은 여자를 가만히 바라봤다.눈가에 맺힌 눈물은 맑은 샘물처럼 보였다.그 안에는 확실히, 자신을 향한 욕망 외에는 아무런 거짓도 섞여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시진아, 나한테 이렇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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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A시는 올해 겨울 들어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눈발이 흩날리며 순수할 만큼 아름다웠고 동시에 서늘하게 스며들었다.지나윤은 차를 몰며 창밖의 설경을 바라봤다. 마음속이 차가운 건지 아니면 쓸쓸한 건지 자신도 분간하기 어려웠다.체이호 빌라에 도착했을 때, 마침 유시진도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비슷한 시각에 차에서 내렸고, 같은 방향으로 빌라 안으로 걸어갔다.말은 없었고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았는데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스쳐 지나갔다.별장 안에는 유태산과 양화영이 함께 있었다.지나윤이 유시진과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유태산의 얼굴에 곧바로 미소가 떠올랐다.“어쩐 일이냐? 들어와서 앉아라.”지나윤은 유태산의 기분이 꽤 좋아 보인다는 걸 느꼈다.아마도 최근 HF그룹의 주가가 급등하고 시가총액이 크게 오른 탓일 것이다.체이호 별장에는 새로 고용한 도우미가 있었는데, 도우미는 유시진에게만 따뜻한 코코아를 한 잔 내왔다.이를 본 유태산은 즉시 양화영에게 눈짓을 보냈다.양화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도우미에게 같은 코코아를 지나윤에게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지나윤은 양화영이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지나윤이 유시진과 이혼 이야기를 꺼낸 뒤로, 양화영의 인상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게다가 지금은 지나윤이 회사를 운영하며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었다.양화영의 눈에는 그런 여자는 집안의 며느리로 어울리지 않았다.집안에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데, 밖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해 봤자 얼마나 번다고 생각했다.차라리 집에 머물며 남편을 내조하고 가정을 돌보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무엇보다도 지나윤은 이제 유태산과 양화영을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지도 않았다.그 점이 양화영에게는 더더욱 못마땅했다.오늘 이 자리에 앉게 한 것도, 전적으로 유태산의 체면을 봐서였다.“나윤아, 시진이랑 같이 온 걸 보니 지난번에 내가 말한 거, 생각이 바뀐 거냐?”유태산은 철저한 사업가였기에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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