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Bab 431 - Bab 440

563 Bab

제431화

이번 경매가 자선 목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신이 기증한 작품이 이렇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것이 나쁠 것은 없었다.유시진은 지나윤 옆에 서 있었고 시선은 줄곧 지나윤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유시진은 생각했다.모든 경쟁자를 제치고, 무려 5억 달러를 써서 이 비녀를 낙찰받아 지나윤에게 건넸으니 감격해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5억 달러짜리 주얼리를 거절할 여자는 없을 것이다.그런 주얼리를 선물하는 남자에게 흔들리지 않을 여자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지나윤의 반응은 유시진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5억 달러짜리 비녀를 꽂은 채, 지나윤은 수많은 시선 속에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유시진을 향해 섰다.유시진은 문득 깨달았다.오늘 지나윤의 차림은 옅은 화장에 단정한 드레스였지만, 금빛 봉황 비녀가 전혀 튀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유시진의 시선을 마주한 지나윤이 옅게 웃었다.“고마워.”단 세 글자.그 말에 유시진의 가슴을 조이던 무언가가 스르르 풀렸다.그러나 곧 지나윤은 머리에서 비녀를 빼내고는 앞으로 걸어 나가 사회자의 손에 다시 건넸다.지나윤은 사회자에게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했다.유시진은 말을 듣지 못했지만, 사회자의 표정이 놀람에서 망설임으로 그리고 곤란한 기색으로 자신을 한 번 바라보는 것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곧 사회자는 다시 무대에 올라, 황금 봉황 비녀를 전시 상자에 다시 올려놓았다.“지나윤 씨께서 이 비녀를 다시 자선재단에 기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황금 봉황 비녀의 2차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파티장은 또다시 술렁였다.문지혁은 입가를 가린 채 웃었지만, 웃음소리는 분명하게 들렸다.이번 경매에 참석한 하객들이 모두 A국 사람은 아니었지만, 유시진과 지나윤 사이의 소문을 들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저 여자, 유시진 대표 전처 아니야?”“진짜야? 그럼 유시진 대표가 재결합 시도하다가 거절당한 건가?”“이씨 집안이 지금 목표로 하는 건 이씨 집안과의 혼인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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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유시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돌아왔을 때, 손에는 선명한 장미꽃 한 다발이 들려 있었다.“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제가 보기에 가장 어울리는 꽃으로 골랐어요.”이안영은 유시진이 건넨 꽃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전부 붉은 장미였고 화려하고 강렬했다. 확실히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꽃이었다.“고마워요. 마음에 들어요.”“별말씀을요.”양화영은 이안영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와, 유시진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고 나서야 조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유시진이 자기 뜻을 이해한 모양이었다.적어도 이안영에게 선물을 건네며 두 집안 사이의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모습은 보였으니 말이다.옆 테이블에서 문지혁은 유시진이 이안영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건네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는, 아무 말없이 금테 안경을 밀어 올렸다.장미꽃은 눈에 띄기는 했지만, 조금 전 지나윤에게 건넸던 비녀와 비교하면 그 가치의 차이는 지나치게 컸다.적어도 문지혁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지나윤이 5억 달러의 가치라면, 이안영은 이 장미 한 다발 정도의 가치라는 듯이.“이번에는 입찰 안 해요?”지나윤이 문지혁에게 말했다.자신이 기증한 비녀는 이미 2차 경매가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가격이 훨씬 현실적이었다.“안 해요.”문지혁이 고개를 저었다.“저는 유시진처럼 그렇게 돈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 아니에요. 게다가 여자친구도 없는데 낙찰받아서 누구한테 주죠? 지나윤 씨는 줘도 안 받을 테고.”지나윤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문득 ‘그럼 채연서한테 주면 되잖아요.’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자신과 문지혁의 관계가 그 정도로 농담을 던질 만큼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그래서 아까 그렇게 적극적으로 가격을 올린 건, 역시 유시진이랑 경쟁하려고 그랬던 건가요?”“아니요.”문지혁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가격을 더 올려서 유시진이 돈을 더 쓰게 하려고 했던 거예요. 지나윤 씨 대신 한풀이 좀 해준 거죠.”“뭐라고요?”지나윤은 이해하지 못했다.문지혁이 단지 유시진을 못마땅하게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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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문지혁의 눈에 유씨 집안 사람들은 본래 이익만 좇고 냉혹하고 무정한 존재였다.“저도 유시진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모르고 한 일은 탓하지 않는다고 하죠.”“그때 저는 정말 몰랐어요. 알게 되었을 땐 이미 지나윤 씨가 BYC가 되어 있었고요.”지나윤은 문지혁의 사과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동시에 그 말속에는 여전히 자신이 유시진보다 낫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것도 들렸다.“괜찮아요. 알고 있었든 몰랐든 저는 원망하지 않아요.”이해심이 담긴 그 한마디에 오히려 문지혁의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천천히 내려왔다.“지나윤 씨는 저한테 기대라는 게 전혀 없군요.”“네?”지나윤은 순간 문지혁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문지혁은 씁쓸하게 웃으며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고는 지나윤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피터를 바라보았다.“피터 상무도 같은 생각 아닌가요?”피터는 문지혁을 한 번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말하지 않는 것은 곧 인정이나 다름없었다.피터의 눈에 지나윤은 자신과 문지혁, 그리고 이준혁과 우원재에게까지도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지나윤의 세계 안으로 진짜 들어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오직 유시진뿐이었다.그리고 앞으로 그 자리가 비어 있다고 해도 그 자리가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피터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문지혁은 여전히 상황을 잘 모르는 표정의 지나윤을 보며 웃으며 샴페인 잔을 들었다.“어찌 됐든 이번에 유시진이 지나윤 씨 작품 때문에 5억 달러를 내놨으니, 축하할 일 아닌가요?”“그건 그렇죠.”지나윤은 문지혁과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기부금이 더 모였으니 좋은 일이죠.”이쪽에서는 잔을 맞대고 있었고, 저쪽에서는 유시진이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와인의 색은 짙었지만 유시진의 눈동자만큼 깊지는 않았다.결국 지나윤이 디자인해 기증한 황금 봉황 비녀는 2차 경매에서 윌리엄에게 낙찰되었다.“이번 자선 경매에서 가장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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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자선재단 회장이 무대에서 내려간 뒤, 무대 위에는 다시 지나윤과 사회자만 남았다.사회자는 마이크를 다시 들고 말했다.“이제 시상자를 모시겠습니다. HF그룹 대표이신 유시진 씨를 무대로 모시겠습니다.”유시진은 담담하게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유시진 옆에 앉아 있던 유태산과 양화영은 전혀 담담하지 못했다.이번 자선 경매에 이런 시상 순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었고, 유시진이 시상자로 나설 것이라는 사실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옆 테이블에서 윌리엄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었다.윌리엄은 사회자를 노려보며, 왜 사전에 정해진 진행 순서와 다르냐는 듯 눈빛으로 따졌다.원래는 공동 주최자이자 호스트인 자신이 이 상을 수여하는 것이 맞았다.사회자는 곤란한 표정으로 웃을 뿐이었다.자신은 단지 진행을 맡은 사람일 뿐, 왜 갑자기 시상자가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유시진은 무대로 올라갔다.그러고는 도우미의 손에서 상장을 건네받아 지나윤에게 전달했다.조명 아래에서 유시진의 이목구비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 음영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러나 지나윤은 유시진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없었다.그저 유시진의 입가가 아주 미묘하게 올라가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축하해.”“고마워.”지나윤은 한 손으로 상장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유시진과 악수를 하였다.이런 자리에서는 시상자와 수상자가 악수하는 것이 관례였다.지나윤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이는 유시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의 손이 맞닿았고 유시진의 손바닥은 차가웠다.악수를 마친 뒤, 지나윤은 손을 빼려고 했으나 유시진은 놓지 않았다.지나윤은 순간 멈칫했다가 조금 힘을 주어 손을 빼내려 했다.하지만 유시진은 오히려 더 단단히 잡았다.이에 지나윤은 고개를 들어 유시진을 노려보았다.유시진의 얼굴에는 여전히 형식적인 미소가 떠 있었고, 잡고 있는 손 역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무대 아래에서는 수많은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이 지금 무엇을 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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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만약 유시진이 채연서를 위해서였다면 양화영은 그래도 이해했을 것이다.하지만 유시진은 지나윤을 위해서였다.처음에는 지나윤을 위해 5억 달러를 호가했고, 지금은 또 시상자로 나서 지나윤의 손을 놓지 않고 붙잡고 있었다.양화영은 생각할수록 분해서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지나윤에게 뭐가 있다고!’예쁘긴 해도, 집안 배경은 변변치 않았는데 어떻게 이안영과 비교가 되겠는가?“조만간 남산사에 가서 점이라도 봐야겠어. 뭐가 씌인 건 아닌지.”양화영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옆에서 이월형과 채윤화는 무대 위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지나윤과 유시진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늘 차갑던 손바닥이 뜨거워질 때가 되어서야 유시진은 마침내 손을 놓았다.지나윤은 곧바로 손을 거두었고, 몸을 돌리는 순간 유시진의 가벼운 목소리를 들었다.“내가 먼저 놓아야 네가 갈 수 있어.”지나윤의 걸음이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두 눈에 비친 유시진은 웃고 있었는데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은 관능적이면서도 위험해 보였다.“내가 놓고 싶지 않으면...”그 뒤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않았다.유시진은 몸을 돌려 지나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곧 지나윤은 자리로 돌아왔고 마음속에 설명하기 어려운 파문이 일었다.그때 문지혁이 휴지를 한 장을 건넸다.지나윤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문지혁의 의도를 알아차렸다.휴지를 받아 유시진이 오래 붙잡고 있던 손을 닦았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유시진의 시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윤의 움직임을 따라갔다.그러나 시선을 거두는 순간, 무심코 문지혁과 눈이 마주쳤다.문지혁은 잔을 들어 보이자 금테 안경 너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유시진은 말없이 냉소하며 다시 와인을 마셨다.“그러고 보니 안영 양은 경영 능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C국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레이싱 여신이라던데요?”유태산은 양화영이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잘 알고 있었다.유시진은 유능한 여성을 좋아했다.양화영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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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유시진은 말없이 이안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안영은 유시진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왜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아니요.”유시진이 고개를 젓자 옆에서 양화영이 분위기를 풀 듯 말했다.“안영이가 너무 예뻐서 시진이가 넋을 놓은 거 아닐까요?”“그냥 이름이 주는 인상과 실제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을 뿐이에요.”유시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름이 더 좋다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더 좋다는 건가요?”이안영이 한 손으로 턱을 괴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말을 꺼내기 전, 유시진은 옆에서 유태산이 헛기침하는 소리를 들었다.“둘 다 좋아요.”결국 그렇게 대답했다.그 대답은 확실히 이안영의 마음에 들었는지 눈빛에 번지는 미소가 더욱 또렷해졌다.처음 ‘이안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유시진이 떠올린 이미지는 온화하고 지적인 아가씨였다.양녀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말과 행동 역시 절제되고 낮을 것이라 여겼다.그러나 실제의 이안영은 달랐다.성숙하고 화려한 체형, 그리고 사람을 압도하는 자신감이 몸 전체에서 빛나고 있었다.유시진은 이안영이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예를 들어, 유시진이 채연서의 피아노 실력을 언급하자 이안영은 곧바로 채연서를 함께 부르자고 했다.겉으로는 네 손으로 합동 연주라고 말했지만 누가 봐도 채연서와 겨뤄보겠다는 뜻이었다.이안영의 눈에는 자신감과 야심이 선명했다.반면 이원호와 채윤화에게서는 그런 기질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래서 유시진은 문득 궁금해졌다.‘이안영을 양녀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이씨 집안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안영을 선택한 사람은 따로 있는 걸까?’“저한테 관심 생긴 거죠?”이안영이 갑자기 몸을 기울여 귓가에 속삭였다.유시진은 무의식적으로 옆 테이블을 힐끗 보았다.지나윤은 문지혁, 피터, 윌리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표정이 한결 밝았다.유시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이안영의 귓가로 몸을 기울였다.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지나윤에게 향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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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조승헌을 바라보았다.“장관님이 나를 설득하라고 한 내용이 뭐야?”“별건 아니야. 그때 내린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하셨어.”“자신을 미워하게 두고 싶지 않다고 했어.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 이렇게 잘 성장한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도 했고.”“그 말이 전부라면 나는 다른 곳으로 가서 바람을 더 쐴 거야.”“잠깐만 기다려봐.”조승헌이 급히 지나윤을 막아섰다.지나윤이 이런 말을 좋아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고, 조승헌 역시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 능한 사람은 아니었다.“다음 이야기는 듣고 싶어 할 내용일 거야.”이에 지나윤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조승헌은 정장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고는 가느다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지나윤에게 내밀었다.“언제부터 이런 가는 담배를 피우게 됐어?”지나윤이 놀란 듯 묻자 조승헌은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그 반응에 지나윤은 알아차렸다.이 담배는 조승헌이 일부러 자신을 위해 산 것이었다.“담배 끊은 지가 몇 년인데.”“건강 때문에?”“돈 아끼려고.”지나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조승헌에게 불을 빌려 담배에 불을 붙였다.오랜만에 맡는 연기 냄새가 과거를 불러냈고 어리고 반항적이던 시절의 자신이 떠올랐다.“말해 봐. 내가 좋아할 이야기가 뭐야? 이씨 집안이 파산이라도 했어?”지나윤의 농담에 조승헌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채연서라는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야.”지나윤은 담배를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고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갑판 반대편.유시진은 이안영과 함께 별빛 극장에서 멜로 영화를 보고 나왔다.그러고는 두 사람은 천천히 갑판을 걸었다.배 앞쪽에서 담배를 피우는 지나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유시진의 발걸음이 멈췄고 시선은 위로 들렸다.지나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고,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언제부터였을까? 예전부터였을까? 아니면 이혼 후에 배운 걸까?“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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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문지혁은 곧장 박시현에게 다가갔다.박시현은 문지혁이 자신을 도와줄 거라 믿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곧 문지혁은 박시현의 양쪽 어깨를 거칠게 붙잡고는 그대로 힘껏 밀어버렸다.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박시현의 몸이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살려 줘요!”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박시현이 필사적으로 외쳤고 갑판 위에 서 있던 지나윤은 순간 말을 잃었다.문지혁이 사람들 앞에서 박시현을 바다로 밀어버린 것이었다.만약 박시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건 충분히 고의 살인으로 문제될 상황이었다.지나윤은 숨을 들이켰으나 정작 당사자인 문지혁은 태연했다.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웃음을 터뜨렸고 몸을 뒤로 젖힐 만큼 유쾌해 보였다.곧 구조 요원이 박시현을 끌어올렸다.바닷물은 차가웠기에 박시현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졌고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이를 악물어도 위아래가 부딪히며 딱딱하는 소리가 났다.갑작스러운 소란에 사람들이 사방에서 모였다.피터가 급히 달려와 지나윤 곁에 섰다.“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나는 괜찮은데 박시현이 바다에 빠졌어요.”“뭐라고요?”피터의 얼굴이 굳었다.사람들 사이에서 박시현을 알아본 이들도 있었으나 동정은 없었다.“저 사람 박씨 집안 딸 아니었나? 초대받은 건가?”“말도 안 되지. 지금 그 집안 형편이 어떤데.”“뒷문으로 들어왔다고 들었어. 여기저기 돈 빌리러 다녔다던데.”“그래서 문 대표 돈이라도 떼먹었나? 그래서 밀어버린 건가?”“아니, 내가 봤어. 박시현이 먼저 지나윤을 밀려고 했어. 문 대표가 대신 갚아준 거지.”“그럼 자업자득이네.”“맞아. 스스로 불러온 화지.”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박시현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그런 생각에 박시현의 눈이 붉게 충혈됐고 분노가 그대로 지나윤을 향했다.‘전부 지나윤 때문이야. 모든 게 지나윤 탓이야.’지나윤은 그런 시선을 받으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등을 돌렸다.향한 곳은 요트의 CCTV 관제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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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박씨 집안은 끝났네...”지나윤은 담담하게 중얼거리며 다시 업무로 시선을 돌렸다.박씨 집안의 기반은 이미 유시진이 흔들어 놓은 상태였다.지나윤은 불씨에 바람만 조금 불어넣으면 됐고, 그러면 모든 것이 재로 돌아갈 터였다.지나윤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쥔 펜을 빙글빙글 돌렸다.“문제는 채연서야...”얼굴빛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조승헌이 갑판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박씨 집안의 파산만으로는 부족했다.생각을 정리하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울렸다.화면에 뜬 발신자 이름을 보는 순간, 지나윤의 지친 얼굴 위로 옅은 미소가 번졌다.한편, 채연서는 일에 손이 잡히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된 일 자체가 들어오지 않았다.채연서의 회사는 신월 팰리스처럼 파산 직전까지 몰리지는 않았다.그러나 HF그룹의 자금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을 뿐이었다.계속해서 수혈만 받을 뿐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채연서는 속이 뒤틀릴 만큼 초조했다.한때 박시현은 든든한 동맹이었으나 눈 깜짝할 사이 박씨 집안이 먼저 무너졌다.채연서는 박시현이 이번에 Z국에 가면, 박씨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재기가 아니라 박시현 자신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정말 멍청하네.”채연서는 실시간 검색어 아래 달린 댓글을 훑다가, 과거 자신이 여론을 조작해 지나윤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일을 떠올렸다.지금 박시현이 처한 상황에 지나윤의 손길이 얼마나 닿아 있는지는 알 수 없다.그러나 채연서는 확신했다.지나윤이 관련되지 않았을 리 없다고.지나윤이 박시현을 치기 시작했다면 다음은 자신일 가능성이 높았다.조급해진 채연서는 엄지손톱을 깨물었다.“선수를 쳐야겠어.”밤, A시 중남신구.불빛은 눈부시게 번쩍였고 사람들의 목소리는 파도처럼 들끓었다.늦은 밤이었지만, 이곳으로 향하는 차량의 행렬은 줄지 않았다.백이천이 QR코드로 입장권을 확인하고 지나윤과 함께 랭튼랜드 안으로 들어섰다.개장한 지 2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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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지나윤은 순간 멍해져 손을 내밀지 못했다.백이천의 눈동자 속에 스치는 실망을 분명히 보았다.지나윤은 백이천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백이천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이 결국 백이천을 다치게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지나윤의 망설임과 모순을 백이천은 모두 읽고 있었다.조급해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은 대신 먼저 손을 뻗어 지나윤의 소매를 붙잡았다.이에 지나윤은 눈을 크게 떴다.그러고는 코트 소매를 잡힌 채 곧장 앞으로 끌려갔다.넓은 놀이공원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지나윤은 생각했다.이 많은 사람 중에 소매를 붙잡고 걷는 남녀는 아마 자신들과 백이천뿐일 것이라고.두 사람은 이미 중학생이 아니었다.그런데도 지금 이 행동은 마치 중학생 시절 어설픈 썸을 타던 때처럼 느껴졌다.“왜 그래?”지나윤이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백이천이 먼저 물었다.“아니? 그냥... 옆에 있는 중학생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순수하진 않을 것 같아서.”백이천은 지나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교복을 입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입을 맞추고 있었다.백이천은 눈을 내리깔며 씁쓸하게 웃었다.지나윤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 아닌지 반성했다.손 한 번 잡는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그런데도 사랑이 아닌 감정으로 백이천의 손을 잡는 일은 끝내 할 수 없었다.결국 두 사람은 소매를 붙잡은 채 스노우 터널 앞에 줄을 섰다.줄을 서는 시간은 휴대전화를 보지 않으면 꽤 지루한 법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나윤은 휴대전화를 꺼낼 생각이 들지 않았다.사방에서 쏟아지는 조명이 투명하게 빛나는 기묘한 얼음 조각들을 비추고 있었다.형형색색의 빛이 얼음 위를 타고 흘렀는데 이는 눈을 사로잡는 광경이었다.지나윤은 그 찬란한 얼음 조각을 바라보며 마치 환상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지금은 좀 나아졌어?”백이천의 물음에 지나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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