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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이렇게 사적인 질문을 감히 묻다니, 장관님이 저와 무슨 관계라도 되는 건가요? 제가 반드시 보고라도 해야 하나요?”지나윤의 되물음에 이원호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옆에서 채윤화는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상심한 기색을 드러냈다.피터는 지나윤을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그저 아니라는 한마디면 충분했을 일을 이렇게까지 날 선 어조로 받아치는 것은 평소의 지나윤답지 않은 태도였다.그러나 피터는 의아하긴 했어도 지나윤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어떤 사람은 능력은 별로 없으면서 성질만 드세다니까요.”양화영은 지나윤이 이원호에게 따지는 듯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또한 양화영의 눈에 이씨 집안은 이미 사돈이나 다름없었다.“지나윤, 이원호 장관님이 좋게 넘어가 주니까 기고만장한 거야? 이번 자선 만찬은 Z 국왕실이 주최한 행사야.”“장관님은 Z국 윌리엄 왕자와 각별한 사이인 거 알지? 괜히 심기 건드렸다가 윌리엄 왕자가 바로 내쫓으면 어쩌려고 그래?”양화영에게 지나윤은 그저 피터의 파트너일 뿐이었고 보기 좋은 장식 같은 존재였다.그때 음악이 흘러나왔고, 하객들은 둘씩 짝을 지어 무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유시진 씨, 저랑 춤 한 곡 추시죠.”이안영이 먼저 유시진에게 말을 건넸다.“그래, 춤 좋지. 시진아, 얼른 가.”양화영이 유시진을 이안영 쪽으로 밀어 보냈다.이에 유시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윤 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낮게 한마디 했다.“그래요.”그러고는 팔을 굽혀 이안영이 팔을 끼도록 내밀었다.이안영은 자신 있게 미소를 지으며 유시진의 팔을 잡았다.두 사람이 무도장으로 걸어 들어갈 때, 유시진은 고개를 돌려 지나윤을 바라보았다.지나윤은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린 채 무언가 마음에 걸린 듯한 표정이었다.유시진의 입가에 옅은 곡선이 그려졌다.그 미소를 본 이안영은 한 손으로 유시진의 팔을 끼고, 다른 손으로는 붉은 자수 피시테일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어깨를 곧게 편 채 더욱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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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BYC 마스터.”윌리엄 왕자의 우렁찬 목소리는 우원재 못지않았다. 울림이 워낙 커서 지나윤은 순간 귀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윌리엄 왕자님, 일단 저 좀 놓아주시겠어요?”지나윤의 말을 듣자 윌리엄 왕자는 자신이 또 힘 조절을 못 했다는 걸 깨닫고 얼른 손을 풀었다.“죄송합니다. BYC 마스터를 직접 뵈니 너무 흥분해서 그만.”지나윤은 윌리엄 왕자를 이번에 처음 정식으로 만났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소개로 연결된 뒤 이메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지나윤은 매번 업무 이야기만 했지만, 윌리엄 왕자는 언제나 슬쩍 사적인 화제로 방향을 틀었다.남자친구가 있는지 묻기도 했고, 사진이 예쁘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심지어 소개를 시켜주겠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지나윤의 인식 속에서 한 나라의 왕자는 당연히 성숙하고 신중하며 귀족다운 품위를 갖춘 인물이어야 했다.그러나 현실의 윌리엄 왕자는 낯을 전혀 가리지 않는 데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다.다만 나이가 자신보다 조금 어리다는 점을 감안해, 지나윤은 윌리엄 왕자를 동생처럼 여기고 있었다.“그냥 제 이름으로 불러주세요.”“좋아요, 좋아요.”윌리엄 왕자는 지나윤 앞에서 마치 팬이 우상을 만난 것처럼 들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양화영은 턱이 떨어질 듯 놀랐다.“저 지나윤은 또 뭐죠? 윌리엄 왕자랑 아는 사이였던 거예요?”양화영 옆에 서 있던 유태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칼로 새긴 듯 깊게 찌푸린 이마가 심경을 대신했다.이원호 일행은 지나윤이 쫓겨나기는커녕 오히려 윌리엄 왕자의 지인처럼 대접받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도장 안에는 유시진만 서 있는 것이 아니었고 이안영도 마찬가지였다.유시진이 춤을 추지 않으면, 파트너인 이안영도 혼자 출 수는 없었는데 괜히 튀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윌리엄 왕자가 지나윤을 끌어안는 순간, 유시진은 이안영의 손을 놓았다.그리고 두 눈을 곧게 세워 윌리엄 왕자와 마주 선 지나윤을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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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지나윤이 첫 번째였기에 순식간에 수많은 시선이 지나윤에게 쏠렸다.지나윤이 고른 드레스는 본래 매우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이었다.흰색 반투명 쉬폰이 여러 겹 겹쳐져 층을 이루었고, 자연스럽게 퍼지는 A라인 실루엣으로 완성되어 있었다.이런 드레스라면 거물들이 모인 자선 만찬에서 지나치게 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지나윤은 단연코 모든 이목의 중심에 서 있었다.윌리엄 왕자가 파트너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담백한 메이크업과 은은한 쉬폰 드레스가 화려함만을 좇는 다른 이들의 성대한 차림과 대비되어, 오히려 맑고 청아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눈에 띄게 다르고 홀로 빛났다.지나윤과 윌리엄 왕자가 무도장에 들어서자, 다른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 자리를 비웠다.유시진과 이안영도 그중에 있었다.결국 무도장에는 지나윤과 윌리엄 왕자 단 두 사람만 남았다.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몸을 움직였다.그 모습은 이 만찬에서 가장 눈부신 장면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지켜보았다.유시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유시진은 말없이 지나윤이 윌리엄 왕자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언제부터였을까?유시진은 지나윤의 인생에서 그저 구경꾼이 되어 있었다.이안영은 유시진 가까이에 서 있었다.유시진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안영은 유시진의 손이 단단히 쥐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손등 위로 힘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그 모습에 이안영의 붉은 입술이 차갑게 올라갔다.한편 무도장 한쪽에서는 지나윤과 윌리엄 왕자가 한창 춤에 몰입해 있었다.반대편에서 양화영은 결국 입을 열었다.“저 지나윤 말이에요, 여우 같은 수법을 어디서 배운 건지 예전엔 몰랐네요. 시진이랑 이혼하길 잘했어요.”“그만 좀 해.”유태산이 양화영을 노려보며 자리를 떴다.유태산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으나 불편함의 결은 양화영과 달랐다.유태산의 눈에 지나윤은 원래 아무 능력도 없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기껏해야 예의상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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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지나윤과 윌리엄 왕자의 춤이 끝나자, 현장에서는 일제히 박수가 터져 나왔다.그러나 지나윤은 왜 박수받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윌리엄 왕자님, 그래서 그동안 왕실 주최 맞선 자리를 계속 거절하신 거였군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던 거네요.”윌리엄 왕자의 지인이 와인잔을 들고 다가와 농담처럼 말했다.지나윤이 해명하려던 찰나, 윌리엄 왕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런 말은 마세요. 이분은 제 우상이에요. BYC 마스터, 본명은 지나윤이죠.”상대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지나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BYC라는 이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세상에, 그 피아노 시리즈를 디자인한 분이 바로 지나윤 씨였나요? 저는 BYC 마스터가 중년 남성인 줄 알았네요.”BYC가 정체를 공개하지 않았던 시절, 지나윤은 그런 추측을 수없이 들어왔다.대부분은 마흔을 넘긴 남성 디자이너일 것이라 짐작했다.“그럼 오늘 밤 경매에서 마스터 작품을 제가 낙찰받을 수 있는 건가요?”윌리엄 왕자의 지인은 이미 마음을 정한 듯한 표정이었다.“왕자님, 미리 말씀드리지만 양보는 없어요.”“누가 양보를 바라나요? 제 우상 작품은 당연히 제 거죠.”그 말에 지나윤은 옅게 웃었다.그때 피터가 곁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나윤 씨 작품 경쟁이 꽤 치열하겠네요.”피터의 얼굴에는 미묘한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왜요? 설마 우리 둘 작품 중 누가 더 높은 가격에 팔릴지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지나윤의 질문에 피터는 그저 힐끗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비밀이죠.”지나윤은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했다.이후 지나윤은 피터와 함께 인사를 나누다, 하객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얼굴을 발견했다.“박시현이 왜 여기에 있죠?”피터는 지나윤의 시선을 따라가며 설명했다.“초대받은 건 아닐 거예요. 다른 경로로 들어온 것 같네요. 지금 신월 팰리스 상황으로 보면, 이번 경매 물건은 하나도 살 수 없을 거고요.”지나윤은 피터의 말을 들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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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지나윤은 박시현이 여기저기서 거절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얼굴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지나윤은 채연서를 떠올렸다.박시현은 자업자득이지만, 채연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그러나 채연서의 뒤에는 유시진이 있었다.이대로라면 신월 팰리스가 채연서의 회사보다 먼저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지나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시진을 힐끗 바라보았다.유시진은 이안영과 나란히 서 있었는데 겉모습만 보면 채연서와 함께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잘 어울려 보였다.채연서는 유난히 핑크색 옷을 즐겨 입으며 어려 보이려 애썼고, 이안영의 단정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에는 미치지 못했다.“신경 많이 쓰이죠?”피터의 목소리가 조용히 지나윤의 귓가를 스쳤다.지나윤은 시선을 거두고 피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신경 쓰이는 건 맞아요. 다만 피터가 생각하는 이유는 아닐 거예요.”피터가 더 묻기도 전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빅토리로열요트 자선 경매가 곧 시작됩니다. 모든 내빈께서는 지정된 좌석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그 말과 함께 하객들은 하나둘 자리로 향했다.좌석은 이미 주최 측에서 배정해 둔 상태였다.유태산, 양화영, 유시진은 이원호, 채윤화, 이안영, 조승헌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두 집안은 각각 A국과 C국에서 가장 내노라하는 재벌이었기에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이 자연스러웠다.이씨 집안이 HF그룹보다 우위에 있는 점이라면, HF그룹은 철저히 재계에 속해 있는 반면, 이씨 집안은 C국에서 정재계를 모두 아우른다는 점이었다.양화영은 평소 이런 자리에 자주 나오지 못했는데 이는 유태산이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이번에 동행한 것은 이원호가 아내를 동반했기 때문이었다.두 집안이 함께 참석한 모습은 마치 결혼을 앞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앞줄에는 테이블 단 세 개만 놓여 있었다.이씨 집안과 HF그룹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 양화영은 유난히 체면이 선다고 느꼈으나 곧 옆 테이블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지나윤과 피터가 바로 그 옆, 맨 앞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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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이번 주얼리는 패션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BYC 마스터, 즉 지나윤 님께서 이번 자선 경매를 위해 기증하신 작품입니다. 황금 봉황 비녀입니다.”경매사의 소개가 이어지자, 여러 하객의 시선이 감탄과 함께 지나윤에게 향했다.이제 이 자리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지나윤이 피아노 시리즈를 디자인한 BYC 마스터라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는 또 어떤 차별화된 보석을 선보일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뭐야? 빗도 주얼리라고 하는 거야?”양화영은 두 팔을 끼고 중얼거렸다.“황금 봉황이라니 이름부터 촌스럽네. 요즘 상류층에서 누가 금을 착용해.”양화영은 지나윤이 전설의 BYC 마스터인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었다.그저 빗이라는 말만 듣고는 아무도 입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아무도 안 살걸? 유찰되겠지.”양화영이 비웃는 사이, 무대 위에는 이미 지나윤이 기증한 작품이 올라와 있었다.실물을 보는 순간 양화영의 눈이 커졌다.오늘 자선 경매에는 수많은 주얼리 작품이 출품되었다.영화 「타이타닉」의 바다의 심장을 모티프로 한 하트 모양 탄자나이트 목걸이가 있었다.피터가 디자인해 기증한 폭포형 다이아몬드 발찌, 그리고 세계 3대 명품 시계 브랜드가 기증한 앤티크 시계까지.모두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이 자리에 모인 권력자들의 눈에는 지나윤의 디자인이 훨씬 신선하게 다가왔다.지나윤, 즉 BYC 마스터가 주얼리계의 혜성으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나서만이 아니었다.독창적인 설계와 감각적인 창의력으로, 이미 주얼리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늘 새로운 감동을 안겼기 때문이다.지금 무대 위에 놓인 이 비녀도 그랬다.“이 비녀는 최신 5G 골드로 제작되었습니다.”“강도는 K골드에 버금가며, 빗살은 촘촘하고 길게 설계되어 실사용이 가능하고, 올림머리에 꽂아 장식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경매시의 설명이 이어지자 객석 곳곳에서 관심 어린 반응이 나타났다.“전체 디자인은 동양적 미학을 바탕으로 봉황의 꼬리를 형상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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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500만.”갑자기 가격이 한 번에 크게 뛰었다.지나윤은 놀란 눈으로 피터를 바라보았다.“49번 신사분께서 500만 달러를 제시하셨습니다. 500만 달러!”피터는 지나윤을 향해 활짝 웃으며 49번 번호패를 높이 들고 있었다.지나윤은 피터가 경매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500만 달러라는 높은 금액을 부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나 1차로 불리기 끝나기도 전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윌리엄 왕자가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600만.”피터의 미간이 좁아졌다.“610만.”피터가 물러서지 않자, 윌리엄 왕자는 곧바로 응수했다.“620만.”“630만.”두 사람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기에 몇 차례나 가격이 오르내렸다.옆 테이블에서 채윤화는 그 모습을 보며 이원호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두 사람 다 채영이를 마음에 둔 건 아닐까요?”그러나 이원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윌리엄 왕자는 지나윤보다 나이가 어렸고 아직은 다소 미숙해 보였다.반면 피터는 FY그룹의 상무로 외모와 능력 모두 빠질 것이 없었다.그러나 지나윤의 반응을 보면 피터에게 특별한 감정을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이원호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유시진에게 향했다.유시진은 정재계에서 손꼽히는 젊은 인물이었고, 원래 HF그룹과의 혼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하지만 이원호는 자신이 정성껏 고른 사위 후보가, 실은 친딸의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객관적으로 보면 유시진은 충분히 뛰어났다.‘그렇다면 이채영은 왜 유시진과 이혼했을까? 유시진이 먼저 떠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이원호의 이마 주름이 점점 깊어졌다.추측만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지금의 위치에서는 유시진에게도, 지나윤에게도 직접 묻기 어려웠다.그 사이, 피터와 윌리엄 왕자의 경쟁은 1천만 달러까지 올라갔다.이 금액은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보석 중 최고가였다.“1천만 달러!”윌리엄 왕자는 피터를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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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양화영의 말을 들은 이원호와 채윤화는 동시에 놀란 기색을 보였다.“괜히 부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이원호가 양화영에게 정중히 말하자 양화영은 유시진을 힐끗 바라보았다.유시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마치 방금 오간 대화를 전혀 듣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사실 양화영 역시 확신이 없었다.유시진이 이렇게 높은 가격을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유시진이 황금 봉황 비녀를 사용할 일은 없었다.이 정도의 거금을 쓰겠다는 것은 십중팔구 마음에 둔 여자에게 선물하려는 의도였다.양화영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채연서였다.채연서는 유시진의 첫사랑이었고, 귀국 이후 유시진은 채연서를 여러모로 챙겨 주었다.다만 최근 들어 유시진의 태도가 눈에 띄게 식어 보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이 자리에 이씨 집안과 사업 이야기를 나누러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겉으로는 HF그룹과 이씨 집안의 협업 논의였지만, 유시진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그 이면에 혼사를 염두에 둔 의도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예전의 유시진은 어디를 가든 채연서와 함께였다.그러나 이번 자선 만찬에는 채연서를 데려오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여러 생각 끝에, 양화영이 떠올린 인물은 이안영이었다.유시진은 분별력이 있었고 이해득실을 계산할 줄 알았다.이 자리에서 높은 가격으로 보석을 낙찰받아 이안영에게 선물한다면, 이안영의 호감을 얻는 것은 물론 이원호와 채윤화의 신뢰까지 얻을 수 있었다.양화영은 점점 확신이 들었다.유시진은 역시 HF그룹의 후계자였고 이는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었다.5천만 달러라는 고가는 다른 경쟁자들, 심지어 윌리엄 왕자마저도 쉽게 넘볼 수 없게 만들었다.“나윤 씨, 무슨 일 있으세요?”윌리엄 왕자는 유시진이 5천만 달러를 부른 뒤, 지나윤의 표정이 잠시 굳은 것을 눈치챘다.“아무 일 아니에요.”지나윤은 고개를 저었다.피터 역시 지나윤의 표정 변화를 보았다.피터는 지나윤이 정성껏 디자인한 비녀가 유시진의 손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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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지나윤은 문지혁이 이 자선 경매장에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문지혁은 지나윤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앉는 것으로 보아 지나윤은 문지혁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6천만 달러.”옆 테이블에서 유시진이 다시 입찰했고 말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심했다.“시진아...”유태산이 말리려 했다.아무리 이씨 집안에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해도, 비녀 하나에 6천만 달러는 과했다.6천만 달러였다.중소 프로젝트 여러 개, 혹은 대형 프로젝트 하나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그러나 유태산이 아무리 눈짓을 보내도 유시진은 못 본 척했다.입찰가가 6천만 달러까지 오르자,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지나윤이 디자인한 비녀는 분명 정교했고 창의적이었고 사용된 소재 역시 귀금속과 보석이었다.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녀 하나, 주얼리 하나일 뿐이었다.다빈치나 반 고흐의 진품도 아니었고 골동품이라 해도 모든 작품이 이런 가격에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게다가 유시진에게 이 비녀는 실용성이나 수집 가치 면에서 그 정도의 의미는 없었다.이 정도 금액을 부르는 이유는 분명했고 그건 어떤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다.그렇다면 그 여자는 누구일까?하객들 사이에서 낮은 속삭임이 오갔다.지나윤은 유시진이 이 비녀를 낙찰받아 이안영에게 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그러나 6천만 달러까지 치솟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기억을 더듬어 보면, 유시진은 예전에 채연서를 위해 FY 글로벌 한정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 10개를 낙찰받은 적이 있었다.그 목걸이도 고가였지만 6천만 달러에는 한참 못 미쳤다.유태산의 생일에 선물했던 명품 시계도 60억 원 수준이었다.누군가 유시진이 채연서를 위해 6천만 달러를 불렀다고 했다면 믿었을 것이다.그러나 상대가 이안영이라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지나윤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옆 테이블로 향했다.유시진과 이안영의 관계가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 궁금해졌다.‘이미 유시진이 이안영을 쫓아다니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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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모두가 이번 경매가 계속해서 치열하게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던 그때, 유시진이 전례 없는 최고가를 불렀다.“5억.”순간, 제1 파티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5억이라니.’지나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유시진을 바라보았다.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태산, 양화영, 주신해, 채윤화, 조승헌 역시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반면, 양녀인 이안영은 가장 침착해 보였다.선명한 붉은 입술 끝을 살짝 올린 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웃고 있었다.마치 유시진이 자신을 위해 5억 달러를 쓰는 것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했다.그만한 값어치는 된다는 표정이었다.5억 달러라는 금액은 지나윤에게 있어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였다.BYC의 정체를 공개한 이후에도, 자신의 디자인이 언젠가 5억 달러에 낙찰될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옆에 앉은 문지혁은 오히려 화를 내기는커녕,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제야 무대 위의 사회자가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5억 달러!”“5억 달러!”지나윤이 기증한 이 비녀의 최종 낙찰가와 낙찰자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모두가 마지막 망치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5억 달러! 낙찰되었습니다.”유시진은 결제를 마쳤고 작품을 건네받았다.“저희 자선재단에 대한 유시진 대표님의 후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유시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시선을 내려 예물 상자 안의 비녀를 바라보았다.가까이서 보니 지나윤의 뛰어난 공예 실력과 독창적인 디자인 철학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이안영은 자신의 금빛 웨이브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평소에는 금을 좋아하지 않지만, 5억 달러짜리 비녀라면 자신의 머리 위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했다.모두가 유시진이 그 값비싼 비녀를 정중하게 이안영에게 건넬 것이라 예상하던 순간, 유시진은 비녀를 상자에서 꺼냈다.그리고 옆 테이블로 걸어가 지나윤 앞에 멈춰 섰다.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한 지나윤의 시선을 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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