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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apítulo 1001 - Capítulo 1010

1137 Capítulos

제1001화

하이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다가오는 차량을 응시했다.두 차량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질수록, 길가에 서 있던 남자의 움직임이 또렷해졌다.남자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잠시 후, 새까만 총구가 하이석을 향했다.순간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다음 순간.탕!총성이 적막을 갈랐다.총알이 앞 유리를 강타하는 순간, 강화유리는 충격을 견디지 못한 채 탄착점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요란한 총성에 주변 숲에 숨어 있던 새와 들짐승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고, 사방으로 흩어졌다.하이석은 급히 핸들을 꺾어 차를 돌리려 했다.그러나 뒤이어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졌고,탕! 탕! 탕!타이어가 터져 나갔다.총알이 차체의 금속을 때릴 때마다 귀를 찢는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산산이 부서진 유리창 사이로 차가운 가을바람이 차 안으로 거세게 밀려들었다.하이석의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남자는 한 걸음씩 천천히 차 앞으로 다가왔다.차 안의 하이석을 겨눈 총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이윽고 다시 몇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고 세상은 순식간에 침묵에 잠겼다.멀리 서쪽 하늘에서는 저녁노을이 마지막 황금빛을 거두고 있었다.붉게 번져가는 노을은 마치 하늘과 땅마저 집어삼킬 듯 서쪽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였다.*그 시각.멀지 않은 산 위에서는 누군가 특수 장비를 들고 방금 벌어진 모든 일을 빠짐없이 촬영하고 있었다.총성이 완전히 멎자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끝났습니다.""정말 하이석을 쐈군."수화기 너머 남자가 낮게 웃었다."설마 진짜 방아쇠를 당길 줄은 몰랐는데.""지금 시신을 처리하고 있습니다."촬영하던 남자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지시하신 대로 영상도 모두 확보했습니다. 연위성이 사람인지 귀신인지야 중요하지 않습니다. 민간인의 피를 손에 묻힌 이상, 이제는 평생 되돌아갈 수 없겠죠. 앞으로는 마음대로 다루실 수 있을 겁니다."그는 비웃듯 웃음을 흘렸다."어차피 연위성은 당신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설령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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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육씨 집안 본가.소식이 전해졌을 때, 서은주는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하이석이 습격을 당한 뒤 실종됐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가셨다.육강민과 방주헌을 비롯한 사람들 역시 하이석과 아무리 심하게 틀어진 상태라 해도, 사람을 풀어 그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하이석은 원래 일 처리가 과감하고 냉정한 사람이라, 그만큼 지난 세월 동안 원한을 산 이들도 적지 않았다.게다가 하씨 집안은 오래전부터 악명이 자자했다. 세력이 큰 만큼 시기와 원망도 끊이지 않았다.그래서 하이석이 습격당했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에게도 그리 뜻밖의 일은 아니었다.온유란은 주변의 만류도 뿌리친 채 이틀 밤낮으로 인근을 헤매며 그를 찾아다녔다.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해 쓰러진 뒤에야 병원으로 옮겨졌다.정신을 차리자마자 온유란은 링거 바늘부터 뽑고 다시 나가려 했다."움직이지 마라!"유주만이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다."할아버지…"온유란은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 사람… 찾았어요?"유주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만으로도 답은 충분했다.불과 하루 이틀 사이였지만, 온유란은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유주만은 그런 그녀를 차마 바라보기 힘든 듯 팔을 뻗어 품에 안았다."너부터 잘 쉬어야 한다. 더는 우리까지 걱정시키지 마라.""저 정말 괜찮아요. 몸도 멀쩡하고, 아무 문제도 없어요."온유란은 어떻게든 자신이 괜찮다는 걸 증명하려 했다.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유주만이 그녀를 수색 현장으로 돌려보낼 리 없었다.그는 타이르듯 차분히 말했다."네가 가면 다들 널 돌보느라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면 수색도 늦어질 수밖에 없어. 그러니 넌 병원에 남아서 시어머니를 잘 보살펴라."그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무겁게 덧붙였다."하이석 어머니도 충격이 너무 커서 상태가 좋지 않다."온유란은 끝내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현정민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이번 사건은 경성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사람들은 사소한 기척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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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용도 여의치 않으면 개에게 물리는 법이었다지금의 하씨 집안이 딱 그런 처지였다.하이석의 행방을 찾기 위해 집안 사람 대부분이 수색에 나선 탓에, 현정민과 온유란 곁에는 왕 기사와 몇 명의 경호원만 남아 있었다. 그 정도 인원으로는 몰려든 기자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기자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며 차량을 에워쌌다. 차창 너머를 들여다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고, 창문을 두드리며 질문을 퍼부었다."현정민 여사님, 아직도 하이석 씨를 찾지 못한 겁니까?""현재 수색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하씨 그룹이 새 경영자를 선출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하백규가 유력하다는 말도 있고, 하이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이준은 하씨 집안 장남이었다.비록 두 다리를 쓰지 못했지만, 반듯한 이미지와 온화한 인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고 있었고, 경성 상류층에서도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실제로 하이석이 실종된 뒤 며칠 사이 회사 내부는 이미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됐다.핵심 요직은 거의 모두 새 인물로 교체된 상태였다.쏟아지는 질문에 현정민은 두통을 참지 못하고 관자놀이를 짚었다. 그녀는 왕 기사에게 계속 차를 몰라는 손짓을 보냈다.기자들 역시 취재가 목적일 뿐, 설마 정말 차 앞으로 몸을 던질 리는 없었다.그때였다.한 기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현정민 여사님, 하이석 씨가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입니까?"그 한마디가 이미 위태롭게 버티고 있던 온유란의 마음을 그대로 후벼 팠다.온유란은 조용히 왕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말했다."유란아!"현정민이 급히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차 문이 열리고 온유란이 밖으로 내렸다. 기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가을바람이 제법 차가웠지만 그녀는 얇은 연한 색 니트 하나만 걸친 채였다.희고 담백한 얼굴은 수척할 만큼 야위어 있었고, 금세라도 바람에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눈빛 또한 잔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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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하씨 저택.하이석의 숙부들은 하나같이 하이석을 걱정하고 현정민을 문병하러 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한바탕 안부를 묻고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야 비로소 본론을 꺼냈다."형수님, 조카며느리. 회사에서 이틀 뒤 새로운 경영 책임자를 선출할 예정입니다. 두 분도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입을 연 사람은 하백규였다."회사 일인 동시에 집안일이기도 하니까요."현정민은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하지만 하이준만은 마지막까지 남았다.그는 온유란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하이석을 찾게 될 겁니다."온유란은 작게 고개를 숙였다."고맙습니다."하이준은 잠시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지난번 하채린이 웨딩드레스를 망친 일은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지금의 온유란에게 웨딩드레스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하이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저를 찾으세요. 우린 가족이니까요."그러고는 뒤를 돌아섰다."하성곤, 물건 들여놔."하성곤이라 불린 남자가 영양제를 한가득 들고 들어왔다.모든 사람이 돌아간 뒤에야 현정민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나같이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들이야."그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괜히 나중에 뒷말이 나오는 게 싫으니까 우리에게도 미리 통보해 둔 거지. 누가 회사를 맡든 나중에 하이석이 돌아오면 우리도 동의한 일이라고 둘러대려고.""어머님, 그럼 참석하실 건가요?""갈 기분이 아니구나."온유란은 현정민을 부축해 방으로 모셔다 드린 뒤 혼자 뒤뜰로 향했다. 커피를 뒤집어써 얼룩졌던 웨딩드레스는 이미 깨끗하게 복원돼 있었고,벽 한편에는 액자에 담긴 웨딩사진이 조용히 세워져 있었다."사모님."도우미가 따뜻한 국을 들고 다가왔다."여사님께서 요즘 제대로 드시는 게 없다고 걱정하셨습니다. 조금이라도 드셔 보세요."온유란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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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하백규는 육강민의 대답을 듣자마자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그럼 예정대로 진행하시죠."그는 곧바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초기 투자금은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다만 부탁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말씀하시죠.""하이석이 실종된 뒤 회사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합니다. 그래서 새 경영 책임자를 공식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말을 이었다."그 자리에서 성세와의 협력도 함께 발표해 회사와 주주들을 안심시키려 합니다.""기자회견이라..."육강민이 가볍게 되뇌었다."그날 꼭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하백규가 웃으며 덧붙였다."좋습니다."육강민도 선뜻 승낙했다."문제없습니다. 나머지 일은 숙부께서 신경 써 주십시오."곁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육지성도 대강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머릿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하백규는 자신이 회사에 들어온 뒤부터 줄곧 하이석의 발목을 잡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어느새 육강민은 그와 한편이 되어 있었다.'숙부님'이라는 호칭도 어찌나 다정하게 부르는지.하이석은 아직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육강민은 벌써 그의 정적과 손을 잡은 걸까.물론 육지성도 육강민을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일 리 없다는 것을.그래서 그는 연위성 이야기는 더 꺼내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육강민은 피식 웃으며 육지성을 바라봤다."하이준이라..."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성에서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하씨 그룹의 새 경영 책임자가 됐군."입가의 웃음이 조금씩 짙어졌다."육지성, 이상하지 않아? 갈수록 더 흥미로워지고 있잖아."하백규는 그토록 애를 썼는데도 결국 하이준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그런데도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육강민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정말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군.육지성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이석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걸 두고 흥미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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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온유란은 바보가 아니었다.육강민이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단순히 발표회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순식간에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드세요. 몸도 잘 돌보고… 하정현 삼촌과 현정민 이모도 잘 부탁해요."육강민의 담담한 목소리에 온유란은 애써 울음을 삼켰다."...알겠어요."낮게 대답한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서은주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 그녀는 온유란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아까 도우미한테서 들었는데, 요즘 먹기만 하면 자꾸 토한다면서요?"고개를 갸웃한 육민찬이 금세 끼어들었다."유란 이모 아픈 거예요?"온유란은 아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이모가 한동안 밥을 제대로 못 먹다가 갑자기 먹으니까 위가 놀라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민찬이랑 수린이는 이모 따라 하면 안 된다? 밥은 꼭 제때 먹어야 해."서은주는 여전히 미심쩍은 눈빛이었다."정말 위 때문인 거 맞아요? 약은 먹었고요?"온유란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병원에는 가봤어요?""괜찮아요."잔잔히 대답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몸의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그래서 병원에 갈 필요도 없었다.이미 육강민은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약을 전해주고 갔으니까.*하씨 그룹의 기자회견은 그 주말로 급하게 잡혔다.혹시라도 변수가 생길까 서둘러 일정을 잡은 듯했지만, 세간의 관심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오히려 초청장을 받은 사람들의 면면이 공개되자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경성 재계와 상류층에서 이름깨나 있다는 인사들은 거의 모두 참석했고, 각 업계의 거물들까지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었다."육씨 집안 사람들도 온다더라.""하씨 그룹이 발표회에서 성세와의 협력을 공식 발표한다잖아. 육씨 사람들이 오는 건 이상할 게 없지. 그런데 방주헌이랑 허경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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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몇 분이 더 지나자 부하가 다시 다가왔다."방주헌 씨가 이번에는 콜라 한 캔을 달라고 합니다."하이준은 말문이 막혔다.저 방주헌이라는 사람은, 오늘 이 자리를 놀러 온 건가?오늘은 하이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날이었다. 오늘만 무사히 넘기면 그는 명실상부하게 하씨 그룹을 손에 넣게 된다. 더 이상 누구의 기억에서도 밀려난 존재가 아니라, 당당히 그룹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그렇기에 단 하나의 변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잠시 후, 스태프가 발표회 시작까지 15분 남았다고 알렸다.박윤희와 하채린이 나란히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하이준의 어머니와 여동생인 두 사람은 가장 좋은 자리에 안내받았다.원래라면 현정민이 앉았을 자리였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속으로만 혀를 찼다.세상일이란 참,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법이었다.*마침내 발표회가 시작됐다.사회자의 힘찬 개회사가 끝나자 하씨 그룹의 이사진과 경영진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하이준은 한 남성이 밀어 주는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등장했다.온화한 인상에 입가에는 옅은 미소까지 머금고 있어, 겸손하고 해가 없어 보이는 분위기를 풍겼다.마이크를 받아 든 그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바쁘신 와중에도 오늘 발표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잠시 말을 고른 그는 옅게 웃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이런 자리에 서게 될 줄은 저 역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경영 경험도 부족한 만큼 앞으로는 여러 선배님들과 관계자 여러분의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어디까지나 제가 잠시 맡고 있는 것뿐입니다. 하이석이 돌아온다면 회사는 당연히 다시 그에게 돌려줄 생각입니다."무대 아래에서 듣고 있던 방주헌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듣기 좋은 말은 잘하네. 하이석이 절대 못 돌아온다고 확신하니까 저러는 거 아니야? 진짜 나타나도 저렇게 웃으면서 자리 내줄까?"옆에 있던 허경빈도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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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행사장 안은 숨조차 죽은 듯 고요했다.사람들은 모두 대형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반면 무대 위에 서 있던 하씨 그룹의 임원들과 경영진은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 있었다.그중에서도 가장 참담한 사람은 하이준이었다.오늘은 그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었다.성세와의 협력 프로젝트 역시 그가 하씨 그룹을 이끌게 된 뒤 처음 발표하는 핵심 사업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자신의 취임 발표회에 맞춰 공개한 것이기도 했다.그런데 그 모든 계획을 육강민이 사람들 앞에서 산산이 짓밟아 버렸다.그사이 하백규는 심장이 터질 듯 거세게 뛰었다.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소리쳤다."영상 꺼! 당장 꺼 버려!"하지만 영상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직원들을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뭐 하고 있어! 얼른 끄라고!"직원들은 다급한 얼굴로 답했다."영상 송출실 문이 안에서 잠겨 있습니다.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죄다 쓸모없는 것들!"하백규는 이성을 잃은 채 악을 썼다."문을 부수든 뜯어내든 당장 열어!"그때 육강민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숙부님, 저분들은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씨 그룹 직원 한 명이 허겁지겁 무대로 뛰어올랐다.그는 하백규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급히 속삭였다. 하지만 행사장이 너무 소란스러워 하백규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똑바로 말 못 해?"버럭 소리를 지르자 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결국 큰 소리로 외쳤다."성세와의 협력을 위해 준비했던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전부 동결됐습니다!"마침 그 순간, 영상이 뚝 끊겼다.덕분에 직원의 외침은 행사장 구석구석까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무슨 헛소리야!"하백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외쳤다.직원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사실입니다. 은행에서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순간 하백규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천천히 육강민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절망이 어려 있었다.사람들 앞에서 영상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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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그 한마디가 떨어지자 행사장 안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도 없었다.한참 뒤에야 누군가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설마 하이석이 사고를 당한 것도 저 사람이 꾸민 일인가?”“그래도 하이석 외숙부잖아.”“외숙부면 뭐가 달라? 권력을 차지하려고 마음먹으면 못 할 짓이 없지.”낮게 오가는 수군거림이 삽시간에 행사장 곳곳으로 번져 갔다.잠시 후 영상이 끝나고, 꺼져 있던 조명이 일제히 밝혀졌다.하백규는 넋이 나간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수많은 사람 앞에서 옷을 모조리 벗겨진 채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온몸이 발가벗겨진 듯 수치스러웠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하이준을 바라봤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얼음장처럼 싸늘한 눈빛뿐이었다.하백규는 흠칫 놀라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하백규!”그때 객석에 앉아 있던 하정현이 천둥처럼 호통을 내질렀다.미간 가까이 깊게 패인 흉터가 한층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마주한 하백규는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겁에 질렸다.하정현은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이석이한테 일어난 일, 너와 관련 있는 거냐?”“아, 아니에요! 저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요!”하백규는 다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는 하이준을 향해 애원하듯 외쳤다.“이, 이준아. 네가 뭐라도 좀 말해 봐!”하이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차갑게 되묻는 목소리에는 한 점의 온기도 없었다.“이 일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육강민 대표에게 몰래 뇌물을 건네려다 현장에서 들통났습니다. 지금 외숙부께서 해야 할 일은 회사 사람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하는 겁니다.”하이준은 실망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정말 실망스럽군요. 대체 제 믿음을 어떻게 배신할 수 있습니까? 이래서 외숙모와 사촌동생들을 무슨 낯으로 볼 겁니까?”아내와 자식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하백규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핏기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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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경찰과 하씨 가문은 그토록 오랫동안 하이석의 행방을 찾아 헤맸지만 끝내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다.그래서 대부분은 이미 그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있었다.그런데 그가 살아 있었다. 그것도 멀쩡한 모습으로, 지금 이 자리, 모두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하백규를 들고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너무 놀란 나머지 손에 힘이 풀렸고 하백규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애초에 그는 기절한 척 연기하고 있었기에, 행사장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놀란 숨소리만 들었을 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지 못했다.그런데 갑자기 바닥에 내동댕이쳐지자 온몸에 퍼지는 통증에 더는 연기를 이어 갈 수 없었다.본능적으로 눈을 뜬 순간, 눈앞에 선 하이석과 시선이 마주쳤다.순간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이, 이석이?"목소리가 덜덜 떨렸다."내가... 귀신을 본 건가?"하이석이 피식 웃었다."대낮에 무슨 귀신이 있다는 겁니까."익숙한 그 목소리는 지금의 하백규에게는 저승사자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혼백마저 얼어붙을 만큼 서늘했다."외숙부."하이석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오랜만입니다."분명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를 본 하백규는 거의 넋이 나가 버렸다.그는 허둥지둥 바닥을 기어 일어나더니,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며 하이준 쪽으로 달아났다.그 뒤를 하이석이 느긋한 걸음으로 따라왔다.하백규는 몇 걸음 못 가 또 넘어지고, 다시 기어오르기를 반복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이석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외숙부, 그렇게 급하실 것 없습니다."웃음을 머금은 얼굴이었다.하지만 그 모습은 칼을 든 망나니가 여유롭게 사형장으로 걸어오는 것처럼 섬뜩했다.그는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섰다.평소 공식 석상에서 늘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던 모습과는 달랐다.오늘은 훨씬 편안한 차림이었다.오랫동안 자신을 옥죄던 족쇄를 벗어던진 사람처럼 온몸에서는 거칠고도 날 선 기세가 거침없이 흘러나왔다.무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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