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주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하채린이 했던 말을 곱씹고 있었다.겉으로는 몇 마디 안 되는 대화였지만, 그 속에는 교묘한 의도가 숨어 있었다. 온유란과 자신 사이를 이간질하려 들면서도, 그 틈을 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려는 속셈이었다.하씨 가문은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만치 않았다.온유란 성격으로 과연 하채린을 상대할 수 있을까.설령 온유란이 그 속내를 간파하지 못했다 해도, 하이준이라면 다를 줄 알았다.그런데도 아무 일도 없는 듯 흘러가는 걸 보니,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육강민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잠시 통화를 마친 그는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이 시간에 또 나가요?"서은주가 시계를 힐끗 바라봤다.벌써 밤 아홉 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사람을 좀 만나기로 했어."하이석과 틀어진 뒤로는 방주헌조차 집에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육강민 역시 평소 업무상 약속 외에는 밤늦게 나가는 일이 드물었는데, 이런 시간에 누굴 만나러 가는 걸까.*경성의 한 최고급 스파.육강민이 도착했을 때, 하백규는 이미 욕탕 안에서 몸을 담그고 있었다.그는 육강민을 보자마자 얼굴 가득 비위를 맞추는 웃음을 띠며 손을 흔들었다."육 대표, 몇 번이나 모시려고 했는데 이제야 와 주시는군요."육강민은 아무 말 없이 겉옷을 벗어 한쪽에 걸어두고 천천히 탕 안으로 들어갔다.하백규는 하이석의 외숙부뻘 친척으로, 쉰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불룩 나온 배에 온몸은 살집으로 가득했고, 욕탕 안에서도 존재감이 상당했다.그는 육강민의 탄탄한 몸을 훑어보며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특히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렸다가, 이내 제 몸을 내려다보는 순간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비교하지 않으면 상처될 일도 없으련만. 도대체 평소에 뭘 먹고 사는 거지? 같은 남자인데도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속으로 한숨을 내쉰 그는 괜히 민망해져 몸을 물속으로 더 깊이 담갔다."계속 절 보자고 하셨는데 무슨 일 때문입니까?"넓은 욕탕에는 두 사람뿐이었다.하백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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