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준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애초에 그는 연위성을 단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경찰이었던 남자. 죽이지도, 그렇다고 살려 두지도 않은 채 끝없이 고통만 안겨 준 이유는 하나였다.무너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한 사람, 그것도 경찰의 생사를 손안에 쥐고 흔든다는 우월감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이었다.그 긴 세월 동안 연위성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그를 다시 국내로 불러들인 것도 치밀한 계산 끝이었다.연위성을 이용해 육씨 집안과 하씨 집안을 이간질할 생각이었다.오랫동안 자신이 길들여 온 사람인 데다, 손에는 이미 지울 수 없는 피까지 묻어 있었다.설령 경찰로 복귀한다 해도 누가 그를 믿겠는가.수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경찰이었는데.그래서 하이준은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연위성은 끝까지 자신의 손안에 있는 말이라고 믿었다.하지만 그것은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낸 것이나 다름없는 선택이었다.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살가죽이 벗겨지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쇄골마저 꿰뚫리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경찰이라는 신념만큼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도대체 무엇을 위해?가족이 모두 무너져도,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져도,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단 말인가?그토록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계획. 갈등도, 죽음을 가장한 연극도. 모든 것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미끼였다.자신을 어둠 속에서 끌어내기 위한 것.결국 그는 가장 충직한 부하를 잃었고 하백규도 잃었다. 회사 곳곳에 심어 둔 자신의 사람들도 모두 걷어내졌다.심지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까지 동결됐다.정말 완벽한 한 편의 연극이었다.하이준은 언제나 믿어 왔다.이 세상에서 믿을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고.친구도, 연인도. 결국은 모두 배신할 존재라고.하지만 저 사람들은 달랐다.질투가 날 만큼 운이 좋았다.이제 더 이상 그는 그림자 속에 숨어 움직일 수 없었다.모든 것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이상, 자신이 쥐고 있던 가장 큰 무기는 사라졌다.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