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서는 사람이 반드시 아버지일 필요는 없었다. 어머니나 형제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었다.그리고 온유란에게는 이 세상 누구도 도정숙을 대신할 수 없었다.“이석아, 우리 유란이를 부탁하마.”도정숙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온유란의 손을 하이석에게 건넸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그래. 너희 둘만 잘 살면 됐다.”도정숙은 붉어진 눈으로 온유란을 바라보았다. 곁에 있던 사회자가 이제 단상에서 내려가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자,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그때, 등 뒤에서 온유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도정숙의 몸이 순간 굳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온유란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평생을 맡겨도 좋을 사람에게 제 손으로 온유란을 보낼 수 있었으니, 이제 아무런 여한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다시 돌아서는 순간, 참아 온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사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온유란이 시집가는 모습을 직접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반면 온창섭은 결혼식장에 들어올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그 시각, 하이석과 온유란은 사회자의 물음에 따라 서로에게 평생을 약속하는 서약을 맺고 있었다. 반지를 교환할 때는 하이석이 고개를 숙여 온유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이제 신랑은 신부에게 입을 맞춰도 좋습니다.”사회자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온유란은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안색이 조금 더 화사해 보이도록 입술에 붉은빛을 더한 것이 전부였다.그러나 그 한 점의 선명한 빛깔만으로도 그녀는 더없이 곱고 화사해 보였다.하이석은 몸을 낮추고 두 손으로 온유란의 얼굴을 감쌌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순간이 절묘하게 가려져, 하객들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곧바로 아래에서 짓궂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하이석 씨, 이건 안 되죠! 다시 한번 하세요!”“맞아, 하나도 안 보였다고!”방주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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