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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apítulo 1051 - Capítulo 1060

1137 Capítulos

제1051화

하이석과 온유란이 도착했을 때도 연우진은 여전히 볼이 잔뜩 부어 있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웃음소리가 모두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는지, 조그만 얼굴에는 좀처럼 서운한 기색이 가시지 않았다.온유란은 아이 곁으로 몸을 낮추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보송보송한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우진이, 누가 괴롭혔어?”연우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토라진 마음만큼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온유란이 웃으며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자, 아이의 두 뺨이 금세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육남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아들은 또래보다 유난히 조숙해 한번 마음이 상하면 좀처럼 달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온유란을 좋아해서, 그녀가 눈을 맞추고 방긋 웃어 주기만 하면 금세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정말이지, 육남혁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온유란은 곁에 있던 손범진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포대기 속에 폭 싸인 작은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 두둑한 돈 봉투 하나를 아기 곁에 놓아 주었다.그때 뜻밖에도 하이석이 아이를 한번 안아 보고 싶다고 나섰다.그는 얼마 전부터 임산부와 신생아를 돌보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에 등록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육남혁의 추천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초보 아빠 교실에 등록한 동기이기도 했다. 가끔 만나면 그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방법이 유용했는지를 제법 진지하게 이야기하며 서로의 학습 성과와 경험을 나누곤 했다.마침 오늘은 하이석에게 배운 것을 직접 실습해 볼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아기를 품에 안고 그동안 익힌 솜씨를 시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그러나 수업 시간에 안아 본 것은 어디까지나 차갑고 가벼운 모형 아기뿐이었다. 따뜻한 체온과 옅은 젖내를 품은 진짜 아기를 처음 안아 보니, 팔에 전해지는 무게부터 보드라운 감촉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조그만 몸이 혹시라도 불편할까 봐 하이석의 움직임도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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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솔로인 게 뭐 어때서? 뭐 보태준 거라도 있어? 왜 그렇게 참견이야!’허경빈은 속으로 툴툴거렸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짝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못내 부럽기는 했다. 그나마 같은 처지인 연위성에게 다가가 서로의 외로움이나 달래 볼 생각이었는데, 정작 그는 손범진의 사진을 몇 장 찍어 누군가와 한창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허경빈이 누구와 대화하느냐고 묻자 연위성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내 심리 상담사.”허경빈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도대체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건지, 친구를 사귀러 다니는 건지 묻고 싶었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넓은 세상에 홀로 남은 솔로는 자신뿐인 듯했다.게다가 요즘은 일이 끝난 뒤 함께 밥을 먹거나 술 한잔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다. 누구는 집에서 아이를 달래야 한다고 했고, 누구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심지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방주헌마저 요즘 몸을 관리한다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나중에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나.허경빈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결혼도 안 한 놈이 무슨 임신 준비야!*손범진의 한 달 잔치는 그리 성대하게 치러지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만큼은 더없이 따뜻하고 흥겨웠다. 환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축하의 말과 음식 향이 뒤섞여 잔칫날다운 온기를 자아냈다.손리정은 임신하기 전부터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가 바뀌고 봄이 오면 곧바로 논문 심사를 받을 수 있었으므로, 앞으로도 반년 남짓은 서은주와 학교에 함께 다닐 수 있었다.손리정의 어머니는 아이를 돌봐 주기 위해 경성에 남았다. 육지성도 따로 보모를 고용한 데다 손범진은 유난히 손이 적게 가는 순한 아기였다.그래서 서은주는 종종 감탄하듯 말했다.“어떤 애들은 부모 속 썩이려고 태어난다는데, 우리 범진이는 진짜 효도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손리정도 제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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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엄마, 허경빈은 오늘 안 오나 봐요.”하채린은 한참 동안 연회장 안을 둘러보았지만 허경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딸의 목소리에 박윤희가 손등을 가볍게 토닥였다.“조급해하지 마. 오늘 못 만나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그래도…”하채린은 불안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시간이 하루씩 늘어날수록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임신 사실이 언제 들통날지 몰라 하루도 편히 지낼 수 없었다. 게다가 허경빈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매일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모녀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방주헌과 강희진이 연회장에 들어섰다.그 뒤를 이어 하이석과 온유란이 나타났다. 두 사람을 발견한 하채린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어머니 뒤로 몸을 숨겼다.하지만 하이석은 이미 그녀를 본 뒤였다. 그의 입가에 싸늘한 비웃음이 떠올랐다.결혼식에서 그런 일을 겪고도 저토록 화려하게 치장하고 돌아다니다니. 하채린이 이토록 낯 두꺼운 사람인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그때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하이석 부부에게 인사를 건넸다.뜻밖에도 온유란을 쫓아다니며 온갖 소동을 일으켰던 동 대표였다.그는 한때 온유란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다가 숱한 웃음거리를 만들었다. 급기야 지구대에 끌려간 적까지 있었고, 하이석이 보낸 사람들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뒤로는 더 이상 온유란을 괴롭히지 못했다. 그 일로 충격을 받은 탓인지 한동안 정신까지 온전치 못했다.결국 동씨 가문은 그를 외국으로 보내 요양하게 했다. 온유란과 하이석이 무사히 결혼식을 올린 뒤에야 귀국을 허락했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렇게 다시 마주하고 보니,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졌다.동 대표가 처음부터 하이석이 온유란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무리 간이 컸어도 감히 그녀를 쫓아다니지는 못했을 것이다.누가 하이석더러 속마음을 그토록 철저하게 감추라고 했단 말인가.“오, 오랜만입니다. 결혼 축하드려요.”동 대표가 다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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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하채린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한편 허경빈은 조금 전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따갑게 달라붙는 시선을 따라 주변을 훑어보던 그는 문득 하채린과 눈이 마주쳤다.허경빈은 뜻밖이라는 듯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돌렸다. 그 모습만 보면 마치 허경빈이 먼저 그녀에게 추파라도 던진 것 같았다.허경빈은 영문을 몰라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뭐지?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왜 저렇게 보면서 웃어?’*이름난 집안의 어른들은 대부분 휴게실에 머물다가 경매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하나둘 행사장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그들 사이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행사는 명목상으로는 자선을 위한 자리였지만, 동시에 인맥을 넓히기에도 좋은 사교의 장이었다. 그래서인지 집안 어른의 손에 이끌려 나와 처음 인사를 나누는 젊은 남녀가 곳곳에 보였다.어른들이 자리를 비우고 나면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았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 가는 모습에서는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다.그 광경을 바라보던 강희진이 웃으며 말했다.“자선 경매가 아니라 단체 소개팅이라도 하나 봐요.”온유란도 주위를 둘러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시각, 허경빈은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오늘 성과는 좀 있냐?]허경빈은 어이가 없었다.성과라니?아버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설마 연애와 결혼도 사업처럼 성과를 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곧이어 아버지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경빈아, 네 주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창 중에도 벌써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은 사람이 많잖아. 너도 좀 보고 배워.]허경빈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아빠, 제 동창 중에는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된 애도 있는데요. 그것도 보고 배워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네가 정말 출가하고 싶으면 산 하나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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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허경빈은 제 얼굴을 슬쩍 만져 보았다.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방주헌은 그 모습을 보더니 소리 내어 웃었다.“봤지? 쟤는 너만 보면 그때 생각부터 나는 거야. 그런데 넌 어릴 때 왜 그렇게 쟤를 괴롭힌 거야?”왜 괴롭혔느냐고?초등학생 때의 일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겠는가. 흐릿한 기억 속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장면이 몇 개 있기는 했지만, 마침 자선 경매가 시작되면서 허경빈의 관심은 곧 단상 위의 경매품으로 옮겨 갔다.*경매가 시작되자 서은주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경매품 목록을 천천히 넘겨 보았다.오늘 나온 물건은 모두 참석자들이 기부한 것으로, 종류도 가치도 제각각이었다. 그중 서은주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독특한 형태의 금 목걸이였다. 은은하게 빛나는 황금 위에 화려한 에나멜 장식이 더해져 있어, 딸의 생일 선물로 잘 어울릴 것 같았다.그녀가 한 페이지에 오래 시선을 두자 육강민이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낮게 물었다.“이게 마음에 들어?”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걸로 하지.”보통 자선 경매에서는 누군가가 특정 물건을 몹시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면 굳이 경쟁하거나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특히 육강민이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경매에 참여하던 사람들은 하나둘 들고 있던 번호표를 내려놓았다.마지막까지 육강민과 경쟁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하이준.“저 두 사람, 또 맞붙은 거 아니야?”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수군거림이 번졌다.하이준이 갑자기 목걸이 가치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을 부르자, 경매장 곳곳에서 놀란 탄성이 흘러나왔다. 액수 자체가 그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보아도 물건이 탐나서라기보다는 육강민에게서 빼앗으려는 의도가 훤히 보였다.육강민이 다시 번호표를 들려 하자 서은주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됐어요. 이제 별로 갖고 싶지 않아요.”육강민이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 안 사도 돼?”“이런 목걸이는 금은방에 가도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요. 세상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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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혹시 필요한 게 더 있으시면 언제든 저를 찾아 주십시오.”호텔 지배인은 정중한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저희 호텔은 보안은 물론이고 다른 시설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유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었고, 그만큼 사생활 보호에 민감했다. 그래서 경매장과 만찬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의 감시 카메라는 모두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지배인은 준비해 온 객실 카드를 사람들에게 한 장씩 건넸다. 그러나 방주헌은 손을 내저으며 받지 않았다.“경빈아, 넌 언제 갈 거야?”방주헌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어느덧 밤 열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제는 강희진을 집까지 데려다줘야 했다.그렇지 않았다가는 강정한이 당장이라도 이곳으로 쳐들어올 게 뻔했다.함께 카드놀이를 동 대표가 아쉬운 듯 물었다.“방 대표님, 벌써 가시게요?”방 안에는 동 대표를 비롯해 평소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이들이 몇 명 더 있었다.“벌써라니요, 시간 좀 보세요.”방주헌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다줘야 합니다.”허경빈은 손에 든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난 조금 더 놀다 갈게. 너희끼리 먼저 가.”그는 애초에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지금 들어갔다가는 아버지가 오늘 만난 여자라도 있느냐며 끈질기게 캐물을 게 분명했다.그런 집에 제 발로 어떻게 들어간단 말인가. 차라리 이곳에 남아 카드놀이나 하는 편이 나았다.*만찬이 끝나 갈 무렵, 하이준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덕분에 하채린과 박윤희에게는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박윤희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살핀 뒤 딸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알아보니까 허경빈은 아직 안 갔대. 오늘 호텔에서 자고 갈 가능성이 크다더라. 방 번호까지 알아 왔어.”그녀는 말과 함께 객실 카드 한 장을 하채린의 손에 쥐여 주었다.차가운 카드가 손바닥에 닿자 하채린의 호흡이 급격히 빨라졌다.“엄마,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요?”“방법을 조금만 쓰면 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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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다음 날.한 기자가 옷을 든 허경빈의 비서가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십여 분쯤 지나자 허경빈이 비서와 함께 호텔을 나섰다. 그는 걸음을 옮기면서 셔츠 소매의 단추를 채우는 한편, 비서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멀리서 촬영된 화면 속에서도 그의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희미한 잇자국 같은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고배율 렌즈로 확대해도 정확히 알아보기는 어려웠다.허경빈은 호텔을 나온 뒤 곧장 허씨 그룹으로 향했다.전날 밤 호텔에 묵은 유명 인사들이 많았기에,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이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그 시각, 호텔 1508호.고요한 방 안에서 휴대전화의 진동음이 울렸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사람이 몸을 뒤척이다가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워 들었다.“엄마?”하채린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제 목소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잘됐지?”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박윤희의 목소리는 기대감에 잔뜩 들떠 있었다.하채린은 부끄러운 듯 작게 대답했다.“네.”“허경빈은?”“언제 나갔는지 모르겠어요.”“내가 뭐랬니. 세상에 아무리 정숙한 남자라도 그런 상황에서 버틸 수는 없다니까. 허경빈처럼 젊고 혈기 왕성한 남자가 어떻게 참겠어? 우선 씻고 있어. 엄마가 바로 갈게.”“알았어요.”전화를 끊자 지난밤의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하채린의 뺨 위로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허경빈은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반듯한 인상이었지만, 잠자리에서는 전혀 달랐다.생각보다 훨씬 거칠고 별난 취향도 많았다.쉴 새 없이 방법을 바꿔 가며 몰아붙이는 바람에 죽을 만큼 힘들었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던지 그가 언제 방을 나갔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침대 위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엉망이었다. 하채린은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겨우 침대에서 내려왔다.목욕이라도 하려고 욕실로 향하던 그녀는 침대 옆 탁자 위 재떨이 밑에 눌려 있는 사만 원을 발견했다.이게 뭐지?어질러진 방 안을 둘러보던 하채린의 얼굴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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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방주헌은 육강민 앞에서는 감히 어른 행세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단체 채팅방에서는 더 이상 그를 육강민이라고 부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카사위’라 칭하고 있었다.허경빈은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다.[주헌아, 너무 신나 하지 마. 그러다 강민이가 너희 집으로 쳐들어간다.][걱정 마. 나 지금 지방 출장 중이야. 우리 집에 가 봤자 나 못 잡아.]그 메시지를 본 육강민이 이를 악물었다.출장을 갔으니 저렇게 겁도 없이 까부는 것이었다.곧이어 방주헌이 화제를 돌렸다.[경빈아, 삼촌이 너한테 절 지어 주신다던데. 그거 진짜냐?][꺼져!][이 형이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너도 이제 여자 친구 좀 만들어. 나도 예전에는 혼자가 편한 줄 알았거든? 그런데 우리 희진 씨 만나고 나니까 알겠더라. 연애가 참 좋다는 걸.]육남혁이 곧장 동조했다.[인정.]하이석도 뒤를 이었다.[나도 인정.]그 순간 시스템 알림이 떴다.[육강민 님이 채팅방 이름을 ‘외로운 솔로를 보살피는 모임’으로 변경했습니다.]허경빈은 속에서 피가 솟구치는 기분이었다.발끈해서 답장을 보내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화면에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가 떠 있었다. 별생각 없이 전화를 받은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여보세요?”“허, 허경빈 씨 맞죠?”여자의 목소리였다.“누구세요?”“저 하채린이에요.”허경빈은 뜻밖의 이름에 잠시 멈칫했다.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하채린이 억지로 가늘게 꾸민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껏 수줍은 척하는 말투였다.“갑자기 전화해서 당황하셨죠? 다름이 아니라 그날 밤 일 때문에…….”“무슨 일이요?”단체 채팅방에서 실컷 놀림을 받은 탓에 허경빈은 그렇지 않아도 짜증이 난 상태였다.“우리 만나서 얘기해요.”허경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대뜸 욕설을 내뱉었다.“미친 여자네.”그러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번호까지 차단했다.전화기 너머에서 수줍게 웃고 있던 하채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눈빛마저 어둡게 가라앉은 그녀가 곁에 있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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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이틀 뒤, 박윤희는 하채린을 데리고 곧장 허씨 저택으로 찾아갔다.허씨 부부는 예고도 없이 나타난 두 사람을 보고 당황했다.아들 허경빈이 하이석과 가까운 사이였기에 하정현 가족과는 왕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밖의 하씨 가문 사람들과는 줄곧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그래도 찾아온 손님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어 두 사람을 정중히 집 안으로 들이고 차를 내왔다.그런데 박윤희의 태도가 가관이었다.그녀는 거만하게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허씨 가문에서는 평소에 이런 차를 마시나요?”찻잔을 내려놓은 그녀는 옆에 앉은 하채린을 가리키며 덧붙였다.“우리 채린이는 차를 안 마셔요. 몸보신을 해야 하니 따뜻한 우유나 한 잔 가져다주세요.”허씨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허경빈 어머니 눈에 황당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에요?’허진강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이 여자 제정신이에요? 남의 집에 찾아와서 왜 이렇게 안하무인이에요?’허진강은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가리켰다.‘아무래도 머리가 좀 이상한가 봐.’두 사람의 태도에 집안의 가사도우미들마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어디서 굴러들어 온 인간이기에 감히 허씨 가문에서 주인 행세를 한단 말인가.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따뜻한 우유는 나오지 않았다. 민망해진 박윤희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허경빈 씨는 집에 없나요?”허진강이 곧바로 대답했다.“경빈이는 지금 없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저한테 말씀하셔도 됩니다.”“그럼 그렇게 하죠.”박윤희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하채린은 곤란한 얼굴로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엄마, 우리 그냥 가요.”“가긴 어딜 가! 너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늘 남한테 당하고 사는 거야!”“그 사람이 절 괴롭힌 게 아니에요. 그날 일은 저도 원해서 그런 거예요.”“이 답답한 계집애야!”두 사람은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한 듯 말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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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모녀는 허씨 저택에서 완벽한 연극 한 편을 펼치고 나왔다.차에 올라탄 하채린은 뺨에 남은 눈물을 닦으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엄마, 이 방법이 정말 통할까요?”박윤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딸의 손을 토닥였다.“넌 아무 걱정 말고 집에서 기다리기만 해. 조만간 허씨 가문에서 청혼하러 찾아올 테니까.”*허경빈은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 시각 육강민을 비롯한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지방 출장을 다녀온 방주헌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대부분 현지에서 사 온 특산품이었다. 육씨 집안에는 아이들이 있어 따로 작은 장난감까지 몇 개 챙겼다.방주헌은 출장지에 소원을 잘 들어주기로 유명한 절이 있다며 연주에게 줄 염주 팔찌도 내놓았다. 아이를 무사히 낳게 해 준다는 말에 일부러 구해 온 것이었다.“내가 대신 고맙다고 전할게.”그날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연주를 대신해 육남혁이 선물을 받아 들었다.방주헌이 다시 팔찌 하나를 꺼냈다.“이건 형수님 거예요.”그가 절에서 받아 온 염주 팔찌는 모두 세 개였다. 두 번째 팔찌는 임신 중인 온유란의 몫이었다.“고마워요.”온유란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받아 찬찬히 살펴보았다.마지막으로 방주헌은 남은 팔찌 하나를 허경빈에게 내밀었다.“그리고 이건 네 거.”허경빈은 팔찌와 방주헌을 번갈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 것도 있다고?”“응. 이건 좋은 인연을 불러온대.”허경빈은 질색하며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방주헌이 순순히 물러날 리 없었다. 그는 억지로 허경빈의 손을 붙잡아 팔찌를 채웠다.그러다 허경빈의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남아 있는 선명한 잇자국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방주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이거 누가 물었어?”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내가 물었어!”허경빈은 다급하게 대답했지만, 눈동자는 불안하게 좌우로 흔들렸다.누가 보아도 거짓말이었다.사람들이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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