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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apítulo 1071 - Capítulo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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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화

“허경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박윤희는 자신이 허경빈의 약점을 틀어쥐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 일을 낱낱이 폭로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무대 위에 선 하채린은 환한 조명을 정면으로 받은 채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녀의 창백한 입술 사이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미쳤어… 너, 미쳤구나!”허경빈은 싸늘하게 비웃었다.“저는 그저 궁금한 게 몇 가지 있을 뿐입니다.”그는 마이크를 든 채 하채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첫째, 채린 씨 말로는 자선 경매가 열렸던 날 밤 저와 관계를 맺었고, 그 일로 임신했다고 했죠. 그럼 저희가 어떤 경위로 같은 방에 들어가 관계를 맺게 됐는지 묻고 싶습니다.”허경빈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질문 하나하나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저와 채린 씨는 서로 얼굴만 알 뿐 친분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왜 제 방에 들어와 있었죠? 그리고 제 객실 카드키는 어떻게 손에 넣었습니까?”그동안 오간 이야기는 모두 하채린의 임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허경빈이 그날 밤의 구체적인 경위를 캐묻지 않았던 탓에, 하채린은 이런 질문을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입술만 달싹일 뿐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모르겠습니까?”허경빈이 더욱 몰아붙였다.“그렇다면 대신 대답해 줄 사람을 모셔 보죠.”그의 말이 끝나자 어느 호텔의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지배인과 함께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왔다.직원은 무대에 오른 뒤 아래쪽에 서 있는 박윤희를 흘끗 바라보았다.“죄송합니다. 저도 호텔에서 잘리고 싶지는 않아서요.”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때 여사님께서는 허경빈 씨와 따로 할 말이 있다면서 여분의 카드키를 달라고만 하셨잖아요. 이런 일을 벌이실 줄은 저도 정말 몰랐습니다.”“내가 무슨 일을 벌였다는 거야!”박윤희가 곧장 무대로 달려 올라왔다.“하채린 씨와 허경빈 씨가 관계를 맺게 만들려고 하신 것 아닙니까?”“헛소리하지 마!”격분한 박윤희는 직원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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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허경빈, 이 천하의 몹쓸 놈아! 허씨 집안에서는 자식을 이따위로 가르쳤어?”끝내 이성을 잃은 박윤희가 허경빈에게 달려들었다. 손을 높이 치켜들어 그의 뺨을 후려치려는 순간, 경호원이 재빨리 다가와 손목을 붙잡았다.박윤희가 자세히 보니 뜻밖에도 하씨 집안 사람이었다.“이 개 같은 것들아! 눈 똑바로 뜨고 내가 누군지 봐! 감히 내 앞을 막아? 당장 놓지 못해!”그녀는 온 힘을 다해 팔을 비틀었지만 건장한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하이석을 노려보았다.“하이석, 네가 데려온 사람이 감히 나한테 손을 대?”하이석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뒤 부하에게 놓아주라는 눈짓을 보냈다.박윤희가 한창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던 순간이었다. 경호원이 갑자기 손을 놓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그녀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아래에서 곧바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허경빈도 낮게 웃었다.“허씨 집안이 저를 어떻게 가르쳤는지는 여사님께서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딸에게 한밤중에 남자 방으로 숨어들라고 부추긴 사람이 어머니 자격을 운운합니까?”“이 개자식, 이 천하의 못된 놈이…!”박윤희의 얼굴은 온통 붉게 달아올랐다. 숨마저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허경빈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은 표정이었다.대체 자신은 왜 저 반듯하고 멀쩡한 얼굴에 속았던 것일까.“엄마, 일단 일어나요.”하채린은 불안한 얼굴로 어머니를 부축했다.“우리 그냥 빨리 나가요.”애초에 모든 일을 꾸민 사람은 박윤희였다. 어머니의 말에 따랐던 하채린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이어 터지자 완전히 넋을 잃었다.지금은 그저 이곳에서 달아나고 싶을 뿐이었다.“가긴 어딜 가!”박윤희는 허경빈을 악독하게 노려보았다.“내가 일을 크게 만들지 않은 건 너희 허씨 집안의 체면을 생각해 줬기 때문이야.”그녀는 이를 악물었다.“그런데 너희가 이렇게 염치없이 나온다면 나도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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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순간 넓은 프라이빗 룸 안이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가, 일제히 하채린에게 시선을 돌렸다.하채린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얼굴은 핏기 한 점 없이 눈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때 방주헌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이 사람, 그때 그 사람 아니야?”그는 한참 동안 남자의 이름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다. 결국 머릿속에서 떠오른 단어를 그대로 내뱉었다.“빨간 팬티!”룸 안이 폭소로 뒤집혔다.졸지에 ‘빨간 팬티’로 불리게 된 동 대표의 얼굴은 참담하게 굳었다.과거 온유란을 쫓아다닐 때 벌어진 빨간 팬티 사건은 한동안 경성 사교계에 널리 퍼졌었다. 이제는 누구도 꺼내지 않는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는데, 방주헌이 기어코 다시 들춰낸 것이다.동 대표는 낯이 뜨거워 견딜 수 없었다.그러나 하채린은 웃을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허경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처음에는 호텔 직원을 매수해 나를 모함하더니, 이제는 이런 쓰레기 같은 남자까지 데려와서 누명을 씌우려는 거예요?”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허경빈 씨, 당신이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인 줄은 몰랐어요. 아이를 버리려고 제 인생까지 망가뜨리려 하다니…”하채린이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자 박윤희는 서둘러 딸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허경빈을 원수처럼 노려보았다.그 표정이 어찌나 살벌한지, 마치 그가 박윤희 집안의 조상 묘라도 파헤친 사람 같았다.“쓰레기 같은 남자라니? 말 다 했어?”그 표현에 발끈한 동 대표가 무대로 뛰어 올라왔다. 그는 억울하다는 듯 허경빈에게도 따져 물었다.“허경빈 씨, 이게 무슨 말인지 확실히 설명해 주셔야겠습니다.”“자선 경매가 열렸던 날 밤, 우리 함께 카드놀이를 했죠?”허경빈이 차분하게 물었다.“그날 당신이 가져간 게 제 객실 카드키였던 것 아닙니까?”“제가…”동 대표는 몇 초간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대답했다.“저는 어떤 게 허경빈 씨 카드키인지 모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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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이런 미친!박윤희는 여전히 딸을 품에 안고 있었다. 품 안의 하채린은 체에 거른 듯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두려움에 완전히 사로잡힌 채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그제야 박윤희도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설마 그날 밤 방에 들어온 남자가 정말 허경빈이 아니라 눈앞에 서 있는 이 망나니였단 말인가?동 대표는 애초에 변변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교계에서 평판도 형편없었고, 온유란을 쫓아다니며 온갖 우스운 사건을 벌인 탓에 명문가 여자들 중 그를 좋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딸을 어떻게든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려 했던 박윤희 역시 동 대표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복잡해졌다.동 대표의 증언은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심지어 침대에서 별난 놀이까지 했다고?동 대표는 하채린이 그렇게 천박하고 음탕한 여자가 아니니, 자신과 관계를 맺은 사람일 리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그런 말을 꺼낸 것이었다.그러나 실제로는……하채린의 표정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그녀는 동 대표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눈에는 충격과 경악, 그리고 섬뜩할 정도의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당장이라도 그를 산 채로 뜯어 먹을 듯한 눈빛이었다.동 대표는 그 시선에 놀라 온몸을 움찔했다.‘설마…’‘그날 정말 내가 하채린과 잔 건가?’*그때 허경빈이 기다렸다는 듯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사실 그날 밤 방에 들어간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아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는 박윤희 모녀를 바라보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보관해 둔 침대 시트를 검사하면 됩니다. 저와 동 대표가 각각 유전자 검사를 위한 검체를 제출하면 누구의 것인지 금방 밝혀지겠죠. 저희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여러 기관에 나눠 검사를 의뢰해도 좋습니다.”허경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어차피…”그의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떳떳한 사람은 무엇도 두려울 게 없으니까요.”그는 어떤 조사든 모두 받겠다는 태도였다.사실 여기까지 온 이상 진실이 무엇인지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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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저 아가씨와 허경빈 사이에는 어릴 적부터 묵은 감정이 있었다. 그런 사이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굳이 나서서 그를 도와줄 리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경호원이 왜 허경빈에게 약을 가져다주었을까?설마 두 사람이…그럴 리 없었다.그저 우연히 마주쳤을 뿐일지도 몰랐다.“당신들도 한패야! 전부 한통속이라고!”하채린은 남자 경호원을 손가락질하며 사납게 몰아붙였다.“말해 봐. 허경빈에게 대체 얼마를 받아먹었길래 이런 거짓 증언까지 하는 거야?”구석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던 여자가 찻잔을 내려놓고 경호원을 바라보았다.“방금 저 여자가 한 말, 전부 녹음했죠?”“네, 아가씨. 모두 녹음했습니다.”“변호사에게 연락해서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요.”“곧바로 처리하겠습니다.”하채린은 눈앞이 캄캄해졌다.여자는 당황한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우리가 허경빈 씨와 한통속이라고 했죠? 법정에 가서도 똑같이 주장하려면 그에 맞는 증거를 준비하세요.”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서늘한 위압감이 흘렀다.“이미 성인이잖아요. 자기가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죠.”프라이빗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이제는 누구도 경호원의 증언을 의심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와 허경빈을 번갈아 쳐다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그러나 서은주는 여전히 구석에 앉은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저 사람, 지난번 자선 경매에서 마주쳤던 여자 아니에요?”온유란이 웃으며 말했다.“허경빈 씨 손에 났던 상처도 혹시 저 사람이 물어서 생긴 거 아닐까요?”“틀림없이 저 여자예요.”방주헌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단언했다.허경빈도 그녀가 나서서 자신의 행적을 증명해 줄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얼어붙었다.곁눈질로 육강민 일행의 짓궂은 시선을 알아차린 그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하채린은 그날 밤 허경빈의 행적을 증명해 줄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원래는 끝까지 억지를 부리고 물을 흐려 어떻게든 허경빈이 깨끗하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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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동 대표, 감히 내 딸을 걷어차? 오늘 아주 끝장을 보겠어!”박윤희는 핏발 선 눈으로 주위를 훑더니 돌연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탁자 위에 놓인 술병을 움켜쥔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동 대표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쨍그랑!유리병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 동 대표의 얼굴 위로 길고 붉은 핏줄기가 여러 갈래로 흘러내렸다.“이 미친 여편네가!”동 대표는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신음하며 박윤희를 거칠게 밀쳐 냈다. 중심을 잃은 그녀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곳곳에 흩어진 유리 조각이 발바닥과 다리를 깊이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피가 배어 나와 바닥을 붉게 물들였고, 살이 찢기는 듯한 통증에 박윤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깨진 병목을 움켜쥔 채 동 대표에게 달려들었다.연위성이 곧장 그녀의 손목을 걷어차 병을 날려 버리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정말 피바람이 불었을지도 몰랐다.몇 분쯤 지났을까.누군가 신고했는지 인근 지구대 경찰들이 급히 들이닥쳐 가까스로 현장을 진정시켰다. 난데없이 아들이 아버지가 됐다는 소식을 들은 동 대표의 부모까지 황급히 달려왔다.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경찰은 사건에 얽힌 사람들을 우선 클럽 측에서 마련한 조용한 별실로 데려갔다. 당사자들과 허경빈, 연위성은 물론이고, 줄곧 구석에 앉아 있던 그 아가씨까지 참고인으로 함께 불려 갔다.육강민 일행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별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다만 서은주만은 예외였다. 그녀가 의사였기에 경찰이 세 사람의 상처를 먼저 살펴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하채린은 병원에 가기를 완강히 거부했다.그러나 하채린과 박윤희는 진찰조차 받지 않겠다며 서은주에게 모진 말을 퍼부었다. 서은주가 자신들을 해칠 게 분명하다는 억지까지 부렸다.두 사람에게는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었다. 서은주에게 진찰받았다가는 하채린이 임신한 지 이미 꽤 오래됐다는 사실을 들킬 수 있었다. 그러니 병원에는 더더욱 갈 수 없었다.경찰은 두 사람이 악을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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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대체 뭔데 그래?”그녀가 의아해하던 순간, 방 안에 낯 뜨거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뒤엉킨 남녀의 거친 숨소리와 억눌린 신음이 한데 섞였고,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들까지 적나라하게 흘러나왔다. 별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붉혔다.허경빈에게 시야를 가로막힌 아가씨도 순식간에 귀 끝까지 새빨개졌다. 귓바퀴가 불에 덴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화면은 보이지 않았지만 적나라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는 듯 민망해 그녀는 어쩔 줄을 몰랐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허경빈이 두 손을 뻗어 그녀의 귀를 덮어 버린 것이다.그렇다고 모든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허경빈이 이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허경빈의 손바닥에는 그녀의 뜨겁게 달아오른 귓불에서 전해진 열기가 고스란히 번졌다.곁에 서 있던 경호원은 할 말을 잃었다.‘두 분 지금… 무슨 청춘 로맨스라도 찍고 계십니까?’육강민 일행은 별실에 들어오지 못했지만, 서은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본 그녀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뜻밖에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한 얼굴이었다.*한편, 온갖 사건을 겪어 온 경찰들마저 영상 속 소리에 귀까지 붉어져 있었다.영상에 찍힌 사람은 하채린이었다.그것도… 두 남자와 함께였다.“와, 미쳤네. 당신 딸 원래 이렇게까지 화끈하게 놀아? 남자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네?”동 대표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그러고도 뱃속의 애가 내 아이라고 우겨? 대체 어떤 놈의 자식인지 누가 알아!”하채린은 허경빈의 손에 이런 증거가 들어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 영상은 하이석과 온유란의 결혼식 날 촬영된 것이었다. 그녀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수치심마저 모조리 벗겨 내는 증거였다.애초에 그 카메라는 온유란과 연위성의 은밀한 장면을 찍으려고 자신이 직접 들고 들어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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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다들 지구대로 갔어요. 추가 조사도 받아야 하고, 진술서도 작성해야 한대요.”“허경빈도 갔어요?” 방주헌이 묻자 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우리한테는 먼저 돌아가라고 했어요. 하채린 쪽 일은 이미 정리됐으니 걱정하지 말라고요.”방주헌이 코웃음을 쳤다.“누가 그 자식을 걱정한대요? 제가 궁금한 건, 허경빈이 대체 언제부터 송씨 집안의 그 아가씨와 엮였느냐는 거죠. 손까지 물렸던데, 그 집 경호원이 나서서 알리바이까지 증명해 줬잖아요.”“말하고 싶으면 자기가 알아서 말하겠죠. 자, 이제 돌아갈까요?”서은주는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자타 공인 소문통인 방주헌은 이런 일에 유난히 촉이 빨랐다.“형수님, 뭔가 알고 계시죠?”“모른다니까요.”“아닌데. 아까 별실에서 분명 우리만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방주헌은 서은주를 따라붙으며 어떻게든 캐물으려 했다. 하지만 육강민이 서늘한 눈길을 한 번 던지자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결국 그는 손을 맞잡고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만 아쉽게 바라보았다.천하에 다시 없을 엄청난 이야기를 눈앞에서 놓친 것만 같아 속이 쓰렸다.*지구대 밖.허경빈은 눈앞에 선 아가씨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그녀가 자신을 위해 증언해 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평소답지 않게 말투까지 어색해졌다.“저기, 그러니까… 오늘은 고마웠어. 네가 나서서 도와줄 줄은 정말 몰랐거든.”“난 원래 사람보다 옳고 그름을 따져.”오늘 누명을 쓴 사람이 허경빈이 아니라 다른 누구였어도 똑같이 나섰을 거라는 뜻이었다.그 단호한 대답에 허경빈은 멋쩍게 웃었다.“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까?”“괜찮아.”“시간도 늦었고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 그냥 내가 데려다줄게.”“정말 그럴 필요 없어. 차도 있고, 운전기사와 경호원도 있으니 위험할 일은 없거든.”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태연하게 덧붙였다.“오히려 네가 나를 데려다줬다가 우리 집 사람들 눈에 띄면, 네가 더 위험해질 것 같은데.”곁에 서 있던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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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허경빈은 차 안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넋이 나간 얼굴로 창밖만 바라보았다.아버지가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경빈아, 아빠한테 솔직히 말해 봐. 그날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아가씨가 널 문 거냐?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다른 아가씨가 그랬다면 네 성격에 가만히 넘어갔을 리가 없잖아. 너 찔리는 게 있지?”아빠한테 말해 보라니.그 다정한 척하는 말투에 허경빈은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하지만 허진강의 수다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네가 학교 다닐 때 학부모 총회에 가면 말이다. 송씨 집안 딸은 늘 전교든 반에서든 손에 꼽힐 만큼 성적이 좋았어. 단상에 올라 상을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허진강은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마다 생각했지. 나는 어쩌다 너 같은 바보를 낳았을까 하고.”“넌 그 애 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었는지 못 봤을 거다. 정말이지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 생각해 봐라. 똑같이 머리 하나에 팔 두 개, 다리 두 개를 달고 태어났는데 어떻게 머리 쓰는 건 그렇게 차이가 나냐?”학창 시절 허경빈의 성적은 평범했다. 시상대와는 애초에 인연이 없는 학생이었다.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린 허경빈은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을 켜자 단체 채팅방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어느새 99개를 넘어 있었다.나중에 새로 만든 대화방으로, 가까운 친구들뿐만 아니라 서은주와 강희진 등도 함께 있는 곳이었다.방주헌은 그곳에서 한창 ‘송씨 집안의 아가씨’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송씨 집안의 귀한 공주님.]허경빈이 곧바로 경고했다.[방주헌, 이 시간에 안 자고 대체 무슨 짓이야?][형수님들이 궁금해하시기에 설명 좀 해 드리는 건데, 왜?][하지 마!][그 아가씨가 너랑 무슨 사이인데?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참견이야? 바닷가에 살아서 관할 구역이 그렇게 넓으세요?]허경빈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화면만 노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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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허경빈은 자신이 대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선 채,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남자와 헤어진 송지아가 몸을 돌려 걸어왔고, 공교롭게도 허경빈이 서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두 사람은 좁은 길목에서 정면으로 마주쳤다.그러나 송지아의 눈에는 그가 보이지 않는 듯,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곁을 지나쳤다.허경빈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헛웃음을 흘렸다.“송지아.”송지아는 들었으면서도 대답하지 않았다.허경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성큼성큼 뒤따라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긴 드레스 자락에 하이힐까지 신은 송지아는 그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춘 그녀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비켜.”“그래도 우리 동창이잖아. 옛날 일은 전부 초등학교 때 있었던 일이고.”허경빈은 어색하게 웃으며 제 머리카락을 가리켰다.“내가 네 머리채를 잡아당긴 건 잘못했어. 정 화가 안 풀리면 너도 내 머리 한번 잡아당겨.”송지아가 그의 머리 위를 천천히 훑어보더니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내 콧방귀와 함께 무심한 한마디가 떨어졌다.“그 몇 가닥 안 되는 머리를 잡아당기라고?”몇 가닥이라니?허경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제 머리를 쓸어 넘겼다.“내가 이래 보여도 머리숱 많기로 유명한 사람이야. 얼마나 검고 빽빽한데.”그의 억울한 표정이 우스웠는지 송지아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차갑게 굳어 있던 얼굴에 짧은 미소가 번지자 허경빈도 따라 웃었다.그는 그녀가 이제 자신을 용서했다고 생각했다. 모처럼 만난 오랜 동창과 지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 싶었지만, 송지아는 그를 지나쳐 다시 걸음을 옮겼다.허경빈은 거의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또다시 앞을 막았다.“빨리 비켜.”송지아가 눈썹을 찌푸렸다.“싫은데.”허경빈은 그날 술을 조금 마신 상태였다. 취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알코올이 핏속을 은근히 데우면서 평소보다 한층 짓궂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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