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씨 가문 대저택.집에 도착하자마자 온유란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하이석이 간단히 먹을 것을 만들어 주려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도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따라붙었다. 임신한 뒤로 부쩍 어리광이 늘어, 때로는 아이처럼 사랑스러웠다.“나가 있어. 주방은 기름 냄새가 많이 나.”하이석이 밖에 나가 있으라고 했지만, 온유란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하채린 뱃속의 아이 말이에요. 아마 우리 결혼식 날 생긴 것 같아요.”“그걸 어떻게 알아?”“그러고 보니 예전에 임신 검진받으러 갔다가 병원에서 마주친 적이 있거든요. 누가 볼까 봐 얼마나 꽁꽁 숨기고 다니던지. 그때 은주 씨가 그러더라고요. 연예인도 저렇게까지 숨기지는 않겠다고.”하이석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온유란은 하채린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대체 얼마나 뻔뻔하게 나올 생각인지 직접 보고 싶어 하이석과 함께 만나러 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하채린은 제 뱃속의 아이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몰라도, 하이석에게는 온유란과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가 무엇보다 소중했다. 궁지에 몰린 하채린이 흥분해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었고, 자칫 온유란에게까지 해가 미칠 수도 있었다.결국 하이석은 혼자 하채린을 만나러 갔다.약속 장소는 외부의 시선이 철저히 차단된 조용한 찻집이었다. 은은한 찻향이 감도는 방 안에서 그가 차를 반 잔쯤 마셨을 무렵, 문이 열렸다.하채린은 혼자가 아니었다. 어머니 박윤희도 함께였다.“여기 과일차가 괜찮습니다. 한번 드셔 보시죠.”하이석이 권했지만 박윤희는 딱 잘라 거절했다.“됐어.”그녀는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밖에서 내놓는 음식이나 음료에는 손도 대지 않겠다는 태도가 역력했다.“이석아, 오늘은 어쩐 일로 갑자기 채린이를 보자고 한 거니?”박윤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채린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하이석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하이석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모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제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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