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헌은 또다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슬쩍 떠보기 시작했다.“경빈아, 형한테 솔직히 말해 봐. 너, 송씨 집안 그 공주님이랑 대체 무슨 사이야?”정작 궁금한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못했으니, 속이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다.허경빈은 지난밤 꾸었던 낯 뜨거운 꿈이 떠오르자 갑자기 사레라도 들린 듯 거세게 기침했다. 순식간에 얼굴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됐다, 안 물어볼게.”방주헌은 황도 통조림을 한입 떠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어젯밤에 하채린 모녀랑 동씨 가문 사람들이 지구대에서 또 한바탕 붙을 뻔했다더라.”그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았다.“듣자 하니… 동 대표가 평소에도 여자관계가 꽤 문란했대. 얼마 전 외국으로 보내진 뒤에도 얌전히 지내지 못했다더라고. 게다가 그런 짓을 할 때 자기 기분만 생각해서 피임 기구를 쓰는 걸 싫어했다나 봐. 어쩌면 성병까지 옮았을지도 모른다던데. 하채린은 지구대가 떠나가라 울고불고 난리였대.”허경빈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조금도 동정심이 들지 않았다. 그저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뿐이었다.*허경빈은 크게 앓은 뒤 며칠 동안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동안 방주헌은 단체 채팅방에서 강희진과 함께 외국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러 간다며 한껏 들떠 떠들어 댔다. 연주는 출산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했고, 육씨 집안 사람들은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모두 긴장과 설렘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씨 집안 역시 온유란의 임신 소식을 아직 외부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집안 분위기는 더없이 기쁘고 화목했다.심지어 허경빈의 부모님마저 남쪽의 어느 도시로 휴가를 떠나겠다며 아들에게 함께 가자고 권했다. 그러나 허경빈은 단번에 거절했다.허씨 부부는 금실 좋기로 유명했다. 그런 두 사람을 따라가 봐야 허경빈은 눈치 없는 불청객이 될 게 뻔했다.기껏해야 쇼핑백과 여행 가방을 들어 주고, 계산할 때마다 카드를 내미는 역할이나 맡게 될 터였다.결국 그는 강정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