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허경빈은 송지아의 답장을 끝내 받지 못했다.*다음 날, 설 전날.허경빈이 짙은 다크서클을 달고 거실에 나타났을 때, 허진강은 고양이를 품에 안고 하랑이에게 새 옷을 입혀 주고 있었다.“우리 착한 아기, 예쁘기도 하지.”허진강은 하랑이를 연신 아기와 보물이라 부르며 눈이 가느다란 실처럼 휘어지도록 웃었다. 그러다 아들을 발견하는 순간 미간을 단단히 찌푸렸다.“경빈아, 너 어젯밤에 어디 가서 도둑질이라도 했니? 얼굴은 누렇게 뜨고 눈에는 초점도 없고, 온몸에서 죽을상이 흘러넘치잖아. 설을 맞는 사람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잠을 못 잤어요.”허경빈은 크게 하품했다.“직장 때문에 고민할 일도 없고, 연애 문제로 속 썩을 일은 더더욱 없는 녀석이 왜 잠을 못 자? 유난 떨기는.”집에 있어 봐야 구박만 받자 허경빈은 아예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방씨 집안에는 별다른 재미가 없어 금세 나왔고, 하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는 온유란이 마당에서 따스한 겨울볕을 쬐고 있었다.한쪽에서는 유주만과 도정숙이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하이석은 그 곁에서 부지런히 차를 따르고 물을 채워 주었다.그런데 하정현 부부는…설 전날부터 옷차림을 두고 다투는 중이었다.허경빈을 발견한 하정현은 구원자라도 만난 듯 서둘러 그를 싸움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경빈아, 네가 한번 말해 봐라. 오늘 내 옷차림이 그렇게 별로냐? 내 아내는 자꾸 촌스럽고 못생겼다고 하잖아.”현정민 여사가 콧방귀를 뀌었다.“실제로 촌스러우니까 그렇죠. 경빈아, 이 사람 말은 무시하고 어서 집에 가렴.”“집에는 왜 보내? 경빈아, 네가 공정하게 판단해 봐. 내 옷이 정말 그렇게 이상하냐?”허경빈은 미칠 것만 같았다.어른들의 부부싸움에서 어느 편을 들어도 난처해질 것이 뻔했다. 그는 다급히 하이석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하이석은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버렸다. 부모에게 이리저리 붙들린 허경빈이 곤욕을 치르든 말든 내버려 두었다.자신이 전생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