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Bab 181 - Bab 190

987 Bab

제181화

“제 발로 나오게 하는 거예요.”적은 어둠 속에 있고, 우리는 드러나 있으니, 상대의 의도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마냥 기다리느니, 차라리 먼저 움직이는 편이 낫다.육지성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본인을 미끼로 써서, 숨어 있는 사람을 끌어내겠다는 거죠?”“맞아요. 지성 씨는 근처에 숨어 있다가, 상황을 보며 움직여 주세요.”뒤에서 뒤통수 치는 계략이었다.숨어 있는 자를 잡아내지 못하면 경호원을 아무리 늘려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그러면 서은주는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다.“안 됩니다.”하지만 육지성은 단호하게 잘랐다.“왜? 난 괜찮은 생각 같은데?”본래 구경꾼 기질이 강했던 방주헌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게다가, 서은주는 미행을 눈치채고도 당황하지 않고 냉정하게 대책을 세운다는 게 인상 깊었다. 이토록 현명한 형수를 보고 있자니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육지성은 진지하게 설명했다.“상대가 흉기를 들고 갑자기 튀어나오면, 제가 아무리 빨라도 은주 씨를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임신 중이잖아요. 위험을 감수하게 할 수 없습니다.”그의 걱정을 이해했던 서은주는 차분히 말했다.“저는 보통 해가 진 뒤에 산책을 나가기에 조명이 어두운 곳이라면 상대가 제 얼굴을 확실히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저 대신 나설 사람을 찾죠. 제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면 될 거예요.”“대신할 사람을요?”육지성은 턱을 만지며 고민에 잠겼다.그렇다면, 몸놀림이 재빠른 여인이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가 더 강하면, 오히려 위험하다. 남자를 쓰려면 여장을 해야 하는데, 얼굴은 예쁘고 체형도 슬림해야 하며 무엇보다 서은주의 옷이 맞아야 한다. 육지성과 서은주는 거의 동시에 한 사람을 바라봤다.방주헌은 포도를 먹다 말고, 하마터면 목이 막힐 뻔했다.“야, 잠깐만, 미친 거 아니야? 설마 나더러 미끼가 되라는 거야?”어처구니가 없었다.“내가 잘생겨서 괜히 시비거는 거야? 세상을 압도하는 이 비주얼이 그렇게 질투 나냐고!”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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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방주헌은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반응할 틈도 없이 멍하니 있는 사이, 놈의 손은 아래로 내려가 있었고 급기야 은밀한 부위에 닿을 뻔했다. 그때 뜨겁게 달아오른 입술이 그의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상대의 숨결이 얼마나 거칠고 흥분돼 있는지,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미친! 젠장!“감히 어딜 만지는 거야!”방주헌이 고함을 지르자, 그제야 상대는 정신이 든 듯 몸을 떼고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방주헌이 재빨리 팔을 낚아챘다.깔끔한 업어치기였다.상대는 그대로 바닥에 등을 찍고 나뒹굴었다.“으악—”통증으로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모자와 마스크 때문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변태 새끼…방주헌은 욕설을 내뱉으며 놈의 마스크를 벗기려 했지만, 자신이 치마를 입고 있다는 걸 깜빡한 탓에 동작이 꼬여버렸고 하마터면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그 순간, 놈은 그 틈을 타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놈도 제대로 놀란 모양이었다.“주헌 도련님, 괜찮으십니까?”육지성이 급히 달려왔다.“아까 어디 있었어?”방주헌이 얼굴을 찌푸렸다.“저 인간이 정말로 손을 댈 줄은 몰라서 순간 얼어붙었습니다.”사실 육지성도 이 계획에 큰 기대는 없었고 서은주를 안심시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다.그런데 정말로 ‘놈’이 튀어나올 줄이야.화가 난 방주헌은 당장이라도 육지성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당장 추적해. 저리 급하게 도망쳤으면 분명 흔적을 남겼을 거야. 동선 따라 CCTV만 뒤지면 금방 잡을 수 있어.”뮨헨 빌라로 돌아온 뒤, 방주헌은 옷을 갈아입었고, 서은주는 막 끓여둔 국을 떠다 주었다.잔뜩 화가 난 방주헌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 지나서야 서은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주헌 씨, 괜찮으세요?”“몸도 마음도 다 박살 났는데, 괜찮겠어요?”그는 아직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순정남이었다.여자 친구를 사귄 적도 없는데 남자의 나쁜 손을 경험했으니, 너무 충격적이었다.그래도 한편으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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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육기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얼굴이 잿빛으로 질려 있었다.심장이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듯, 숨이 가빴다.“너 왜 그래?”육가희는 그가 성공한 줄 알고 급히 물었다.“아무 일 없어.”육기현은 물을 한 컵 들이켜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했다.그는 꽤 오랫동안 서은주를 지켜봤다.입는 옷, 걷는 버릇까지 익숙했다.오늘은 마침 혼자였고, 인적 없는 골목까지, 타이밍도, 장소도 완벽했다.그런데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여장한 남자?육기현은 그 자리에서 머리가 하얘졌다.조명이 어두워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한 것 같았지만 어디서 들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옷도 다 더러워졌는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육가희는 그의 옷을 잔뜩 묻은 흙과 먼지를 보고 손을 뻗어 툭툭 두드렸다.“만지지 마!”그러자 육기현는 통증에 버럭 소리 질렀다.“싸움이라도 한 거야?”“너랑 무슨 상관인데!”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간 육기현은 샤워하며 머리를 식히려 했다.그때 밖에서 갑자기 자동차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부서질 듯한 거친 노크가 이어졌다.도우미들은 멍하니 서 있다가 급히 문을 열었다.“이 밤중에 누구야!”“네 애비다.”문이 열리자, 방주헌이 성큼성큼 들어왔다.집주인인 듯 거침없는 행동이 안하무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태도였다.육기현은 그를 보자 얼굴이 굳었다.방주헌 역시 자신처럼 노는 걸 좋아했다.하지만 방탕하고 자유분방할 뿐 약자를 괴롭히거나 남녀관계를 함부로 망치는 일을 한 적은 없었다. 배경도 화려하고 능력도 출중해, 육기현처럼 빈둥대며 사는 인간과는 차원이 달랐다.게다가 그는 육강민과 같은 사회적 범주에 섞여 있어 평소엔 얼굴을 트기도 어려운 사람이었다.“주헌 도련님?”육기현의 입술이 떨렸다.“오늘 밤 어디 있었지?”방주헌은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저… 전 아무 데도 안...”“확실해?”방주헌이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섰다.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오늘… 집에만 있었...”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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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작은 아빠, 살려주세요!”육기현의 외침에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문 쪽을 바라봤다.그리고 다음 순간, 육기현의 몸이 그대로 안으로 날아들었고, 바닥을 미끄러지듯 굴러가더니, 탁자 모서리에 부딪혔다.그는 배를 움켜쥔 채 얼굴을 찡그리며 비명을 질렀다.육가희와 도우미들은 그 광경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고 육강민은 거침없이 거실로 들어서고 있었다.육강민은 살기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차갑게 내려다봤다.“육기현,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서늘했다.“아, 아니에요.”육기현은 가슴 통증에 숨이 가빠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저, 전 은주 씨한테 손도 안 댔습니다.”“나를 건드렸잖아!”방주헌이 소리쳤다.제기랄—생각할수록 열받았다.그간 지켜왔던 순결이 남자에게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용납이 안 됐다.육가희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육광진이 급히 술자리를 빠져나와 집에 돌아와서야 육가희는 상황 파악이 되었다.육기현은 무릎을 꿇고 아버지에게 매달렸지만 육광진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두 번이나 거칠게 걷어찼다.“이 미친놈아! 감히 그런 짓을 하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어?”“아니에요, 전...”육기현은 말끝을 흐리며 육가희를 힐끗 봤다.“기현아. 이건 누나라도 널 감싸줄 수 없는 거야. 너무 선을 넘었어. 게다가 은주 씨는 임신 중인데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니?”육가희는 재빨리 그의 말을 끊었다.“오늘 일은 이쯤에서 정리하면 안 될까?”육광진은 체면을 구기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은주 씨도 다치지 않았고, 기현이도 충분히 벌받았잖아.”“하지만 저는 심하게 다쳤는데요.”방주헌은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그럼, 신고라도 할까? 일이 커지면 주헌이 너도 곤란하지 않겠어?”육광진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이 일이 공개되면 육씨 가문은 체면을 잃고, 방주헌 역시 웃음거리가 된다.남자가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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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육강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낮게 웃음을 흘렸다.**한편, 같은 시각, 심하게 얻어맞은 육기현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특히 육강민이 걷어찬 그 한 방은 거의 갈비뼈가 부러질 뻔했을 정도였다.그는 들것에 실려 가는 내내 신음과 비명을 멈추지 않았고 그 소리에 육광진은 속이 타들어 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기현이 괜찮을 거예요.”육가희가 나서서 그를 달랬다.바로 그때, 짝하는 소리와 함께 손이 날아왔다.육가희는 얼굴을 부여잡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버지…”“네가 부추긴 거지?”“아, 아니에요!”육가희는 즉각 부인했다.“죽고 싶으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집안까지 끌어들여!”육광진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증조 할머니 마음도, 남자도 못 붙잡으면서, 여기저기 문제만 일으키다니, 정말 집안 말아먹는 재수 없는 년이 따로 없다니까!”맞은 뺨을 감싸 쥔 육가희는 소리 없이 웃었고, 얼굴엔 서늘한 독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서은주, 두고 보자고.’**방주헌을 집까지 데려다준 뒤, 육강민은 혼자 차를 몰아 뮨헨 빌라로 향했다.건물 안은 불이 꺼져 있어 그는 먼저 서은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자?”“아직요.”“창가로 와.”서은주가 커튼을 걷자, 아래에 육강민이 보였다.차에 기대어 선 모습. 어딘가 거칠고 방탕한 퇴폐미가 흘렀다.흰 셔츠에 검은 바지만으로도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육강민은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영락없는 바람둥이 귀공자 모습이다.서은주의 심장이 또다시 쿵 하고 내려앉았다.“내려올래? 아니면 내가 올라갈까?”육강민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여기는 손리정의 집. 여자 둘이 사는 집이고 밤도 깊었기에 무작정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내려갈게요, 리정이는 자요.”서은주는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현관을 나서는 순간, 그림자가 시야를 덮쳤다.육강민은 순식간에 그녀를 품에 감싸안았다.서은주는 아무 저항도 못 한 채 그의 품에 안겼다.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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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육강민은 그 생각이 미치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한편, 병원을 나선 육가희는 맞은 뺨을 문지르며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분노와 억울함에 이를 갈고 있었다.아버지의 노골적인 편애가 원망스러웠고, 동생의 멍청함에 분노가 치밀었다.서은주와 방주헌은 키 차이만 봐도 확연한데, 어떻게 그걸 헷갈릴 수가 있지?게다가 방주헌은 엄연한 남자였다. 다리에 털까지 있는 인간을 어떻게 잘못 볼 수가 있는 걸까?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멍청한 놈이다.차라리 방주헌이나 작은 아빠가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야 했다.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렸다.병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선 육가희는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스쳤다.사방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고, 텅 빈 공간에 그녀의 하이힐 소리만 또각또각 울려 퍼졌다.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등골이 서늘해지기까지 했다. 서은주를 해치려다 실패한 탓에 괜히 마음이 더 불안해졌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이 모든 게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육가희는 본능적으로 걸음을 재촉했다.그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튀어나왔다.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누군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머리에 무언가가 씌워졌다. “육씨 가문 아가씨가 가방이 왜 이래?”“요즘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냐? 몸에 찬 장신구나 챙겨.”육가희는 그만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설마... 강도?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갑자기 복부에 둔탁한 충격이 전해졌다.“얌전히 있지?”난생처음 겪는 폭력이었다.고통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사이, 두 남자는 그녀의 목걸이와 귀걸이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귀걸이는 말 그대로 잡아 뜯겼다.‘찍’ 하는 소리와 함께 살점이 함께 뜯겨 나갔고, 육가희는 비명을 삼킨 채 신음을 흘렸다.놓아주기만 하면 얼마든지 돈을 주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은 막혀 있었고, 그녀는 말 대신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말해. 장신구 말고 또 뭐가 있어?”“협조 안 하네.”“고분고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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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온몸은 시퍼렇게 멍 들었고, 옷은 더러워 볼품이 없었다.의사는 간단한 초진을 마친 뒤 타박상에 골절이 의심되는 부위가 있고 내부 출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려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무슨 일을 당하신 겁니까?” 의사가 묻자, 육가희는 말을 더듬으며 얼버무렸다.“아니에요, 그냥 넘어졌어요.”의사의 눈에 잠깐 놀람이 스쳤다.이는 누가 봐도 사람에게 맞은 흔적이었기 때문이다.삼십 분쯤 지나, 육광진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병실에 서 있었다.왼쪽에는 아들이, 오른쪽에는 딸이 누워 있었다.둘 다 두들겨 맞아 반죽음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육광진은 보복일 가능성도 떠올려 보았다.하지만 육강민은 그런 비열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육강민은 늘 정면으로 움직였고, 방주헌이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되갚았을 터였다. 그리고 서은주는 막 경성에 온 터라, 이런 일을 벌일 배짱은 없었을 것이다.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일까?요 며칠 사이 집안에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경찰에 신고해야겠다.”육광진은 분노로 이마의 핏줄이 섰다.“아빠, 안 돼요.”육가희가 급히 말렸다.“왜?”“너무 창피해요…”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강도한테 털리고 옷차림까지 엉망인 상태였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겠어요. 그럼 전 앞으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거예요.”자칫하면, 더 끔찍한 소문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육광진은 이를 악물었다.“그놈들 얼굴은 기억하냐?”방주헌이나 육강민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어도, 하찮은 잡범은 붙잡아 분풀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병원 지하 주차장의 CCTV가 고장 나 있어, 추적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육가희는 고개를 저었다.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벌어져 제대로 본 게 없었다.부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병실 문이 노크 소리와 함께 열리고 경찰들이 들어왔다.“육가희 씨 맞으시죠?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폭행 피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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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이른 아침, 서은주는 육가희가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직감적으로 떠오른 사람은 육강민이었다.하지만 증거는 없었다.자신을 대신해 화를 풀어준 거라면, 방법이 썩 정정당당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통쾌했다.손리정은 완전 신이 났다.“난 진작부터 걔 마음에 안 들었어. 진백현이 너랑 약혼한 거 뻔히 알면서도 질척거리더니, 결국 업보를 받았네. 못된 년은 하늘이 벌하는 법이라니까! 하하, 웃겨 죽겠다. 오늘은 기념으로 맛있는 거 먹어야지.”점심으로 뭘 먹을지 신나게 고민하고 있던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주미였고, 그 옆에는 육민찬도 있었다. “리정 이모, 안녕하세요!”육민찬이 달콤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아이고, 착해라.”손리정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주미를 안으로 안내했다.“갑자기 어쩐 일이세요?”한주미는 보통 서은주가 도서관에 나가 있는 시간을 피해 연락을 주곤 했기에, 갑작스러운 방문에 서은주는 조금 놀랐다.“요즘 경성 치안이 영 안 좋아서 네가 걱정돼서 말이다.”한주미는 미간을 찌푸렸다.“전 괜찮아요.”서은주는 웃으며 말했다.“이모, 증조 할머니께서 요즘 나쁜 사람들이 돌아다닌다며 이모가 위험하다고 했어요.”육민찬은 주머니에서 장난감 총을 꺼내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저 총 있어요. 제가 지켜줄게요.”서은주는 웃음을 터뜨렸다.한주미에게 물을 따르고 아이에게는 우유를 건네주던 손리정은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괜히 뿌듯해졌다.‘우리 은주는…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 충분히 있지.’“너 혼자 집에 있는 시간도 많고, 임신까지 했으니, 내가 얼마나 걱정되는 줄 아니?”한주미는 서은주의 손을 꼭 잡고 한숨을 내쉬었다.“도우미 붙여준다니까 거절하고, 혹시 어디 불편하거나 넘어지기라도 하면 옆에 사람도 없잖아.”“저는…”서은주는 임신했을 뿐, 환자는 아니었다.“네 걱정으로 잠도 못 자게 할 작정이니?” 한주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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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성세 그룹.아침부터 사내에서는 육가희가 강도 피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로 술렁였다.그런데 출장에서 돌아온 자사 대표는 표정이 유난히 밝았고 회의 시간 내내 표정도 한결 부드럽고, 말투에도 여유가 넘쳤다.조카가 폭행을 당해 병원에 누워 있다는데, 저렇게 기분 좋을 일인가?“오늘 남은 일정은?”육강민은 기분이 좋은 만큼 일 처리도 유난히 빨랐다.“인터뷰가 하나 잡혀 있긴 한데, 제가 취소할까요?”육지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창립기념일 전까지 육강민은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인터뷰도 좀처럼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래도 언론사들은 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요청을 넣곤 했다.“아니, 안으로 들여.”뜻밖의 허락에 기자들은 눈을 크게 떴다.정말로 육강민을 인터뷰하게 될 줄은 몰랐다.인터뷰 내내 그는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고, 소문처럼 차갑거나 벽을 치는 태도도 아니었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기자가 용기를 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사님, 혹시… 질문 하나만 더 드려도 될까요? 개인적인 질문이라서요.”“말해보세요.”육강민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서은주에 관한 이야기는 금기라는 걸 이미 귀띔받은 터라, 기자는 방향을 틀었다.“육씨 가문 아가씨께서 강도 피해를 본 일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육강민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정정할 게 하나 있습니다.”기자는 순간 멈칫했다.“저에겐 형이 한 명뿐입니다. 어머니께선 제게 누나나 여동생을 낳아주신 적이 없습니다. 이른바 ‘아가씨’라는 존재도 없다는 말입니다.”순간, 기자는 촉이 번쩍 섰다.이건 단순한 선 긋기가 아니었다.폭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공개적으로 선을 그어버리다니, 육가희는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걸까?이 발언은 곧 업계에 퍼졌다.애초에 그저 허울뿐이던 ‘아가씨’라는 타이틀이 완전히 벗겨진 셈이었다.게다가 입원 중인데도 박명숙은 육가희를 보러 오지도 않았으니, 분위기는 더 분명해졌다.이 바닥은 원래 높이 오른 자는 떠받들고,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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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서은주가 집으로 들어오자, 한주미는 그녀를 위해 방 하나를 따로 마련해 주었다.톤도 밝고,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쓴 게 보일 만큼 아늑한 공간이었다.육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지만, 그래도 서은주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서은주는 한주미가 집안의 모든 남자를 불러 모아 놓고, 작은 회의를 열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한주미는 몇 가지 규칙을 정해 두었다.“앞으로 집에서 웃통 벗고 다니는 건 금지! 옷차림은 반드시 단정하게!”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삼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원래도 집안 분위기가 엄격한 편이라, 한주미가 말한 그런 상황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은주한테는 너무 차갑게 굴지도 말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들이대지도 마세요. 괜히 애 놀라게 하지 말고.”갑자기 화살은 육진국에게로 날아갔다.“하루 종일 그 썩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대문에 걸어 두면 액 막이용으로 써도 손색이 없겠어요. 맨날 낚시만 하면서 아들 인생은 신경도 쓰지 않으니, 애들이 전부 당신을 닮아서 세상 다 가진 것처럼 굴잖아요.”“민찬이는 절대 할아버지 따라 하면 안 된다? 아주 형편없어!”이제 보니 회의를 빌미로 사적인 감정을 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육진국은 확신했다. 서은주는 샤워를 마친 뒤 손리정과 잠깐 통화를 하고 잠들었다.몽롱한 잠결에,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발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육강민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뜨겁고 억눌린 숨결이, 목덜미와 등을 따라 천천히 스쳐 오자 서은주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너무 예민한데?”육강민이 낮게 웃었다.그 순간, 서은주의 머릿속엔 두 사람의 첫날 밤이 스쳐 지나갔다.조명이 희미한 호텔 방안에서 육강민은 자기 얼굴을 그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듯, 그녀의 몸을 뒤집어 아래에 두고 뒤에서 밀착해 왔다.낮고도 거친 숨소리가 묘하게 사람을 흔들었다.“이 자세는… 처음이지?”그날의 그는 무척 강했고, 모든 것을 철저히 주도하고 있었다. 서은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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