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201 - Chapter 210

640 Chapters

제201화

육강민은 육기현을 바닥에서 거칠게 끌어올렸다.“이번에도 네 아버지가 구해줄 것 같아?”“내 심기를 건드린 이상,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어.”지옥에서 온 것 같은 서늘함에 육기현의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특히 육강민과 시선이 맞닿은 순간, 그 안에 서린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은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생지옥이 뭔지 맛보게 될 거다.”육강민이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자, 목이 조여오며 숨쉬기조차 버거웠고,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하지만 몸부림을 칠수록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죽음이 바로 코앞에 닿은 듯한 공포에 정신이 아득해진 육기현은 그만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육강민은 고개를 숙여 젖어버린 그의 바지를 힐끗 내려다보더니, 낮게 비웃었다.한심한 자식.육강민이 손에 힘을 풀자, 육기현은 그대로 주저앉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때, 밖에서 차량 소리가 들려왔다.담배 두 개비를 연달아 태우고 있던 육남현은 급히 차에서 내리는 육광진을 보고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육광진 왔다.”육광진은 줄곧 아들의 뒤처리를 해왔다.경찰의 눈을 피해 육기현을 몰래 빼돌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나름의 수완 덕분이었다.그리고 지금도 역시 변호사를 만나고 나오는 길이었고, 아들에게 먹을 것이라도 챙겨주려던 참이었다.멀리 세워진 육강민의 차가 보이고, 이어 문 앞에 서 있는 육남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육광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급히 들고 있던 음식 봉투를 내던지고, 미친 듯이 별장 쪽으로 달려갔다.육남혁은 그를 막지 않았고 그대로 두었다.실내에는 역한 오줌 냄새가 가득 퍼져 있었다.육남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동생을 힐끗 바라봤다.육기현의 모양은 실로 말이 아니었다.“아, 아버지…!”육기현은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울부짖으며 고통을 호소했다.“육강민, 너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아들을 목숨처럼 여기는 육광진은 육기현이 서은주를 찌른 일로 이미 육강민과는 완전히 틀어진 터라 더는 체면을 차릴
Read more

제202화

육남혁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자기 동생은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그래서 사고가 터진 뒤에도 그렇게 오래 참았던 것은, 처음부터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기업 세계에서 살아남는 인간 중에 속 시커멓지 않은 놈이 어디 한둘이겠는가!육광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는 육강민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이번엔 단순히 여자를 임신시킨 정도가 아니에요. 육기현을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돈 좀 쓴다고 덮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육강민은 비웃듯 말했다.만약 육광진이 범인을 숨기고 도운 죄로 잡혀가면, 육기현의 도망길은 완전히 막힌다.그를 기다리는 건, 감옥에서 평생을 썩히는 일뿐이었다. 육기현도 그 사실을 깨달은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감옥엔 가고 싶지 않았던 육기현은 갑자기 육광진의 다리를 끌어안고 매달렸다.“아버지, 제발 살려주세요! 엄마도 일찍 돌아가셨잖아요. 그때 엄마한테 저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그때 약에 취해 있어서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몰랐어요! 잡혀가고 싶지 않아요… 작은 아빠는 저를 죽일 거예요… 아버지한테 아들은 저 하나뿐이잖아요. 정말 제가 죽는 꼴 보고 싶으세요?”점점 더 가까워진 사이렌 소리는 마치 목숨을 재촉하는 사신의 부름 같았다.육기현은 눈물범벅이 되어 통곡했고 육광진은 괴로운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내 코가 석자다. 이 상황에서 내가 널 어떻게 구하겠냐…”그제야 육광진은 육강민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한때는 정말로 서은주를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가 다쳤는지, 심지어 아이의 안위까지도 육강민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하지만 그건 육광진만의 착각이었다. 육강민은 한 수를 남겨 두고 있었고 육광진까지 함께 끌어들이기 위해 진을 쳐 놓은 것이다. 사람들이 ‘살인의 신’이라 부르는 육강민은 철저하고도 잔인하게 한 치의 틈도 없었다.육광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Read more

제203화

하지만 육광진 나름의 잔꾀 따위는 두 사람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사이렌 소리는 이미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육광진은 손에 쥔 쇠몽둥이를 꽉 움켜쥐었다.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곧이어 들이닥친 경찰들은 코가 퉁퉁 부어오르고 얼굴은 피투성이에, 심지어 바지에 실수를 한 육기현의 모습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누가 때렸습니까?”법치국가에서 아무리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다 해도 폭력은 허용되지 않는다. 경찰들의 시선이 육강민에게 향했고 육강민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육광진 손에 들린 쇠몽둥이를 가리켰다.“저분이요.”육강민의 표정은 더없이 무고했다.손 하나 대지 않았다는 육강민의 모습에 육광진 부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거짓말을 해도 정도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제가 발견했을 때, 마침 놈이 도망치려던 중이어서 도주를 막기 위해 가벼운 터치 정도는 있었습니다.”육강민은 태연하게 손을 댄 사실은 인정했다.다만 요약하자면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소리였다.경찰이 다시 육남혁을 바라봤다.“당신도 가담했습니까?”“아니요.”육남혁은 고개를 저었다.“그럼, 계속 현장에 있었습니까? 때리는 걸 봤습니까?”“저는 줄곧 문 앞에 있었습니다만, 육광진 씨가 손을 댈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거짓말은 아니었다.육강민이 손을 쓸 때 그는 밖에서 망을 보고 있었고, 실제로 보지 못했다.경찰차에 탄 육기현은 울부짖으며 아버지에게 살려 달라고 매달렸지만, 경찰은 육광진 앞에 서서 담담히 말했다.“육광진 씨, 당신도 범인을 숨기고 도주를 도운 혐의가 있어 저희와 함께 가셔야겠습니다.”그 말에 육광진은 다리 힘이 풀려버리고 손에 든 쇠몽둥이도 놓쳐버려 쾅 하는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육강민은 그를 비스듬히 내려다보며 말했다.“당신 아들이 이렇게 된 건 전부 당신 탓입니다. 자식을 망치는 건 곧 자식 잡는 거라는 말이죠.”그 말은 너무나도 날카롭게 심장을 후벼팠다.분노에 온몸을 떨던 육광진은 결국 선현을 토해냈다
Read more

제204화

새벽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 육강민은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무의식적으로 옆 사람을 끌어안으려 손을 뻗었지만 허공뿐이었다.순간적으로 눈을 번쩍 뜬 육강민은 창가에 앉아 있는 서은주를 발견했다.무릎을 끌어안은 채, 작은 얼굴을 그 위에 얹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창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바람에 실린 빗물이 안으로 들이쳐 그녀의 옷과 얼굴을 적시고 있었지만, 서은주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얼굴은 유난히 창백했고, 몸 선은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처럼 가늘어 보였다.“왜 깼어?”육강민은 몸을 일으키며 외투를 집어 그녀의 어깨에 조심스레 덮어주었다.“빗소리에 깼는데… 그 뒤로는 잠이 안 와요.”서은주는 아주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지만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눈가는 붉게 젖어 있었다.“웃고 싶지 않을 땐, 억지로 애쓸 필요 없다고 했지.”“오빠…”서은주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나… 무서워요.”육강민은 몸을 숙여 그녀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하지만 서은주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길을 피했다.의사인 그녀는, 에이즈 같은 질병이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걸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스스로가 더럽혀졌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녀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육강민이 갑자기 몸을 숙였다.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는 순간, 서은주는 급히 몸을 뒤로 젖혔지만 의자 등받이 때문에 더는 피할 곳이 없었다.“육강민, 뭐 하려는 거예요! 미쳤어요?”하지만 육강민은 멈추지 않고 한 손으로 의자 팔걸이를 짚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시선을 맞췄다.그녀의 눈동자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육강민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서은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반항할 생각조차 잊은 채, 그의 키스를 그대로 잠식되어 버렸다.거칠고도 깊은, 격렬하고도 뜨거운 집요한 키스였다. 더 굵어진 빗줄기는 창틈으로 들이쳐 두 사람의 옷을 서서히 적셨다
Read more

제205화

두 사람 사이가 지금처럼 가깝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서은주는 육강민을, 육강민 역시 서은주를 좋아했다.이보다 더 기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한참을 있었다.그러다 육강민이 휴대폰을 꺼내 문밖에 있던 육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육지성은 이미 잠든 상태였다.휴대폰이 진동하자, 그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그 모습은 죽다 살아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그는 허겁지겁 병실 문을 열었다.“대표님, 무슨 일 생기셨습니까?”“창문 좀 닫아 줘.”육지성은 순간 멍해졌다. 두 사람은 서로 안긴 채로 창문과는 고작 반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창문 하나 닫아달라고 자신을 부른 거였다.서은주는 괜히 민망해져 육강민 품으로 숨어버렸고 육지성이 나간 뒤에야 작게 투덜거렸다.“창문은 우리가 닫아도 됐잖아요. 왜 굳이 육지성까지 불러요?”“그냥 이 자세가 좋아서 움직이기 싫었어.”“…”“곧 날도 밝을 것 같으니까, 조금 더 자.”서은주는 오랜만에 아주 편안하게 잠들었고 눈을 떴을 땐 이미 다음 날 오전 열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언제 바뀌었는지 입고 있던 옷도 달라져 있었고, 병실에는 육강민 대신 손리정이 침대 옆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서은주가 깨어난 걸 보자, 손리정이 웃으며 말했다.“와, 진짜 잘도 잔다.”서은주는 무의식적으로 병실 안을 둘러봤고, 그 모습에 손리정이 웃음을 터뜨렸다.“강민 씨 찾는 거야?”“아니야.”“급한 일 처리하러 갔대. 점심 전에 돌아온다더라. 그렇게 꼭 달라붙어 있어야 해? 아주 삼 년은 떨어져 지낸 줄 알겠어.”손리정의 농담에 서은주는 귀까지 빨개졌다.“아니거든…”“얼른 씻고 나와. 아침밥 좀 데워 올게.”손리정은 식어버린 아침을 들고 전자레인지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서은주가 씻고 나오자, 병실 안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육가희였다.그리고 그 옆에 정장차림의 서류 가방을 든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그쪽이 왜
Read more

제206화

전혀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공격을 당한 육가희는 두피가 찢어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몸 전체가 한쪽으로 거칠게 끌려갔고, 곧이어 “짝’하는 소리와 함께 따귀 한 대가 얼굴에 꽂혔다.귀가 울리고, 시야마저 흔들렸다.눈앞의 사람을 보는 순간, 육가희는 완전히 멍해졌다.서은주 역시 눈앞에서 벌어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너, 너 누구야! 당장 놔!”머리채를 붙잡힌 육가희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내가 네 상전이다! 이 미친 년아!”손리정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서은주처럼 인내심 많은 성격이 아니었던 그녀는 육가희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닥치는 대로 할퀴고 후려쳤고, 하필 귀 쪽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육가희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병동 전체를 흔드는 비명에 당직 간호사들이 달려왔지만, 눈앞의 광경에 모두 얼어붙고 말았다. 그들은 손리정의 기세가 너무 살벌해서 아무도 섣불리 말릴 엄두를 못 냈다.결국 변호사와 남자 의사가 나서서야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 있었다.오늘 일부러 화장까지 하고 온 육가희는 머리는 산발이 되고 화장은 엉망이 된 채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손리정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내가 누군지 알아?”“너 같은 것들은 통틀어서 ‘쓰레기’라고 부르지.”손리정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예전에 육가희가 진백현을 가로챘을 때부터 그 얼굴과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불륜녀 주제에 이렇게 뻔뻔하다니, 정말 얼굴에 철판을 깐 년이었다.그 말에 육가희는 속이 뒤집혀 미칠 것 같았다.서은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손리정에게 다가가 걱정스럽게 살폈다.“너 괜찮아?”“난 괜찮아.”손리정은 코웃음을 쳤다.“이런 것들 상대할 필요 있어? 바로 쫓아내야 하는 거야. 네가 너무 착해서 이런 인간들한테 당하는 거야.”육가희는 이를 갈았다.서은주가 착하고?육가희는 한 번도 그렇게 느낀 적 없었다.육가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리정을 노려보았다.“왜, 내가 거슬려? 나 싫어하
Read more

제207화

“사람을 자꾸 때리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나?”서은주가 웃으며 죽을 떠먹었다.“때리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속은 시원하잖아.”그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서은주는 육기현을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고,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분노를 전부 육가희에게 쏟아붓고 싶었다.손리정은 오히려 더 세게 때리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정오 무렵, 육강민이 병실로 돌아왔다.육가희가 찾아왔던 일은 이미 전해 들은 상태였다. 손리정에게 머리카락을 한 움큼이나 뜯기고, 얼굴엔 긁혀 자국이 남았으며, 옷까지 찢어진 데다 못생겼다는 치욕스러운 말까지 들었다는 소문은 이미 병동 전체에 퍼져 있었다.그가 병원을 나설 때, 원래는 육지성을 남겨두려 했다.하지만 손리정은 육지성이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고 충혈된 눈을 하고 운전하는 게 걱정돼 가슴을 쾅쾅 치며 장담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은주한테 손 하나 까딱하는 사람 없어요.”그리고 그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육강민과 함께 병실로 들어온 사람은 한주미와 육민찬이었다.한주미는 서은주를 위해 어탕을 챙겨왔고, 아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 채 그저 은주가 아프다고만 생각하는 듯했다.육민찬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한 움큼 꺼내 환하게 웃으며 내밀었다.“이모, 약 먹을 때 사탕이랑 같이 먹으면 안 써요.”“고마워.”서은주는 마스크를 쓴 채 최대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다.“이모, 나 이야기책도 가져왔어요. 이따가 읽어줄게요.”육민찬이 해맑게 말했다.한주미는 집에서 이미 두 번이나 울었지만, 병실에 들어서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전날에 있었던 일은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검사 결과가 모두 나오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사흘. 그동안 서은주는 병원에 머물렀다.손리정과 육씨 가문 사람들 외에, 유주만도 종종 병문안을 왔다.서은주는 틈틈이 학업에 대한 질문을 드리며 공손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를 보였고,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
Read more

제208화

육광진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아들이 집에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전화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아 곧바로 실종 신고를 했다.경찰이 육기현을 찾아낸 곳은 외곽에 있는 폐기된 저수지였다.두 손은 위쪽 구조물에 묶여 있었고, 몸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긴 상태였으며 발끝으로 간신히 서 있어야만 물이 코와 입안으로 들이치지 않는 상황이었다.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 똑똑 울렸는데 마치 옛날의 수형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광경이었다.경찰이 도착했을 때, 육기현은 이미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다.누가 이렇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에도, 횡설수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릴 뿐이었다.조금만 늦었어도 그대로 물속에서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구조된 뒤에야 그의 몸 곳곳에 상처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더러운 물에 오래 잠겨 있던 탓에 상처는 이미 염증이 심하게 번져 있었다.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았고, 겨우 목숨은 건졌다.다만, 정신 상태는 심각했고 아버지 육광진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육강민이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실 앞에 나타났을 때, 육기현은 미쳐버린 들개처럼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그를 진정시키려던 의료진을 밀쳐 바닥에 넘어뜨리고, 약물이 담긴 카트는 뒤집혀 병실 바닥에 흩어졌다.방 안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육광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빨리 제압해서 진정제 놔요!”의사의 고함과 함께 네댓 명이 달려들어서야 간신히 그를 붙잡았다.진정제가 투여되자 육기현은 서서히 잠잠해졌지만, 이번엔 몸을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마약 금단 증세가 올라오는 듯했다.육광진은 문가에 서 있는 육강민을 힐끗 보더니, 급히 얼굴의 눈물을 훔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너… 왜 여기에 있어?”“사고 났다길래, 한 번 보러 왔습니다.”육강민은 병실 안을 담담히 훑어본 뒤 덧붙였다.“당신들은 은주를 보러 오지도 않는데, 저는 차마 그럴 수 없더라고요.”육광진의 얼굴이 그대로 굳
Read more

제209화

방주헌의 이야기는 과장이 꽤 섞여 있었다.“주헌 삼촌, 너무 징그러워요.”곁에 있던 육민찬이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다.“자업자득이지 뭐. 근데 대체 누가 나서서 대신 응징을 해준 건지 모르겠네.”방주헌은 히죽 웃으며 육강민을 힐끗 바라봤다.“형, 왔네?”“넌 왜 왔어?”서은주가 다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부 문병을 오겠다고 했지만, 육강민이 말렸다.바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봐서였다.방주헌은 정말 너무 시끄러웠다.오리 백 마리를 풀어놔도 저 인간 하나보다는 조용하겠다 싶을 정도였다.“기현이 그 자식에게 좋은 소식 있다길래, 바로 서은주 씨랑 나누려고 왔지.”방주헌은 신이 나서 웃었다.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서은주는 무심코 육강민을 바라봤다.육강민은 사람을 시켜 강도인 척 육가희를 혼내준 전력이 있었으니, 이번 일도 혹시 그가 한 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제 하루 종일 서은주와 함께 있었고, 밖에 나간 적도 없었다.육기현에게 상처를 입은 이후, 그의 추악한 과거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런 결말을 맞이한 것도, 어쩌면 자업자득이었다.“형은 혹시 누구 작품인지 알아?”“몰라.”“그럼, 이석이 너는?”방주헌이 하이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차분한 분위기의 하이석은 눈썹만 살짝 치켜들었다.“나도 몰라.”방주헌은 혀를 차며, 다시 한번 그 ‘정의의 사도’를 한껏 치켜세웠다.그때 병실 문이 노크 소리와 함께 열렸다.지난번 육강민과 함께 왔던, 마약 검사 기관의 남녀 직원이었다.서은주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고, 심장이 목까지 치솟는 느낌이었다.그러자 여직원이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서은주 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그 미소 하나에, 서은주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건, 괜찮다는 뜻이었다.“검사 결과, 모든 감염 가능성은 배제됐습니다. 태아도 이상 없어요. 안심하셔도 됩니다.”병실에 있던 모두가 동시에 숨을 돌렸다.
Read more

제210화

이후 육강민은 교묘하게 육민찬을 달래 육지성에게 아이를 맡기고, 병원 안 매점에 가서 과자를 사 오도록 했다.그렇게 병실에는 그와 서은주, 단둘만 남았다.육강민은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더니 억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듯 거칠게 키스했다.서은주가 그의 목을 끌어안자,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었다.천천히, 또 깊게, 서은주가 숨이 가빠져 그의 어깨를 밀어낼 때야, 그는 겨우 입술을 떼었다.대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요 며칠은 마음껏 키스도 못 했어.”서은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아무 일도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육강민은 그녀를 안아 올려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서은주는 그제야 그가 결혼하려는 이유가, 단지 뱃속의 아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이 일을 겪으면서 그는 좋아한다고 분명히 고백했고 그 한마디로, 서은주는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짐 정리해. 오늘 오후에 퇴원할 거야.”육강민은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고, 간지러워 몸을 피하려 한 서은주는 그의 팔에 허리를 단단히 붙잡혀 결국 붉은 흔적이 하나 남았다.“그만해요… 민찬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잖아요.”서은주의 얼굴은 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지성이는 눈치가 있어서 그렇게 빨리 돌아오지 않을 거야.”육강민은 그녀의 귀에 바짝 붙어 낮게 속삭였다.“그동안 못 했던 키스, 전부 돌려받을 거야.”정말이지, 멀끔하고 냉철한 얼굴과는 달리, 완전 음란 마귀였다.한편, 서은주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진백현은,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허전해졌다.그러다 이끌리듯 그녀의 병실 앞까지 왔다.문에 달린 작은 유리창 너머로, 육강민과 서은주가 다정하게 얽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서로에게 완전히 빠져있는 모습에 진백현은 심장에 칼이 꽂힌 듯한 기분이었다.그는 두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예전에는 서은주
Read more
PREV
1
...
1920212223
...
6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